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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 징그러워."

 

올빼미는 쥐나 두더쥐 같은 먹이를 낚아챈 뒤 이를 그대로 삼킨다. 그러면 뼈와 털들은 소화되지 못하고 남게 되는데 이를 항문으로 배설하진 않는다. 이것들이 항문까지 가서 밖으로 배출되기엔 상식적 생각으로도 무리가 있다.

 

그래서 올빼미는 먹이를 먹었던 입으로 이것들을 다시 토해내는데, 이렇게 토한 것을 팰릿이라고 한다. 그 형태가 마치 경단 같아서 붙여진 이름일 게다. 이 프로그램은 이 올빼미 팰릿 안을 조사해 보면서 어떤 생물이 잡아 먹혔는지 확인하는 활동이다. 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먹이사슬에 대한 학습을 할 수 있다. 이 프로그램은 김세희(23) 선생님이 진행한 프로그램으로 첫날 오후에 이뤄졌다.

 

이렇게 팰릿 안의 뼈조각을 발라낸 후, 이를 미리 주어진 뼈 전개도 위의 올바른 위치를 찾아주는 것으로 프로그램은 마무리 된다. 하지만 우리는 여기서 끝내지 않고, 올빼미가 팰릿 안의 먹이를 잡아먹기까지의 과정을 이야기로 만들어보라는 과제를 줬다.

 

물론 이야기의 주인공은 먹이었던 동물일 수도 있고, 포식자인 올빼미일 수도 있었다.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것은 고도의 창의성을 요한다. 그래서 애초에 별 기대는 하지 않았다. 그런데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특히 유은지(16), 이윤호(16), 김승기(16) 학생으로 구성된 돼지토끼 조의 발표가 인상적이었다. 기본적인 스토리는 얼마 전 방송된 드라마 <아내의 유혹> 패러디였다. 올빼미와 생쥐 판 아내의 유혹이라고나 할까.

 

올빼미가 생쥐 한 마리를 잡아먹는데, 이에 분노한 오빠 생쥐가 얼굴에 점을 찍고 올빼미에 접근한다. 그 후에 오빠 생쥐는 자신의 진짜 정체를 밝히고 복수한다는 내용이다. 게다가 그림까지 그려서 설명을 해주니 현장감까지 살았다. 우리가 의도했던 동화라는 콘셉트와 살짝 빗나가는 내용이었긴 했지만 나름 재기 넘치는 결과물이 아니었는가 싶다. 이렇게 애초 기대에 비해 학생들은 더 창의적이었다.

 

"아주 강한 네오디뮴 자석!"

 

네오디뮴 자석은 일반 자석에 비해 매우 강한 자기력을 보인다. 유튜브에는 이런 네오디뮴 자석의 강한 자기력을 보여주는 영상이 있다. 이 영상에는 서로의 힘에 이끌린 두 개의 자석은 그 사이에 위치한 과일, 깡통 등을 박살내 버리는 장면을 담고 있다. 그리고 이는 아이들이 자석으로 작품을 만들기 전 이론 설명 시간에 보조자료로 사용됐다.

 

'떠 있는 그림'은 김무진(23) 선생님이 과활 셋째 날인 18일 오후에 진행한 프로그램으로 두 개의 네오디뮴 자석이 서로 강하게 끌리는 현상을 이용했다. 이 인력을 이용해 그림을 띄워서 작품을 만들게 된다. 한 개의 자석에는 그림이 붙여지는데, 이 자석에 서로 반대 방향으로 작용하는 두 개의 힘이 평형을 이룬다. 하나는 낚시줄의 장력이고, 다른 하나는 또 다른 자석의 인력이다. 이렇게 해서 그림은 공중에 떠 있게 된다.

 

우리들은 아이들에게 각 조가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각각의 작품을 만들어 보라고 과제를 줬다. 그리고 추가적으로 주문한 것은 가능하다면 네 개의 그림이 마치 4컷 카툰처럼 구성시켜 하나의 스토리를 만들어보라는 것이었다.

 

가장 창의적으로 과제를 수행한 팀은 김인기(15), 김영은(15), 정가영(15) 학생으로 구성된 새로고침 조였다. 이들은 세 명으로 구성된 조이기 때문에 세 컷 만화를 완성했는데, 스토리는 조 구성원 중의 한 명인 김인기 학생을 주인공으로 삼았다.

 

못난이였던 김인기 오리는 주위로부터 외모 때문에 무시당하고 살았다. 이에 인기 오리는 열심히 운동을 했고, 몸짱 오리로 거듭나게 된다. 그리고 자연히 주위로부터 인기를 한 몸에 받게 된다. 단순한 스토리긴 하지만 구성원 중의 한 명을 오리로 우화화한 설정이 돋보였다. 그리고 전체적 내용이 동화 미운 오리 새끼를 연상 시키는데 오리가 백조가 되는 원작에 비해 열심히 운동을 해서 몸짱이 된다는 부분이 시대를 반영하기도 하는 것 같아서 칭찬할 만한 구성이었다.

 

아이들은 생각 이상의 창의력으로 가르치는 우리들을 즐겁게 했다. 애초에 프로그램을 구성하면서 아이들의 창의력을 자극할 수 있는 구성을 하려고 노력을 했었다. 이를 위해서 나름 여타 과목의 융합을 꾀했다.

 

융합은 다른 시각에서 한 분야를 바라볼 수 있게 해준다. 그래서 새로운 관점으로 새로운 통찰을 떠올리게 한다. 그래서 우리는 매 프로그램마다  과학과 미술, 그리고 국어적 요소를 함께 조합하려고 노력했다. 미술적 요소를 위해서 대부분의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주로, 그리고 국어적 요소를 위해서 스토리를 짜내고, 조리있게 설명하는 부분을 넣어서 구성했다. 이런 시도들에 아이들이 항상 적극적으로 반응해 주진 않았지만, 대체로 성공적이었다고 판단된다. 창의력은 과학의 바탕이다. 떨어지는 사과를 보고 상상하지 않았다면 뉴턴의 법칙은 없었을 것이다.

 


태그:#과활, #전북7팀, #삼계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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