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답사 일정과 코스가 정해지는 과정

터키 지도
 터키 지도
ⓒ 이상기

관련사진보기


지난해 9월부터 터키의 문화유산을 답사하자는 논의가 있었다. 10월에 공식적인 의제로 회의에 부쳐졌고, 많은 사람들이 동의했다. 그런데 11월의 회의에서 그리스 아테네를 넣으면 어떻겠느냐는 의견이 나왔다. 9일 동안 터키만 보자는 게 내 의견이었지만, 다수의 사람들이 그리스를 원해 답사코스를 그리스와 터키로 정하게 되었다. 그리고는 여행사를 찾았다.

그리스 터키를 여행하는 프로그램은 국내의 웬만한 여행사가 다 취급하고 있다. 하나투어와 모두투어 같은 메이저 여행사들은 좀 더 다양한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지만 가격이 비싼 편이다. 이 보다 조금 규모가 작은 마이너 여행사들은 낮은 가격과 알찬 내용으로 이들 메이저 여행사에 도전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이들 메이저와 마이너 여행사들이 나름대로 강점을 가지고 서로 경쟁하고 있는 양상이다.

이번 여행에서 우리가 이용한 KLM 항공기
 이번 여행에서 우리가 이용한 KLM 항공기
ⓒ 이상기

관련사진보기


나는 마이너 여행사 중 프로그램이 괜찮은 KRT여행사와 접촉을 했다. 우선 그들이 만든 프로그램을 꼼꼼히 살펴보았다. 그리스 터키 여행은 8박9일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그리스는 직항편이 없어 유럽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네덜란드의 암스테르담을 경유하여 그리스 아테네로 들어가고, 이스탄불에서 암스테르담을 경유하여 다시 서울로 돌아오는 코스다. 비행기를 무려 13시간이나 타야 하는 정말 긴 코스다. 그렇지만 항공료가 절약되는 장점이 있다.

프로그램을 보니 내용은 괜찮은 편이다. 그리스로 들어가 아테네를 하루 보고, 피레우스에서 큰 여객선를 타고 에게해의 히오스 섬까지 가도록 되어 있다. 히오스 섬에서 다시 작은 여객선으로 갈아 타고 터키의 체쉬메로 간다. 체쉬메에서부터는 관광버스를 타고 터키 전역을 여행하도록 코스가 짜여 있다. 사실 이번 여행의 주안점은 터키 문화유산 답사이다.

히오스와 체쉬메를 연결하는 배
 히오스와 체쉬메를 연결하는 배
ⓒ 이상기

관련사진보기


체쉬메부터는 버스를 타고 이즈미르를 거쳐 에페스로 간다. 에페스는 고대 로마시대 문화유산이 잘 남아있는 도시이다. 에페스를 보고는 파묵칼레로 간다. 파묵칼레는 유네스코 세계자연문화유산이다. 파묵칼레에서 다음 목적지인 카파도키아까지는 8시간이 걸린다. 중간에 셀추크 터키의 수도였던 콘야를 지나간다. 카파도키아 역시 유네스코 자연문화유산으로 볼거리가 많다. 카파도키아에서 다시 버스로 4시간을 가면 터키의 수도 앙카라에 이른다.

앙카라를 보고 다시 버스는 터키 여행의 최종 목적지인 이스탄불로 간다. 이스탄불은 1985년 유네스코 문화유산 도시가 되었을 뿐 아니라, 2010년 유럽의 문화수도로 지정되었다. 이스탄불은 아시아와 유럽의 문화가 공존하고 있는 매력적인 도시이다. 이스탄불을 관광하고 나서는 비행기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으로 이동한다. 암스테르담에서는 시내의 문화유산과 미술관을 답사한다. 그리고는 비행기를 타고 인천공항까지 돌아오도록 되어 있다.

여행사와의 조율을 통해 이루어진 알찬 답사 일정

여행사가 제시한 대략적인 일정을 바꿀 수는 없다. 우리는 이 일정에 박물관과 미술관 등을 추가하여 내용을 알차게 만들어가는 과정을 거친다. 여행사가 제시한 일정은 상대적으로 외관 관광이 많은 편이다. 그래서 하드웨어가 강하다. 그렇지만 문화와 문화유산을 공부하고자 하는 우리에게는 내부 관광이라는 소프트웨어가 필요하다. 그래서 가는 곳마다 한두 가지 일정을 추가한다.

아테네에 있는 국립 고고학박물관
 아테네에 있는 국립 고고학박물관
ⓒ 이상기

관련사진보기


먼저 그리스 아테네 일정이다. KRT여행사에서 제시한 것을 보면 그리스 일정은 아테네의 아크로폴리스와 에기나 섬 관광으로 이루어져 있다. 우리는 여기서 에기나 섬 관광을 빼고 아테네 관광으로만 일정을 바꿨다. 먼저 아크로폴리스를 본 다음 가까이 있는 아고라를 답사하기로 한다. 그리고는 그리스 전역에서 출토된 유물이 있는 아테네 국립고고학박물관을 보기로 한다. 아테네 고고학박물관을 보지 않고는 그리스 문화와 예술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터키 일정에서도 매 방문지마다 박물관을 추가한다. 에페스에서는 고대 유적지를 살펴보는 것은 물론이고, 이곳에서 발굴된 유물이 보존되어 있는 고고학박물관을 관람하기로 한다. 파묵칼레 관광의 포인트는 석회붕과 히에라폴리스 유적이다. 여기서 석회붕은 자연유산이고 히에라폴리스 유적은 문화유산이다. 히에라폴리스 고고학박물관에는 이곳에서 나온 석상과 조각 그리고 발굴유물이 전시되어 있다.

눈 덮힌 카파도키아
 눈 덮힌 카파도키아
ⓒ 이상기

관련사진보기


카파도키아는 여행사에서 제시한 안을 그대로 따르기로 했다. 그렇지만 앙카라 관광 일정에는 아나톨리아 고고학박물관을 추가한다. 아나톨리아는 에게해와 흑해 연안을 제외한 터키의 내륙 지방으로 터키 전체 면적의 2/3를 차지하고 있다. 아나톨리아는 로마식 표기로 소아시아(Asia Minor)라는 뜻이다. 터키적인 유산과 풍습이 잘 남아있는 지역으로, 터키어로는 아나돌루(Anadolu)라고 부른다.

이스탄불은 동서양 문화가 공존하는 곳이다. 1,453년까지는 동로마제국의 수도로 유럽문화의 영향을 받았고, 투르크 땅이 된 1453년부터는 오스만 제국의 수도로 동양문화의 영향을 받았다. 그래서 이곳에는 기독교식 사원과 이슬람식 사원이 공존하고 있다. 또 오스만 제국의 궁전도 볼만하다. 그래서 여행사의 일정에 지하 저수조인 예레바탄 사라이를 추가하는 정도에 그쳤다.

그리고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는 풍차마을 잔세스칸스와 시내 관광 외에 반 고흐미술관을 추가했다. 처음에는 렘브란트와 브뤼겔의 그림이 있는 국립미술관도 계획에 넣었다 그러나 미술작품을 연달아 보길 부담스러워 하는 사람들이 있어 국립미술관은 빼는 것으로 코스를 정리했다. 이렇게 여행사와 코스를 조율하고 나니, 이제 정확한 여행자 숫자와 가격이 문제였다.   

회원들을 모으고 가격을 정하는 문제

파르테논 신전에서의 단체사진
 파르테논 신전에서의 단체사진
ⓒ 이상기

관련사진보기


처음 그리스 터키 여행안을 내놓았을 때 참가 희망자는 18명이었다. 사실 단체 여행이 20명은 되어야 진행될 수 있고, 25명은 되어야 좀 더 나은 조건에서 여행사와 협상과 조율을 할 수 있다. 그래서 여행이 상당히 어렵겠구나 하고 생각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리스와 터키 자료를 준비하고 우리가 원하는 계획을 확정했다. 그리고는 여행사를 찾아가 지중해 연안 여행 담당자를 만났다. KRT여행사의 오주원 주임이다.

그에게 우리의 계획을 얘기하고 우리의 안을 받아줄 수 있는지 물었다. 그로부터 우리의 안을 수용할 수 있다는 말을 들었다. 그런데 참가 회원수가 25명은 되어야 단독행사로 진행할 수 있다는 말을 덧붙인다. 25명이 안되면 다른 팀과 연합행사로 진행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100% 우리 뜻대로 여행할 수 없는 문제점이 있다. 또 20명이냐 25명이냐에 따라 10만 원 정도 가격 차이가 난다는 말도 덧붙였다.

앙카라 한국공원에서의 우리 회원들
 앙카라 한국공원에서의 우리 회원들
ⓒ 이상기

관련사진보기


그렇다면 25명의 회원 확보가 절체절명의 과제다. 이제는 공이 우리에게로 넘어온 것이다. 나는 12월 월례회에서 회원들에게 이런 사실을 알리고 이번 여행에 참여해줄 것을 부탁했다. 다행히 일정과 가격을 보고 참가를 희망하는 회원이 늘어 23명, 25명, 28명으로 늘어났다. 그제야 여행을 추진하는 사람 입장에서 마음이 좀 놓였다.

28명이 그리스 터키를 여행하는 것으로 확정을 하고, 여행사와 일정과 가격을 최종 조율하는 과정을 거쳤다. 지금까지 우리 팀의 추진자인 나와 KRT팀의 오주원 주임이 수차례 E-mail을 주고받으며 의견을 교환했기 때문에, 최종 합의는 아주 쉽게 이루어질 수 있었다. 양측이 다 만족할만한 수준에서 일정과 가격이 최종 확정되었다. 이번 일을 하면서 우리 여행사들의 수준이 상당히 높아졌음을 알 수 있었다. 이 정도면 패키지여행, 정말 해볼만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여행사 측의 사전설명회     

이제 모든 것이 준비되었다. 여행을 10여일 남겨둔 1월12일 사무실에서 사전설명회를 가지게 되었다. KRT여행사 측에서 인솔자가 나와 일정과 준비물, 주의사항을 설명해 주기로 했다. 그런데 갑자기 2명이 여행을 못 가겠다고 연락을 해왔다. 그럼 26명이 된다. 이것 참 난감하다. 25명이 마지노선인데. 또 이 날 날씨가 몹시 추웠을 뿐 아니라 전날 눈이 많이 와서인지 인솔자가 약속시간보다 좀 늦었다. 그런데 온 사람도 우리와 함께 터키로 여행할 인솔자가 아니라고 한다. 여러 가지로 마음이 편치를 않다.

아테네와 피레우스 지도
 아테네와 피레우스 지도
ⓒ 이상기

관련사진보기


또 가지고 온 자료도 좀 부실해 보인다. 인터넷 상에 떠 있는 수준을 넘지 않을 뿐더러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인 아테네와 이스탄불 시가지 지도(City Plan)가 없다. 나는 인솔자에게 두 도시의 지도를 준비해 달라고 부탁을 한다. 여행에 대한 설명은 비교적 잘 하는 편이다. 일정에 대한 설명, 개개 관광지와 문화유산에 대한 설명이 비교적 만족스럽다. 마지막으로 현지 날씨가 추우니 따뜻한 옷을 준비해 달라는 것과 음식이 맞지 않을 수도 있으니 라면이나 밑반찬 등을 준비해 달라는 부탁을 한다. 특히 온천욕을 위해 수영복과 슬리퍼를 준비해 달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파묵칼레 호텔에서 온천욕을 하게 되었을 때 호텔마다 차이는 있지만, 필수 사항으로 수영복, 수영모자, 슬리퍼를 착용하는 호텔이 있습니다. 준비를 안 해 오셨을 경우 돈을 주고 빌리거나 구매를 해야 하는 경우가 생깁니다. 부피가 얼마 되지 않으니 집에 갖고 계신 것이 있으면 챙겨 오시는 게 편리합니다."

불안한 징조와 재미있는 에피소드

최종적으로 우리를 인솔한 투어 컨덕터 홍자경씨
 최종적으로 우리를 인솔한 투어 컨덕터 홍자경씨
ⓒ 이상기

관련사진보기


이렇게 해서 모든 준비가 끝나는 줄 알았다. 아 그런데 여행을 떠나기 일주일 전에 회원 한 분이 또 여행을 못가겠다고 연락을 해 왔다. 이렇게 되면 25명이 깨질 수도 있다는 얘기가 된다. 불안한 나는 다른 회원들에게 여행을 함께 할 수 있는지 연락을 해 본다. 그러나 더 이상 갈 수 있는 회원이 없다. 어떻게 할까 궁리를 하다 내가 잘 아는 문화유산 카페인 '저 산길 끝에는 옛님의 숨결'에다 공고를 냈다.

"(사)예성문화연구회에서 그리스 터키로 해외답사(1월24일-2월1일)를 갑니다. 비용은 OOO만원입니다. 그런데 갑자기 남자 한 명이 답사를 취소하는 바람에 자리가 하나 생겼습니다. 남자로 그리스 터키 답사를 희망하시는 분은 연락 주세요(Tel: 010-OOOO-OOOO). 자세한 일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그리고 나서 하루가 지난 후 연락이 왔다. 경북 성주의 비구니 스님이다. 그리스 터키를 답사하고 싶었는데 답사 내용이 마음에 들어 함께 여행을 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어쩌지요, 스님? 우리는 방을 같이 쓸 남자 회원을 원하는데요." 그러자 그 스님, "그래도 함께 갈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그래서 나는 방을 함께 쓸 분을 구하면 우리 여행에 동참할 수 있도록 해 드리겠다고 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는 하루 이틀을 기다렸다. 별 연락이 없다. 아마 파트너를 구하지 못한 모양이다.

톱카프 궁전에서의 단체사진
 톱카프 궁전에서의 단체사진
ⓒ 이상기

관련사진보기


그래서 25명은 꼭 갈 것으로 믿고 여행사 측에 최종 연락을 했다. 그러면서 허허실실로 여자 한 분이 더 가려고 하는데 어떻게 안되겠냐고 물어본다. 그랬더니 인솔자가 여자이니 방을 함께 쓰면 될 것이라 말한다. 아하, 내가 왜 그런 생각을 못했을까? 바로 그 스님에게 전화를 걸었다. 서너 번 전화를 해도 받지를 않는다. 아마 수행중이거나 기도중인 모양이다.

저녁에야 겨우 통화가 되어 함께 여행을 할 수 있다고 얘기를 한다. 인솔자와 함께 잘 수만 있다면. 그런데 그 스님께서 여행 의사를 동료 스님들께 얘기했더니 다들 말리더란다. 전혀 모르는 사람들과 어떻게 여행을 할 수 있느냐고. 그래서 마음이 바뀌었다고 말한다. 스님과 함께 여행을 하면 우리도 배우는 것이 많을 텐데, 함께 하지 못하는 것이 유감이다. 이런 우여곡절을 겪고 나서야 우리 회원 25명은 1월24일 인천공항을 떠나 그리스로 향할 수 있었다.

덧붙이는 글 | 1월24일부터 2월1일까지 9일간 아테네, 터키, 암스테르담을 여행했다. 아테네와 암스테르담은 하루 관광이고, 나머지 5일은 터키 관광이다. 터키에서는 에페스, 파묵칼레, 카파도키아, 앙카라, 이스탄불을 여행했다. 이번 여행의 중요 컨셉은 문화유산 답사와 고고학박물관 견학이다. 20회 내외 여행기를 연재할 예정이다.



태그:#그리스 터키 답사, #패키지 여행, #아테네, #이스탄불, #고고학박물관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관심분야는 문화입니다. 유럽의 문화와 예술, 국내외 여행기, 우리의 전통문화 등 기사를 올리겠습니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