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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 의원은 11일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외통위)에서 통과된 '북한인권법'에 대해 "MB정권이 6·15 공동선언 이전으로 돌아가겠다고 자신의 철학을 표현한 것"이라며 "삐라를 뿌리고 탈북자를 끄집어내는 뉴라이트를 지원하자는 법안"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정 의원을 비롯한 민주당 의원들은 '북한인권법' 의결에 반대의사를 표하다 전원 퇴장했다. 민주당 외통위원들은 이번 의결을 '날치기 통과'로 규정짓고 박진 외통위원장을 국회 윤리위에 제소하기로 했다.

 

정 의원은 이어 "MB정부 2년간 대북 정책을 평가하자면 지난 10년간의 햇볕정책에서 도망쳐 어둠의 정책으로 돌아간 것으로 규정할 수 있다"며 "남북정상회담 추진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북을 붕괴시키겠다는 칼을 품은 채 어떻게 진정성 있는 대화를 나눌 수 있냐"고 비판했다.

 

MBC 기자 출신인 정 의원은 최근 엄기영 MBC 사장 사퇴에 대해서도 5공 시절 자신의 경험을 말하며 "정권 교체로 언론의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해야 한다"며 "국민이 침묵을 강요당하는 지금, 가장 강력한 무기는 투표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자신의 복당을 놓고 일어난 당내 논란에 대해서 "감수하겠다"며 "서운한 말이긴 하지만 맞는 이야기도 있고 그 소리를 듣는 것이 정치인의 업"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정 의원과 나눈 일문일답.

 

"MB정권, '햇볕정책'에서 도망쳐 '어둠의 정책'으로 퇴행했다"

 

- 현안에 대해서도 질문을 좀 해야겠다. 11일 외교통상통일위원회에서 소위 '북한인권법'이 통과됐다.

"그럴듯하게 들리지만 짚어보면 북한인권법은 뉴라이트를 지원하자는 법안이다. 삐라를 뿌리는 단체를 지원하고 탈북자를 끄집어내는 단체를 지원하자는 것이다. 남북 관계 관련법들은 각각 역대 정부의 철학이 담겨 있다.

 

남북관계의 역사는 노태우 정부의 8·8선언에서 시작된다. 노태우 정부는 이를 통해 남북교류협력을 선언했다. 노태우 정부 전까진 이승만 정부 때 만든 국가보안법만 있었다. 북한은 교류의 대상이 아닌 반국가단체이고 주적일 뿐이었다. 따라서 선언을 내놓은 뒤에도 교류해서도 안될 상대였다. 그래서 노태우 정부는 남북교류협력법을 만든다. YS 정부 때도 정상회담하고 쌀도 사주려 했다. 냉탕 온탕을 오가며 제자리걸음을 했지만 나름대로 남북관계 발전을 위해 노력했다.

 

DJ 정부는 6·15 공동선언으로 참여정부는 남북관계발전법안으로 철학을 드러냈다. 비록 의원 명의발의로 내놨지만 당시 통일부 장관으로서 2년 동안 그 법안을 내놓기 위해 노력했다. 6·15 공동선언 이후 변화 발전 상황을 종전의 남북교류협력법만으로 담아낼 수 없어 만든 법이었다. 그런데 이 정권은 북한인권법으로 자기 철학을 표시했다. 미국의 네오콘은 다 퇴각했는데 북한인권법을 날치기 통과시키다니 퇴행하고 있다. 자신들의 이른바 '반북대결노선', '적대노선'을 극명히 보인 것이다."

 

- 여당 의원들은 법안소위에서 통과시킨 법안이라며 전체회의 통과를 당연시했다.

"아니다. 자기들끼리 다 한 것이다. 외통위원으로서 북한인권법을 이날 처음 다뤘다. 민주당이 빠지면 의결 성원이 안된다고 해서 퇴장까지 했던 것이다."

 

- 북한인권법을 여당이 통과시켰는데 정부에선 남북정상회담 추진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다.

"남북관계발전법을 보면 '남북정상회담은 국민합의를 바탕으로 투명하게 신뢰의 원칙으로 추진해야 하고 정파적·당파적으로 이용하면 안된다'고 돼 있다. 북한인권법 즉 뉴라이트 지원법도 정략적으로 만들어진 법이지만 지금 추진 중인 정상회담도 이 범주를 벗어나지 못한다. 철학은 대북적대 노선이면서 정상회담을 한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평화공존노선으로 방향을 전환한 뒤에야 정상회담이 의미 있는 것이다. 인권법을 통해 북을 붕괴시키려는 칼을 품고 있으면서 진정한 소통이 되겠나?

 

해방 후 남북관계사는 6·15 공동선언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6·15 공동선언 이전은 적대 관계. 정서적으로 따질 때 근친증오관계였다. 그렇게 50년이 지난 다음 6·15 공동선언으로 '과거를 넘어서자'고 서로 악수했다. 10년 전 남북기본합의서 정신과 일치한다. '남과 북은 서로의 체제와 제도를 인정하고 존중한다, 중상비방하지 않는다, 서로 파괴하려 하지 않는다'는 선언을 6·15 공동선언으로 실천하기 시작했다.

 

그 대표적 예가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이다. 그런데 오늘 북한인권법 통과로 6·15 공동선언 이전으로 다시 되돌아갔다. MB 정부 2년의 대북정책을 평가하자면 '어둠의 정책'이라고 규정할 수 있을 것 같다. 대결, 증오, 흡수, 붕괴 긴장, 갈등 등 모두 어둠의 이미지다. 지난 10년 간의 햇볕정책에서 도망쳐 어둠의 정책으로 돌아갔다."

 

"현 상황 타개할 가장 강력한 무기는 투표"

 

- 엄기영 MBC 사장 사퇴 건은 어떻게 생각하나. 정치권 영입 이야기도 흘러나온다.

"참 나쁜 정권이다. 이렇게 방송·언론을 손아귀에 집어넣으려고 한다. 같이 일해봤지만 순수하고 좋은 언론인이다. 하지만 엄 사장, 본인이 정치를 안 하려 할 것이다. 나같은 경우는 기자를 할 때 제도권 언론 기자로서 수치심을 느낄 때가 많았다.

 

지난 1988년 내가 진행한 0시 뉴스는 1년 하다 폐지됐고 회사에서는 날 성가시게 생각했다. 5공 기자 때는 말할 것도 없었다. 살아남은 자의 부끄러움을 느끼며 언론인에 대한 회의를 느끼고 있었다. 그때 마침 김대중 전 대통령이 수평적 정권교체를 위해 동참하자고 해 기자직을 내려놓고 따라나섰다. 한 번은 정권교체가 돼야 방송언론이 이 권력으로부터 풀려날 수 있다고 생각했다."

 

- 정권이 교체됐지만 다시 10년 전 언론환경으로 돌아가는 것 같다.

"영국 보수당과 노동당도 집권할 때마다 BBC에 영향을 끼치려 했다. 그런데 정권이 자꾸 바뀌니깐 BBC가 오히려 정치로부터 중립적이 될 수밖에 없었다. 매번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보복인사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권 교체가 언론의 정치적 중립성 확보에 중요하다. 두 번째 중요한 것은 국민이 상식을 갖추는 것이다. 물론 지금은 상식이 지배하는 사회다. 그러나 현 정권이 오면서 퇴행하게 됐다. 국민들이 지금 공포심을 갖고 있다. 침묵을 강요당하고 있다. 마치 조지 오웰의 1984년과 같다. 절박하다. 이 상황에서 가장 강력한 무기는 투표 밖에 없다."

 

- 세종시 수정안 문제와 관련해 정운찬 국무총리 해임건의안이 보류됐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해임건의안을 보류한 것은 참 잘한 것이라 생각한다. 세종시는 이미 끝났다고 본다. 굳이 정 총리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낼 필요 없다. 또 칼은 칼집에 있을 때 더 큰 힘을 발휘한다."

 

- 이미 여러 번 사과를 했는데도 아직까지 정 의원의 복당에 대해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다.

"감수하겠다. '섭섭하지 않냐'고 묻는다면 사실 섭섭하다고 답하겠다. 하지만 정치는 원래 서운한 소리를 듣는 것이다. 섭섭한 소리 속에 맞는 이야기가 있다. 또 그 소리를 듣는 것이 정치인의 업이다. 그 비판 속에 나에게 도움이 될 약이 있다고 생각한다."


태그:#정동영, #민주당, #MBC , #북한인권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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