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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도시를 가든 그곳에는 좀 특별한 마을들이 있게 마련이다. 물론 평범한 것처럼 보이는 곳도 그 가치를 발견해 가꾸고 돌보면 훨씬 개성 있는 마을로 거듭나겠지만 태생적으로 조건을 갖추고 있다면 경쟁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여기 좀 특별한 맛을 지닌 마을이 있다. 전라도 남동쪽 끄트머리에 있는 벌교에 예전에는 섬, 지금은 육지인 장좌마을이 그곳인데 특별한 세 가지의 매력이 숨어있다. 사람들이 장좌마을을 벌교의 보물이라고 하는 이유 또한 거기에 있다.

 

첫째, 마을 주변으로 온통 갈대밭

 

 

장좌마을은 벌교의 바닷가 쪽에 위치해 있고 고흥반도로 들어가는 길목에 있다. 지금은 물길이 달라지고 다리까지 놓여 당연히 육지라고 생각하지만 먼 옛날에는 바닷물이 마을 주위를 드나들고 개천이 감싸고 있던 1100여년의 역사를 가진 섬마을.

 

이렇게 시작한 섬마을의 역사가 징검다리 하나로 육지마을의 역사로 변하면서 갯벌과 갈대라는 흔적을 남겨놓게 되는데 마을 앞 개천을 시작으로 여자만 바다와 맞닿아있는 곳까지 약 3km 구간을 양탄자처럼 온통 황금색으로 수놓고 있는 갈대는 섬마을의 역사가 남겨 준 선물이다.

 

이 갈대의 형태를 환상적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인근 순천만이 온실의 화초처럼 질서정연하게 관리되고 육성되는 것에 비해 이곳은 자연 그대로 방치하듯 널브러져있어 천연의 거친 맛이 그대로 살아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자연적인 맛에 더해 최근 그에 버금갈 정도로 인공미가 아닌 거칠게 만들어진 산책길은 흙길을 좋아하고 천연의 느낌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인기 만점이다. 적어도 실적에 눈멀고 생색내기 좋아하는 사람이 못질을 하지 않는다면 장좌마을의 명품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둘째, 아직도 전통이 이어지는 산신제와 별신제굿

 

 

마을을 하늘에서 쳐다보고 등고선을 그린다면 동심원 한 개면 충분할 정도로 나지막한 동산이 마을 중심에 자리하고 있다. 그 주변으로 집들은 미로처럼 얽히고설켜있다. 골목의 형태는 리어카 정도가 겨우 들어갈 정도인데 처음 방문자에게는 어디서 길이 막힐까 고민도 될 만한 진짜 올레길이다.

 

그리고 야산 꼭대기(영구봉)에는 800년 동안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를 담은 상당과 중당, 두 사당이 자리하고 있다. 상당은 상인 김씨가 희사해 지은 산신각으로 먼 옛날 김씨가 배를 타고 경상도로 장사를 떠났다가 장좌마을 산신의 도움으로 풍랑을 피해 목숨을 건지고 부자가 되자 감사의 마음으로 그 산신을 위해 번 돈을 모두 희사해 만들어졌다고 하며, 그 아래에 있는 중당은 마을 주민들의 여망인 다리를 놓아주고 죽을 때도 마을을 위해 전 재산을 내 놓은 고려 때의 인물 선근할머니(법명 연안보살)를 기리기 위해 만들어 놓은 것으로 이곳에서는 매년 정월 초부터 보름까지 산신제와 별신제를 지낸다.

 

그런데 그 오랜 세월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형태와 절차가 변함없이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는 점이 아름답다. 이 별신제굿은 지난 89년도 남도문화재에서 대상을 받고 90년도에 전국민속예술경연대회에서 문화관광부장관상을 수상하는 등 대외적으로도 인정받고 있는 것은 물론 마을 내에도 사단법인이 있어 보전되고 있다.

 

셋째, 전라도 남동부지역 최초 3·1운동의 현장

 

장좌마을 또 하나의 의미는 일제강점기 때 전국적으로 독립만세운동이 일던 시기에 전라남도 동남부 지역에서는 최초로 태극기를 흔들며 자주독립을 요구했던 곳이 바로 장좌마을이라는 점이다.

 

당시 지금은 벌교읍내로 옮겨간 장터가 장좌마을에 있었는데 장날을 이용해 주민들이 만세운동을 벌였고 피를 흘렸지만 장터가 사라지면서 함께 역사 속으로 묻히고 말았다. 다행스럽게 2009년 박동훈, 정철회, 진성스님등이 복원해 만세운동을 재현했고 그 행사는 올해도 진행될 예정이다.

 

넓은 천연의 갈대밭을 끼고 있는 아름다움 동네 벌교 장좌마을, 기부문화를 선도한 사람들을 위한 전통 그대로의 방식으로 800여년을 이어내려오고 있는 산신제와 별신제, 나라의 독립을 위해 만세운동이 벌어졌던 고귀한 피의 현장. 한 번쯤 방문해 의미를 되새겨볼만한 괜찮은 마을 중에 하나다.

덧붙이는 글 | 남도TV에도 실렸습니다


태그:#바이크올레꾼, #남도여행, #벌교, #장좌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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