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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티 대지진이 일어난 지 꼭 한 달이 지났다. 들끓던 구호 열기도 이제 자취를 감추었다. 그나마 위안인 것은 도시 전체가 내려앉은 포르토프랭스도 서서히 일상의 모습을 갖추기 시작했다는 소식이다.

 

아이티에 우리 군대가 보내진다. 지난 10일 '국제연합 아이티 안정화임무단(MINUSTAH)'에 파견될 선발대가 아이티로 떠났다. 지진 참사가 일어난 나라에 군대를 보낸다는 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정부는 지진 참사 이후 치안이 악화되어 구호가 불가능하므로 군대를 보내야 한다고 말한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인도네시아 쓰나미, 중국 쓰촨성 지진 때도 없었던 파병을 왜 유독 아이티에는 해야 하는 걸까.

 

미국 정부는 지진참사 직후부터 1만 명이 넘는 군 병력을 동원해 아이티 공항과 대통령궁을 장악하고 지진피해 지역을 구역별로 나누어 통제하기 시작했다. 아이티의 시계는 거꾸로 돌아가고 있었다. 미국은 남미 사회주의 국가의 영향력 확대를 막기 위해 1915년부터 1934년까지 아이티를 지배했고 그 이후에도 군부 독재를 공공연히 지원해 왔다.

 

만국의 어린이여 단결하라

 

언젠가 아이티 어린이를 위해 우리가 뭐 도울 일이 없겠느냐고 공룡발톱 친구들에게 물었다. 친구들은 우리가 무슨 돈이 있느냐며 교장인 나를 나무랐다. 그래서 내가 다시 따져 물었다. 정말 돈이 없느냐고. 단 돈 천원이면 아이티 어린이들에게 한 끼 식량과 깨끗한 물을 줄 수 있는데, 정말 그 돈이 없느냐고 말이다. 아이들은 머쓱한 얼굴로 쭈뼛쭈뼛했다.

 

결국 우리는 아이티 어린이를 돕기 위해 한 번 나서보기로 의견을 모았다. 그냥 우리끼리 얼마씩 모아 내도 좋겠지만 이왕 나선 거 조금 그럴싸하게 해보고 싶었다. 무슨 좋은 수가 없을까.

 

세뱃돈을 나누자

 

불현듯 세뱃돈이 떠올랐다. 세뱃돈이야말로 아이들이 쥘 수 있는 가장 큰 목돈이 아니던가. 그리고 마침 이제 곧 설이다. 설에 받은 세뱃돈을 아이티 어린이와 나누자고 하면 어떨까. 아이들도 좋은 아이디어라며 흔쾌히 동의했다.

 

그리고 일은 파죽지세로 추진되었다. 공룡발톱이 그간 교류해오던 시소와그네 마포영유아통합지원센터, 세이브더칠드런 염리청소년독서실, 아름다운교회 등이 함께 참여하기로 했다. 우리는 몇 차례 기획회의를 통해 이 운동을 논의했고 그리고 마을 곳곳에서 캠페인을 벌였다.

 

17일, 세뱃돈을 들고 모이자

 

아이티 어린이를 위한 세뱃돈 나눔에 참여하는 방법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계좌이체. 세이브더칠드런에서 특별히 전용 계좌를 만들었다.

 

다른 하나는 현장 모금이다. 우리는 17일 오후 2시 마포아트센터 앞 광장에서 "나의 세뱃돈을 너와 나눌게"라는 제목의 모금 운동을 벌이기로 했다. 설에 받은 세뱃돈을 아이들이 직접 들고 나와 모금운동에 참여하는 것이다. 아이티 어린이에게 보내는 희망 엽서 쓰기, 폴라로이드 사진 찍기 등 여러 프로그램이 함께 진행될 것이다.

 

자녀사랑 나눔 운동

 

이런 광고가 있다.

 

"시작하세요. 한살부터 자산관리. 자녀사랑CMA"

 

나도 네 살배기 아이를 키우고 있고, 그 아이 이름으로 된 통장을 갖고 있다. 아직 돈을 모르는 나이지만, 주위에서 예쁘다며 천 원씩, 만 원씩 주신 돈이 제법 쌓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첫 돌을 맞으며 통장을 만들어줬고, 어린이 구호 단체에 매 달 정기 기부를 시작했다.

 

아이 키우는 부모 마음이야 다 똑같다. 우리 아이가 부자가 되면 좋겠지만, 그보다는 이웃과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삶의 지혜를 배울 수 있기를 바란다. 그래서 말인데, 이번 설에는 우리 아이들에게 나눔의 덕담을 전해보면 어떨까. 우리 아이들이 아이티 어린이들과 함께 활짝 웃을 수 있게 말이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마포어린이센터 공룡발톱 교장입니다.


태그:#아이티, #아이티 파병, #아이티 구호, #세뱃돈, #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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