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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조치원에서 열린 세종시 수정안 찬성 집회에 대전시민 500여명이 돈을 받고 동원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4일 오후 조치원역 광장에서는 '세종시원주민 생계 및 재·보상 비상대책위원회 (이하 수정안 비대위. 위원장 최봉식)'가 주관한 행사가 열렸으며 지역주민 700여명이 참석한 것으로 보도됐다.

 

하지만 이날 행사는 세종시 수정안을 찬성하는 지역 주민이 아니라 대전지역 스포츠 동호회 등에서 인력이 동원됐다는 증언이 나왔다.

 

대전 둔산동에 사는 주민 권아무개(여, 49)씨 등 5명은 이날 저녁 기자와 만나 "일당을 받고 집회에 참석했지만 집회 취지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권씨는 "4일 오후 1시 대전 서구청 부근에서 출발한 버스를 타고 둔산동 탁구 동호회 회원 16명을 포함해 43명이 조치원 집회에 참석했다"며 "탄방동에서 가게를 하는 동호회원에게 연락을 받고 참석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모임에 참석하기 전 연락을 한 회원이 대전시민처럼 보이지 않도록 허름한 옷을 입도록 요청했다"며 "대충 짐작은 했지만 이렇게까지 이용당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또한 "회원들과 함께 버스에 탔더니 50대로 보이는 남성분이 '집회 참석 중 언론에서 취재를 하면 대전시민이 아니라 조치원 주민이라고 말하라'는 지시까지 했다"며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에 찬성하는 집회니 협조해 달라고 말했다"고 털어놨다.

 

권씨에 따르면 집회에 참석한 사람들은 대가로 일당 3만원을 받았으며 다음주에 6만원을 줄 테니 서울 집회에 참석해 달라는 요청까지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집회에 참석함 김아무개씨도 "이번 집회에 500여명의 일반인들이 관광버스 12대에 타고 왔고, 일당 3만원씩 받고 동원된 사람들"이라고 밝혔다.

 

세종시 건설 빨리해라?

 

이날 집회에 동원된 의혹을 받고 있는 500여명은 유성 등 대전 각지에서 출발한 12대의 버스를 타고 온 것으로 알려졌다.

 

자유선진당 박상돈 충남도당위원장은 "사실이라고 믿고 싶지 않지만, 그게 사실이라면 세종시 문제를 둘러싼 국정의 한 단면을 보는 것"이라며 "여론몰이를 위해서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정부의 태도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상돈 위원장은 이어 "버스 12대로 동원된 대전 시민들에게 지급한 돈의 출처를 철저히 밝히기 위해 국정조사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금홍섭 사무처장은 "주부를 포함해 한 푼이 아쉬운 사람들을 돈을 주고 동원하는 상상도 하지 못할 일이 벌어졌다"며 "이번 사안을 포함해 정부의 세종시 여론 조작에 대응하기 위한 회의를 급하게 소집한 상태"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수정안 비대위 최봉식 위원장은 "이날 모두 22대의 버스를 타고 행사장에 집결했고 버스대여비와 음료수를 제공했다"며 "하지만 일당은 지급한 적이 없고 전혀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단체가) 어렵게 일하고 있는데 한쪽 얘기만 듣고 일방적으로 기사를 쓸 수 있느냐"고 덧붙였다.

 

그는 세종시원주민이 아닌 사람들이 집회에 참여한데 대해서는 "원주민들이 전국에 흩어져 있는데 그중 대전에 많이 살고 있고 사전 원주민이 아니더라도 동참할 사람들이 있으면 데리고 오라고 했다"고 해명했다.

 

권대혁 연기군 청년실업대책위원회 위원장도 "우린 그저 참가해 달라고 요청해 참가했을 뿐 일당을 받았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아는 게 전혀없다. 아무것도 모른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집회를 주최한 '세종시 비대위'는 지난해 12월에 만들어진 단체로 '(어떻게 됐든) 세종시를 빨리 건설해 달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이들은 이날 조치원역 집회에서도 '세종시 건설 빨리하라'는 손팻말을 가지고 나왔다.

 

또한 비대위 집행부 5명은 지난 2일 정운찬 총리의 초청으로 정부종합청사에서 총리와 면담해 '정 총리가 세종시 수정안 찬성 쪽 의견만 듣는 거 아니냐'는 비판이 이어졌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대전뉴스 (www.daejeonnews;kr)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세종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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