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주당과 진보정당간의 선거연합이 정가의 주요 관전 포인트로 부상한 가운데, 제주도가 선거연합의 시발점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일고 있다.
지난 6일 오후 제주시 노형로터리 인근에 위치한 노형타워에서는 도지사 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민주당 고희범(전 <한겨레신문>사장) 후보의 선거사무실 개소식이 열렸다. 이날 행사장에는 민주당 제주도당 당원들, 4·3유족회 회원들, 강정마을 주민들 등을 포함해 고희범 후보를 지지하는 많은 시민들이 참석하여 행사장을 가득 채웠다.
민주당 중앙당에서도 이미경 사무총장이 개소식에 참석하여 고희범 후보에게 힘을 실어 주었다. 그리고 고희범 후보와 평소 가깝게 지냈던 천정배, 원해영 의원 등이 바쁜 일정을 쪼개 행사장에 들른 뒤, 격려사를 전한 후 급히 귀경길에 오르기도 했다.
한편 이날 개소식에 의외의 인사들이 참석해 지역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민주노동당 대표와 대선후보를 지낸 권영길 의원과 89년 '세계청년학생축전'에 참가하기 위해 북한을 방문해서 옥고를 치렀던 '통일의 꽃' 임수경씨가 그들이다.
권영길 의원은 자신이 고희범 후보의 개소식장에 참석하게 된 이유를 "고희범과 오랜 인연이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권영길 의원은 오랜 기간 고희범 예비후보와 언론운동을 함께 하면서 <한겨레신문>의 창간과 민주 언론노조의 결성에 협력해온 사이다.
권 의원은 연대사에서 "나는 제주를 미치도록 사랑한다, 4, 5월에 피는 제주의 노란 유채꽃을 보기위해 1년에도 서너 차례 제주를 찾는다"고 고백한 뒤, "나로 하여금 제주에 미치게 만든 사람이 고희범"이라고 말했다.
권영길 의원은 그러면서도 "고희범 후보가 민주당 후보로 공천을 받아야 이명박 정부의 '서민 죽이기' 정책에 맞설 수 있다"면서, "고희범이 공천을 받아야만 우리 민주노동당이 후보를 내지 말아야할지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희범 후보가 민주당 후보로 결정되면 민주노동당이 도지사 후보를 내지 않을 수도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한편, 이날 행사장에 직접 참석하지는 않았지만 친노세력의 대명사인 이해찬 전 총리도 축전을 통해 연대의 뜻을 보였다. 이 전 총리는 "제주를 사랑하는 그 마음, 머릿속에 품고 있는 푸른 꿈들이 티끌 하나 없이 순수하다는 것을 잘 안다. … 승리할 것이라 확신 한다"는 내용의 응원 메시지를 전달했다.
창조한국당과 진보신당은 비록 중앙당 차원에서는 사람을 보내지 않았지만 도내 당직자들과 당원들이 행사에 참석했다. 이 두 정당들도 사실상 지방선거에서 고희범 후보를 중심으로 민주당과 연대할 수 있다는 뜻을 표한 것이다.
이날 개소식 분위기로만 본다면 '반 이명박·한나라당 선거대연합'이 제주에서 먼저 성사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보였다. 이를 의식한 듯 원혜영 의원은 "'봄소식이 제주로부터 온다'는 사실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 지방선거에서의 승리가 제주에서 시작될 것임을 확신한다"고 말했다.
천정배 의원도 "고희범 후보의 과감한 입당에 감사한다"며 "고희범 후보의 입당이 민주당의 행복과 제주도의 번영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한나라당은 이직까지 유력한 도지사 후보를 내놓고 있지 못하고 도내 진보개혁진영은 고희범 후보를 중심으로 민주당과 연대할 뜻을 비치고 있기는 하지만, 올 지방선거의 전망이 고희범 후보에게 그리 낙관적인 것만은 아니다.
고희범 후보의 인지도가 유권자들 사이에 그리 높지 않은 점, 현 김태환 제주지사의 거취가 결정되지 않은 점, 각종 여론조사에서 부동의 1위를 달리는 우근민 전 제주지사가 여전히 민주당 공천을 희망하는 점 등은 고희범 후보가 앞으로 극복해야할 난관들이다.
민주당 지도부와 당원들은 인지도 높은 전 지사를 선택할 것인지, 야권 연대의 중심에설 개혁적인 인사를 선택해야 할 것인지를 두고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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