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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KBS 드라마 <공부의 신>이 월화극 시청률 1위를 지키고 있다. 드라마 인기 때문인지 교육에 대한 관심이 큰 국민 특성인지는 몰라도 매 회 끝날 때마다 <공부의 신>에서 언급된 공부방법과 팁, 그리고 드라마 줄거리에 대해 사람들은 이게 옳다 저게 옳다 각축을 벌인다.

 

<공부의 신>에서 나오는 암기위주 수학 풀이나 명문대만을 고집하는 드라마 내용을 비판하는 글이 대부분이다. 특히 '수학은 암기과목이다'라는 명제에 관한 이견이 많았다. 대다수가 '수학은 논리이며 철학이고 심도있는 학문이라 암기는 부족하며 이해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한 사람의 시청자로서, 올해 11월 대수능을 치를 한 사람의 수험생으로서 대다수 사람들 의견은 너무나 교과서적이고 공부를 잘하는 학생들에게 맞춰져 있다고 본다. 물론 비판 반응도 어느 정도 타당하다 보지만 나의 첫반응은 '글쎄?'였다.

 

수학은 암기과목이 아니다?

 

물론 수학은 암기과목이 아니다. 하지만 내가, 우리 주변에 있는 수험생들이 그리고 드라마 안 학생들이 배우는 것은 '수학'이 아니라 '수능수리영역'이다. 100분에 주어지는 30개의 수학문제를 아주 잘 풀려면 수학을 암기하는 수밖에 없다.

 

게다가 수학문제를 이해하면서 풀려면 온갖 공식과 명제들이 머리 안에 있어야 한다. 쉽게 말해 간단한 계산과 공식을 사용할 수 없는 학생들에게 '수학은 이해하는 과목이다. 이해하고 심도있게 탐구해서 풀거라' 하며 문제를 준다면 과연 몇이나 풀 수 있을까.

 

현 수험생 처지에서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기봉쌤'의 수업을 받고 싶은 마음뿐이다.

 

이러한 주입식교육이 계속 이뤄진다면 결국 악습으로 남을 수밖에 없게 된다는 의견도 볼 수 있다. 현재 대학 서열화와 입시제도 문제를 척결하지 않는다면 주입식교육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굉장히 암울한 말이지만 현 수험생들에게는 '학문의 이해'보다 '대학 합격'이 우선이다.

 

<공부의 신>은 일류대 우상을 종용한다?

 

종용이 아니다. 현실이다. 우리나라는 학교에 서열을 매긴다. 유치원부터 대학교. 심지어 직장까지. 그렇기 때문에 이 땅 모든 수험생들이 좋아하는 것도 하고 싶은 일도 작은 가슴에 꽁꽁 묻어두고 출세를 위해 오늘도 내일도 인터넷강의를 듣고, 책을 읽고 연필을 잡는 것이다.

 

'억울하면 바꿔라' 이게 아니라 '억울하면 출세해라'인 것이다.

 

학생들도 재미있게 공부하고 싶다. 내가 좋아하는 과목을 좀더 심도 있게 배우고 싶다. 물론 선생님들 처지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들도 좀더 아이들에게 학문에 대한 열정을 전달하고 싶고 더 알려주고 싶을 것이다.

 

'시험에 나와요?' 라는 질문은 학생들에게도, 듣는 선생님들에게도 스트레스다. '시험에 나온다' '무조건 외워라'는 말 역시 모두에게 스트레스다.

 

이런 현실에서 "빌어먹을 세상이지만. 힘내"란 위로는 위선이다. 수험생은 소위 말하는 나쁜 교육이라도 성적을 끌어올려서 좋은 대학에 가고 싶다.

 

우리에게 우선인 것은 구교육 개선이 아니라 구세대의 학벌주의와 연고주의의 격파다.

 

마지막으로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이다. 그 드라마가 수험생에게 새로운 방법과 다른 시각을 전해 줄 지는 몰라도 그들의 전면적인 '수험공부'에는 거의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이다.

 

드라마에 나오는 공부방법에 대해 옳고 그름을 따지는 것보다 저런 공부방법이라도 시급한 수험생들을 다시 한번 돌아보고 근원을 찾고 고치려 하는게 마땅하지 않을까.

덧붙이는 글 | 그냥 지나치려던 심정이었지만. 너무 답답해서 한줄 적습니다. 
본인들의 경험도 생각도 의견도 물론 중요하고 틀린 것이 없을 수도 있으나.
현 수험생들, 학생들의 심정을 먼저 헤아려주세요. 
드라마의 현실에 가장 가까이 있는 이들은 학생들과 교육자들 입니다.


태그:#<공부의 신>, #교육개혁, #교육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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