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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통화료 10만원 초과 문자
▲ 데이터통화료 통지 데이터통화료 10만원 초과 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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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28일 오후 3시쯤 두 통의 문자가 왔다.

[SKT]01월 데이터통화료가 4만원을 초과하였습니다.(데이터월정액 및 정보료 제외)
[SKT]01월 데이터통화료가 10만원을 초과하였습니다.(데이터월정액 및 정보료 제외)

친구가 내 스마트폰으로 무선랜(Wi-Fi)에 접속해 유투브로 소녀시대 뮤직비디오 두 편을 본 것이 다였다. 기껏 해봐야 약 7분 정도 무선인터넷을 사용했는데 10만원이 넘는 금액이 청구됐다. 스마트폰은 노트북을 사용하듯이 무선랜이 잡히는 곳에서는 무료로 인터넷을 쓸 수 있다. 하지만 경험에 따르면 아이폰을 비롯한 대부분의 스마트폰은 무선랜 수신이 불안정한 지역에서는 자동으로 통신사 인터넷망(3G)으로 넘어가 요금이 청구된다.

SK데이터요금
▲ SK데이터요금 SK데이터요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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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산해보자. SKT의 경우 별도 데이터통신요금제를 쓰지 않으면 0.5KB당 1.5원이 부과된다. 1KB당 3원으로 계산하면 1MB에 약 3000원의 요금이 부과되는 셈이다. 통합 LG 텔레콤도 같은 정책을 쓴다. KT는 스마트폰 사용 시 의무적으로 데이터약정요금제에 가입해야 한다. 두 편의 뮤직비디오 용량은 각각 54MB, 31MB로 더하면 85MB다. 이를 1MB당 3000원 요금으로 환산하면 25만5천원이 나온다. 무선랜을 거치지 않고 3G망을 사용했다면 핸드폰 한 대 값의 어마어마한 요금이 나왔을 것이다.

무선랜은 반경 20~30m내 지역에서 사용되기 때문에 수신지역을 벗어나거나 신호가 희미해지면 사용할 수 없다. 문제는 스마트폰 기기에 별도 안내나 통지 없이 통신사 인터넷망으로 전환된다는데 있다. 스마트폰 관련 카페와 커뮤니티 게시판 글들을 참고해 SK고객센터에 전화했다.

"3G망으로 자동으로 넘어가면서 사용자 동의도 없이 데이터통화료가 청구되는 것은 문제가 있지 않습니까?"
"고객님 부주의로 일어난 일이라 통신사에서 책임지기 어려운 부분입니다."

상식적으로 누가 10만원씩 내면서 스마트폰으로 인터넷을 사용하겠느냐며 따지자 담당자에게 물어보고 다시 연락 준다고 했다. 30분쯤 지나 전화한 상담원은 "원래는 고객님의 실수라 저희가 별도의 조치를 취하긴 힘드나 '서비스 차원'에서 30%를 도움 드리겠다"고 말했다. 데이터통신료 자체도 터무니없이 비쌀 뿐더러 계속 피해사례가 나오는데도 통신사측에서 이를 방치하던 것 아니냐며 항의하자 상담원은 다시 담당자와 통화한 후 5분 뒤에 연락했다. 50%까지 감면해 줄 수 있는데 그 이상은 불가능하다고 전했다. 스마트폰 관련 인터넷 게시판에는 전액을 환불받은 사람부터 70%, 50%를 감면받은 사람들까지 다양한 사례들이 있었다. 이런 예를 들며 담당자와 직접 통화를 요청했다.

전문상담요원이라는 나○○ 실장은 3G망을 사용한 시간과 데이터통화료 관련 문자가 온 시간, 스마트폰 기종을 확인하고는 상담원과 마찬가지로 고객부주의를 강조했다. 무선랜에서 3G망으로 넘어갈 때 스마트폰 상단에 아이콘 모양으로 전환여부가 표시되어 통신사측에는 문제가 없다는 식이었다. 통신사에 따질 게 아니라 제조사에 문의해 보라는 말을 덧붙였다.

그러나 스마트폰이나 휴대폰 제조사와 통신사가 거래계약을 맺을 때 통신사는 현지 서비스와 관련된 요구사항을 제조사 측에 요구할 수 있다. 짧은 시간 동안 원치 않게 10만 원 이상 요금이 청구될 수 있는데도 아이콘 모양 변환만으로 할 수 있는 조치를 다 했다고 보긴 힘들다.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통신사이다. 피해사례가 속출하는데도 제조사 측에 보완책을 요구하지 않은 것은 통신사 측에 책임이 있다. 나 실장은 "기술적인 부분에서 아이콘 표시 외에 별다른 조치를 취하진 않고 있다"고 밝혔다. 결국 근본 대책 없이 사용자가 거세게 항의하면 데이터통화료를 반액까지 감면하는 식으로 문제를 무마하는 실정이다.

이 문제와 관련해 hTC Touch Diamond(스마트폰 모델의 일종) 카페의 한 누리꾼은 방송통신위원회와 소비자보호원에 부당하게 요금이 청구됐다며 민원을 제기하기도 했다. 누리꾼이 게시판에 올린 글을 보면 이에 대해 방통위와 소보원은 "사적계약당사자들 간의 문제"라 자신들은 "분쟁조정기능이 없다"고 답변했다.

스마트폰 부당과금 민원 제기
▲ 스마트폰 부당과금 민원 스마트폰 부당과금 민원 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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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부당과금 민원 답변
▲ 스마트폰 부당과금 민원 답변 스마트폰 부당과금 민원 답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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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이 등장하면서 인터넷과 전화 기능을 같이 사용할 수 있는 스마트폰이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러나 3G망으로의 자동전환 문제, 터무니없이 비싼 데이터통화료 문제 등에서 사용자에게만 책임이 전가된다. 실제로 스마트폰 관련 인터넷 게시판에는 3G망 자체를 차단할 수 있도록 스마트폰의 자체 설정을 바꾸거나 'NO DATA'라는 프로그램을 필수로 깔도록 공지하고 있다. 현재 사용자도 모르게 청구된 데이터통화료에 대한 대책은 '서비스 차원에서 50%까지 감면'이 전부인 실정이다.

덧붙이는 글 | 손경호 기자는 세명대 저널리즘 스쿨 대학원에 다니고 있습니다.



태그:#스마트폰, #데이터통화료, #부당과금, #SK고객센터, #통화요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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