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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태안군 소원면 파도리 해상에서 전복 양식장을 운영하는 박병철(40)씨는 기름유출사고로 양식장이 피해를 입어 1년이 넘도록 양식장 운영을 포기했다. 그러나 어렵게 다시 시작한 양식장은 폐사율이 전년보다 2배 이상 증가해 경영에 차질을 빚고 있다.
▲ 폐사량이 이렇게나 많이... 충남 태안군 소원면 파도리 해상에서 전복 양식장을 운영하는 박병철(40)씨는 기름유출사고로 양식장이 피해를 입어 1년이 넘도록 양식장 운영을 포기했다. 그러나 어렵게 다시 시작한 양식장은 폐사율이 전년보다 2배 이상 증가해 경영에 차질을 빚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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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태안군 소원면 파도리에서 전복 시설 양식장을 운영하는 박병철(40)씨는 기름유출사고가 발생한 이듬해 전복 종묘를 입식하지 못 했다. 입식을 못 했다는 것은 벼농사에 비유하면 봄에 모내기를 하지 않았다는 것과 같다. 즉 일년 농사를 포기했다는 것이다.

농사꾼이 농사를 포기한다는 것이 가당키나 한 얘기냐고 물을 수 있으나 시설 양식장을 운영하는 박씨는 '기름유출사고'라는 평생 잊히지 않을 아주 특별한 경험을 한 뒤 바다 농사꾼 스스로 밥줄을 끊어야 하는 자해(自害)를 해야만 했다.

타의에 의해 아무런 선택권도 없는 일방적인 피해였지만 해결의 기미는 고사하고 주변 상황은 더욱 박씨를 벼량 끝으로 몰아놓고 있다. 기름유출사고 발생 2년, 피해주민 박씨에게 '희망'은 이젠 자신의 사전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단어가 돼 버렸다.

전복 양식장을 둘러보는 박씨의 얼굴에는 근심이 가득하다. 올해 양식한 전복은 폐사율도 높지만 성장도 잘 하지 못했다.
▲ 다시 추스려보지만... 전복 양식장을 둘러보는 박씨의 얼굴에는 근심이 가득하다. 올해 양식한 전복은 폐사율도 높지만 성장도 잘 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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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유출사고가 빼앗아간 귀향인의 '꿈'

기름유출사고가 발생하기 8개월 전인 2007년 4월. 박씨는 지난 겨우내 시설 설치를 완료한 전복 양식장의 운영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11년 전 경기도 부천에서 살다가 도시 생활을 정리하고 고향인 충남 태안군 소원면 파도리에 새로운 삶의 터를 잡고 수산분야 직종의 일을 시작으로 귀향 생활을 시작한 박씨는 나름대로 꿈꿔온 삶을 차츰 실현해 나가고 있었다.

박씨가 전복 양식을 시작할 즈음에 파도리 일대 주민들 사이에서는 전복 양식 사업이 흔히들 말하는 '돈'이 된다는 입 소문이 퍼지면서 그야말로 '붐'이 일어났다.

무엇보다도 다른 시설 양식에 비해 비교적 양식이 수월한 전복은 값도 제법 나가 유통망만 확보한다면 소득도 썩 괜찮은 사업이었다. 때문에 양식에 필요한 노하우만 익힌다면 사업성은 충분했다.

이리하여 첫 해는 전복 종묘를 입식해 보통 2년 6개월에서 3년 정도 양식 하는 방식에서  소득은 별로 없지만 타 양식장에서 중간육성된 것들을 사들여 6개월 남짓 양식해 이를 팔아 유통망을 확보하는데 주력했다.

그러나 첫 판매 후 불과 얼마 지나지 않아 상상도 하지 못했던 사고가 발생했다. 박씨를 비롯한 마을 주민들이 운영하던 전복 양식장은 지난 2007년 12월 7일 태안 앞 바다에서 일어난 유조선 충돌로 유출된 기름으로 하루아침에 기름범벅이 됐다.

양식한 전복을 찾고 있는 박씨. 이곳저곳 살펴보지만 좀처럼 전복을 찾기는 힘들다.
▲ 전복은 어디에... 양식한 전복을 찾고 있는 박씨. 이곳저곳 살펴보지만 좀처럼 전복을 찾기는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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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발생 2년 넘었지만, 보상 한 푼도 못 받아

기름물결은 파도리 앞 해상에 있던 주민들의 허가 양식장 15ha를 모두 집어 삼켰다. 이 중박씨가 운영하던 약 2ha에 달하는 전복 양식장도 파도에 밀려오는 기름을 피하지 못하고 함락 당했다.

투자액만 무려 6000만원을 넘었다. 양식장 시설을 갖추는데 2000만원, 종묘를 입식하는데 또 2000만원 그리고 이동수단을 위해 구입한 작은 배에 또 다시 2000만원. 경기도 부천시에 있던 오래된 연립주택을 팔아 시작한 전복 양식장은 도심에서 개발에 밀려 무너져 내리는 수많은 주택처럼 그렇게 눈앞에서 사라져갔다.

이유야 어쨌든 개발에 집이 허물게 되면 보상이라도 받을 텐데 박씨는 기름유출사고로 전복 양식장이 피해를 입었지만 사고발생 2년이 넘도록 아직까지 단 한 푼의 보상비도 받지 못했다. 오히려 대출받은 이자가 이자를 낳으며 빚은 산더미처럼 불어났다.

자신이 운영하는 전복 양식장을 둘러보던 박씨는 긴 한숨을 내뱉으며 기름유출사고가 빼앗아간 꿈에 허망해 했다.
▲ 피해주민의 한숨 자신이 운영하는 전복 양식장을 둘러보던 박씨는 긴 한숨을 내뱉으며 기름유출사고가 빼앗아간 꿈에 허망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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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만 늘어가는 피해주민의 마이너스 삶

박씨가 운영하던 양식장을 뒤덮었던 기름은 불과 몇 개월 만에 깨끗이 제거됐다. 이를 두고 각종 매체 등에서는 세계의 기적이라고 표현하며 빠른 방재작업 속도를 앞다퉈 보도했다.

더불어 눈에 보이는 기름이 제거됐지만 사고로 인한 피해영향은 몇 십년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러한 상황을 반영하듯 정부에서는 태안지역에서 어획되는 수산물에 대해서는 유통금지를 선언했다.

박씨의 계획대로라면 2008년 봄은 참으로 바쁜 한 해였다. 일부 다 자란 전복을 출하해야 했고, 그 자리에 다시 종묘를 입식해야 했다. 그러나 계획은 물거품이 됐다.

양식장를 가득 메웠던 전복들은 기름 냄새가 진동해 모두 폐기 처분해야 했다. 그렇게 양식장 사업에서 손 놓기를 수개월, 박씨는 그 해 가을이 돼서야 수협으로부터 특별 영어자금을 대출받아 종묘를 입식하고 다시 양식장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일 년 가까이 양식장을 사실상 폐업하자 지난해부터 경제적 어려움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한 칸에 가로*세로 2.2미터인 70여개의 양식장을 유지, 관리하는 비용으로만 한 해 3000만원 정도가 사용됐다.

이마저도 30여개는 임대를 하고 있는 것이어서 소득 없는 마이너스 생활은 계속됐다. 거기에 수협에서 대출을 받은 자금은 원금은커녕 제때 이자를 갚지 못해 이자에 이자가 붙으면서 이자 빚에 허덕이게 됐다.

애초 피해보상금을 지급받으면 충당하기로 한 대출자금이었기에 사고발생 2년이 넘도록 지연된 보상금 지급은 박씨를 한순간 빚쟁이로 전략시켰다.

피해를 스스로 입증해야 하는 주민, 악재에 고통 가중

사고 초반만 하더라도 피해조사기관에서 피해상황 조사를 실시하는 등 보상이 시급히 이뤄질 것 같았지만 지금은 주변에 보상과 관련해 문의를 해봐도 감감 무소식이다.

조사기관에서도 이제 와서 청구한 금액에 상응하는 판매실적을 알 수 있는 영수증 등을 제출하라고 한다. 하지만 명절 시즌를 제외하고 대량 판매가 거의 없는 박씨로서는 오고가는 관광객을 상대로 1~2kg씩 현금을 받고 판매해 이런 기록은 남아 있지 않다.

박씨 입장에서는 종묘를 구입한 실적과 입식할 때 공공기관에서 촬영한 사진, 그리고 평균 전복량의 폐사율 및 해당년도의 시세 등을 종합하면 보상금이 결정된 것 같은데 조사기관은 계속해 청구액을 입증할 만한 영수증을 제출하라고만 재촉한다.

피해를 입은 주민이 스스로 피해를 입증해야하는 상황이 박씨는 이해하기 어렵다. 그러나 보상금만 바라보고 있기에 상황은 녹록치 않다. 재작년 대출금을 받아 종묘를 입식한 전복이 원인 모를 이유로 절반 이상 폐사하는 등 악재가 이어지고 있다.

더욱이 이 같은 상황이 이어진다면 올해는 지난해보다 경제적인 어려움이 더욱 커 질듯 싶다는 것이 박씨의 생각이다. 그렇다고 대규모 자금을 투자한 입장에서 다른 일을 찾아볼 수도 없는 상황이다. 바라는 것이 있다면 부디 보상이 신속히 이뤄지고 양식한 전복들이 잘 자라주는 것밖에는.

기름유출사고 이후 올해 어렵게 시작한 파도리 일대 전복 양식장은 원인 모를 폐사가 두드러졌다.
▲ 폐사한 전복 기름유출사고 이후 올해 어렵게 시작한 파도리 일대 전복 양식장은 원인 모를 폐사가 두드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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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태안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태안 기름유출사고, #기름유출사고, #태안군, #태안, #전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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