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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지역 등 부동산 시장이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지속적으로 집값이 하락하고 있다. 하지만 공신력 있는 집값 통계로 알려진 국민은행 주택가격지수와 국토해양부 아파트실거래가지수는 연일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이것이 '집값이 급등하고 있다'는 인상을 심어줘 부동산 시장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투기 수요를 높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김광수경제연구소와 <오마이뉴스>는 일곱 차례에 걸쳐 현장기사와 분석을 통해 집값 통계 왜곡과 그에 따른 부작용을 들여다볼 예정이다. [편집자말]
집값 통계 기준으로 집값이 최근 들어 사상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는 청주의 경우, 실제 집값은 약보합세를 나타내고 있다. 사진은 비가 오는 청주의 한 아파트단지 모습.
 집값 통계 기준으로 집값이 최근 들어 사상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는 청주의 경우, 실제 집값은 약보합세를 나타내고 있다. 사진은 비가 오는 청주의 한 아파트단지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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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통계 기준으로 집값이 최근 들어 사상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는 지역이 있다. 바로 충청북도 청주다. 국민은행 주택가격지수(2008년 12월=100)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101.9를 기록해 전달에 기록한 사상최고치(101.4)를 뛰어넘었다.

특히, 눈에 띄는 점은 지난해 8월 100.3을 기록한 이후 사상최고치를 매달 경신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지난해 3월 이후 9개월 연속 집값이 상승하고 있기도 하다. 국토해양부 아파트실거래가지수(2006년 1월=100) 역시 2009년 10월 109.3으로 사상최고치를 기록했다. 11월에는 10월에 비해 0.71% 하락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청주의 집값은 수도권의 과거 집값 폭등기처럼 그 오름폭이 크지 않지만, 집값 통계만 본다면 이곳의 부동산 시장은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울 것이라는 점을 예상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장의 분위기는 집값 통계와는 달리 뜨뜻미지근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매수세가 살아나고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시장 침체가 계속되고 있다.

"세종시 논란과 맞물리면서 최근 거품 빠지는 중"

지난 27일 찾은 청주시 흥덕구 봉명동 봉명아이파크 아파트 모습.
 지난 27일 찾은 청주시 흥덕구 봉명동 봉명아이파크 아파트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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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품이 꺼지는 중이에요."

지난 27일 청주시 흥덕구 봉명동 봉명아이파크 아파트 앞에서 만난 부동산 공인중개사 김아무개씨의 말이다. 그는 "최근 이사철이라서 일부 아파트에 대한 수요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집값 상승으로 이어질 만큼의 수준은 아니다"며 "대부분 매수세가 거의 없다"고 밝혔다.

이 아파트에서 가장 수요가 많은 85㎡(전용면적)형의 경우, 저층은 1억6200만 원에 매물이 부동산 공인중개사무소에 나와 있다. 지난 4/4분기에 4층 이하 저층이 1억7900만 원과 1억9천만 원에 거래된 것을 감안하면, 현재 집값은 제자리걸음 수준이거나 오히려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가장 비싸다는 꼭대기층(탑층)은 1억9천만 원짜리 매물을 찾을 수 있다. 이는 지난해 4/4분기에 1억9천만 원대에 거래된 것과 큰 차이가 없다. 김씨는 "주변 공인중개사들은 시세를 1억8천만~2억2천만 원으로 잡고 있지만, 그보다 싼 매물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집값이 상승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눈에 띄는 점은 거래건수가 지속적으로 줄고 있다는 것이다. 전체 1222세대 중 580세대를 차지하는 85㎡형의 거래건수는 지난해 9월과 10월에는 각각 11건과 8건이었지만 11월에는 0건, 12월에는 1건으로 거래가 거의 끊겼다. 

김씨는 "그동안 청주 인근에 들어서는 세종시 효과로 부동산 시장이 좋았던 것은 사실"이라면서 "하지만 최근 들어 세종시 논란과 맞물리며 거품이 빠지고 있다"고 밝혔다.

쌓이는 미분양... "새집도 비었는데, 헌집은 어떻겠나"

충북 청주의 한 아파트단지의 모습이다.
 충북 청주의 한 아파트단지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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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의 다른 지역도 봉명동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흥덕구 분평동 주공1단지 뜨란채 아파트 60㎡형 남향의 경우, 현재 시세는 9500만~1억500만 원 수준이다. 이는 지난해 12월 3층과 4층 매물이 각각 1억200만 원과 1억100만 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해 큰 차이가 없다.

현 시세는 지난해 10~11월 자료와 비교하면 약세다. 지난해 10월 4층 매물이 1억1200만 원에 팔렸고, 11월에는 1억200만~1억800만 원 사이에서 거래가 이뤄졌다. 인근의 한 공인중개사는 "예년 같았으면 이사철이라고 시끄러웠을 텐데, 올해는 매물도 없고 수요도 없다"며 "사무실 책상머리에서 신문이나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인근의 주은프레지던트 아파트도 비슷한 상황이다. 85㎡형의 경우, 저층은 1억6천만~1억7400만 원에 매물이 나와 있고, 고층은 1억8천만 원 내외가 시세다. 이 아파트가 지난 2009년 4/4분기 1억6천만~1억9500만 원에 거래된 것을 감안하면, 약보합세를 나타내고 있다.

청주의 다른 지역도 거래가 끊기면서 집값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산남동 대우푸르지오 85㎡형은 지난해 10월 최고 2억2500만 원에 거래되는 등 모두 5건의 거래가 있었지만 11월에 가격(2억1100만원)이 떨어지고 거래건수(2건)가 줄더니, 12월에는 단 한 건의 거래도 없었다.

한 공인중개사는 "청주에 미분양 아파트만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고층의 새 아파트도 미분양이 났는데 기존 아파트 수요가 많아봤자 얼마나 많겠느냐"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는 집값 통계와 달리, 청주 지역은 조용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김광수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청주시에서 2005~2008년에 분양 승인된 1만848세대 중 22%인 2371세대가 미분양일 정도로 부동산 시장이 침체돼 있다. 현재도 2000여 세대가 미분양인 것으로 나타났다.

실거래가는 하락하고 거래는 끊기고... "집값 하락 가능성 커"

집값 통계는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지만 실거래가격은 약세를 면치 못하는 지역은 청주 말고도 많다. 광주광역시가 대표적이다. 집값 통계에 따르면, 이곳의 2009년 12월 집값은 2004년 초에 비하면 10% 이상 올랐다.

광주의 국민은행 주택가격지수는 2004년 1월 90.4를 기록한 후, 2006년 1월 96.3, 2008년 1월 98.7, 2009년 12월 99.3으로 지속적으로 오름세를 기록했다. 2009년 상반기 들어 다소 하락했지만, 하반기에는 다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실거래가격은 집값 통계와 달리 하락세다. 과거 2억5천만 원(2006년 10월), 2억6천만 원(2007년 2월)에 거래됐던 광주 북구 용봉동 용봉아이파크 112㎡형은 지난해 11월 2억4200만 원에 거래됐다.

이처럼 수도권뿐 아니라, 지방에서도 2006년 이후 실거래가격은 하락세를 보이고 있지만 집값 통계는 오름세를 기록하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이에 대해 선대인 김광수경제연구소 부소장은 "미분양 물량이 쌓이면서 기존 아파트의 거래량이 줄어들어, 가격 하락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태그:#집값 왜곡, #청주, #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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