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필자는 <바이크올레꾼 길 따라 남도마을 여행>을 연재하면서 우리네 여행문화에 관해서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사진은 순천만에서
 필자는 <바이크올레꾼 길 따라 남도마을 여행>을 연재하면서 우리네 여행문화에 관해서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사진은 순천만에서
ⓒ 서정일

관련사진보기


귤이 바다를 건너면 탱자가 된다는 우스개 소리가 있다. 귀부인을 뜻하는 마담이라는 단어가 한국에서는 천한 형태로 쓰이고 있다. 물 건너온 것들이 제 자리를 잡지 못하고 겉돌다가 이상한 것으로 변종하고 마는 사례는 우리 주위에서 흔하게 볼 수 있다.

필자가 최근 '바이크 올레꾼'을 자처하고 20년 된 낡은 바이크를 이용해 남도의 길을 따라 여행을 하면서 한 가지 느끼는 것은 소득수준이 향상되고 여행자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었지만 여행 형태는 여전하거나 전혀 다른 방향으로 전이돼 '무엇이 본질인가'를 망각하고 있는 듯 하다는 느낌이다.

현재, <바이크 올레꾼, 길 따라 남도마을 여행> 연재의 취재 구역(?)안에는 이름 하나 만으로도 명성이 자자한 삼보사찰 <송광사>, 천년고찰 <선암사>, 조선시대 전통도시 <낙안읍성>, 분단문학의 거장 조정래의 <소설 태백산맥문학관>, 웰빙의 본고향 보성 <녹차밭>, 생태의 보고 <순천만> 등이 있다.

지난 2006년 바이크로 일본 여행을 다녀온 이주희씨(사진 우측에서 두 번째)가 일본 바이크 여행인들과 함께 찍은 사진
 지난 2006년 바이크로 일본 여행을 다녀온 이주희씨(사진 우측에서 두 번째)가 일본 바이크 여행인들과 함께 찍은 사진
ⓒ 이주희

관련사진보기


이 지역은 남도지역을 대표할만한 관광지들이 몰려있어 여행 온 외지인들을 현지인들 보다 더 많이 접하게 되는 곳이다. 그런 환경 때문에 필자가 이 지역에 5년여 거주하면서 여행이라는 단어에 대해 타 지역에 거주하는 동료보다 훨씬 더 많은 고민을 했던 것 같다.

여행에는 우선 운송수단이 있다. 그리고 도착해서는 무엇을 보고 느끼며 배울 것인가와 먹고 자는 문제, 마지막으로 기념품 등을 포함시킬 수 있다. 필자가 여행 문화가 여전하다고 표현했던 것과 다른 방향으로 전이됐다고 하는 것은 상기한 것들 모두를 두고 하는 말이다.

화물차 타고는 여행 다닐 수 없는가? 정문 앞에서 단체사진 찍는 것이 여행의 전부일까? 사전 정보 없이 와서 아무 곳에서나 먹고 자고 나서 불평하는 것이 대물림 되듯이 끊임없이 되풀이 되면서도 '그저 여행 오면 고생'이라는 말로 얼버무리는가?

이주희씨는 일본 바이크 여행의 경험을 자신의 블로그(http://blog.naver.com/superuomo)에 적어 놓았는데 그들의 여행문화가 부러웠다고 기술하고 있다.
 이주희씨는 일본 바이크 여행의 경험을 자신의 블로그(http://blog.naver.com/superuomo)에 적어 놓았는데 그들의 여행문화가 부러웠다고 기술하고 있다.
ⓒ 이주희

관련사진보기


사실 우리네 관광지가 깊이가 없고 식당은 전문성이 없으며 기념품의 디자인과 품질에 문제가 있는 것은 여행의 소비자인 관광객 문제가 크다. 결국 관광객들이 여행의 본질이 뭔가를 망각하고 헛눈질을 하는데서 기인하고 그 결과 관광지의 모든 것들이 그것에 맞춰졌다고 볼 수도 있다.

최근 필자는 바이크로 일본을 여행하고 돌아 온 서울에 거주하는 이주희씨가 운영하는 블로그를 유심히 지켜봤다. 특히, 이씨가 일본 바이크 여행자들의 모습을 묘사해 놓은 부분에서는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내용들이어서 재차 연락을 취해봤다.

이씨는 "일본 북단의 홋카이도는 바이크의 천국이었다"고 표현하면서 우리도 그런 곳이 있었으면 한다는 부러움을 나타내면서 "그들의 여행형태가 겉모습을 중시여기는 것과는 거리감이 있고 낚시 가방을 여행용 가방삼아 가지고 다니는 사람, 장화신고 여행하는 사람, 심지어 50cc 바이크로 전국을 여행하거나 20여년이 넘는 바이크로 다니는 사람 등 천차만별이었지만 분명한 것은 그들 모두가 여행을 즐기는 것이지 겉멋을 부리려는 사람들이 아니었다"고 감탄했다.

필자는 이런 표현들을 시쳇말로 '우리네 여행문화는 염불에는 관심 없고 잿밥에만 관심 있는 것'과 동일하게 풀이하고 싶다.

필자는 20년 된 낡은 바이크를 타고 이 지역의 대형 관광지인 송광사, 선암사, 낙안읍성, 소설 태백산맥문학관, 순천만, 보성 녹차밭 등을 돌아보고 있다
 필자는 20년 된 낡은 바이크를 타고 이 지역의 대형 관광지인 송광사, 선암사, 낙안읍성, 소설 태백산맥문학관, 순천만, 보성 녹차밭 등을 돌아보고 있다
ⓒ 서정일

관련사진보기


이씨의 블로그는 그들의 이런 바람직스러운 여행문화에 관해 상당부분을 할애해 적어 놓았는데 '분명한 것 한 가지는 그들은 여행에서 무엇이 주(主)고 무엇이 부(附)인지를 명확히 알고 있는 듯했고 여행에서 무엇을 찾아야 하는지도 아는 것 같았다'는 느낌들이었다.

연간 150만 명이나 찾는다는 낙안읍성에서 전통 화장실이 어디 어디에 있고 몇 종류나 되는지 알고 떠나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 가까운 벌교 꼬막식당에 혼자 찾아가면 1인분은 거절한다는 것을 모르고 찾아오는 이들이 부지기수다. 그런데 이런 형태가 다음 여행자에게도 그대로 전해 내려가 갈수록 관광지는 더 나빠지기만 한다는 사실을 아시는지...

이씨가 지적한 머리에서 발끝까지 화려하게 치장하고 커다란 바이크로 요란하게 굉음을 울리면서 다녀야 여행인 줄 아는 우리네 변질된 여행문화가 결국 관광지는 깊이 없는 형식적인 곳으로 전락하고 인터넷에 댓글 달듯이 이 음식점은 뭐가 좋고 나쁜가를 확실히 기록해 뒷사람에게 전달해주지 않아 나쁜 곳이든 좋은 곳이든 그대로 등재된 겉핥기식 책자만 남발되게 됐다.

여행의 본질인 마음의 양식을 많이 얻어 오는 데는 몸배바지여도 상관없다. 트럭을 타고 가도 충분하다. 여행 가는데 선글라스 없다고 옆집에서 빌리는 어처구니없는 행동보다는 안내 책자 뒤져보고 필기구 챙기는 그런 여행문화가 되기를 희망한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이 많아질 때 비로소 관광지 또한 전문성이 있어지고 음식점도 맛있고 특색 있게 변해 다음 여행자들에게 피드백을 해 줄 것이라 확신한다. 그래서 진정한 올레꾼들이 필요한지도 모를 일이다.

덧붙이는 글 | 남도TV에도 실렸습니다



태그:#바이크올레꾼, #일본여행, #이주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