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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사 첫 일정으로 '팔당유기농지보존대책위' 유영훈 대표, 농민분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답사 첫 일정으로 '팔당유기농지보존대책위' 유영훈 대표, 농민분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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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인 강물에 손대지마라!

지난 2월 6일 한강 답사를 다녀왔다. 1월 말 2박3일 간에 걸친 낙동강에 이은 두 번째 4대강 답사다. 첫 일정으로 4대강 사업 때문에 30년간 유기농업을 해온 농민들이 쫓겨나게 된 '팔당 유기농업단지'를 들렀다.

팔당 유기농업단지 문제는 이미 언론에 여러 번 보도되었다. 하지만 직접 현실을 확인하고 싶었다. 직접 봐야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팔당유기농보존대책위' 사무실 문을 열자 유안진 시인의 시가 한 눈에 들어왔다.

"… 좁고 넓게 깊고 얕게 짧고도 유장한 어머니의 목청 그대로 / 아리랑 강물소리에 손대지마라 / 본래 지닌 모습 그대로 건드리지 마라 / 손대지 않는 것이 최대의 개발이고 최상의 보존이니 / 태어난 제자리 이 땅을 이 모습을 망치지 마라 / 고속철 고속도로에 항공과 바다로도 충분해 / 어머니인 강물만이라도 건드리지 마라 제발" - 유안진, '어머니인 강물에 손대지마라' 중에서

팔당 유기농단지를 지키자!

친환경농법인 수막재배로 지은 딸기가 탐스럽게 잘 익어있었다.
 친환경농법인 수막재배로 지은 딸기가 탐스럽게 잘 익어있었다.
ⓒ 김영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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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당 유기농단지는 한국 유기농의 태동지이다. 1975년 팔당댐을 만들면서 수몰되고 남은 농지에 주민들이 하천부지 점용허가를 얻어 30년 이상을 경작해온 곳이다. 수도권 최대의 유기농단지로 수도권 35만 가구에 친환경 식품을 공급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식물성 유기농 비료와 지하수를 관으로 순환시켜 보온효과를 내는 '수막재배'를 이용해 농사를 짓고 있었다. 친환경 농법인 '수막재배'는 지하수로 보온효과를 내기 때문에 겨울에도 연탄 한 장, 석유 한 방울 쓰지 않았다. 그런 지혜와 노력으로 강을 오염시키지 않고 오히려 강의 수질을 보호해 온 곳이었다. 그래서, 지난 대선 때 MB가 방문해서 격려를 했고, 김문수 도지사도 방문하여 2011년 세계유기농대회 유치를 치하했다.

그런데 돌연 4대강 사업을 밀어붙이면서 이 곳 유기농 단지 43만여 평 중 21만여 평에 자전거 도로와 위락 시설을 만든다고 한다. 100여 가구의 농민들이 내쫓길 상황이다. 명분은 양수리가 홍수 위험에 처해 있고, 수질을 오염시킨다는 것이다.

그러나 팔당유기농보존대책위 유영훈 대표는 "양수리는 이제껏 홍수가 난 적이 없는 곳이다"고 했다. 국제유기농업운동연맹 캐서린 디마티오 회장은 "유기농은 수질을 오염시키지 않을 뿐더러 물을 정화시킨다. 프랑스와 독일에선 상수원의 수질을 유지하기 위해 유기 농업을 하도록 정부가 지원한다"고 말했다.

농업의 가치, 환경의 가치, 또 수도권 1시간 거리에서 생태농업을 체험할 수 있는 이곳의 가치는 자전거 도로와 위락시설을 짓는 것 보다 훨씬 크다. 대부분의 국민도 같은 의견일 것이다. 그러나 MB정부는 3, 4월이 되면 포크레인을 동원해 이곳을 강제로 밀어내고 농민을 쫓아낼 것이다.

현재 대책위에서는 행정 소송을 비롯해 '하천공사시행계획 고시 효력정지가처분' 신청을 낸 상태다. 중앙대 법대 이상돈 교수는 "정부의 조치는 하천법상 공익재량 남용이고 또 행정상 신뢰보호 위반이기 때문에 행정소송을 하면 승소할 수 있다"라고 했다.

지난 연말 20일간 단식을 한 터라 몹시 여위어 있던 유영훈 대표, 농민분들과 긴 대화를 나눴다. 유기농단지는 농촌문화 체험 학습장으로 연간 12만명이 들르는 곳이라고 했다. 이를 발전시켜 '생태관광농업'을 구상중이라고도 했다. 이 내용을 수차례 정부에 전달했다고 하는데, 아무런 반응이 없다고 했다.

대책위 활동 동영상에서 경찰에 연행되던 젊은 농부의 울부짖음이 아직도 귀에 선하다.

"니들이 뭐간데 무슨 이유로 우리를 내쫓나. 제발 이대로 농사짓게 해달라!"

두물머리 끝자락에는 십자가가 꽂혀 있다

두물머리 끝자락에 꽂혀 있는 나무 십자가가 의미심장하다.
 두물머리 끝자락에 꽂혀 있는 나무 십자가가 의미심장하다.
ⓒ 김영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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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담회를 마치고, 두물머리 끝자락을 들렀다. 두물머리는 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나는 곳이라고 해서 지어진 이름이다. 그 두물이 만나는 지점에서 한 곳은 얼고 한 곳은 안 얼어 있었다. 그 지점에서 고니떼가 유유자적 즐기고 있었다.

두물머리 끝자락에는 젊고 순박한 얼굴을 가진 농부 가족이 딸기 농사를 짓고 있었다. 한 겨울이었지만, 수막재배를 하는 비닐하우스 안에는 딸기가 빨갛고 탐스럽게 익어 있었다. 그 맛이 참 좋았다. 토요일 농촌 체험을 온 젊은 부부와 아이들이 신나게 딸기를 따며 웃고 있었다. 4대강 사업으로 이 곳에서 다시 그 밝은 웃음을 볼 수 없게 될 것이다. 그 웃음과 가족의 추억을 지켜주는 것이 바로 내가 할 일이었다.

신부님이 단식농성중인 두물머리 가장 끝자락에는 큰 십자가가 꽂혀 있다. 천주교 분들께서 신부님께 힘을 보태고, 이곳 유기농단지를 보존해달라는 마음을 담아 하느님의 은총을 기원하며 세워놓은 것이라고 했다.

그 십자가가 4대강 사업으로 생명을 잃을 이 곳 두물머리에 꽂힌 묘비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제발 이곳을 없애지 말라는 비장한 외침으로도 들렸다.

한강에 보를 만들면 수도권 식수원 수질이 악화된다

팔당 유기농업단지에서 나와 이포보로 향했다. 4대강 한강 사업의 주 내용은 여주 지역에 이포보, 여주보, 강천보를 세우고, 공사관계자의 말대로라면 300m 넓이에 3m 깊이로 강의 모래를 준설하여 물을 채우는 것이다. 이 정부가 강의 수질을 높이고 홍수와 가뭄에 대비한다는 것이 4대강 사업의 명분인데, 가뭄・홍수 지역은 강원도와 동해안 지역 등이지 4대강 지역이 아니라는 것은 이제 많은 국민이 알고 있을 것이다. 강물을 가두면 강물의 속도가 느려져 오염도가 높아지고 모래를 퍼내면 강의 자정기능이 사라진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알 일이다.

이번 답사를 안내해준 여주환경운동연합 이항진 집행위원장은 한강 사업의 가장 큰 문제점은 2,300만 수도권 주민의 식수원 수질이 악화되는 것이라고 했다. 이 문제는 경기개발연구원 팔당물환경센터 선임연구위원 송미영 박사의 보고서에 잘 나와 있다고 했다. 답사를 마치고 송 박사의 '4대강 살리기 사업과 후속사업 대응방안'이란 제목의 보고서를 찾아보았더니 그 사정이 잘 나와 있었다.

보가 설치 되면 BOD가 0.5mg/L 높아지고 녹조가 확산된다

송 박사의 보고서에 따르면, 보를 만들면 강의 유속이 느려져서 생물학적산소요구량(BOD)이 0.5mg/L 정도 높아진다고 한다. 지난 10여년간 팔당 수질을 0.5mg/L 낮추려고 수조 원을 투자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특히 하천의 오염정도가 높은 곳에 보를 만들어 오염된 물을 가둬놓으니 수질이 더 악화될 수밖에 없다. 결국, 보로 말미암아 강의 부영양화가 심해져서 녹조 발생이 더 많아지고 이는 다시 BOD의 증가로 이어지고 수질 악화로 나타난다. 이를 해결하려면 보를 없앨 때까지 계속 수질 정화 사업으로 엄청난 세금을 퍼부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수질이 좋아진다는 보장은 없다.

송 박사의 보고서는 준설에 대한 영향은 제외한 것이다. 그래서 준설의 영향을 감안한다면 수질 악화의 정도는 더 할 것이다. 특히 낙동강의 함안보, 달성보의 경우처럼 퇴적토의 오염도 문제가 중요한데 국립환경과학원의 '2008년 하천 호소 퇴적물 모니터링 시범사업 최종보고서'에 따르면 한강 퇴적물의 평균 비소 오염도가 20.20mg/kg이다. 이는 미국 해양대기관리청 퇴적물 관리기준 8.2mg/kg의 약 세배에 달하고 있어 준설 중에 이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이 크다.

여주보로 인해 세종·효종대왕릉 세계문화유산 등재가 취소될 수 있다

여주군 능서면 왕대리 산83-1에는 영릉이 있다. 영릉은 세종대왕과 소헌왕후 심씨의 합장릉이다. 사적 195호인 영릉은 천하의 명당으로 세종대왕의 릉을 이곳으로 옮겨 조선 왕조의 국운이 100년이나 더 연장되었다고 하는 말이 전한다. 영릉을 비롯한 40기의 조선 왕릉은 세계에서 왕릉의 원형이 가장 잘 보존된 곳으로 작년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가 결정되었다.

여주보는 효종대왕릉으로부터 약 1.6km, 세종대왕릉으로부터 약 2.1km, 문화재구역으로부터 약 700m 이상 떨어진 곳에 들어선다. 지역 시민·환경단체들은 여주보가 들어설 경우 세종·효종대왕릉이 세계문화유산에서 취소당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세종ㆍ효종대왕릉 주변이 산림지역으로 형성돼 있어 여주보가 능 뒤쪽으로 설치될 예정이기 때문에 경관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정부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고 넘어갈 수 없다. 정부의 시각과 유네스코의 시각이 다를 수 있다. 작년 6월에 독일 남부 드레스덴 엘베계곡이 계곡 부근에 대형 교량을 건설한다는 이유로 세계문화유산에서 최초로 취소당한 일이 있다. 독일 정부의 무리한 건설이 자초한 불명예를 우리가 반복해서는 안된다. 더 신중한 조사가 필요하다.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지 얼마 되지도 않아 취소당하는 것은 국가의 수치고 불명예다.

사라지는 습지와 단양쑥부쟁이의 훼손을 보다

국민의 70%이상이 4대강 사업을 반대하고 있다. 졸속하고 무리하게 진행되는 4대강 사업을 멈추기 위해서는 절대적인 국민의 반대 의사를 한곳으로 모으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많은 국민이 4대강을 직접 가보고 느껴보아야 한다.

우리의 강과 습지와 백사장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얼마나 많은 생명들이 인간과 함께 이 땅에서 살고 있는지, 그 생명들을 몰살하도록 내버려두고도 우리 인간들만 잘 살 수 있는지 생각하고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 일환으로 우선 시민 50여 명과 함께 남한강 걷기를 하기로 하고 이포보 공사 현장 부근에서 만났다.

그 분들과 함께 이포보, 여주보, 강천보 현장을 둘러보고 나서 이항진 위원장의 안내로 5km 정도의 바위늪구비길을 걸었다. 바위늪구비는 전 세계에서 1종밖에 없는 멸종위기 2급 식물인 단양쑥부쟁이의 유일한 자생지이다. 이 자생지의 80%가 정부의 4대강 사업으로 훼손될 상황이다.

바위늪구비 지역 4대강 공사 전·후 비교. 무엇을 위한 공사인가.
 바위늪구비 지역 4대강 공사 전·후 비교. 무엇을 위한 공사인가.
ⓒ 김영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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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사 보름 전쯤부터 바위늪구비 일대 물억새와 버드나무들을 포크레인으로 밀어버렸다고 했다. 걷는 길 곳곳에 잘려지고 찢겨진 나무들이 가득 쌓여있었다. 돌길의 돌들은 태반이 반쪽나 있었다. '단양쑥부쟁이 군락지'라며 울타리를 쳐놓고 보호를 한다고 하지만, "강의 생태계 전체가 파괴되는데 저 곳만 남겨둔다고 쑥부쟁이가 살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라는 김상화 한국강살리기 네트워크 공동대표의 지적에 정부는 뭐라고 답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남한강의 중하류 지역은 습지가 발달하여 국내 최대인 50km의 습지가 생성되어 있는 곳이다. 이에 따라 다양한 수생식물과 육상식물들이 생태적으로 안정된 곳이며, 철새와 텃새가 서식하기에 좋은 곳으로 보존가치가 높은 곳이다. 이 때문에 2008년 내셔널트러스트 보전대상지 시민공모전 '이것만은 꼭 지키자! 한반도의 강'에서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 아름답고 수많은 생명들이 깃들어 사는 이곳이 4대강 사업으로 졸지에 준설 대상이 되어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강원·충정·경기 삼도가 만나고, 충주에서 내려오는 남한강, 원주에서 내려오는 섬강, 다시 청미천이 만나 세물머리라고도 하는 곳에 흥원창이 있었다. 흥원창에서 석양에 물든 강과 끝이 보이지 않는 강변의 습지는 천하의 절경을 이루고 있었다. 여기서 좀 더 올라가면 신륵사 주변 수백만평의 백사장이 나타난다. 준설이 끝나고 보가 들어서면 이 아름다운 습지와 백사장은 다 사라진다. 충주댐이 들어서 남한강에 모래가 더는 공급되지 않기 때문에 한 번 습지와 백사장을 잃으면 댐을 부수지 않는 한 다시 복원될 수 없을 것이다. 

흥원창에서 남한강·섬강·청미천이 만나는 세물머리를 바라봤다. 낙조가 천하의 절경을 이루고 있다.
 흥원창에서 남한강·섬강·청미천이 만나는 세물머리를 바라봤다. 낙조가 천하의 절경을 이루고 있다.
ⓒ 김영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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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강을 살립시다!

해가 지는 흥원창과 세물머리를 멀리하고 돌아오는 길에 유영훈 대표로부터 오전에 뵙지 못한 신부님을 뵐 수 있다는 연락을 받았다. 두물머리에 다시 도착해 단식농성중인 이창우 신부님을 뵈었다.

신부님이 계신 차가운 콘테이너 안 벽에는 '단식 27일째'라는 글씨가 붙어 있었다. 윤종일 신부님이 21일간 단식 농성을 하신 후 그 뒤를 이어 이창우 신부님이 6일째 단식농성중이셨다. 인적이 드문 곳에서 조용히 단식중인 젊은 신부님을 보니 낮지만 지엄한 외침을 듣는 듯 했다. 천주교는 정의평화위원회의 주도로 4대강 사업 반대 운동을 하고 있다. 2월 17일부터는 40일간 매일 미사를 연다고도 했다.

'생명의 강을 살립시다'라는 플래카드 앞에서 조용히 이야기하시는 신부님의 한 마디 한 마디가 매우 크게 다가왔다. 생명의 강을 살리는 일에 독자 여러분과 함께 하고 싶다.

덧붙이는 글 | 김영환(민주당 국회의원, 국토해양위원회, 민주당 4대강저지특위)은 1월말 2박3일간의 낙동강 답사에 이어 2월 6일 한강을 답사했다. 4대강 죽이기 사업의 현장을 둘러보고, 금강과 영산강 등 모든 현장을 둘러볼 예정이다.



태그:#4대강, #김영환, #생태답사, #흥원창, #두물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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