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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시장 출마를 선언한 강운태 의원이 지난 1월 28일 출판기념회를 하며 인사말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 책의 많은 내용이 표절임이 <오마이뉴스>에 의해 확인됐다.
 광주시장 출마를 선언한 강운태 의원이 지난 1월 28일 출판기념회를 하며 인사말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 책의 많은 내용이 표절임이 <오마이뉴스>에 의해 확인됐다.
ⓒ 강운태 의원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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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광역시장 출마를 선언한 강운태(민주·광주 남구) 의원이 발간한 책의 상당 부분이 표절한 내용임이 <오마이뉴스>에 의해 확인됐다. 특히 강 의원은 이렇게 표절한 내용이 담긴 책으로 대규모 출판기념회까지 열어 문제의 책을 판매하기도 했다.

문제의 책은 <미완의 광주, 창조의 중심도시로>. '강운태의 광주사랑 이야기'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의 초판 인쇄일은 지난 1월 28일. 강 의원이 이 책의 출판기념회를 대대적으로 연 날도 같은 날이다.

이 책은 모두 5부로 구성돼 있으며 표지를 제외한 쪽수는 모두 430쪽이다. 표절이 확인된 부분은 '제3부 우리가 눈여겨 봐야할 해외 도시들'이다. 짜깁기 의혹이 있는 부분을 제외하고 명백한 표절을 확인한 사례만 3건에 이른다.

[사례①] 세계 자동차 산업의 메카, 도요타시

강 의원은 도요타시를 소개하면서 이 책 175쪽 끝줄부터 177쪽 마지막 문장까지를 다음과 같이 썼다.

"도요타시는 2005년 4월 1일 주변 6개 지역을 통합하고 향후 10년간 새로운 도시 건설에 필요한 사업 등을 추진하기 위해 '신시건설계획'이라는 종합계획을 수립했다. 이 계획은 신시건설 기본방침, 신시건설을 위한 선도사업, 공공시설의 정비에 관한 사항, 재정계획 등으로 구성돼 있다.

신시건설을 위한 기본방침으로 사람과 자연, 도시, 농촌 등의 관계를 재정립했다. 건강하고 안전하게 살 수 있는 생활환경과 자연환경을 확보함으로써 다양한 가치와 매력이 넘치는 도시를 구축하기 위해 '풍요로운 창조도시'를 신시의 미래상으로 설정했다. 이를 실천하기 위한 기본이념으로는 사람, 물건, 정보 등이 다양하게 교류하는 도시, 사람과 자연, 도시와 농촌이 공생하는 도시, 지역 스스로의 책임과 선택을 중시하는 자립적인 도시, 활발한 교류를 지원하는 도시기반시설이 양호한 도시 등 4개 이념을 설정했다.

또한 이 계획에는 '풍요로운 창조도시'라는 도시 미래상을 구체적으로 실천하기 위해 지역간 연계 및 통합을 촉진하고 보다 광역적으로 전개하는 것이 바람직한 사업, 지역 간 격차 해소 및 균형 있는 발전을 유도하기 위해 기초적이고 필수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사업 및 새로운 도시에 적합한 마을 만들기 이념과 기본방침을 구체화할 수 있는 사업 등 4개의 기본적인 사업선정기준을 마련하였다.

도요타시는 향후 신시의 재정여건과 상위정부의 재정지원 등을 감안한 구체적인 재정계획을 수립해 신시건설계획에서 제시된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세계도시정보 사이트 유빈의 내용
 세계도시정보 사이트 유빈의 내용
ⓒ 사이트 유빈 화면스크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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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 스크랩된 내용은 국토연구원에서 운영하고 있는 세계도시정보 사이트 유빈(http://ubin.krihs.re.kr)에 올라와 있는 '세계 자동차 산업의 메카, 도요타시' 중 '7. 새로운 도전'의 내용이다.

두 글이 마치 복사한 것처럼 내용이 거의 똑같다.

[사례②] 프랑스 소피아 앙티폴리스

강 의원은 이 책에서 프랑스의 소피아 앙티폴리스를 '유럽의 실리콘밸리'로 소개하면서 181쪽부터 183쪽에 걸쳐 '소피아 앙티폴리스의 성공 요인'을 다음과 같이 썼다.

"초기 소피아 앙티폴리스 건설은 지역상공회의소와 민관협력기구가 주도했고, 이 과정에서 중앙정부가 조건부 지원을 내세워 적극 개입함으로써 완성될 수 있었다. 한 때 추진력과 재정력의 부족으로 개발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으나, 지방정부와 지방상공회의소가 연합한 새로운 전담추진 체계를 조직하고 중앙정부가 적극적 재정지원을 하면서 활성화되었다.

소피아 앙티폴리스의 성공요인은 크게 3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수도권 분산정책과 실현을 추진한 중요 인물의 역할을 들 수 있다. 파리의 과도한 집적으로 인한 폐해를 해소하기 위해 남프랑스 지역으로의 기업분산 계획을 입안, 추진한 피에르 라피트(Pierre Laffitte)박사의 존재는 실리콘밸리의 터만 교수(스탠포드 대학)보다 더욱 중요했다. 주도적 인물의 추진력과 현지 상공회의소의 적극적 참여는 소피아 앙티폴리스 개발의 기반을 형성했다."

세계도시정보 사이트 유빈의 내용
 세계도시정보 사이트 유빈의 내용
ⓒ 유빈 화면 스크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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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내용 역시 세계도시정보 사이트 유빈(http://ubin.krihs.re.kr)에 올라와 있는 성공요인이다. 참고로 강 의원이 기술한 첫 번째 성공요인부터 세 번째 성공요인 모두가 유빈에 올라와 있는 내용과 똑같아서 첫 번째 성공요인 문단만 화면을 잡았다. 이 역시 마찬가지로 복사 수준이다.

[사례③] 영국 레스터

세계도시정보사이트 유빈의 내용
 세계도시정보사이트 유빈의 내용
ⓒ 유빈 화면 스크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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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스크랩된 문단에서 빨간색 밑줄이 그어진 부분과 아래 인용한 문단의 차이는? 없다. 위 스크랩된 문단은 세계도시정보 사이트 유빈(http://ubin.krihs.re.kr)에 올라와 있는 영국 레스터 관련 내용이고, 아래 인용문은 강 의원이 쓴 '환경생태, 영국 레스터' 229쪽 내용이다.

"레스터시에서는 환경복원 대상지역의 개발뿐만 아니라 신시가지나 새로운 주거단지의 개발에 있어서도 환경도시로의 개발전략이 철저히 적용되고 있다. 즉 개발에 대한 수요가 있을 경우, 환경적 변수와의 조화를 이룰 것을 강조하고 있다. 따라서 새로운 시설들은 개인용 차량에 대한 의존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대중교통노선과 가까운 곳에 위치시키고, 개발지 사이에는 자전거도로나 보행자 통행네트워크가 조성되도록 하고 있다. 이렇듯 개별 시설물들은 에너지의 효율성을 높이도록 설계되고 있으며, 재활용이나 재생 잠재력을 최대화하는 원칙에 입각하도록 노력하고 있다."

[사례④] 무단 사진도용 수준도 심각

강 의원은 해외 도시사례를 소개하면서 동시에 많은 관련 사진을 책에 게재하고 있다. 하지만 이 사진 중 출처나 저작권자가 명시되어 있는 사진은 단 한 장도 없다. 자신이 촬영한 사진이 아닌 것을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판매용 책에 게재하는 것은 명백한 저작권 침해행위라는 게 법조계의 지적이다.

이 때문에 강 의원이 재도용한 것으로 보이는 도요타 경기장의 사진을 웹에 게재한 국토연구원은 아래와 같이 그 사진의 출처 소스를 분명히 밝히고 있다. 이는 저작권자 혹은 저작권을 소유한 기관이나 개인에게 사전 이용허락 혹은 대가지불, 양해 등의 절차를 거쳤다는 것을 의미한다.

세계도시정보 사이트 유빈은 사진의 출처 소스를 소상하게 밝히고 있다.
 세계도시정보 사이트 유빈은 사진의 출처 소스를 소상하게 밝히고 있다.
ⓒ 유빈 화면 스크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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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같은 사진을 자신의 책에 재도용한 강 의원은 아무런 출처 소스도 밝히지 않았다.
 똑같은 사진을 자신의 책에 재도용한 강 의원은 아무런 출처 소스도 밝히지 않았다.
ⓒ 강운태 의원 저서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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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강 의원은 재도용된 것으로 보이는 여러 사진들의 출처나 저작권자에 대해서 책 어디에도 밝히지 않고 있다.

"명백한 표절이자 지적재산권 침해"... 강 의원 측 "그럴 분 아니다"

강 의원의 책 내용과 관련, 한 법조계 인사는 "자기표절도 문제가 되는 세상"이라며 "명백한 표절이며 지적재산권 침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국가기관이 발간한 정책보고서 등을 비영리적으로 이용할 때도 사전에 해당 기관으로부터 이용허락을 받아야 하는데 강 의원의 경우엔 사전 하락도 없이 표절한 책을 판매하는 영리행위를 했다"며 "씁쓸한 일"이라고 말했다.

지적처럼 강 의원은 세계도시정보 사이트 유빈에 게재된 내용을 표절하면서 책 어디에서도 출처를 밝히거나 인용문을 삽입하지 않았다. 참고문헌란은 아예 없다. 즉 책 내용 모두가 자기 자신이 직접 쓴 것처럼 한 것이다.

강 의원이 표절한 웹 게시물의 정보저작권을 가지고 있는 국토연구원 관계자는 "우리 게시물을 가지고 자신이 쓴것처럼 책을 만든 사례는 없었다"며 "만약 그랬다면 곤란한 일"이라고 말했다.

표절 여부에 대한 강 의원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연락했지만 강 의원 측은 "내일(9일) 대정부 질의를 앞두고 있기 때문에 기자와 통화하기엔 적절한 상황 아니다"라며 "그럴(표절 같은 것을 할) 분이 아니시다"라고 밝혔다.

강 의원과 이 책을 만드는데 함께했다는 한 보좌진은 "그런 자료는 행정자치부에도 있고 너 댓 군데 있다"면서 "(표절했다는) 세계도시정보사이트 유빈은 처음 듣는 얘기"라고 말했다. 그는 또 "밖에 계신 여러 분들이 자료도 가져와 함께 읽어보고 제 생각도 말씀 드렸지만 집필은 의원님께서 하셨다"고 덧붙였다.

강 의원의 책 뒷 표지 앞장에는 "이 책의 저작권은 저자에게 있습니다, 서면에 의한 저자의 허락 없이 내용의 일부 또는 전부를 인용하거나 발췌하는 것을 금합니다"라고 씌여 있고, 그 아래엔 '값 10000원'이 적혀 있다.

저작권을 강조한 그 문구에 대한 답을 이제 강 의원이 해야 할 차례다.


태그:#표절, #강운태, #광주시장 선거, #세계 도시, #출판기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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