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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개혁 함께 하자."

 

민병렬 민주노동당 부산시당 위원장과 김석준 진보신당 부산시당 위원장, 고창권 국민참여당 부산시당 위원장이 6월 지방선거 대응을 위해 머리를 맞댔다. 사회복지연대와 부산참여자치시민연대, 부산환경연합이 26일 저녁 부산YMCA 강당에서 공동 주최한 '부산시당 3당 위원장 초청 토론회'에서다.

 

이날 토론회는 '100분 토론'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안하원 사회복지연대 공동대표가 진행했으며, 현정길 사회복지연대 집행위원이 시민사회진영의 입장을 밝히며 토론에 참여했다.

 

이날 토론회에 민주당 부산시당 위원장인 조경태 의원은 참석하지 않았다. 주최측은 한 달 전부터 창조한국당 부산시당을 포함해서 참여를 요구했지만 끝내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안하원 공동대표는 "한 달 전부터 참여를 이끌어 내려 했고, 처음에는 참여하려고 했다. 그런데 민주당은 특정 정당이 참여하면 안 한다고 했다. 민주당이 제1야당이니까 우선적으로 고려해서 준비했다"면서 "그런데 나중에는 국회 일정 때문에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해서 미루었고, 국회 상황이 끝나니까 해외출장을 핑계로 참여하지 못하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토론에 앞서 박주미 사회복지연대 공동대표는 "서민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서는 우리가 판을 한번 만들어 보아야 하는 것 아니냐. 오늘을 계기로 더 구체적이고 활발하게 토론이 되고, 진보가 승리하는 길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시민사회진영에서는 지난해 말부터 '지방선거 시민네트워크' 구성을 위한 논의를 해왔다. 부산참여자치시민연대가 중심이 되어 지금까지 다섯 차례 열린토론회가 열렸으며, 조만간 '10만명 시민네트워크' 구성을 위한 운동을 벌이게 된다. 이런 차원에서 야당 위원장들이 나와 토론을 벌여 관심을 모았다.

 

또 지난해 말 민병렬 위원장과 김석준 위원장이 부산시장 후보로 선출되었는데, 기자회견을 열어 통합에 대해 서로 다른 견해를 내놓아 '논쟁'이 붙기도 했다. 그랬던 두 위원장이 한자리에 모여 지방선거를 놓고 토론해 더 관심을 끌었다.

 

"이번 지방선거를 통한 변화의 가능성은?"

 

각 정당 위원장들은 이번 지방선거를 어떻게 볼까. 안하원 공동대표는 "진보진영은 후보 단일화가 최대의 화두"라며 지방선거의 의미에 대해 물었다.

 

고창권 위원장은 "더 이상 이명박 정권을 두고 볼 수 없다. 사생결단으로 싸우자는 각오다"면서 "모든 선거에서 야당과 시민사회가 힘을 합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 문제는 얼마만큼 단일화를 할 것이냐다"고 말했다. 민병렬 위원장은 "진보정당 10년째인데,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석준 위원장은 "진보세력의 미래가 걸린 선거다. 국민들에게 진보세력이 새로운 대안으로 자리 잡을 것인지, 아니면 지리멸렬한 존재가 될 것인지. 지난 20여 년간 부산은 한나라당이 싹쓸이했다. 이제 한번은 바꾸어 봐야 하는 시기가 된 것 같다. 바꿀만한 대안이 있느냐. 이번 선거를 통해 바꿀 수 있는 변화의 가능성, 그런 자신감을 심어주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현정길 집행위원은 "시민들 사이에는 한나라당의 독주에 대해 이전에는 표현하지 않다가 이제는 선거에서 무엇인가 보여주겠다고 하는 정서가 있다. 국민감정이 누적되어 온 것이기에 상황에 따라 엄청난 이변도 가능하다"면서 "시민사회진영에서는 이것을 극대화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고, 정치권은 시민들의 열망과 희망에 부응해야 한다. 선거연대나 정책연대로, 판이 잘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3당 위원장들은 부산 경제와 복지의 침체를 걱정했다. 이들은 "이전에 부산은 우리나라 제2의 도시였는데 지금은 인천에 밀려 제3의 도시로 전락했으며, 그것의 가장 큰 원인은 한나라당 일당독재"라고 지적했다.

 

안하원 공동대표는 "진보개혁진영은 어떻게 하면 하나가 될 수 있는가"라며 부산의 정치구도에 대한 분석부터 하자고 했다.

 

고창권 위원장은 "한나라당이라는 한 정당이 독점하면서 여러 문제점이 뿌리 내리고 있다. 견제와 균형을 찾아볼 수 없는 게 부산이다. 그것이 YS 3당 합당 때 시작되었다고 하는 사람도 있는데, 그런 평가보다는 그 이후에 건강한 대안세력들이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자성부터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석준 위원장도 '대안세력의 역할'에 대해 강조했다. 그는 "민주당도 한 꺼풀만 벗겨보면 한나라당과 별 차이 없는 보수다. 진보세력도 지역에서 시민들로부터 신뢰를 받지 못했다. 진보진영이 무능하고 잘못한 측면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거대 양당으로 몰아가는 소선거구제와 다수가 독점하는 선거제도도 하나의 탓"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선거 때 보면 한나라당은 지역에서 지지도가 30%를 조금 넘는 정도인데 실제는 90% 이상을 독점하는 선거제도다"며 "그래서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를 해야 하고, 무엇보다 진보진영의 실력을 키워야 한다. 아무리 한나라당이 헛발질을 하더라도 진보진영이 제대로 하지 못하면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민병렬 위원장도 견해를 밝혔다. 그는 "1990년 3당 야합부터 한나라당 지배구조가 굳어졌는데, 20년 세월이 흘렀다. 이제는 뒤집기를 해야 한다"면서 "최종적으로는 일대일 구도인데, 그것을 만들어나가는 과정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큰 틀에서 진보정당이 합당에 합의하고 지방선거를 해야 한다"면서 "그래야 진보정당이 결집해서 반한나라당 정서로 결집해서 한판 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정길 집행위원은 "단일화의 대안이 없으면 표조차 집결하지 않고, 도로 한나라당으로 갈 것"이라며 "민주노총 부산본부가 민주노동당, 진보신당과 연석회의를 제안해 놓았는데, 최고 수준은 합당이지만 낮은 수준은 연대도 있을 수 있다. 진보정당이 먼저 연대, 통합해서 진보개혁 진영이 함께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노동당-진보신당 통합은?

 

자연스럽게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통합 내지 연대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예민한 문제가 나왔다"고 한 안하원 공동대표는 "단순하게 말하기가 어렵다. 진보정당 간에 연합해야 되는 것이냐, 국민참여당까지 연합을 고민해야 하는 것이냐"는 질문을 던졌다.

 

민병렬 위원장은 "당론이다"고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그는 "별거 중인 진보신당과는 지방선거 전에 합쳐나가겠다. 지방선거부터 별거를 끝내고 한 살림으로 큰 집 지어 나가겠다. 먼저 단일후보를 만드는 게 하나다. 민주당, 국민참여당과 같이 한나라당을 꺾을 수 있는, 단일한 연대의 틀을 만들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석준 위원장은 "진보정당 내지 진보세력이 굉장히 위기 상태다"고 하면서 합당에 대해서는 다른 견해를 보였다. 2008년 분당 과정을 설명한 그는 "성찰하고 혁신하는 게 먼저다. 합치면 된다는 것은 단순 논리다. 갈라질 수밖에 없었던 것에 대해 성찰하지 않으면, 국민들은 지지해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별거 중인 당이 합칠 수 있으면 좋지만, 물리적으로 어려울 뿐만 아니라 내부적으로 자기 성찰과 변화를 해내야 한다"면서 "이번 선거에서 선언만이라도 하자는 것은 유연한 제안이라고 본다. 진보진영이 분명히 힘을 모아 내야 하고, 큰 통합으로 나아가야 하지만 일정에 쫓겨 선언식이 아니라 상호 신뢰를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2012년 총선 전까지는 새로운 모습으로 통합된 당을 만들어 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민병렬 위원장은 "민감하고 조심스럽다. 실천을 통해서 서로 신뢰가 쌓여 나가야 한다. 이번 선거는 서로 신뢰를 확인하고 자기 성찰을 통해 거듭나는 과정이 되어야 한다"면서 "양당이 합당하는 문제가 아니라, 두 당이 중심축이 되면서 많은 분들이 함께하는 큰 집짓기가 되어야 한다. 지방선거 국면이 통합의 첫 실마리를 찾는 시기라 본다"고 밝혔다.

 

김석준 위원장이 말을 이었다. 그는 "통합이 없으면 연대가 없다는 말로 들리는데, 복잡한 과제를 실타래 풀어가듯이 가야 하지 칼로 무 자르듯이 할 일은 아니다"면서 "통합 선언을 하느냐 안하느냐보다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받아야 하고, 서로 신뢰를 확인하는 것은 중요하다"고 말했다.

 

고창권 위원장은 "선거연대는 반드시 필요하다. 두 당(민주노동당, 진보신당)과 이야기하는 것보다 하나의 당(민주노동당+진보신당)과 이야기 하는 게 더 좋다. 하나로 만들어 달라. 합치면 시너지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부산시장 후보 단일화가 핵심이다"

 

안하원 공동대표는 세 당 위원장에게 이번 지방선거 출마 여부를 물었다. 민병렬 위원장과 김석준 위원장은 각각 당에서 부산시장 후보로 선출된 상태다. 해운대구의원인 고창권 위원장은 부산시장 출마보다 해운대구청장 출마에 무게를 두고 있었다.

 

안 공동대표는 "부산시장 후보 단일화가 핵심이다"며 "여러 곳에서 움직임이 있지만, 어느 쪽에서 양보하지 않는 이상 해결될 수 없는 문제다"고 말했다.

 

김석준 위원장은 "당의 방침이 명확하게 정해지지 않았는데 가볍게 말하기 어렵다. 최근 여론조사도 범야권 후보 단일화가 되면 한나라당과 박빙의 승부를 할 수 있다고 하는데, 시민의 바람이 크다"면서 "그렇다고 해서 한나라당과 일대일 구도를 만들기 위해 묻지마식으로 사람만 하나로 만들면 되는 것은 아니다. 민생민주라는 가치에 기반하는 연대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후보단일화를 하더라도 민생민주를 공유할 수 있는 세력들이 힘을 모아야 한다. 단일화 규칙을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하다. 당사자 합의도 있고 제3의 단체에서 하는 방법도 있을 수 있다. 당사자가 합의하고 시민사회진영에서 인정하는 규칙이 만들어진다면 흔쾌히 동의해야 하고, 그 결과에도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게 생각이고, 그럴 각오다"고 말했다.

 

민병렬 위원장은 "이번 선거 의미는 한나라당 부산시장을 몰아내는 게 중요한 목표다. 거기에 맞게 움직여야 하고, 그것이 당론이고 개인적으로 확고한 신념이다. MB(이명박) 심판과 반한나라당 연대를 반드시 이루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양산 재선거에서 보듯이 단일화를 했더라면 시너지 효과라는 게 있기에 결과가 달랐을 것"이라며 "과거 부산의 선거에서 민주노동당은 최고 13%까지 기록한 적이 있는데, 지금은 3~5% 안팎이다. 4월말까지 역대 최고 기록까지 올리면 한나라당 후보를 꺾는데 보탬이 되고 힘이 될 것이다. 그런 입장으로 뛰고 있다"고 말했다.

 

안하원 공동대표는 "왜 나로 단일화를 하지 않으면 안 되는지"에 대해 물었다. 민병렬 위원장은 "인물이 단연 압도적이라 생각한다"고 말해 웃음바다를 만들었다. 김석준 위원장은 "세 번째 도전이다. 두 번 도전하면서 충분히 준비돼 있다. 부산을 책임질 수 있는 준비를 해왔다. 풍부한 경험을 갖고 부산을 책임지겠다"고 말했다.

 

또 안하원 공동대표는 "양보할 자세도 있느냐"고 물었다. 김석준 위원장은 "시장으로 나서려는 사람들이 받아들일 수 있고, 객관적인 단일화 규칙이 정해지고 그 규칙에 따라 평가받는다면 흔쾌하게 받아들이겠다"고, 민병렬 위원장은 "되는 것도, 양보하는 것도 열어놓고 하는 게 연대다"고 말했다.

 

 

"새로운 정치판을 만들어 달라"

 

이날 토론회는 100여 명이 참석해 지켜보았다. 토론회 중간에 참석자들은 종이에 질문을 적어 내어 안하원 공동대표가 대신해서 묻기도 했다.

 

한 참석자는 "여러분이 통합하지 못하면 누가 통합할 것인가. 시장 후보로 나오려면 마음을 비워야 한다. 모든 사람들이 수긍할 수 있는, 시민사회진영에서 만든 규칙에 의해 단일화를 해주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참석자는 "젊은 사람이나 노인이나 알아들을 수 있는 간단한 언어로 정치를 해달라. 한나라당을 몰아낸다는 생각보다 새로운 정치판을 만들어 달라"고 말했다.

 

현정길 집행위원은 "재작년 촛불 때, 이름도 모르는 일반시민이 '2010년 지방선거에서 확실하게 보여주자'고 하던 발언을 들었다. 개인이 참여해 시민네트워크가 만들어질 것이다. 후보 단일화를 만들기 위해 정당-시민사회단체 연석회의의 논의가 필요하다. 민주당까지 견인해서 전선을 명확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당-시민사회단체 연석회의 제안에 대해, 고창권 위원장은 "민주당까지 포함해서 구체적으로 회의를 진행하는 게 좋겠다"고, 민병렬 위원장은 "시민사회와 정당이 앞으로 남은 100일을 함께했으면 한다"고, 김석준 위원장은 "선거가 127일밖에 남지 않았는데 힘과 지혜를 모아가야 한다. 시민들에게 민주주의의 힘이 승리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안하원 공동대표는 "3당과 시민사회가 연석회의를 해서 진보개혁진영의 단일 시장 후보를 만들어 내고, 우리끼리 후보가 겹치거나 대결하는 구도는 피해야 한다"면서 "쉽지 않지만 힘을 모으고 정당에도 압력을 가하면 가능할 것이다. 오늘 토론에서 그런 것을 확인했다. 선거 전까지 이견을 좁혀 나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태그:#지방선거, #사회복지연대, #진보신당 부산시당, #민주노동당 부산시당, #국민참여당 부산시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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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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