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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하라 이야기>겉표지
 <사하라 이야기>겉표지
ⓒ 막내집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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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자' 기질이 있는 사람들은 사막을 동경한다. 중국의 작가 싼마오도 그랬다. 그녀는 사막에 대한 열병을 갖고 있었다. 그 정도가 남들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뜨겁고 진했다. 그래서였을까. 그녀는 아예 사막에 가서 살기로 한다. 신혼생활을 사막에서 하기로 한 것이다.

<사하라 이야기>는 새댁이 된 싼마오의 좌충우돌 사막 신혼일기다. 사막에서의 신혼생활이라고 한다면 얼마나 낭만적으로 여겨질까? 그녀는 가슴이 두근거렸다. 하지만 이게 웬걸? 사막의 생활은 결코 편하지가 않았다. 문명의 혜택을 어느 정도 못 받을 것이라고 예상은 했지만 <사하라 이야기>에서 언급되는 정도는 꽤 심각한다. 물, 전기… 문명을 누리는 사람들은 기본적인 사용하는 것들도 사막에서는 귀할 따름이었다.

그래도 싼마오는 없는 돈 있는 돈 모아서 남편과 함께 책상 등을 직접 제작하면서 달콤한 신혼생활을 만들려고 한다. 하지만 이게 쉽지가 않다. 그녀와 결혼하기 위해 사막까지 달려왔던 남편 호세는, 연애를 끝내고 남편이 된 남자들이 그렇듯 밥 달라는 소리만 한다. 단순히 먹을 것만 달라면 다행이다. 아내가 중국 사람이니 사막에서 중국음식해달라고 칭얼거린다.

남편의 그런 모습이야 애정으로 웃어넘길 수 있다. 심각한 건 이웃들이다. 싼마오의 이웃들은 가난하고 소박해 보이지만 알고 보면 부자들이다. 알부자인 셈인데, 하는 행동들은 순 얌체다. "전구 빌려 달라", "휘발유 한 통만 달라", "헤어드라이어 빌려 달라", "못도 주고 젓길줄도 달라"는 부탁들은 부지기수. 식사 때마다 나이프와 포크까지 빌려 달라는 이웃이 있어 귀찮기도 하고 답답하기도 해서 그것들을 하나 사줬더니 다른 가족이 써야 한다고 또 빌리러 온다.

심지어 "엄마가 이 낙타를 아줌마네 냉장고에 좀 넣어 두래요"라고 말하는 이웃도 있다. 싼마오가 어처구니가 없어 그것을 거절하면 이웃은 자신의 자존심을 무시했다고 동네방네 떠들고 다니기도 한다. 순식간에 사람 무시한 여자가 된 싼마오, 그녀는 사막에서의 신혼생활을 꿈처럼 달콤하게 보낼 수 있을까? 꿈꾸기도 전에 '알거지'가 되는 건 아닐까?

<사하라 이야기>는 신선한 즐거움을 준다. 그동안 사막에 관한 에세이들이 '방문자'로서의 기록에 머문 데 반해 <사하라 이야기>는 '일상'으로서 사막을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사하라 이야기>를 읽고 있으면 사막에서 '지지고 볶으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일상이 자연스럽게 상상된다. 옆집에 물건 빌리러 다니는 아이, 남의 집 물건 훔쳐 쓴 뒤에 뻔뻔하게 큰소리치며 돌려주는 아줌마, 맛있는 것 찾아다니는 아저씨,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남의 집 기웃거리는 사람들의 소소한 일상이 생생하게 담겨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사막에서 아시아인이 겪은 '충격'들을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것도 흥미롭다. 지금도 그렇겠지만 싼마오가 신혼생활을 하던 그 시기는 사막과 아시아 사이의 문화적 거리가 상당했다. 서로 교류가 없다고 볼 수 있을 정도였다. 그렇기에 싼마오는 그곳의 결혼풍습이나 미신 등을 보면서 몇 번이나 황당해 한다. 문화적인 차이가 너무 심했기 때문인데 덕분에 <사하라 이야기>는 쉽게 구경하기 힘든, 이색적인 문화와 풍습들을 맛보게 해준다.

기상천외하다고 할 수 있는 사막의 신혼생활이건만, 싼마오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떠나지 않는 것 같다. 사람들이 흔히 상상하는 사막의 낭만 같은데 온데 간데 사라졌음에도 그렇다. 또 다른 매력을 찾았기 때문에 그런 것일까? 사막 냄새와 사람 냄새가 진하게 담긴 <사하라 이야기>, 독특한 정겨움으로 사람을 울리고 웃긴다.


사하라 이야기

삼모, 홍진북스(중명출판사)(1999)


태그:#싼마오, #사하라, #사막,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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