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선수단이 2일 오후 인천공항에서 귀국 기자회견을 가진 뒤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선수단이 2일 오후 인천공항에서 귀국 기자회견을 가진 뒤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 권우성


"계획이요? 일단 좀 쉬었다 생각해볼래요"

김연아는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묻는 기자의 질문을 천연덕스럽게 웃어 넘겼다. 정신없이 쏟아지던 기자들의 질문 세례가 무색해지는 순간. 마음의 짐들을 내려놓고 단상 앞에 선  우리의 올림픽 영웅들은 영락없는 스무살짜리들이었다.

2010 밴쿠버 동계 올림픽 참가 선수단은 2일 오후 6시경 인천 국제공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지난 경기들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각 종목 메달리스트들을 비롯한 코치진과 박용성 대한체육회 회장, 박성인 대한민국선수단 단장이 자리한 가운데 진행되었다.

김연아, "세계선수권대회까지 최선을 다한 후 계획세우겠다"

 2일 오후 인천공항에서 열린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선수단' 귀국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던 김연아 선수가 활짝 웃고 있다.

2일 오후 인천공항에서 열린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선수단' 귀국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던 김연아 선수가 활짝 웃고 있다. ⓒ 권우성


이번 기자회견에서 가장 뜨거운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것은 단연 피겨스케이팅 종목에서 대한민국 첫 금메달을 거둬낸 김연아였다. 김연아 선수는 스무살 소녀다운 웃음과 재치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며 '국민 여동생'다운 면모를 보여주었다.

김연아는 각종 보도를 통해 다뤄지며 주목받았던 향후 활동계획에 대해 자세한 언급을 피했다. 그녀는 "이번 세계선수권대회까지는 다른 부담없이 경기를 치르고 싶다"며 "이번 시즌을 마친 후 천천히 계획을 세울 예정"이라고 답했다. 소치올림픽 출전 여부에 대해서도 그녀는 "기다려온 올림픽을 방금 마쳤을 뿐 다음 올림픽 출전 여부도 계획된 바 없다"고 답했다.

이번 올림픽에서는 유난히 김연아의 웃는 모습을 많이 비춰져 김연아를 아끼는 많은 팬들의 마음을 기쁘게 했다. 김연아는 늘 혼자이다가 다른 선수들과 함께 하게 된 것에 대해 "함께해준 많은 선수들이 좋은 성적을 거둬 자랑스럽고 고맙다"며 "경기가 끝난 후 올림픽이라는 기분을 느끼며 편하게 즐기고 싶어서 일부로 선수촌에 입촌한 것"이라고 밝혔다.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선수단이 2일 오후 인천공항에서 귀국 기자회견을 연 가운데, 김연아 선수와 '미모' 비교를 당한 이상화 선수가 "내가 '빙상계의 신세경'으로 불린다는 얘긴 들었다"며 "연아가 더 예쁘지만 나는 나만의 매력이 있는 듯하다"고 답해 기자회견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김연아 선수와 '미모' 비교를 당한 이상화 선수가 "내가 '빙상계의 신세경'으로 불린다는 얘긴 들었다"며 "연아가 더 예쁘지만 나는 나만의 매력이 있는 듯하다"고 답해 기자회견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 권우성


짓궂은 질문들에 대해서도 김연아는 특유의 재치로 응수를 놓았다. 김연아는 '누리꾼들 사이에서 스피드스케이팅 금메달리스트 이상화와의 미모 대결이 단연 화두다'는 질문에 대해 "(상화는)복장에 따라 외모에 큰 차이가 있다"고 답해 웃음을 자아내었다. 역으로 던진 질문에 대해 이상화 선수는 "내가 '빙상계의 신세경'으로 불린다는 얘긴 들었다"며 "연아가 더 예쁘지만 나는 나만의 매력이 있는 듯하다"고 답해 또 한번 기자회견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브라이언 오서 코치에게도 질문이 쏟아졌다. 그는 김연아와 함께 일했던 시간에 대해 "(연아가) 계획대로 잘 이루어주어서 고맙고 기뻤다"며 "연아는 세계선수권 대회를 앞두고 또한번 더 좋은 성적을 위해 도전할 것"이라고 답했다. 또한 그는 3월에 있을 아사다 마오와의 재대결에 대해 "마오에 포커스를 두지 않고 김연아 나름대로 대회를 준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렇게 큰 돈은 처음이라, 통장은 부모님께 맡길래요"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000m 1,500m 금메달 2관왕인 이정수가 2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선수단들과 함께 입국한 뒤 팬들의 격려를 받으며 공항을 나서고 있다.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000m 1,500m 금메달 2관왕인 이정수가 2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선수단들과 함께 입국한 뒤 팬들의 격려를 받으며 공항을 나서고 있다. ⓒ 유성호


쇼트트랙 종목에서 금메달 2개, 은메달 1개를 거머쥔 이정수의 행복한 고민이다.

한국 대표팀은 이번 밴쿠버 올림픽 빙상 종목에서 고른 선전을 보이며 '전통의 메달밭' 쇼트트랙 뿐만아니라 피겨스케이팅, 스피드스케이팅 종목에서도 메달을 거두는 성과를 거두었다.

특히 스피드스케이팅 종목에서 효자 노릇을 해낸 이승훈과 이상화, 모태범은 단숨에 국민 영웅으로 떠오르며 일거수일투족이 기사로 다뤄지기도 했다.

이승훈은 예상을 깨고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부담없이 경기에 임한 덕"이라며 "캘거리에서 강도 높은 훈련을 한 덕에 밴쿠버에 도착했을 때 컨디션이 더 없이 좋았다"고 답했다.

메달을 따낸 직후 한국에 돌아오면 거리를 활보하며 자신을 알아보는지 시험하겠다고 인터뷰했던 이승훈과 모태범은 "계획대로 추진할 예정"이라고 답해 기자회견장을 웃음바다로 만들기도 했다.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선수단이 2일 오후 인천공항에서 귀국 기자회견을 연 가운데, 메달을 따낸 직후 한국에 돌아오면 거리를 활보하며 자신을 알아보는지 시험하겠다고 인터뷰했던 이승훈(오른쪽)과 모태범은 "계획대로 추진할 예정"이라고 답해 기자회견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선수단이 2일 오후 인천공항에서 귀국 기자회견을 연 가운데, 메달을 따낸 직후 한국에 돌아오면 거리를 활보하며 자신을 알아보는지 시험하겠다고 인터뷰했던 이승훈(오른쪽)과 모태범은 "계획대로 추진할 예정"이라고 답해 기자회견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 권우성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선수단이 2일 오후 인천공항에서 귀국 기자회견을 연 가운데, 골인 직전 미끄러지면서 금메달을 놓친 성시백 선수가 "메달을 놓쳐 많이 아쉽지만 올림픽을 끝내고 돌아오니 마음이 편하다"고 답해 마음의 부담을 한결 덜어낸 듯한 모습을 보여줬다.

성시백 선수가 "메달을 놓쳐 많이 아쉽지만 올림픽을 끝내고 돌아오니 마음이 편하다"고 답해 마음의 부담을 한결 덜어낸 듯한 모습을 보여줬다. ⓒ 권우성


또 모태범 선수는 폐막식 기수를 맡았던 경험에 대해 "처음에는 부담스러웠지만 평생에 잊지 못할 좋은 추억이 된 것같아 감사하다"고 전했다.

금메달 2개, 은메달 1개, 동메달 2개를 거둔 쇼트트랙 대표팀에 대해서는 '아쉬움은 남지만 잘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특히 골인 직전에 미끄러지며 금메달을 놓친 성시백은 "메달을 놓쳐 많이 아쉽지만 올림픽을 끝내고 돌아오니 마음이 편하다"고 답해 마음의 부담을 한결 덜어낸 듯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여자 3000m 계주에서 납득하기 힘든 판정을 받아 실격패를 당한 여자 쇼트트랙대표팀에게도 질문이 이어졌다. 최광복 코치는 "심판의 판정은 분명히 잘못된 것으로 생각한다"며 "메달을 달고 귀국했어야 할 선수들이 그러지 못해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또 그는 "더 열심히 준비해서 다음 번에는 이 같은 문제의 여지조차 없도록 하겠다"고 덧붙혔다. 

"이번 올림픽의 선전은 기념비적 쾌거"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한국 선수단이 2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한국 선수단이 2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 유성호


금메달 6개, 은메달 6개, 동메달 2개. 박용성 대한체육회 회장은 동계올림픽 사상 최고의 성적을 거둔 이번 밴쿠버 올림픽에 대해 자평하며 "84개 참가국 가운데 종합 순위 5위를 기록하는 동시에 피겨, 스피드스케이팅, 쇼트트랙 등의 경기에서 고른 선전을 펼친 것은 기념비적 위업"이라고 말했다. 이어 박 회장은 "밴쿠버 올림픽의 선전을 바탕으로 한국의 체육계는 2018년 동계올림픽의 평창 유치에 총력을 기울일 생각"이라고 전했다.

이번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한국선수단을 이끌었던 박성인 단장은 여러 선수들의 쾌거에 대해 차례로 언급하며 "한결같은 국민들의 성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2018 동계올림픽 유치를 두고 유력한 후보인 독일이 한국보다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는 지적에 대해 박 회장은 "분명 독일의 적극적인 참여가 두드러지기는 했지만 다양한 종목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우리나라 또한 큰 힘을 얻었다"며 "컬링, 하키 종목에 출전하지 못한 것이 장애가 될 수 있지만 평창이 동계올림픽을 유치하게 될 가능성은 큰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한국 선수단이 2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한 뒤 버스를 타고 공항을 나서자 팬들이 손을 흔들어 보이고 있다.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한국 선수단이 2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한 뒤 버스를 타고 공항을 나서자 팬들이 손을 흔들어 보이고 있다. ⓒ 유성호


밴쿠버 올림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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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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