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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아이가 다니던 어린이집을 옮기게 됩니다. 벌써 2년이나 다녔는데, 이사 때문에 어쩔 수 없게 되었습니다. 이 어린이집은 다문화 가정 어린이도 수용하는 등 저와 상당히 교육철학이 맞았던 곳이었습니다. 아이들에게 자연체험도 많이 시키고 말이지요.

 

섭섭하고, 고마운 마음에 뭔가 표현을 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저와 아내는 어린이집 아이들에게 맛있는 간식을 선물할 생각을 하였습니다(사실 아내의 아이디어였지요^^). 간식거리는 장인어른께서 직접 농사지으신 친환경 딸기입니다(관련글 : 새콤달콤의 결정체 딸기밭에 가다).

 

오늘 아침 식사를 하며 아내가 건희에게 얘기하였습니다.

 

"건희야, 딸기 할머니한테 전화할까?"

 

"할머니? 그래, 건희가 할게요~"

 

"건희야, 할머니한테 딸기 보내주세요~라고 말해~~"

 

어라, 한참 신나하던 녀석이 갑자기 말이 끊겼습니다. 그러더니 엄마를 이상한 눈으로 바라보며 얘기합니다.

 

"우리 딸기 있잖아~"

 

예, 녀석의 말처럼 저희 집에는 딸기가 있었습니다. 지난 번 장모님께서 보내주신 1박스가 남아있던 거지요. 건희의 눈에는 이미 딸기가 있는데 또 달라 말하라는 게 이해되지 않았던 것이지요.

 

 

앗, 순간 뭔가로 한대 얻어 맞은 느낌이었습니다. 건희의 얘기를 듣고 나니 순간 내 자신이 부끄러워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아버지로도 그렇지만 어른으로서 더욱 그랬습니다. 우리 사회는 내 것을 좀 더 많이 거두고, 품으려 합니다. 돈이든 명예든 권력이든 한번 움켜쥐면 절대 그 기득권을 포기하지 않으려 합니다. 그러나 이 어린 아이의 마음은 있는 것으로도 감사하고, 만족할 줄 알고 있었던 것입니다.

 

 

건희가 어린이집을 갈 때 저는 딸기를 간식으로 싸주었습니다. 그런데 건희가 이 때는 많이 싸달라 얘기합니다. 친구들과 선생님이랑 나눠 먹겠다는 것입니다. 하하, 이 녀석 너무 대견하더군요.

 

오늘 이 아침에 딸아이를 통해 인생을 한수 배운 것 같습니다. 너무 욕심낼 필요는 없겠지요. 욕심을 낸다하여 더 많이 얻는 것도 아닙니다. 그저 경쟁에 경쟁을 더하다 나도 지치고, 주위도 힘들게 할 뿐이지요. 우리 삶은 넉넉하게 나누는데 참 기쁨과 행복이 있는 게 맞는가 봅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필자의 블로그 [라이프]하늘바람몰이(http://kkuks81.tistory.com)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태그:#나눔, #육아일기, #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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