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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경치(雪景)가 아름답기로 유명한 소백산,  누군가는 "겨울이면 하얀 눈(雪)을 머리에 뒤집어써 소백산이라고 부른다"고 했다. 몇 번 소백산에 가보았지만 겨울 소백산은 처음이라 일치감치 신청을 했다. 24일 아침 7시10분 시민회관에서 출발하는 중부고속관광버스에 다른 때보다 많은 회원이 타는가 싶더니 원두막에서 만차(滿車)가 돼 7시30분경 출발했다. 작년말경 '수요산악회'에서 '길 산악회'로 명칭을 바꾸고, 2010년 첫 산행을 만차로 시작하니 '길'로 "개명한 게 대박"이 틀림없다.

언제나처럼 '오창휴게소'에서 아침을 거하게 먹인 '낭자'총무가 만차의 기쁨으로 "6개월 전 산악회총무 맡고 두 가지가 변했다"면서 "하나는 터프해진 것이고 다른 하나는 뻥을 치기 시작한 것이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총무는 "오늘도 '틀림없이 부킹해준다'는 저의 뻥에 참가하신 분들께 죄송하다"고 애교를 떤다. 그리고 회장인사말과 산악대장의 코스안내 등이 있었다. '대포' 수석산악대장은 "겨울산행은 길게 잡으면 안 된다고 해서 짧게 잡은 코스다"며 "어의곡에서 출발 삼가리로 내려오며 11여Km에 4-5시간 소요예정이다"고 말한다. 이런 와중에 버스는 어의곡 휴게소에 도착했다.

겨울산행의 또 다른 묘미는 아이젠이 내는 '뽀드득'소리에 있다.
 겨울산행의 또 다른 묘미는 아이젠이 내는 '뽀드득'소리에 있다.
ⓒ 송인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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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여서 단체사진 찍고 출발한 시간이 11시다. 조금 오르자 선두에서 '아이젠' 착용을 권한다. '아이젠'은 겨울산행의 필수품이고 산행에서 '말을 잘 듣는 것'은 자기 몸을 보호하는 최선의 방안이다.

조금 오르니 빙판길이다. 눈이 오고 녹고 얼면서 생긴 전형적인 미끄러운 길이다. 겨울산행 시는 발에 힘을 주고 조심조심 걸어야 한다. 겨울산행시의 또 다른 맛은 빙판길이나 소복이 쌓인 눈길을 걸으면서 '아이젠'이 눈에 박히는 "뽀드득' 하는 소리다. 겨울산행 길은 위험하니 동료들과 말이 필요 없고 아래를 보며 생각에 집중해 조심조심 걷다보면 '뽀드득' 소리가 한편의 음악처럼 들린다.

이런 겨울산행 때는 "조금 더 빨리 가고자 뛰다가는 영원히 앞서갈 수도 있다"는 격언이 떠오른다. 바로 '인간만사새옹지마(人間萬事塞翁之馬)'를 떠올리게 하는 말이다. 조심조심 천천히 눈(雪)이 만들어 내는 상고대나 눈꽃(雪花)을 감상하며 걷는 게 최고다.

소백산 눈 꽃
 소백산 눈 꽃
ⓒ 송인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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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백산 설화
 소백산 설화
ⓒ 송인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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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경(雪景)에 취해 가다 보니 혼자다. 선두도 안 보이고 후속회원들도 안 보인다. 그럼에도 시간은 오후1시다. 4-5시간 코스라고 했는데 아직 비로봉까지 2Km여 남았다. "혹 꼴찌가 아닌가" 하는 걱정이 앞서 점심은 생략하고 사탕과 과자를 씹으며 가기로 결정했다. 비로봉을 1Km여 남기고 맞은편에서 비로봉을 건너 온 등산객이 "단단히 여미고 가이소! 칼바람이 대단합니다" 하고 말해 준다.

칼바람을 헤치고 비래봉을 향해
 칼바람을 헤치고 비래봉을 향해
ⓒ 송인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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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백산 칼바람을 헤치고
 소백산 칼바람을 헤치고
ⓒ 송인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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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바람을 헤치고 오직 '전진'
 칼바람을 헤치고 오직 '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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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그대로 다시 한 번 단단히 여미고 능선에 섰다. 강풍에 칼바람이다. 몸이 날아갈 듯 이리저리 흔들리고 한기(寒氣)는 옷 속을 파고든다. 미쳐 못 가린 얼굴 볼따구니는 동상이라도 걸리려는 듯 후끈거린다. 그러면서 나타나 보여지는 설경은 한마디로 '왔다'다. 얼어 배낭 속에 넣었던 카메라를 꺼내 사진을 찍었다.

여기가 소백산 최고봉인 비로봉
 여기가 소백산 최고봉인 비로봉
ⓒ 송인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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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리 거리는 먼지? 뒤돌아갈 수도 없고 오직 '전진(前進)'뿐이다. 드디어 소백산 최고봉인 비로봉(1439m)에 도착했다. 기념으로 사진을 찍고 하산할 '삼가리'방향으로 턴(Turn)을 하니 '봄날'이다. 누군가 "경상도는 따듯하네."라고 말한다. '삼가리' 방향이 경상도에 속한다는 의미다. 누군가의 말처럼 경상도 쪽은 바람이 없어 따뜻했다. 산이 두 모습을 보인 것이다.

고 조광래 조난추모비
 고 조광래 조난추모비
ⓒ 송인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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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가방향에서 비로봉을 오르는 등산객들 속에 섞여 눈에 쌓인 길을 조심조심 내려오다 보니 7부 능선쯤에 '고 조광래 조난추모비'가 있다. 나중에 알아본 바에 의하면 '영주 풍기의 조광래 산악회원이 1987년 1월 주왕산빙벽등반 도중 추락사한 것을 추모하고자 세운 비'라는 것.

이후 천천히 설경과 주위의 나무들을 보며 하산했다. 하산해 보니 꼴찌가 아닌 선두그룹에 속했음을 알게 됐다. "까짓 11Km 정도야"하는 산행에 대한 자신감과 "소백산 칼바람과 맞 짱 뛰어 이겨냈다"는 쾌감이 밀려왔다. 후에 "소백산 칼바람이 여간해서는 보여주지 않는다."고 전해 들었다. 역시 '길 산악회'는 운이 따르는 산악회임이 틀림없다.

덧붙이는 글 | 1월24일 다녀왔습니다. 뉴스타운과 제이비에스에 게재됩니다.



태그:#소백산, #비로봉, #소백산칼바람, #길산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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