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지난달 나는 휴대폰 컬러링을 '민들레처럼'이라는 곡으로 과감히(?) 바꿨다. 나와 통화를 원하는 이는 누구든지 좋든 싫든 '민들레처럼'의 애절하고 사람의 마음을 동하게 하는 후렴부를 들어야 하리라.

민들레꽃처럼 살아야한다
내 가슴에 새긴 불타는 투혼
무수한 발길에 짓밟힌 대도
민들레처럼

모질고 모진 이 생존의 땅에
내가 가야할 저 투쟁의 길에
온몸 부딪히며 살아야 한다
민들레처럼

특별하지 않을 지라도
결코 빛나지 않을지라도
흔하고 너른 들풀과 어우러져
거침없이 피어나는 민들레
아~! 민들레 뜨거운 가슴
수천 수백의 꽃씨가 되어
아~! 해방의 봄을 부른다
민들레의 투혼으로

(박노해/글, 조민하/가락, 꽃다지/노래)
<금지의 벽을 넘어 완전한 자유를 노래하리라>중에서

컬러링을 '민들레처럼'으로 바꾼후 간혹 나를 만나면 묻는 이들이 부쩍 늘기 시작했다.

"전화 걸면 흘러나오는 그 곡, 운동권노래 아닌가요?"
"어... 운동권노래는 아니구요, 예전 학생때 불렀던 곡이 생각나서 바꾼거예요. 운동권노래라기보다는 민중가요쯤 되겠죠?"

꽃다지 음반 '금지의 벽을 넘어 완전한 자유를 노래하리라' 1994. 5. 1
▲ 꽃다지 꽃다지 음반 '금지의 벽을 넘어 완전한 자유를 노래하리라' 1994. 5. 1
ⓒ 꽃다지

관련사진보기

그냥 '민중가요'라고 답하면 될 것을, '운동권 노래'라는 말에 나의 답변은 구차하게 길어진다. 1987년에 대학생활을 시작한 나는, '민주화의 열망'이나 '이념지향'은 둘째치더라도 수 많은 민중가요를 귀동냥으로 접할 수 있었다.

막연한 현실에 대한 회의감을 그저 순수한 삶의 노래로 듣기에는 온몸에 전율이 느껴졌다. 저녁이 되면 대학가 주막촌의 틈새를 비집고 들어가 한잔씩 목을 축인후, 구슬픈 리듬 속에 결연한 의지를 다졌던 추억의 민중가요. 

힘없는 이들의 소망과 언어가 담겨 있다고 생각했고, 꼭 이루어질 수 있다는 희망가인양 마냥 따라 부르던 노래.

이웃학교에 따라 갔다가 우연히 접한 윤선애(서울대 지구과학교육과 84학번)의 무대는 가냘프면서 애절한 감동의 드라마 그 자체였다. 자그만 체구에 비음섞인 선동적인 성량과 애끓는 음색으로, 김세진 이재호 이한열 열사의 추모곡인 "벗이여 해방이 온다"를 애잔하게 부를 때면 왠지 모를 사명감까지 온 가슴에 울림으로 다가왔다.

민중가요 사이트 plsong
PLSong.com은 사용자 중심의 민중가요 커뮤니티로 현재에도 정규음반뿐만 아니라 비정규녹음곡, 창작곡 등 대부분의 민중가요를 들을 수 있다.

PLsong.com은 1996년말, 민중가요 mp3를 모아 두었던 '발돋움'(kor,inp.or.kr/baldodum)에 그 모태를 두고 있다. 운영자의 군입대후 관리가 되지 않아 폐쇄되었지만 전역후 다음까페 '나의사랑 민중가요(cafe,daum.net/plsong)'와 만나면서 구체화 되어 오픈하게 되었다.

2000년 6월 17일에 문을 연 PLSong.com은, 2005년부터는 단순히 민중가요를 들을 수 있는 사이트를 넘어 장애인 차별철폐, 오월영화제, 평화대행진 쿠르드족 인권운동 등 다양한 활동에도 관여했다. 그 동안 민중가요를 무상으로 듣거나 MP3를 다운로드 받을 수 있도록 서비스하였으나, 현재 서비스개편을 준비하고 있다.

또 '사랑을 하려거든 목숨 바쳐라. 사랑은 그럴 때 아름다워라. 술마시고 싶을땐 한번 쯤은...'로 시작하는 노래는 왠지 나를 위해 만들어진 노래라는 환상에 빠져, 싫다는 여학생을 죽도록 따라다녀도 보고 밤새 술과 싸우다 생사를 오가기도 했다. 이젠 모두 아련한 추억이다.

80년대에 대학시절을 보낸 이라면 누구든지 '그 시절엔 그랬지'라는 생각에 잠시 추억에 빠질 것이다. 진보적인 의식과 희망을 담은 민중가요를 통해 시대상을 극복하고자 하는 소망을 담았고, 그 과정에서 우리는 많은 피와 땀과 눈물을 흘렸다.

이제 캠퍼스에서 민중가요를 따라 부르는 모습은 더 이상 보이지 않고, 민중가요 역시 어느덧 우리들 품 속에서 사라지고 있다. 어두운 시절, 말 그대로 '민중'들과 함께 한 우리의 민중가요는 이제는 추억의 노래로만 기억해야 하는 것일까?

나의 새로운 휴대폰 컬러링 '민들레처럼'을 통해 민들처럼 살아가는 새로운 나를 보고 싶다. 이미 현실과 타협하고 이 자리에 쉽게 안주해 버린, 그저 사회에 대한 한숨과 한탄만 늘어놓고 있는 내 모습을 더 이상은 내벼려둘 수 없기 때문이다.

사라진다는 것 부서진다는 것
구멍이 뚫리거나 쭈그러진다는 것
그것은 단지 우리에게서 다른 모양으로 보일 뿐
그것은 깊은 바닷속 물고기처럼
지느러미 하나라도 잃지 않고
이 세상 구석구석 살아가며 끝없이
파란 불꽃을 퉁긴다
사라진다는 것 부서진다는 것
그것은 단지 우리에게서 다른 모양으로 보일 뿐

김준태 시/이미영 곡 -'부서지지 않으리'


태그:#컬러링, #민중가요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살아가는 이야기를 기존 언론들이 다루지 않는 독자적인 시각에서 누구나 공감하고 웃을수 있게 재미있게 써보려고 합니다. 오마이뉴스에서 가장 재미있는(?) 기사, 저에게 맡겨주세요~^^ '10만인클럽'으로 오마이뉴스를 응원해주세요.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