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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콘서트 "꽃잎"
장소 :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일시 : 2010. 3. 23~24일 오후 8시
출연 : 송창식, 최백호, 사월과 오월, 이동원, 소리새, 사랑과 평화, 전유성(꽃잎 연예부장), 김학래(꽃잎 DJ)
문의 : 1577-3142
명동의 쉘부르와 더불어 70~80년대 한국 포크 음악의 산실이었던 무교동의 음악 살롱 '꽃잎'. 요절한 천재가수 김정호가 술을 팔고, 절대로 웃지 않는 개그맨 전유성이 연예부장을 하고, 김학래와 임하룡이 DJ를 했던 곳. 어니언스 임창제뿐만 아니라 그 당시엔 아직 무명이었던 전인권, 이광조, 강은철, 뚜라미, 이종용, 이문세, 시인과촌장 등이 노래를 하던 곳.

통기타 가수들의 라이브가 넘쳐났고 술과 음악이 있었던, 젊은이들에겐 암울한 시대의 피난구였으며, 가난한 통기타 가수들에겐 안식처였던,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무교동의 통기타 살롱 꽃잎이 2010년 3월 뮤지컬 콘서트 <꽃잎>으로 다시 태어나 올드 팬들을 찾아온다. 34년의 세월을 거슬러 다시 무교동 꽃잎의 연예부장이 된 전유성씨와 꽃잎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앉은뱅이 고고', 그 시절이 돌아온다

지난 9일 만난 전유성씨는 특유의 무뚝뚝한(?) 목소리로 인터뷰에 응하는 단서를 달았다.

당시의 무교동 꽃잎을 회상하며 이야기를 전하는 전유성씨
 당시의 무교동 꽃잎을 회상하며 이야기를 전하는 전유성씨
ⓒ 김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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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요즘 방송을 안 하고 있어요. 외부 언론 인터뷰도 안 합니다. 근데 오늘 제가 인터뷰에 응하는 것은 꽃잎에 대한 얘기만 하려고 그런 거니까, 제 사생활에 대한 질문은 하지 말아주세요. 예를 들면 왜 청도에 쳐박혀 산다든가 하는 류의 질문은 하지 말아주세요."

그러면서 기자가 채 질문도 하기 전에 <꽃잎>에 대한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냈다.

"꽃잎은 당시의 문화를 대변하던 곳이지, 티브이도 흔치 않던 시절에 트랜지스터 라디오에서 잡음과 같이 섞여나오는 음악 들으면서 살던 젊은 세대들한테 꽃잎이나 쉘부르 같은 곳은 그야말로 문화가 살아있는 그런 곳이었지 않았겠어?

트랜지스터 라디오만 듣다가 음악감상실 같은데 가면 얼마나 음악 감상하기 좋았겠냐고, 그러니 천국이었지. 그 중에서도 꽃잎은 술이 있었잖아. 만날 막걸리만 먹다가 돈좀 생기면 우리 가게에 오는 거야. 오면 폼나게 놀 수 있잖아, 요즘 나이트 클럽처럼 말이야."

전유성씨의 이야기를 듣다가 문득 그 시대 당시의 꽃잎 분위기가 궁금해졌다.

"뭐, 한마디도 말하면 요즘의 '라이브 카페' 정도 되는 거지. 근데 달랐던 게 있다면 술은 먹되 춤은 못 추게 되어 있었거든, 그때 시대상황이 그랬잖아? 근엄하고, 암울하고, 통제하고, 억압하고…. 근데 혹시 '앉은뱅이 고고'라고 들어봤어?"

생소한 말이다. 고개를 갸웃거리는 나를 향해 전유성씨는 웃으면서 이른바 '앉은뱅이 고고'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갔다.

"업소에서는 춤을 추지 못하게 하는 시대였으니까 당연히 업소 단속이 있었을 것 아냐. 한참 춤추고 놀다가 종업원이 단속 떴다고 알려주면, 그때는 모든 종업원, 가수, 손님들이 혼연일체가 되는 거야. 일사불란하게 테이블을 싸악~ 정리하고 자리에 앉아서 슬쩍슬쩍 몸만 가볍게 흔들었다고, 그래서 앉은뱅이 고고라고 하는 거지. 지금이야 이렇게 얘기하지만 상상해 봐. 그때 그 상황이 얼마나 웃기냐고…. 추던 춤은 계속 추고 싶은데 단속은 나왔지, 그러니 허허~"

낙지 위령제만 지냈어도... 무교동은 죽지 않았다

이야기를 하다 말고 전유성씨가 잠시 생각에 잠긴다.

"정말 나는 말이야 그때… 아, 왜 지금도 무교동에 가면 낙지집 투성이잖아. 그래서 그때 내가 낙지집 주인들한테 심심찮게 이런 얘기를 했어. 당신들이 수없이 잡고 있는 낙지들의 원혼을 위로하는 '낙지위령제'를 지내자고…."

갑작스런 엉뚱한 말에 웃는 나를 보고 전유성씨가 말을 이었다.

낙지 위령제 이야기를 꺼내다 멋적은 웃음을 짓는 전유성 연예부장
 낙지 위령제 이야기를 꺼내다 멋적은 웃음을 짓는 전유성 연예부장
ⓒ 김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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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 봐. 그때도 내 얘기 듣는 사람들이 지금처럼 웃었다고. 그래서 나는 말이야, 사람들한테 이렇게 얘기해. 거봐! 그때 내 말대로 낙지 위령제를 안 지내서 거기들 다 없어진 거 아냐? 기자 양반은 그렇게 생각 안해? 아니면 말고 하하."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공연에 관한 이야기를 하려 하자 전유성씨가 손사래를 친다.

"아아~ 나는 연예부장이지 이번 공연 연출자가 아니에요. 공연 이야기는 연출자하고 해야지, 그 전에 나 한 가지만 더 얘기할게. 김정호 있잖아…. 혹시 기자 양반, 김정호 알아?"

세상에 김정호를 모르는 40대가 있단 말인가?

"사람들은 꽃잎이 김정호 걸로 아는데 사실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뒷방에서 한 분(최무송 사장)을 모시고 나오더니 옆에 자리를 하게 한다. 그리곤 이야기를 이어갔다.

"이 양반이 실제 사장인데, 이 양반이 그때 김정호가 먹고 살기 힘들다고 꽃잎을 차려준 거야. 그래서 김정호가 거기를 운영한 거라고. 천재 가순데 그놈의 대마초 사건에 연루돼서 먹고 살 길이 없는 거야. 그래서 여기 최 사장님이 차려준 거지."

당시 대마초 사건에 대해 물으려 하는 기자에게 전유성씨 왈.

"휴우~ 나는 그렇게 생각해 우리 같은 연예인들은 어떻게 보면 희생양이라고. 그래서 이제 그런 이야기는 사회적으로 그만 좀 했으면 좋겠어. 벌써 얼마나 지난 일이야? 이건 뭐, 가수 누구누구 이야기만 나오면 그때 대마초 사건이니 뭐니 하면서…. 생각해 보라고. 세월이 얼마나 흘렀어? 근데 지금도 인터넷에 그 사람 검색하면, 꼭 그 얘기들이 나온다고, 그럼 그사람은 둘째치고 그 애들한테는 뭐가 되냐고? 에이~ 진짜 진심으로 말하는 건데, 이제 그만 했으면 좋겠어. 그 사람들, 또 그 가족들한테도 최소한의 명예라는 것이 있는 거 아니냐고, 무슨 권한으로 그 사람들 명예까지 실추시키냔 말이야.

내가 너무 떠들었지? 이제 공연 얘기 해야 되는데 내 얘기만 너무한 것 같네. 나는 이제 빠질 테니까 (신)성철이 하고 공연 이야기 좀 해요. 좋은 공연인데 잘 됬으면 좋겠어. 나도 출연하니까 말이야, 내가 연예부장이잖아? 연예부장이 뭐하는 일이었나 하면 말이야…. 허~ 또 내가 이야기 하네…. 그래 하던 얘기만 하고 공연 얘기 하라고…. 야~ 성철아 그래도 되지?

안 되도 되는 거야~ 내가 업소에서 오디션 담당이었거든. 우리 가게(꽃잎)에서 노래하고 싶은 애들은 다 나한테 오디션을 거쳐야 돼. 이문세, 한영애, 이택림 뭐 이런 친구들이 그때 다 내 오디션을 통과한 친구들이지. 내가 '너는 안 돼' 했는데 나중에 스타가 된 애들은 하나도 없어. 정말이야…. 아~ 하나 있다. 박중훈이…. 근데 박중훈이는 그럴 만한 얘기가 있었는데 그거는 궁금하면 인터넷에 찾아봐. 그 친구가 한 얘기가 있을 거야 헤헤. 이제 공연 얘기 하라고, 나는 안 바쁜데 이만 빠질게."

꽃잎으로 추억여행 떠나요

뒤에서 한참을 기다리던 <꽃잎>의 연출가 신성철씨는 자리에 앉자마자 공연 포스터를 펼쳐든다.

뮤지컬 꽃잎의 연출을 맡은 신성철씨. 신성철씨는 <그대 그리고 나>를 부른 '소리새'로 유명하다
 뮤지컬 꽃잎의 연출을 맡은 신성철씨. 신성철씨는 <그대 그리고 나>를 부른 '소리새'로 유명하다
ⓒ 김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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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흔히들 '7080'으로 알고 있는 통기타 음악을 '뮤지컬 콘서트'라는 콘셉트로 공연을 올리는데 특별한 의미라도 있나요?
"너무 식상해서죠. 가수는 노래하고, 관객은 보고 듣고, 그런 7080에서 새로운 길을 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테마를 준 것이죠. 출연진들이 함께 있었던 무교동의 꽃잎이라는 쌀롱을 소재로 하는 것이죠. 참 많은 이야기를 풀어내고, 공감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거든요."

- 출연진 라인업을 보면 뮤지컬이라는 장르와는 상관이 없어 보이는데 연출에 어려운 점을 없는지요?
"<꽃잎>은 뭐랄까, 세미 뮤지컬이라고 할까요? 이야기가 있는, 그 이야기가 다른 것이 아니라 그시절 꽃잎에서 울고 웃었던 사람들이 함께 만들어 가니까 이야기를 접목할 수 있는 것이죠. 그래서 전유성 선배님이 당시 연예부장으로 출연하고, 김학래씨가 그때 맡았던 DJ를 맡고요, 그래서 그때 꽃잎의 상황을 재현해 보려는 의도에서 시작된 것입니다. 물론  그때 만큼들의 젊음은 아니지만 추억들은 생생하니까 별 어려움은 없어요."

- 당시를 재현하려면 무대 설치에 비중이 많이 두어야 할 것 같은데요?
"그대로 재현했습니다. 그때 그시절의 무교동 거리, 꽃잎의 분위기를 가능한 한 실제 이미지로 재현했어요. 그래서 더 그 분위기에서 출연진들이 재미있는 공연을 할 수 있을 겁니다."

- 주요 관객층을 꼽는다면?
"아마도 그때 그시절을 알고 있는 연령층이겠죠? 그리고 요즘 신세대 친구들도 아마 부모님 세대의 문화를 접해 볼 수 있는 기회일 거라 생각해요. 그렇잖아요. "아버지 때는 이랬어 저랬어" 하면 그게 귀에 들어오나요? 그래 봐야 하나도 모르는데? 아마 그래서 가족들이 함께 와도 좋을 공연이라고 생각해요. 이야기가 있는 뮤지컬 콘서트니까요."

-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요?
"이번 공연을 마치고 나면 전국 투어를 할 계획입니다. 우선 인천에서 공연을 먼저 할 거구요. 뉴욕, LA  공연, 대구, 대전, 부산 등을 돌면서 투어할 계획을 갖고 있어요."

- 70년대 당시 특정 업소에 섰던 인물이 실제로 무대에 서는 콘셉트의 뮤지컬은 처음인 것 같은데거기에 대한 부담감은 없었는지요?
"물론 부담이 있죠. 이번 공연을 마치고 나면 성공하든 실패하든 아마도 유사한 콘셉트의 공연이 생기지 않겠어요? 하지만, 어쨌든 이러한 콘셉트로 시도하는 첫 공연이기 때문에 첫 단추를 잘꿰야 한다는 압박감이 들죠. 또 지금은 시대의 뒤안길 정도로만 여겨지는 그 시대의 통기타 세대들을 위해서라도 이번 공연은 또 다른 의미의 성공으로도 기억되기를 진심으로 바라요."

국내최초로 시도되는 뮤지컬 콘서트 <꽃잎> 포스터
 국내최초로 시도되는 뮤지컬 콘서트 <꽃잎> 포스터
ⓒ (주)뮤직케익 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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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연 관람의 주요 포인트는 무엇인가요?
"추억여행이죠. 그때 그 시절, 꽃잎을 기억하는 사람, 또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과 시간여행을 떠나는 공연이에요. 2시간 동안 그 여행을 함께 가는 공연이죠."

-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꼭 찾고 싶은 사람이 있어요, 가능하다면 이번 공연전이나 공연 기간중에 꼭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어요. 그때 꽃잎에서 일하던 '백군'이라는 친군데 정말 착하고 친절했던 종업원이었어요. 이번 공연을 준비하면서 내내 그 친구를 기억했어요. 우리와 같은 가수는 아니었지만, 항상 생각나는 친구였거든요. 꼭 좀 찾아주세요, 아니 만나게 해주세요. 기사가 나가면 혹시 그 친구도 보게 되지 않을까요?"

- 그 백군이라는 분의 특징은 무엇인가요?
"그때가 1976, 1977년인가 그랬고, 그때 그 친구가 아마 19살 아니면 20살쯤 되었을 거예요. 하얀 피부에 이쁘장한 얼굴이었고, 착하고 친절해서 많은 사람들이 좋아했던 친구였어요. 정말 보고 싶네요. 찾을 수 있을까요? 그 친구가 기사를 보고 공연장으로 찾아와 준다거나 어떻게라도 만나게 된다면 이번 공연이 더 의미가 있는 공연이 될 것 같은데…, 힘좀 써주세요."


태그:#전유성, #소리새, #세종문화회관, #김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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