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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도가 지난해 우선협상 대상자로 인터퍼시픽 컨소시엄과 이행각서를 체결하고 안면도 국제 관광지 조성계획을 발표했다.
▲ 안면도 국제관광지 조성계획 조감도 충남도가 지난해 우선협상 대상자로 인터퍼시픽 컨소시엄과 이행각서를 체결하고 안면도 국제 관광지 조성계획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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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면도 국제관광지 개발 재개

충남도의 오랜 숙원사업인 안면도 국제관광지 조성사업이 지난해 우선협상 대상자로 인터퍼시픽 컨소시엄이 선정돼 이행각서(MOU)를 체결, 18년 만에 다시 충남도의 꿈이 현실화되고 있다.

이에 충남 태안군도 안면도 국제관광지 조성사업이 물꼬가 트이면서 이로 인한 개발효과에 기대를 걸고 있다. 그러나 지역주민들은 자칫 기업 주도형의 개발로 흡사 수도권 재개발 지역 주민들과 같은 경험을 겪게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휩싸여 있다.

안면도 국제관광지 조성사업은 국내 최대 골프레저리조트업체인 에머슨퍼시픽(45%)과 모건스탠리(45%), 삼성생명(10%) 등 3개사가 참여한 인터퍼시픽 컨소시엄을 통해 충남 태안군 안면읍 승언·중장·신야리 일원 3.295㎢(약 119만 평)에 오는 2018년까지 국내자본 4074억원과 해외자본 3334억 원 등 총 7408억 원을 들여 퍼블릭골프장과 콘도미니엄, 리조트호텔, 기업연수원, 아쿠아리움 등을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사업계획에 따르면 충남도는 오는 10월 주민의견수렴과 계약협상을 개시하고 조성계획변경 수립을 완료해 내년도 하반기부터 사업에 착공해 도유지 330만㎡(87%), 국유지 31만㎡(8%), 사유지 20만㎡(5%)의 면적을 종합위락시설과 휴양숙박시설, 골프장 등으로 탈바꿈 시키게 된다.

충남도와 인터퍼시픽 컨소시엄의 사업계획대로라면 태안 안면도 일대가 '한국의 베니스'로 개발돼 주민들의 장밋빛 미래를 보장하는 듯보이지만 현지 주민들이 예견하는 미래는 그리 밝지 않다.

꽃지해수욕장~병술만, 기업 독점화 우려

가장 우려하는 것은 천혜의 자연경관을 자랑하는 꽃지해수욕장에서 병술만까지 해안가 일대의 기업 독점화다. 충남도와 인터퍼시픽 컨소시엄은 바다와 인접한 이 구간을 따라 베니스파크와 리조트, 스파 등을 조성할 계획이다.

그러나 그동안 관광객을 상대로 수익을 올려왔던 지역주민들로서는 주 수입원이었던 관광수익을 기업이 독차지 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태안군안면발전협의회 문정식 회장은 "꽃지해수욕장은 안면도를 대표하는 지역으로 한 해에 수백만명의 관광객이 다녀가 여기서 발생하는 관광수익으로 주민들이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며 "기업의 입맛에 따라 개발이 이뤄진다면 수많은 주민들이 내쫓길 것이고 심지어 입장료를 내고 출입하게 되는 상황까지 발생할지 모른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개발계획에 반드시 일정구간을 개발해 환원한다는 약속이 포함되어야 한다"며 "입으로만 주민과 상생을 외치지 말고 개발 이후 주민들을 위한 현실적인 대책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충남도와 사업주체측이 주민들에게 일정구역을 개발해 분양할 것을 약속했지만 상황은 녹록치 않다. 이유는 높은 분양가 때문이다.

당초 안면도 국제관광지 개발사업이 계획될 당시 사업주체 측이 일정구역을 개발해 지역주민들에게 무상으로 지급할 것으로 약속했다. 하지만 현재는 우선 분양권만을 약속해 실제 구획정리가 마무리되고 분양할 시기가 도래되면 높은 분양가로 인해 분양권을 손에 쥘 주민들은 극소수에 불과할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전망이다.

꽃지해수욕장 번영회 편순원 회장은 "시세보다 낮은 공시지가로 사업주체가 토지를 사들여 구획정리를 통해 분양할 경우 관광객을 상대한 소득이 전부인 주민들로써는 분양권을 얻기가 어렵다"며 "일정구역은 지자체에서 개발해 주민들에게 분양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주장했다.

땅장사로 배불린 충남도, 주민들 "들러리 정책" 지적

충남도와 인터퍼시픽 컨소시엄의 개발계획에 따르면 안면도 국제 관광지 개발 사업의 전체 개발대상 381만㎡의 면적 가운데 330만㎡(87%)가 충남도 소유이다.
▲ 위성사진 충남도와 인터퍼시픽 컨소시엄의 개발계획에 따르면 안면도 국제 관광지 개발 사업의 전체 개발대상 381만㎡의 면적 가운데 330만㎡(87%)가 충남도 소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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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개발대상 면적 가운데 충남도 소유 토지가 전체 면적의 87%를 차지한 반면 전체 면적의 5%를 차지하는 사유지 20만㎡(약 6만 평)도 대부분이 타 지역주민들 소유의 토지이기 때문에 지역주민들이 개발로 인한 토지보상비 등 개발수익을 얻을 수 없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주민들은 이번 사업이 '충남도만 배불리고 주민은 배 곪는 들러리 정책'이라고 꼬집으며, 서해안 고속도로 이후 충남도가 개최한 두 차례 꽃 박람회도 '땅 장사하기 위한 술책'이라고 지적했다.       

이밖에도 현재 충남도 소유 토지를 임대해 상가를 운영하거나 국공유지에서 무허가 및 불법으로 상가를 운영하고 있는 주민들로서는 개발 소식이 썩 반갑지만은 않다.

실제 골프장이 들어설 지역에는 상당수의 주민들이 도유지를 임대해 농사를 짓고 있어 향후 이들을 위한 대책 마련이 필요한 실정이다.

태안군 관계자는 "현재 개발계획은 충남도에서 구상한 것이기 때문에 오는 3월 사업주체가 구체적인 계획을 제시하면 주민들의 의견을 제시할 것"이라며 "본 계약체결에 앞서 주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충남도와 인터퍼시픽 컨소시엄은 지난해 12월 말 안면도 일대 6개 마을을 방문해 안면도 국제관광지 조성사업과 관련한 사업 설명회를 열고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등 본격적인 개발을 위한 행보를 걷고 있다.

또한 안면도 국제관광지 사업의 총괄을 담당하고 있는 에머슨 퍼시픽(주)도 전 태안군 부군수를 지낸 허정회(63)씨를 사업본부장으로 배치하는 등 사업추진에 탄력을 가하고 있다.


태그:#안면도 국제관광지 조성사업, #충남도, #태안군, #인터퍼시픽 컨소시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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