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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수들의 대모'라고 불리는 조성애 수녀.
 '사형수들의 대모'라고 불리는 조성애 수녀.
ⓒ 이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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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대체: 25일 오후 6시 22분]

헌법재판소에서 사형제 위헌법률심판 사건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린 25일, 사형수들을 바로 옆에서 지켜본 이들은 '용서'를 말하고 있다. '사형수들의 대모'로 불리는 조성애 수녀, 직접 사형 집행을 한 교도관이었던 고중렬씨, 사형수들의 변호를 맡았던 박형근 변호사가 그들이다.

사형제 합헌 결정 소식을 들은 조성애 수녀는 "믿고 싶지 않다"며 입을 뗐다. 조성애 수녀의 목소리는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25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조성애 수녀는 "1분 1초도 생명을 위해서 얼마나 중요한 시간인데 도대체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는 일인가요"라며 "사형제, 언젠가는 꼭 폐지될 것이라 믿는다"라고 말했다.

조성애 수녀가 89년부터 만난 사형수는 40여 명에 달한다. 사형수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에 등장하는 수녀의 실제인물이 조 수녀이기도 하다. 그는 매주 화요일 사형수를 만나고 있다.

사형수들에 대한 조성애 수녀의 마음은 한결같다. 바로 '용서'다. 조성애 수녀는 "그들의 잘못을 잊자는 것이 아니다"라며 "다만 그들이 잘못을 깨닫고 바뀌도록 노력하는 것이야말로 우리들이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사형수들을 내치지 말고 용서로 감싸 안자는 것이다.

조성애 수녀는 "대부분 사형수들은 뉘우치고 회개하려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며 "그들도 사람으로서 살아야 할 의무가 있는데, 큰 죄를 지은 사람들은 그 의무마저 버려야 하느냐"고 말했다.

조성애 수녀는 "죄는 밉고 끔찍하지만 그들은 제정신으로 그런 짓을 한 것이 아니다"라며 "잘 교육해서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인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따라서 "사형제보다는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택해 그들에게도 회개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직 교도관 "나쁜 사람을 죽여도 살인"

19년 동안 전주, 군산형무소와 서울 구치소에서 사형수 담당 교도관으로 근무하며 200명이 넘는 사형수의 죽음을 지켜본 고중렬(77, 서울 면목동)씨 역시 헌재의 결정에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사형수들을 가까이에서 오랫동안 보아온 고씨는 25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사형수들은 수감 후 우리보다 착한 사람이 된다"며 "사형수들이 처음 들어오고 1년 정도는 행실이 좀 안 좋지만 그 이후엔 모두 자신의 죄를 뉘우치고 누구보다 선한 사람이 된다"고 덧붙였다.

고씨는 "나쁜 사람을 죽여도 살인이고, 좋은 사람을 죽여도 살인"이라며 "사형수들의 목숨을 빼앗는 것도 똑같은 살인이다"라고 말했다.

"이번 판결은 함무라비 법전에나 나올 법한 이야기"

사형수 변호를 맡으며 20년 동안 그들을 지켜본 차형근 변호사 역시 "이번 판결은 3천 년 전에 나온 함무라비 법전에나 나올 법한 이야기"라며 "살인이라는 죄에 살인이라는 벌로 답하는 것은 21세기에 있을 수 있는 판결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25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차 변호사는 "14년 전 사형제 합헌 결정이 난 이후 우리나라는 조금도 발전하지 않았다는 것을 뜻한다"며 "벌을 하지 말자는 것이 아니라 그 벌 중에 살인은 빼자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차 변호사는 "무엇이 죄지은 사람으로 하여금 더 부끄럽게, 뉘우치게 할 방법이냐의 답이 '용서'다"라며 "그 답에 도달하기까지 어려운 점이 분명 있겠지만 다가서야 한다"고 말했다.


태그:#사형제 , #합헌, #조성애 수녀 , #사형수들의 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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