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아고라로 내려 가는 길

아테네의 고대 아고라: 녹지공간의 오른쪽 빨간 지붕 건물이 아고라 박물관이고, 왼쪽 흰색 건물이 헤파이스토스 신전이다.
 아테네의 고대 아고라: 녹지공간의 오른쪽 빨간 지붕 건물이 아고라 박물관이고, 왼쪽 흰색 건물이 헤파이스토스 신전이다.
ⓒ 이상기

관련사진보기


플로필레아와 벨레문을 나오면서 오른쪽을 보니 평지에 조성된 넓은 아고라가 보인다. 오른쪽으로 박물관이 있고, 가운데 시장과 광장이 있고, 그 건너편에 헤파이스토스 신전이 있다. 아고라로 가는 길은 내리막길이어서 약간 경사가 졌지만 꽤나 넓은 편이다.

내려가면서 보니 이 길은 아테네 사람들의 산책로로 쓰인다. 계단과 턱이 있어서 자전거 등 탈것은 이용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또 아크로폴리스를 구경한 사람들 중 약 5-10% 정도만 아고라를 들르기 때문인지 길이 아주 한산한 편이다. 길가에는 겨울인데도 매화꽃을 볼 수가 있다. 아무래도 이곳이 지중해성 기후인지라 우리보다는 일찍 꽃이 피는 것 같다.

성 사도교회
 성 사도교회
ⓒ 이상기

관련사진보기


길에 보니 파나텐 길(Panathenaic Way)라고 쓰여 있다. 이 길은 디필론 문으로부터 아고라를 거쳐 파르테논으로 이어진다. 길에는 석재들이 불규칙하게 박혀 있다. 그리고 길옆에는 벽돌로 쌓은 담도 보이고 민가도 보인다. 뒤를 돌아보니 아크로폴리스 언덕이 상당히 높다. 길을 더 내려오니 이제는 콘크리트로 포장을 한 길도 보인다.

이 길을 따라 가니 가장 먼저 왼쪽으로 성 사도교회(Agioi Apostoli)가 보인다. 1000년경에 복원된 비잔틴 양식 교회다. 교회 안에는 17세기에 그려진 프레스코화가 있다고 한다. 교회를 지나니 샘이 나타난다. 한쪽으로 하드리아누스 수로(Hadrianic aqueduct)라고 쓰인 것을 보니, 하드리아누스 황제 때 만든 수로인 모양이다. 기록에 따르면 아테네의 수로는 기원전 6세기 피시스트라투스와 그 아들들에 의해 처음 만들어졌다고 한다.

아고라 박물관

아크로폴리스 쪽에서 내려다 본 아고라 박물관
 아크로폴리스 쪽에서 내려다 본 아고라 박물관
ⓒ 이상기

관련사진보기


정면에서 바라 본 아고라 박물관
 정면에서 바라 본 아고라 박물관
ⓒ 이상기

관련사진보기


이 샘을 보고 우리는 동쪽에 있는 아고라 박물관으로 간다. 이 건물은 원래 아탈로스(Attalos)의 스토아였다. 기원전 159-138년 페르감몬의 왕 아탈로스 2세로부터 자금을 지원받아 지어졌기 때문에 그런 이름을 가지게 되었다. 스토아란 공공건물, 종교적인 건물, 학교건물, 상업적인 건물을 말한다.

아탈로스 스토아는 대리석으로 지어진 2층 건물로, 바깥에 45개의 도리아식 석주가 있고 안에 22개의 이오니아식 석주가 있다. 회랑의 길이는 115.5m이고, 폭은 7.1m이다. 이들 회랑 안으로는 방이 있는데, 1층과 2층을 합쳐 모두 42개이다. 이 건물은 좌우 대칭이 맞고, 도리아식과 이오니아식이 결합되어 있어 단아함과 화려함을 동시에 갖추고 있다.

아고라 박물관 회랑
 아고라 박물관 회랑
ⓒ 이상기

관련사진보기


아탈로스 스토아는 과거 상업용 건물이었다. 지금으로 말하면 쇼핑센터에 해당한다. 그러나 지금은 아고라 박물관으로 개조되어 선사시대부터 기원후 10세기까지의 문화재가 전시되고 있다. 안으로 들어가기 전 박물관 밖 회랑에서 우리는 석상과 석주 등 대리석 조각품들을 볼 수 있다. 그 중에도 눈에 띄는 것은 5세기 후반의 이오니아식 주두와 꽃무늬 장식이다. 그리고 황제나 철학자로 보이는 사람의 두상도 있다.

전시실에는 토기와 도자기, 대리석 조각과 청동상, 동전과 소품 등이 진열되어 있다. 그 중 가장 많은 것이 도자기다. 먼저 회색과 황색 그리고 흑색의 민무늬 토기가 눈에 띈다. 이것은 신석기시대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붉은 색 무늬가 있는 손잡이 달린 채도도 눈에 띈다. 예술적인 감각이 생겨난 후의 작품으로 여겨진다.

도자기 1
 도자기 1
ⓒ 이상기

관련사진보기

도자기 2
 도자기 2
ⓒ 이상기

관련사진보기


그 옆에는 더 정교하고 완벽한 도자기들이 눈에 띈다. 무늬와 형태, 다양성이 두드러진다. 또 물병이나 술병으로 쓰였을 손잡이 달린 도자기도 보인다. 도자기의 바깥 면에는 말과 검투사가 그려져 있다. 그리고 더 재미있는 것은 물건을 담아놓는 용도나 반짓고리로 쓰였을 것 같은 도자기다. 국내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ㄹ자 문양이 특이하고, 손잡이는 세 마리 말로 이루어져 있다.

이곳 아고라 박물관의 전시품 중에서는 대리석 조각이 예술적인 면에서 가장 뛰어난 것 같다. 흔히 보는 인물상과 두상을 제외하고, 서너 가지 정도가 눈에 띈다. 그 중 무릎을 꿇고 있는 10대 소년상이 두드러진다. 운동경기에 참여해 우승을 한 후 상품으로 향수단지를 받은 모양으로 얼굴 표정이 상당히 밝다. 머리에 우승을 상징하는 띠를 둘렀다고 하는데 현재는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완벽한 구도를 지니고 있는 청년의 전신상도 있다. 이 청년상은 팔의 움직임을 통해 움직임을 생동감 있게 표현했다. 그러나 표정이 좀 어둡다.

승리를 즐기는 10대 소년상
 승리를 즐기는 10대 소년상
ⓒ 이상기

관련사진보기

아테나 여신상
 아테나 여신상
ⓒ 이상기

관련사진보기


또 하나 두드러진 조각품은 아이보리색의 여인상이다. 별로 크지도 않고 단순하지만 그 표정이나 자태가 아주 우아하다. 아테네의 수호신인 아테나 여신으로 보인다. 또 재미있는 것은 염소의 뿔을 잡고 짓궂은 표정을 짓는 목신 판(Pan)이다. 목신은 일반적으로 다리와 뿔이 염소 모양을 하고 있어 여신들이 꺼리는 모습이다. 그런데 여기서는 염소의 거죽을 벗고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서 있다.
        
그 외 청동상과 동전이 눈에 띈다. 청동상은 목과 얼굴만을 보여주는 토르소인데, 기존 그리스 작품과는 달리 머리가 짧고 수염이 없다. 청동 특유의 차가운 느낌이 인상적이다. 동전은 아테네 지역에서 출토된 것을 모아놓은 것 같다. 동전이 너무 작아 문양을 식별하기는 쉽지 않지만, 다양한 인물과 새 그리고 클로버가 보인다. 이들 동전은 아고라에서 중요한 교환수단으로 쓰였을 것이다.

경제적인 시장, 정치적인 여론 형성의 장, 문화적인 행사장  

고대 아고라 평면배치도
 고대 아고라 평면배치도
ⓒ 이상기

관련사진보기


아고라 박물관을 나와 우리는 아고라 광장으로 간다. 지금은 건물들 대부분이 무너져 광장으로 보이지만, 원래는 스토아와 신전, 도서관과 음악당, 제단과 기념물 등 다양한 용도의 건축물이 있었다고 한다. 우리는 먼저 아그리파 음악당으로 간다. 이것은 기원전 1세기에 지어진 것으로 아고라 중앙에 있다.

당시에는 1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공연장으로 로마시대 대표 문화공간이었을 것이다. 화재로 붕괴되었다가 2세기 중반 다시 건축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현재는 음악당 입구를 형성하던 벽면과 그곳에 서 있던 세 개 조각상만이 남아있다. 이들 조각상은 반인반어의 해신 트리톤(Triton)과 거인이다. 이곳에 트리톤이 서있는 것은 바다의 신 포세이돈과 관련이 있어 보인다.

아그리파 음악당 전면의 석상
 아그리파 음악당 전면의 석상
ⓒ 이상기

관련사진보기


이곳에서 남동쪽으로 가면 제우스 제단이 있다. 4단의 지대석 위에 무언가 구조물이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제우스라면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신의 제왕이다. 이 제단 서쪽으로는 아테네라는 도시국가가 만들어지는데 큰 역할을 했던 10부족의 영웅들 상이 세워져 있었다고 한다. 이들 영웅 중 유명한 사람이 에렉테우스, 에게우스이다. 그러나 이 조형물들은 모두 사라지고 그 좌대만이 남아있다.

이제 우리는 톨로스, 불러테리온, 메트론을 지나 헤파이스토스 신전으로 간다. 톨로스는 아테네 정부 청사 건물이다. 기원전 470년에 지어진 원형의 건축물이었다고 한다. 불러테리온은 의회 건물로 기원전 6세기 말에 지어졌다고 한다. 회의를 위해 원형극장식 반원형 회의장이 마련되었고, 반지름의 중심 지점에 발언자를 위한 자리가 있었다고 한다. 메트론은 모든 신들의 어머니인 레아의 신전으로 지어졌으나 나중에 문서보관소로 전용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 세 건물 모두 폐허가 된 채로 그 흔적만 남아있다.   

헤파이스토스 신전

헤파이스토스 신전
 헤파이스토스 신전
ⓒ 이상기

관련사진보기


아고라 중심부에 있는 이들 건축물의 폐허를 보고 언덕으로 나 있는 길을 올라가면 헤파이스토스(Hephaistos) 신전이 나온다. 이 신전은 다른 건축물들과 달리 고대 그리스 시대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멀리서 보아도 고전적이며 웅장하다. 헤파이스토스는 장인(匠人)의 신으로, 고대 그리스의 도자기 산업과 제철업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신전은 기원전 449년에 처음 지어지기 시작했고, 420년에 건축이 재개되었다. 도리아식의 기둥이 가로 6개, 세로 13개 세워져 있다. 건물 내부의 지성소에는 헤파이스토스 신상이 모셔져 있다. 이 신전은 헤파이스토스 신전 외에 테세이오(Theseio)라고도 불리는데, 그것은 신전 장식에 헤라클레스와 그리스의 영웅 테세우스의 업적이 묘사되어 있기 때문이다.

헤파이스토스 신전 정면
 헤파이스토스 신전 정면
ⓒ 이상기

관련사진보기

헤파이스토스 신전 후면
 헤파이스토스 신전 후면
ⓒ 이상기

관련사진보기


이 신전 역시 제대로 보려면 한 바퀴를 돌아야 한다. 남쪽으로 들어간 우리는 동쪽의 정면에 선다. 주두 위 벽 장식이 상당 부분 훼손되었고, 박공 장식은 거의 보이질 않는다. 그런데 건물 내부 주두 위 벽 쪽을 보니 대리석 장식들이 훨씬 양호한 상태로 남아있다. 아마 이것이 헤라클레스와 테세우스의 업적을 표현한 장식인 것 같다.

신전 내부 장식
 신전 내부 장식
ⓒ 이상기

관련사진보기


이번에는 서쪽으로 가 신전 벽을 살펴보니 역시 겉에는 장식이 거의 없다. 그러나 이곳 역시 내부에는 그 내용을 짐작할 수 있을 정도의 조각 장식이 뚜렷하다. 그 중 하나를 보니 허리 이하는 말이고 몸뚱이는 사람인 켄타우루스가 무언가를 차지하기 위해 다투고 있다. 이 정도면 2400년의 세월을 잘 견뎌낸 것이다. 그나마 헤파이스토스 신전에서 우리는 그리스의 체취를 느낄 수 있었다. 

덧붙이는 글 | "1월24일부터 2월1일까지 9일간 아테네, 터키, 암스테르담을 여행했다. 아테네와 암스테르담은 하루 관광이고, 나머지 5일은 터키 관광이다. 터키에서는 에페스, 파묵칼레, 카파도키아, 앙카라, 이스탄불을 여행했다. 이번 여행의 중요 컨셉은 문화유산 답사와 고고학박물관 견학이다. 20회 내외 여행기를 연재할 예정이다."



태그:#아고라, #아고라 박물관, #아그리파 음악당, #제우스 제단 , #헤파이스토스 신전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관심분야는 문화입니다. 유럽의 문화와 예술, 국내외 여행기, 우리의 전통문화 등 기사를 올리겠습니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