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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에섬 너머로 오메가를 만들며 해가 지고 있다.
 누에섬 너머로 오메가를 만들며 해가 지고 있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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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안산시 선감동에 있는 누에섬은 멀리서 보면 누에를 닮았다 하여 붙여진 이름으로 2.327㎡의 작은 무인도이다. 누에섬에는 등대와 전망대가 설치되어 있어 물이 빠져나간 바닷길을 따라 걸어들어 가면 근처에 있는 대부도, 선감도, 불도, 탄도 등 아름다운 섬들을 전망대에서 한눈에 바라볼 수 있다.

누에섬을 잇는 바닷길에 지난달 30일 연간 3천969㎽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 높이 100m의 풍력발전기 3기가  준공되었다. 하루 두 번 바닷물이 빠지면 넓은 갯벌이 드러나 탄도에서 누에섬까지 도보로 들어갈 수 있는 곳에 풍력발전기를 설치한 것이다. 국내 처음으로 갯벌에 설치된 풍력발전기이니만큼 신기하기도 하거니와 바다위에 우뚝 서 윙윙 소리를 내며 돌아가는 거대한 풍력발전기를 보기위해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는다.

누에섬 등대 사이로 해가 지고 있다.
 누에섬 등대 사이로 해가 지고 있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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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력발전기 사이로 지는해가 오메가를 만들고 있다.
 풍력발전기 사이로 지는해가 오메가를 만들고 있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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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일몰이 아름답기 때문에 오래 전부터 사진가들이 많이 찾고 있는 곳이지만 누에섬에 풍력발전기가 설치됨으로 인해 누에섬과 잘 어울리는 풍력발전기를 모델로 지는 노을을 담기 위해 요즈음 사진가들의 발걸음이 더욱더 분주하다. 해가 뜰 때나 질 때 바닷물에 비치는 모습이 오메가 형상으로 나타난다 하여 오메가라고 이름 붙여진 오메가, 황홀한 모습을 바라보며 사진으로 담는 것을 소원하는 사진가들은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찾아다닌다.

화창한 날 오후 3대가 덕을 쌓아야만 오메가를 잡을 수 있다는 사진장이들의 말을 기억하며 여러 번에 걸쳐 아름다운 일몰과 함께 오메가를 잡고 싶은 생각에 이곳저곳을 찾았지만 아직까지 한 번도 담아보지 못한 오메가를 간절히 기대하며 누에섬이 한눈에 들어오는 탄도항으로 향한다. 좀 이른 시간이기에 풍력발전기도 구경할 겸 누에섬으로 가기위해 물이 빠져 나간 바닷길을 따라 걷는다.

나를 모델로 사진을 찍고 있는 귀염둥이 5살짜리 유빈이, 처음으로 어린작가의 모델이 되었다.
 나를 모델로 사진을 찍고 있는 귀염둥이 5살짜리 유빈이, 처음으로 어린작가의 모델이 되었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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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사진작가 유빈이가 연신 카메라셔터를 누르고 있다.
 미래의 사진작가 유빈이가 연신 카메라셔터를 누르고 있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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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처럼 멋진 사진작가가 될 거예요

아빠와 엄마의 손을 잡고 따라온 미래의 사진작가 어린꼬마를 만났다. 아빠가 아이의 키에 맞춰 세워준 삼각대에 있는 카메라의 뷰파인더를 심각하게 바라보며 셔터를 연신 누르고 있다. 귀엽기도 하고 사랑스럽기도 하여 다가가 뭘 찍고 있는지 물어보자, 바다한가운데 있는 섬과 갈매기를 찍고 있단다. '아빠처럼 예쁜 사진을 찍을 수 있떠요.' 발음도 정확하지 않는 5살짜리 유빈이다. 카메라 방향을 돌려가며 나를 찍어 주겠단다. 나는 5살짜리 모델이 기꺼이 되어 주었다. 그 모습을 아빠와 엄마는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다.

모터패러글라이딩 사이로 새들이 함께 날고 있다. 마치 아름다운 비행의 한장면 같다.
 모터패러글라이딩 사이로 새들이 함께 날고 있다. 마치 아름다운 비행의 한장면 같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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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도항에서 모터패러글라이딩을 즐기고 있는 마니아들
 탄도항에서 모터패러글라이딩을 즐기고 있는 마니아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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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력발전기가 있는 곳쯤 도착하자 모터 패러글라이딩을 즐기는 마니아들이 하늘을 날고 있다. 저공비행하는 그들 옆으로 새들도 함께 날고 있는 모습이 마치 영화 <아름다운 비행>에 나오는 한 장면을 연상하게 한다. 누에섬을 한 바퀴 돌고 오늘은 꼭 오메가를 찍을 수 있게 해달라는 간절한 소망을 안고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이동한다.

이미 많은 사진가들이 삼각대를 펼쳐놓고 해가 지기를 기다리고 있다. 수없이 헛걸음을 하여도 끊임없이 도전하는 사람들, 나 역시 그들 중 한사람이다. 몇 번째 이곳을 왔다는 사진가는 일몰 박사라도 된 듯 이곳 실정을 이야기 한다. 일명 포인트라는 곳을  찾기 위해서는 현지 정보를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의 말을 들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 한마디 건넨다.

"어디쯤이 좋을까요? 날씨가 좋아서 오늘은 오메가를 만날 수 있겠지요?"
"네! 이곳에서 오메가를 찍는다고요? 여기는 작은 섬들이 많아서 오메가 잡기는 하늘에 별 따기예요. 그냥 등대 사이에 걸쳐 있는 촛불모양 일몰이나 담는 게 좋을 거예요."

예전에 여러 번 구경삼아 다녀갔지만 일몰을 담기위해 온 것이 처음인 나로서는 실망하는 마음으로 이곳 정보를 잘 알고 있다는 사람의 말을 들을 수밖에 없었다. 무척이나 오메가 만나기를 기대했던 나는 기운이 빠진다. 누에섬 등대 사이로 떨어지는 햇살이 어부들의 길을 밝혀주는 촛불처럼 빛난다.

등대 사이로 떨어지는 해를 담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해가 지는 쪽으로 자리를 이동하자 아뿔싸! 붉고 선명한 해가 오메가를 만들며 뚝뚝 떨어지고 있는 게 아닌가! 많은 사진장이들의 열정에 감동하여 드디어 누에섬에서 오메가를 보여 주었다. 와우! 황홀하다. 심장이 뛴다. 근처에서 장사를 하는 아저씨는 말한다.

"지금까지 장사를 하면서 지는 해를 봐 왔지만 오늘처럼 아름다운 모습은 처음이네요. 저런 모습을 기다리며 이렇게 많은 사진가와 연인 가족들이 찾아오는 거였군요. 장관입니다."

누에섬등대에서 바라본 전곡항,요트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누에섬등대에서 바라본 전곡항,요트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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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력발전기 사이에 있는 바닷길을 걷고 있는 사람들
 풍력발전기 사이에 있는 바닷길을 걷고 있는 사람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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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과 어패류를 채취해서 돌아오는 어민
 굴과 어패류를 채취해서 돌아오는 어민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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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저기서 대박이라며 하이파이브를 하며 환호성을 지르고 있다. 급히 자리를 옮기느라 장비를 제대로 바꾸지는 못했지만 나는 꿈에도 그리던 오메가를 처음으로 만났다. 탄성을 지르는 사진가들의 행복을 뒤로한 채 바다 안쪽으로 들어가 어패류와 굴 채취를 하여 돌아오는 어부들의 통통거리는 경운기 소리가 정겹게 들려온다. 풍력발전기가 누에섬 전망대와 탄도항의 국제요트대회, 어촌민속박물관과 함께 명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태그:#오메가, #탄도항, #모터패러글라이딩, #풍력발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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