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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크올레꾼인 필자의 남도여행에 발이 돼 주고 있는 20년 된 바이크
 바이크올레꾼인 필자의 남도여행에 발이 돼 주고 있는 20년 된 바이크
ⓒ 서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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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상기도를 하거나 아미타불을 외우거나 결론은 자기수양이다. 하지만 특별한 종교가 없는 필자에게도 그와 유사한 행위가 있는데 고령의 바이크 녹을 닦는 일이거나 풀었다 조였다 하면서 매만지는 것이다.

그런데 혹자는 녹을 닦는 것이야 수양(?)이 될지 모르지만 풀었다 조였다 하면서 만지작거리는 것이 심심풀이거나 노는 것이지 무슨 수양이냐 하고 따질지 모른다. 만약 그런 생각을 갖고 있는 독자라면 볼 베어링의 쇠구슬 빠진 것을 끼워 맞춰보기 바란다. 보통의 인내심으로는 안 되며 혈압은 오르락내리락 이다.

손에는 온통 기름 범벅이며 하나 맞추고 둘 맞추다가 조립하려면 다시 와르르 무너지고 처음부터 다시 하다가 쇠구슬이 어디로 달아나고 그러다가 모래라도 묻으면 닦아내고 다시 끼워야 한다. 오늘 그 행위(짓)를 무려 6시간이나 했다.

필자가 오늘 바이크 뒷 바퀴를 만지면서 6시간 동안 씨름 했던 볼 베어링
 필자가 오늘 바이크 뒷 바퀴를 만지면서 6시간 동안 씨름 했던 볼 베어링
ⓒ 서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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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바이크가 낡다 보니 어디 한군데 성한 곳이 없다. 당연한 일이지만 달리면 흔들거리고 소음도 많다. 그래서 안전을 위해서라도 시간나면 살펴보고 뜯어보고 하는 것인데 오늘 뒷바퀴를 손대다가 문제의 그 볼 베어링이 쏟아지고 말았다.

글자 그대로 바이크의 문외한이 쏟아지는 쇠구슬을 바라보면서 할 수 있는 생각은 "완전 망했다"는 탄식뿐이었다. 모 개그 프로그램처럼 '괜히 손댔어''그냥 놔 둘걸''내 바이크 어떡해'였다. 이럴 때 쓰는 말이 '방정도 유분수'라는 말이다.

바퀴는 분해해 놨지, 구슬은 돌아다니지 다른 할 일은 산더미며 시간은 없는데 그걸 맞춰야 일을 보러 나가지, 영락없이 감옥에 갇혀 있는 신세로 쌓다가 무너지고 또 쌓고를 반복하다가 수양도 정도껏이지 도저히 못할 것 같아 구슬 서너개만 끼우고 결국 달달거리면서 바이크 수리점으로 향했다.

바이크 수리점 주인이 베어링을 살펴보기 위해 뒷 바퀴를 분해하기 시작했다
 바이크 수리점 주인이 베어링을 살펴보기 위해 뒷 바퀴를 분해하기 시작했다
ⓒ 서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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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 도착해서 자초지종을 얘기했다. 고생했던 6시간의 무용담도 주저리주저리 읊기 시작했다. 그런데 주인은 대뜸 "그것을 맞추려 했어요? 저건 닳아져서 못 쓰는 겁니다"라고 말하고 새것을 가져와 5분 만에 고쳐놓고 말았다.

너무 허망하기도 했지만 그것 보다 얼굴이 화끈거려 빨리 도망쳐 나와야 했다. 주인의 눈치가 '베어링의 쇠구슬이 튀어 나왔다고 그것을 맞추겠다고 6시간씩 씨름하는 멍청이가 세상에 또 있을까?'하는 한심스런 표정을 감추고 있는 듯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문가를 찾고 그래서 경험 많은 사람을 찾는구나... 사실 기계치가 베어링이 부서져 쇠구슬이 굴러다니면 그것을 모아서 다시 끼워맞출 생각을 할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런데 그 전에 이것은 '고장이 아닌 파손'된 것이라는 것을 왜 알지 못했을까? 결국 고생 끝에 하나 배운 것은 베어링의 쇠구슬이 튀어나오면 그것은 다시 맞추는 것이 아닌 버려야 한다는 것.

완전 해체 된 뒷바퀴, 기계치인 필자의 앞날이 걱정된 듯 포기한 채 드러누워있다
 완전 해체 된 뒷바퀴, 기계치인 필자의 앞날이 걱정된 듯 포기한 채 드러누워있다
ⓒ 서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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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울면 젖이 먹고 싶은지, 기저귀를 갈아줘야 하는지 베테랑 엄마는 그 울음소리만으로도 금방 알 수 있다고 하는데 기계치며 초보 바이크 올레꾼인 필자가 강산이 두 번 변하는 세월로 인해 삭신이 쑤시다고 덜컹거리는 구형 바이크와 겁 없이 맞대응을 하고 있으니 앞으로가 더 걱정이긴 하다.

하지만 그동안의 경험으로 조언을 한다면 신형 바이크로 올레길을 개척할 것인지 구형 바이크로 길을 나설 것인지는 오로지 개인 취향이다. 하지만 과정이 힘들고 고역이라고 해도 수양으로 생각하면서 하나하나 배우고 바이크에게 살아있는 동물처럼 애마라는 호칭을 붙여줄 수 있으려면 구형으로 시작해 애증을 키워나가는 것도 괜찮을 성싶다.

덧붙이는 글 | 남도TV에도 실렸습니다



태그:#바이크올레꾼, #남도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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