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정부가 자율형사립고(자사고)의 귀족학교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해 도입한 사회적 배려대상자 전형(사회적 배려 전형)을 악용한 부정 입학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예상된다.

지난 23일 한 중학교 학생 두 명이 학교장 추천서를 받아 자사고 2곳의 사회적배려 전형에 응시한 것이 서울시교육청에 의해 확인된 것. 추천서를 받은 두 명은 사회적배려 자격 요건이 안되는 경우였다.

허술한 기준, 예견된 사태

이번 사태에 대해 학교 현장에서는 '예견된 일'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 해 12월 3일 서울시교육청이 발표한 2010학년도 자율형사립고 신입생 원서 접수 마감 현황에 따르면 13개교 중 8개 학교가 사회적 배려 전형 미달 사태를 빚었다.

나머지 5개 학교 역시 미달 사태는 면했지만 저조한 경쟁률을 보이는 등 사회적 배려 전형은 '귀족학교에 다닐 수 있는 서민 학생은 없다'는 교육시민단체들의 주장을 뒷받침하듯 흥행에 참패했다. 일반전형 미달 학교가 2개에 불과한 것과 대비되는 상황이 연출된 것.

이 같은 상황이 연출되자 8개 학교는 미달 인원에 대한 추가 모집을 실시했고 이 기간 동안 일선 중학교에서는 '학교장 추천'에 대한 문의가 이어졌다. 기자가 제보받은 복수의 사례에 의하면 "사회적 배려 전형 미달 자리에 지원할 수 있도록 학교장 추천서를 써달라"는 학부모들의 요구가 꾸준히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서울 A중학교 교사는 "학부모가 사회적 배려 대상자가 아닌데도 추가 모집을 진행하는 학교에 학교장 추천서를 써달라고 요청했고 거부 의사를 밝히자 학교 관리자까지 찾아갔다가 불가 입장을 듣고 포기한 사례가 있다"고 밝혔다.

사회적 배려 전형의 학교장 추천에 대한 구체적 가이드라인이 없는 상황에서 애꿎은 중학교 담당자들에게만 불똥이 튄 셈이다.

사회적 배려 대상 서류 안 되면 추천서만 받아라?

서울시교육청은 자사고 추가 모집을 알리는 보도자료를 통해 "사회적 배려 대상자 전형의 경우에는 추가모집에서도 사회적 배려 대상자만을 대상으로 지원받아 선발하게 된다"고 밝힌 바 있다.

사회적배려 전형에 학교장 추천서만 있으면 입학할 수 있다는 내용의 공지가 올라와 있는 한 자사고 홈페이지. 강성란 기자
▲ 자사고 홈페이지 사회적배려 전형에 학교장 추천서만 있으면 입학할 수 있다는 내용의 공지가 올라와 있는 한 자사고 홈페이지. 강성란 기자
ⓒ 강성란

관련사진보기


하지만 추가 모집 결과 사회적 배려 전형 정원을 모두 채운 B고교의 경우 학교 홈페이지 공지사항의 '특별전형 추가 모집 질의에 대하여'라는 글을 통해 "추가모집 지원 자격은 사회적 배려 대상자 서류를 구비하거나 서류 구비가 안 되는 경우 중학교장의 추천서를 받으면 됩니다"라는 답변을 올린 것으로 드러났다.

사회적 배려 대상 전형의 '기타 경제적으로 어려운 학생 중 학교장이 추천한 자'라는 기준이 별도의 '학교장 추천 전형'으로 인식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이 학교 홈페이지에 올려진 자사고 전형요강을 살펴보면 사회적 배려 전형 중 학교장 추천의 경우 '학교장 추천서'를 제외한 그 어떤 증빙 서류도 요구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적 배려 전형 추가 모집을 실시한 C 고교 역시 학교장 추천을 위한 제출 서류로 학교장 추천서와 자기소개서만을 내도록 했다.

반면 학교장 추천자의 경우 추천서 및 해당 증빙 서류를 함께 제출하도록 한 D고교는 사회적 배려 전형 추가 모집에서도 미달 사태를 보였다.

이에 대해 이민숙 전교조 서울지부 수석부지부장은 "귀족학교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면피용으로 만든 사회적 배려 전형이 면피 역할을 하지 못했음을 보여줬다"면서 "예측 가능한 문제였음에도 관련 지침을 세우지 못한 교육청이 이제 와서 일부 학교 담당자를 탓하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교육희망>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자사고, #사회적배려전형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전교조에서 발행하는 주간지 <교육희망>의 강성란 기자입니다. 다른 이들과 공유하고 싶은 교육 소식을 기사화 해서 올릴 예정입니다.

이 기자의 최신기사교직원 전체회의 괜찮나요?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