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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지역 등 부동산 시장이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지속적으로 집값이 하락하고 있다. 하지만 공신력 있는 집값 통계로 알려진 국민은행 주택가격지수와 국토해양부 아파트실거래가 지수는 연일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이것이 '집값이 급등하고 있다'는 인상을 심어줘 부동산 시장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투기 수요를 높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김광수경제연구소와 <오마이뉴스>는 일곱 차례에 걸쳐 현장기사와 분석을 통해 집값 통계 왜곡과 그에 따른 부작용을 들여다볼 예정이다. [편집자말]
용인지역 많은 부동산 공인중개사들은 "용인 집값이 오르기 어렵다"고 말했다. 과연 용인 집값은 어디로 향할까?
 용인지역 많은 부동산 공인중개사들은 "용인 집값이 오르기 어렵다"고 말했다. 과연 용인 집값은 어디로 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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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를 이유가 없잖아요. 떨어질 일만 남았죠."

25일 경기도 용인시에서 만난 많은 부동산 공인중개사들은 용인 집값 전망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이같이 말했다. 하지만 기자는 공인중개사들의 말을 믿기가 어려웠다. 용인은 지난 2005~2006년 '승천하는 용'으로 비유될 정도로 전국 집값 폭등을 주도한 곳이다.

폭등의 기억을 가지고 있는 용인의 아파트 매도자들이 부르는 호가는 아직도 높다. 가장 공신력 있다는 국토해양부와 국민은행의 집값 통계는 2009년 하반기 들어 회복세를 보이고 있고, 몇몇 언론은 올해 집값 상승 지역으로 다시 용인을 거론하기 시작했다. 이렇듯 겉보기에 용인에는 슬슬 봄바람이 불어오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용인 부동산 시장에 현미경을 더욱 가까이 들이대자, 아직 엄혹한 한파는 물러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어떤 단지에서는 매물이 쏟아지고 있고, 다른 곳에서는 주민들끼리 도모해도 집값 하락을 막을 수 없었다. 과거 집값 폭등의 진앙지였던 용인의 현실이다.

주민들 집값 하락 막자고 담합해도 떨어지는 집값

2007년 3월 3억 원에 거래된 햇빛마을 풍산아파트 85㎡(전용면적)형의 최근 거래금액은 2억 원이다. 사진은 25일 풍산아파트 전경이다.
 2007년 3월 3억 원에 거래된 햇빛마을 풍산아파트 85㎡(전용면적)형의 최근 거래금액은 2억 원이다. 사진은 25일 풍산아파트 전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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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해양부 아파트 실거래가 지수(2006년 1월=100)에 따르면, 경기도의 아파트값은 금융위기 당시 급락했던 부분을 상당부분 회복했다. 금융위기 전 147.4(2008년 9월)였던 지수는 2009년 1월 127.2까지 떨어진 후 2009년 9월 146.4를 기록했다. 지수는 이후 다소 조정을 받았으나 그 수준은 미미하다.

용인시의 국민은행 주택가격지수(2008년 12월=100)는 2009년 초 97.8까지 떨어졌다가 이후 2009년 하반기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2009년 12월에는 99.4를 기록했다. 특히, 처인구의 경우 2009년 12월 99.5를 기록해 사상최고치인 2008년 10월(100.9)에 근접했다.

하지만 통계는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 처인구 모현면 왕산리의 햇빛마을 풍산아파트가 그 대표적인 사례다. 2007년 3월 3억 원에 거래된 이 아파트 85㎡(이하 전용면적)형의 최근 거래금액은 2억 원이다. 그마저도 지난해 10월의 일이다.

최근에는 거래가 전혀 없다. 인근의 공인중개사들은 아파트의 시세를 1억9천만 원으로 부르고 있지만 매수세가 없다. 한 부동산 공인중개사는 "1억8천만 원으로 내려도 살 사람이 없을 것 같은데도, 주민들은 호가를 2억 원에 부른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이곳 주민들은 왜 호가만 높게 부르는 것일까? 한 공인중개사는 기자에게 슬쩍 귀띔했다. 그는 "몇 달 전 주민들이 반상회를 열어 2억 원 이하로 팔지 말자고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 뒤로 거래가 없어도 호가는 낮추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1466세대 중 팔려고 내놓은 매물만 400세대"

용인시 수지구의 죽현마을엘지자이와 아이파크 아파트는 용인 부동산 시장 침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용인시 수지구의 죽현마을엘지자이와 아이파크 아파트는 용인 부동산 시장 침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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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에서 집값이 가장 비싼 지역이자, 지난 2005~2006년 "집값이 미쳤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전국에서 집값이 가장 많이 올랐던 용인시 수지구는 어떨까?

'산이 높으면 골도 깊다'는 말처럼 이 지역의 국민은행 주택가격지수는 2007년 1월 119.6을 기록한 후 지속적으로 하락해 2009년 3월 97.4까지 떨어졌다. 이후 점차 회복세를 보여 2009년 9~11월에는 100.0, 12월에는 99.8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곳의 부동산 공인중개업자들은 "거래가 전혀 없다, 회복세를 느낄 수 없다"고 밝혔다. 용인에서 가장 비싼 아파트 중에 하나인 보정동 죽현마을엘지자이 161㎡형은 지난 2008년 2월 거래가격이 15억 원을 기록한 이후 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지난해 9월 최고 12억3천만 원에 거래된 이후 거래가 끊겼다. 인근 공인중개사들은 현 시세를 9억5천만~10억5천만 원 수준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그런데도 호가는 높다. 16억 원에 매물로 내놓은 이도 있다. 한 공인중개사는 "터무니없는 가격"이라고 지적했다.

이 지역의 부동산 시장 침체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곳은 죽현마을아이파크다. 85㎡형 1466세대로 이뤄진 이 아파트는 지난해 8월 4억9천만~5억 원 선에서 거래됐지만 지난달에는 4억5500만원에 거래됐다. 현재 4억4천만 원짜리 매물이 나와 있지만 매수자가 없다. 거래규모도 지난해 3/4분기 36건에서 4/4분기 7건으로 대폭 줄었다.

더욱 심각한 상황임을 나타내는 것은 현재 400여 세대가 매물로 나와 있다는 사실이다. 한 부동산 공인중개사는 "대부분 금리 부담 탓에 집을 내놓았고, 얼마나 급한지 부동산중개사무소에 중복해서 매물로 내놓은 것까지 합치면 매물이 모두 1000개가 넘는다"고 지적했다.

미분양 급증... "집값이 내려갈 수밖에 없다"

미분양 아파트도 시장 상황을 보여준다. 지난해 5월에는 용인의 미분양은 6073가구에 달한 후 점차 줄어들었지만, 최근 분양 아파트 중에서 미분양이 크게 늘고 있다. KCC건설이 모현면에 짓는 KCC스위첸은 5년간 양도소득세 면제, DTI규제 미적용, 1년 후 분양권 전매 허용 등의 혜택에도 308세대 중 7곳이 미달됐다.

롯데건설이 기흥구 중동에 짓는 '신동백 롯데캐슬 에코'는 3순위 청약까지 전체 2767가구 중 절반에 가까운 1253가구가 미달됐다. 건설사는 이후 4순위에서 미분양이 해소됐다고 밝혔지만, 청약통장을 쓰지 않아도 되는 4순위 청약자의 계약률이 낮다는 점을 감안하면 미분양을 피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많다.

한 공인중개사는 "용인에서는 다들 터무니없는 가격에 분양을 하고 매물을 내놓는다"며 "청약자도 매수자도 없으니, 집값이 내려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태그:#집값 왜곡, #용인 아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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