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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의원 선거구제를 대하는 '광주 민주당'의 2005년과 2010년의 길은 확연히 달랐다.

 

'정치개혁'을 주창하며 열린우리당이 어정쩡한 행보를 할 때 2005년 민주당 광주광역시당은 4인선거구 유지를 당론으로 결정, 원안대로 통과시켰다.  전국적으로 '새벽 본회의'나 '버스 본회의' 등으로 상징되는  다수당의 횡포 속에 선거구가 쪼개질 때 광주만큼은 달랐기에 민주당은 '칭찬'을 받았다.

 

그러나 민주당이 완전히 장악한 2010년 광주광역시의회는 2월 18일을 '지방자치 15년 치욕의 날'로 기록했다.

 

개원 이래 첫 경찰력 동원...4인선거구 모두 분할

 

선거구 분할에 반대하는 시민단체와 소수정당의 본회의 '보이콧'에 1991년 개원 이래 처음으로 경찰력까지 동원하는 초유의 사태를 연출했다. 특정 사안을 두고 시민사회단체와 시의회가 갈등을 빚어 의원들의 본회의장 출입을 막아선 사례는 여러 차례 있었지만 경찰을 동원한 사례는 그 동안 없었다.

 

시민사회단체는 "역사상 집행부 견제는 물론 의원 자질 면에서 '가장 못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5대 의회가 마지막까지 추태를 보여줬다"며 찬성 의원들에 대한 공천 배제 등을 요구하며 반발하고 있다.

 

18일 오전 11시 30분 광주시의회는 제186회 임시회 2차 본회의를 열고 '광주광역시 구의회 의원 선거구와 의원정수에 관한 일부개정조례안'에 대한 수정안을 의장 직권으로 상정해 의결했다. 시의원 8명이 서명해 서면으로 제출된 수정안은 4인선거구 6곳을 모두 2인선거구로 분할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날 본회의는 재적의원 16명 중 14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고 찬성 12명, 기권 2명으로 수정안이 가결됐다. 반대 의사를 표명한 의원은 한 명도 없었다.

 

애초 광주시 선거구획정위원회는 19개 선거구 중 4인선거구 6곳, 3인선거구 9곳, 2인선거구 4곳으로 획정해 시의회에 부의 안건으로 제출했다. 그러나 이날 시의회가 가결한 수정안은 4인선거구를 모두 2인선거구로 쪼개 3인선거구 9곳, 2인선거구는 16곳으로 크게 늘어 선거구는 모두 25곳으로 늘어났다.

 

애초 시의회는 이날 오전 10시 본회의를 개최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광주 희망과대안', 광주전남여성정치네트워크 등 시민사회단체 회원과 민주노동당·진보신당 당원 등 40여 명이 본회의장 출입문을 막고 의원들의 출입을 봉쇄했다.

 

강박원 의장 등 시의원들은 수차례 본회의장 입장을 요청하거나 시의회 청원경찰 등을 동원해 회의장 진입을 시도했지만 몸싸움 끝에 무산됐다. 강 의장과 일부 의원은 "시민의 뜻이라고 하는데 우리는 시민들이 대표로 뽑아 준 의원들이다"며 "당당하게 들어가서 처리할 것이고 우리가 잘못했다면 지방선거에서 낙선시키면 되는 것 아느냐"고 말하기도 했다.

 

결국 10여 분간의 몸싸움 끝에 강박원 의장을 비롯한 의원들은 경찰이 만들어 준 틈새를 비집고 본회의장으로 진입하거나 집행부 관계자들이 출입하는 '쪽문'으로 들어가 본회의를 열었다. 시의회는 본회의장 출입문 뿐 아니라 방청석으로 통하는 출입문도 틀어막기도 했다.

 

 시민단체·소수정당 "분할 찬성 시의원 공천에서 배제하라"

 

19일 광주시민단체협의회·민주노동당·진보신당 등 5개 시민사회단체와 소수정당도 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은 광주시의회의 폭거에 대해 시민에게 사과하라"며 "4인선거구 분할에 찬성한 소속 시의원 전원을 공천에서 배제하라"고 촉구했다. 이들 단체는 "질서 유지권 남용과 시민의 알권리마저 가로막은 강박원 의장은 모든 책임을 지고 사퇴하라"면서 찬성 의원 전원의 의원직 사퇴를 요구했다.

 

특히 이들 단체는 민주당에 대해 "시의회 자율성을 말하면서 실제로는 당론을 명분으로 선거구 분할을 유도해 독점을 유지하려는 민주당은 지역민의 냉혹한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광주시당은 그 동안 입장 표명 요구에 "시의회에서 알아서 할 일"이라며 당론을 모으지 않았다. 공식적으론 그렇다. 또한 김동철 광주시당위원장을 비롯한 그 어떤 지역 국회의원도 이 문제에 대해서는 침묵해 왔다.

 

그러나 행정자치원회를 파행으로 이끌었던 선거구별 의원 정수 조정에는 관심이 높았다. 해당 지역 일부 의원들은 문서나 구두로 자기 지역구 기초의원 수를 늘려달라고 요청했다.

한 시의원은 반대 입장을 보인 시의원에게 국회의원 실명을 거론하며 "OOO의원이 시켜서 그러는 것 아니냐"며 언성을 높이는 등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갑선거구와 을선거구가 의원 수 늘이기에 '기 싸움'을 벌인 것이다.

 

한 시의원 측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당론이 없다지만 실제는 암묵적이고 비공식적으로 시의원에게 분할하라는 의견이 전달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고 실제 광주시당 분위기는 "분할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이 때문에 시민사회단체 등은 "민주당은 시의회 뒤에 숨어서 선거구 분할을 추진한 것"이라고 비난하고 나선 것이다.

 

민주당 한 인사도 "지역 국회의원들이 중앙에서는 한나라당의 소선거구제 주장에 반발하면서도 정작 중대선거구제를 무력화 시키고 있는 광주시의회는 뒷짐만 지고 있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라며 "자기 기득권에만 관심이 있기 때문이다"고 비판했다.

 

강박원 의장이 "우리가 잘못했다면 지방선거에서 낙선시키면 될 것 아니냐"고 말한 것처럼  4인선거구 분할을 결행한 '광주 민주당'에 대한 표심에 영향을 줄지 관심이다.

 

양형일·정찬용 시장 예비후보 "수치스러운 일"

일각에서는 민주당 광주시장 후보에게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윤난실 진보신당 광주시장 예비후보는 "4인선거구 분할 반대 없는 '호남 개혁 공천'은 '눈 가리고 아웅'에 불과하다"며 "민주당 광주시장 후보인 강운태, 이용섭 의원과 정동채 예비후보 등은 선거구 분할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선거구 분할에 대한 입장이 없다면 민주당 광주시장 후보들은 개혁을 말할 자격이 없을 것이다"고 비판했다.

 

후보군 중 민노당과 진보신당을 제외하면 민주당 양형일 예비후보와 무소속 정찬용 예비후보만이 선거구 분할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분할에 반대 입장을 보여왔다.

 

양형일 후보는 "경찰력을 동원하면서 까지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관철 시킨 것"이라며 "전체 당원은 물론 광주시민의 명예에 먹칠을 한 수치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시의회의 수정안 파행 처리는 현재 민주당이 반MB 전선 구축을 위해 고심 중인 야권연대를 통한 연합정치 구상에도 찬물을 끼얹은 우매한 행태"라며 "겉으로는 정치연합을 내세우면서 안으로는 지역정치의 이기주의에 빠져 오히려 분열을 자초하는 행위를 하는 것은 민주당에 대한 불신을 가중시키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정찬용 후보도 "의회를 장악하고 있는 민주당이 소수정당의 진입을 막고 독점구조를 강화해 의회 존치 목적을 훼손하고 있다"며 "경찰까지 동원한 추태를 보였다"고 비판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민의소리>에 게재된 기사를 일부 수정한 것입니다.


태그:#광주광역시의회 선거구분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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