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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지방선거를 앞두고 요즘 정가에는 '무상급식'과 관련한 찬반의견이 분분하다.

 

'세종시 문제'와 '4대강 사업'을 은근슬쩍 넘어가려고 의도적으로 무상급식 문제를 부각시키는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무상급식' 문제가 이념문제로까지 비화되면서 '본질'은 사라지고, '비본질'만 남아버렸다.

 

홍준표 한나라당 의원은 무상급식 공약을 두고, "얼치기 좌파의 공약"이라고 했으며, 한나라당 주요 당직자들은 무상급식 공약은 "대표적인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했다. '무상급식'으로 여야, 보수와 진보, 우파와 좌파를 나누는 이원론적인 색깔공방까지 이어지고 있는 형국이다.

 

무상급식을 하기 위한 예산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은 이미 많이 나왔다. 다수의 국민들이 반대하는 4대강 사업 예산의 1/10이면 양질의 무상급식을 할 수 있으니, 속내를 들여다보면 예산부족이 문제가 아니라 허튼 곳에 예산을 낭비하는 것이 문제인 것이다.

 

그럼에도 한나라당을 비롯한 보수들은 이런 비판을 무마시키기 위해 '좌파' 혹은 '대중영합주의' 등을 내세우면서 색깔논쟁으로 몰고 간다. 레드 콤플렉스와 지역갈등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는 나라에서 이것처럼 선명하게 적과 아군을 나눌 수 있는 강력한 힘을 가진 것은 없다.

 

'무상'에 예민한 의원들... 당신들이 진짜 '무상급식 대상자'

 

'전면무상급식 반대론자'들은 무상급식을 주장하는 이들을 '좌파'로 몰아붙이는 순간, 보수진영의 표를 얻을 수 있다는 계산을 한 듯하다. 하지만 무상급식 찬성론자들을 '좌파'로 몰아붙이는 순간, 반대론자에게는 '우파'라는 옷이 입혀지면서 무상급식과는 상관 없는, 본질에서 벗어난 싸움이 시작되는 것이다.   

 

6·2지방선거를 앞두고 세종시 문제와 4대강 사업 등 여당에 불리한 굵직한 현안에 대한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려는 빤한 속셈에 불과하다. 지금 중요한 것은 "할 것이냐 말 것이냐" 찬반논쟁이 아니다. 과연 의무교육의 범주에 급식이 포함돼야 하는지 아닌지 진지하게 고민하고 토론해 그 결과에 따라 예산을 책정해야 한다. 물론, 의무교육이므로 당연히 급식은 포함되어야 한다.

 

무상급식을 반대하는 쪽은 '무상'이라는 말의 뜻에 특히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마치 모든 아이들에게 돈을 받지 않고 동일한 급식을 제공하는 것은 공산주의 분배를 닮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들은 돈 있는 사람들에게는 무상급식이 실례가 될 수도 있으며 무상으로 급식을 제공하다보면 급식의 질이 낮아질 수도 있다는 너무도 친절한(?) 이유를 댄다.

 

아이들에 대한 무상급식에 대해 이야기하기에 앞서, 먼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국회에서 만날 싸움질이나 하고 이념논쟁이나 하면서 오로지 정권획득에만 눈이 먼 당신들의 월급은 당신들이 땀 흘리고 노력한 만큼의 대가인가? 당신들이야말로 선거 때만 '국민의 심부름꾼이 되겠다'고 이야기하는, 결국 선거가 끝나면 국민 위에서 군림하며 국민의 혈세로 먹고사는 '무상급식 대상자들' 아닌가.

 

교육비 부담, 왜 부모만 져야 하나

 

개인적으로 무상급식 찬반에 큰 관심이 없다. 하지만 의무교육의 범주에 급식문제까지 포함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나는 무상급식에 찬성한다. 그래, 무상급식을 하지 않아도 될 만한데다가 무상급식을 하면 자존심이 상하는 사람들은 후원을 하면 된다. 그런데, 급식비조차도 내기 힘든 이들의 자존심을 지켜주지는 못할지언정 기어이 발가벗겨야 시원하겠는가?

 

의무교육뿐 아니라 이 나라의 교육체계는 철저하게 사교육을 바탕으로 하고 있으며 사교육은 부모의 희생을 담보로 하고 있다. 교육의 기능은 결국 나라의 일꾼을 길러내는 일이요, 국가의 백년대계와 관련이 있다. 유능한 인재를 길러내는 것은 이 나라의 미래와 아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이 나라의 미래와 아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교육을 함에 있어 그 교육비 부담을 고스란히 부모들이 져야 하는가?

 

아이들에게 좋은 교육을 시키고 싶어 하는 것을 단순히 학부모들의 개인적인 욕심이라고 몰아붙이기에는 뭔가 좀 문제 있어 보이지 않나. 지금 우리는 기형적인 교육제도 하에서 학생, 학부모 모두 가혹할 정도로 혹사당하고 있다. 이런 문제들부터 해결해야 할 터인데 그런 것에는 관심도 없고, 고작 의무교육에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하겠다는데 좌파, 포퓰리즘 운운하며 아이들 급식문제를 선거용으로 이용하면 되겠는가?

 

국민들은 찬반에 놀아나지 말고, 현실 직시하자

 

그럼에도 이번 무상급식에 대한 문제는 세종시, 4대강 문제만큼이나 중요한 이슈이므로 '찬성이냐, 반대냐?' 단순히 이분법적으로 생각하진 않겠다.

 

한나라당 사람들 중에도 무상급식을 찬성하는 이들이 있을 것이고, 야당에도 분명 무상급식을 반대하는 이들이 있을 것이다. 여당에선 찬성하는 목소리가 간간이 나오지만, 현재 야당에선 대놓고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그 이유는 여전히 국민들이 이분법적인 잣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고 판단하기 때문일 것이다.

 

국민들은 조금 더 냉철해질 필요가 있다. 찬반보다는 현실을 직시하는 후보가 누구인지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찬성한다면, 어떤 방법으로 무상급식을 실시할 것이며, 반대한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가를 정확하게 판단해 주는 것이다. 찬성을 해도 그 근거가 허무맹랑할 때면 그것을 지적하고, 반대한다고 해도 반대의 이유가 합리적이라면 그것을 받아들일 수도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정치꾼들의 농간에 감정적으로 대응하다보면 책임질 수 없는 선택을 하게 되는 것이다.

 

정치인들이여, 무상급식 문제를 선거용으로 이용하지 말라. 아이들 먹을 음식을 가지고 장난치는 것은 어른들이 하지 말아야 할 일 중 하나가 아닌가.


태그:#무상급식, #세종시, #4대강, #6.2지방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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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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