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김병모의 고고학여행> 1, 2

 

한양대학교 명예교수이자 고려문화재연구원 이사장인 김병모 교수는 이 두 권의 책을 쓰기 위해서 30여 년 동안 수많은 나라를 찾아다녔다. 아니 그 세월동안 많은 유적지를 돌아다닌 결과 이 책이 나오게 되었다고 하는 것이 맞는 표현이겠다.

 

그 때문인지 이 책의 무대는 아시아의 전역을 포함하고 있다. 책 속에서 김 교수는 가까운 일본과 중국은 물론이고 동남아 정글속의 유적과 몽골의 대초원을 누비고 다닌다. 거대한 바이칼 호수에서 중앙아시아의 민족과 한인의 관계를 생각하고, 인더스 문명의 고향인 파키스탄에서는 알렉산더 대왕의 행군을 상상한다. 지중해 너머 이탈리아의 폼페이에서는 한국과 이탈리아의 문화정책을 비교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책의 백미는 고인돌로 대표되는 거석문화의 소개다. 그중에서도 한반도 고인돌의 유래를 찾아가는 과정은 무척 흥미진진하다. 책에서도 직접 밝혔듯이 저자가 1979년 적도지대 탐사에 나서게 된 계기가 바로 고인돌이라는 괴물이었다. 인도네시아의 정글지대에 남아있을지도 모르는 거석기념물들이 저자를 유혹한 것이다.

 

만일 인도에서 고인돌이 발견된다면 그것은 한반도의 고인돌과 어떤 관계가 있을까. 물론 인도에서 한반도는 먼 거리다. 하지만 그 중간에는 인도네시아가 있어서 문화적 징검다리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동안 고인돌은 한반도에서 자생했다고 알려져 있었지만, 저자는 오랜 시간동안의 고고학적 답사를 통해서 고인돌이 유래된 경로를 새로운 학설로 주장하고 있다. 또한 영국의 스톤헨지와 프랑스 까르냐크의 열석으로 대표되는 유럽의 거석문화도 소개하면서 선돌과 고인돌의 선후관계에 관한 이야기도 함께 하고 있다.

 

그렇다고 이 책이 읽기 어려운 고고학 서적은 아니다. 답사 현장에서 느낀 생각과 이론을 일반인들이 알기 쉽게 설명하면서 여행의 에피소드도 함께 곁들이고 있다. 인도 마드라스 지방에서 당한 교통사고, 우연히 비행기를 바꾸어 탔기 때문에 모면할 수 있었던 참극, 카자흐스탄에서 우여곡절 끝에 헬리콥터를 빌려서 답사에 나선 이야기 등.

 

'고고학여행'이라는 제목처럼 고고학과 여행의 이야기를 적절히 뒤섞고 있다. 풍부한 컬러사진이 현장감을 제공하면서 동시에 유적과 유물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준다. 저자는 서문에서 고고학은 '지루하고 인내심을 요구하는 학문'이라고 말하지만, 이 책을 읽다보면 당장이라도 발굴 현장으로 달려가고 싶은 충동이 든다. 김병모 지음, 고래실 펴냄. 각권 1만2500원.

 

<고인돌>(아버지가 남긴 돌)은 아동용 그림책이다. 삼천 년 전쯤으로 거슬러 간 이야기는 조그만 부족 마을의 삶을 다룬다. 그 중 아버지만을 졸졸 쫓아다니는 아이가 주인공이다. 사냥도 하고 물고기도 잡지만 부족을 먹여 살리는 것은 결국 벼농사에 달려 있다.

 

가을걷이가 끝날 무렵, 농사를 그르친 부족은 전쟁을 일으키고 아버지는 가족과 부족을 지키기 위해 전쟁에 앞장선다. 하지만 아버지는 아이의 간절한 기원에도 결국 숨을 거둔 채 돌아온다. 아이는 아버지를 위해 고인돌 무덤을 만든 뒤 북두칠성을 돌에 새겨 넣는다.

 

가슴 애틋한 이야기와 투박해 보이는 그림이 무척이나 잘 어울리는 책으로, 뒤쪽에 정리된 고인돌 관련 자료는 간단하게 살펴 볼 수 있다. 이미애 글, 홍기한 그림, 웅진주니어 펴냄, 가격 1만원.

 

<고창·화순·강화의 고인돌유적>(청동기 시대로 떠나는 여행)은 초등학생들의 체험학습을 돕는 책이다. 고인돌이 흩어져 있는 세 곳을 그림과 사진 등을 곁들여 한 눈에 보도록 도왔고, 고인돌에 얽힌 여러 이야기들도 군데군데 잘 드러내며 학생들이 고인돌에 흥미를 갖도록 세심하게 신경을 썼다.

 

어린이들과 답사 여행을 하고 공부하는 선생님들로 이뤄진 '대동역사기행'이 글을 담당해서인지 풍부한 사진 자료를 바탕으로 풀어 낸 글은 전문적이면서도 어렵지 않게 읽힌다. 고고학 박사인 우장문 선생님이 감수를 도와 책의 신뢰를 높인 점도 눈에 띈다. 대동역사기행 글, 이선민 그림, 스쿨 김영사 펴냄, 가격 7,000원.

 

<고인돌>(한반도 고대국가 형성의 비밀이 담긴)은 얼핏 보면 그림책 같으면서도 고인돌과 관련한 풍부한 배경 지식을 전해준다. '과학과 상상력이 만나는 우리 문화유산'이라는 시리즈명이 붙은 이 책은, 공학박사와 국문학 전공 방송작가가 글을 쓰고 국립공주대 만화예술학 전공자들이 그림을 그리며 고인돌 시대의 삶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고인돌과 산성에서 기원전 4500년 전 이전에 고대국가가 형성되었다는 비밀을 찾는 내용이나, 기원전 6세기경의 것으로 추정되는 황석리 13호 인골의 신장이 174cm였다는 등의 내용은 호기심을 잔뜩 자극하고도 남는다. 유소년은 물론이고 청소년들이나 성인들이 읽어도 부족함이 없는 알찬 내용들을 담고 있다. 이종호·윤석연 글, 안진균 외 2인 그림, 열린 박물관 펴냄, 가격 9,500원.


태그:#고인돌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