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유소 습격사건2 스틸컷

▲ 주유소 습격사건2 스틸컷 ⓒ 시네마서비스/㈜감독의 집

김상진 감독은 한국 코미디영화에 새장을 연 인물이다. 그가 만들었던 코미디영화들은 흥행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면서 코미디영화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감독이기도 했다. 그가 연출한 코미디영화를 떠올려보면 <신라의 달밤>(2001년), <광복절특사>(2002년), <귀신이 산다>(2004년)와 같이 흥행에 연속적으로 성공한 작품부터 <돈을 갖고 튀어라>(1995년), <깡패 수업>(1996년), <투캅스3>(1998년), <권순분 여사 납치사건>(2007년) 같이 흥행에 실패한 작품까지 여러 영화들이 떠오른다. 그가 연출한 그 수많은 작품 중에서 대중들에게 가장 먼저 그의 이름을 각인 시켜준 작품은 다름 아닌 <주유소 습격사건>(1999년)이었다.

 

<주유소 습격사건>은 밑도 끝도 없는 화끈함과 기발한 설정으로 당시 톱스타들이 없는 영화였음에도 이 영화를 본 관객들을 마니아로 만들만큼 재치 있는 작품이었다. 이 작품에 주조연으로 출연했던 이성재, 유오성, 강성진, 유지태, 정준, 김수로, 이요원 등이 현재 톱스타나 자신의 이미지를 확고히 한 배우로 성장했다는 것만으로도 <주유소 습격사건>은 충분히 의미 있는 영화였다. 이런 <주유소 습격사건>이 김상진 감독에 의해 2편이 만들어진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그 기대감이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추억은 추억으로 남겨두는 것이 좋았다

 

그렇다면 <주유소 습격사건 2>는 1편을 능가하는 작품으로 돌아왔을까? 이 질문에 답하자면 우선 아니라고 이야기해야 할 것 같다. 1편보다 화면은 세련되어졌을지 모르지만 다른 모든 부분에서 오히려 다운그레이드 되어 돌아온 모양세가 되고 말았다. <주유소 습격사건 2>가 이렇게까지 흥미 없는 작품이 될 것이라 쉽사리 예상할 수 없었기에 이 작품에 대한 아쉬움과 지루함은 더 컸다고 할 수 있다. 차라리 좋은 추억이라도 간직할 수 있게 2편은 아예 처음부터 만들어지거나 기획되지 않았더라면 더 좋았을 것이란 생각마저 들게 한다.

 

<주유소 습격사건 2>는 우선 <주유소 습격사건1>에서 약간의 기본적인 골격만 변화시켰다. 이런 변화가 관객들에게 크게 와 닿을 만큼 아주 크지는 않다. 문제는 기본 골격을 약간 바꾼 후 진행시킨 이야기가 오히려 <주유소 습격사건1>보다 재미나 완성도면에서 떨어지면서 발생한다.

 

1편과 마찬가지로 2편 역시 밑도 끝도 없는 이야기들이 등장한다. 하지만 1편과 같은 카타르시스나 해방감은 이 영화에 존재하지 않는다. 오히려 전편에 등장했던 캐릭터들과 2편의 캐릭터들이 비교되면서 캐릭터에 대한 식상함마저 느껴질 정도다. 이렇다 보니 이 작품은 코미디영화임에도 전혀 코미디 같지 않은 허술함을 곳곳에서 노출하고 있다.

 

주유소 습격사건2 스틸컷

▲ 주유소 습격사건2 스틸컷 ⓒ 시네마서비스/㈜감독의 집

더 솔직히 이야기하자면 1편이 모든 면에서 더 뛰어나 보일 정도다. <주유소 습격사건 2>가 이렇게까지 완성도가 떨어지게 된 것은 관객들에게 웃음을 주어야 할 포인터를 완전히 놓쳐버리면서 발생한 문제다.

 

1편에서와 같이 황당한 설정으로 웃음을 주려고 한 시도는 좋았지만 그것은 한번으로 족하다. 하다 못해 1편보다 더 기막힌 설정이나 재치가 존재했다면 그래도 기본 이상은 하는 영화로 평가내릴 가능성도 있었다. 하지만 <주유소 습격사건 2>에는 1편과 같은 재치도 기막힌 설정도 존재하지 않는다. 예전의 상업적 성공을 그리워하듯, 김상진 감독이 연출했던 영화에서 보여준 코믹 요소들을 재탕하고 있는 부분이 눈에 보일 정도다. 이런 무리수는 결국 웃음을 주어야 할 부분을 완전히 날려버리고 있다.

 

특히 이번 <주유소 습격사건 2>와 1편이 결정적으로 다른 것은 극의 흐름을 끊어 버리는 주조연들이 존재하고 있는 점이다. 1편의 경우 신인배우들이었음에도 영화의 전반적인 흐름에 맞게 주조연 모두 자신들의 캐릭터를 잘 잡고 나온 반면, 2편에서는 주연 캐릭터들 중 조한선이 맡은 하이킥과 박영규의 주유소 사장 역만 눈에 들어올 뿐 1편과 같이 모든 캐릭터들이 눈에 확 띄지 않는다.

 

여기에다 더 큰 문제는 조연으로는 나온 이현지가 맡은 명랑 역이 자주 극의 흐름을 망치고 있는 부분과 그다지 좋지 않은 연기를 보여주는 조연들이 다수 버티고 있는 부분이다. 그리고 주연을 맡은 지현우는 젊은 연기자임에도 TV드라마에서 좋은 연기를 보여주었다. 그럼에도 이 작품에서 맡은 원펀치 캐릭터는 그의 필모그래피 안에서 가장 최악이었다고 평가해도 될 정도다. 만약 이 영화를 보게 된다면 명랑이란 역할이 왜 필요했는지 그리고 조연들의 연기는 왜 저런지, 지현우는 왜 저런 연기를 보여주는지 스스로 자문하고 있는 모습을 발견하게 될지 모른다.

 

결국 <주유소 습격사건 2>는 1편과 달리 주조연 캐릭터들 중에 눈에 띄는 캐릭터가 많지 않다는 점, 특히 주연과 조연 중에 극 흐름을 끊어 버리는 연기를 보여준 장면들이 많았다는 점이 전편과 완전히 차별되는 부분이다. 만약 1편을 본 관객들이라면 2편에서 보여준 캐릭터들에 대한 평가는 차가워질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코미디영화가 웃기지 않는데 달리 무슨 말이 필요할까?

 

주유소 습격사건2 스틸컷

▲ 주유소 습격사건2 스틸컷 ⓒ 시네마서비스/㈜감독의 집

 

사실 <주유소 습격사건 2>가 코미디영화임을 감안하면 웃기지 않다는 평가만으로도 이미 이 영화에 대한 실제적인 평가는 모두 끝났다고 봐도 무방할 것 같다. 관객들에게 억지웃음을 자아내려는 심각한 인위적인 연출까지 보이는 것을 보면, 이제 김상진 감독에게 예전에 보여주었던 코믹 감각은 더 이상 기대하기 힘든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한때는 한국 코미디영화의 선두주자였던 그였지만 이젠 더 이상 그에게서 코미디영화 감독으로서 무엇인가를 바란다는 것이 힘들다는 것을 확인하는 순간 서글픔과 함께 아쉬움이 든다.

 

이번 작품으로 이제 <주유소 습격사건>시리즈는 막을 내렸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또 다시 3편이 나와서 예전에 좋았던 <주유소 습격사건> 1편에 대한 정말 얼마 남지 않은 좋은 기억마저 다 가져가버릴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코미디영화는 시대적인 상황도 한몫을 한다. IMF 이후 억눌렸던 관객들에게 <주유소 습격사건> 1편은 시원한 탈출구 같은 역할을 했다. 하지만 <주유소 습격사건 2>는 이제 더 이상 그런 카타르시스를 주지 못한 코미디영화가 되었다.

 

<권순분 여사 납치사건>이 흥행에 실패한 이후 김상진 감독 스스로 대단히 심혈을 기울여 <주유소 습격사건 2>를 연출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 정도의 작품으로 관객들을 찾아왔다면 이제 그에게 예전에 보여주었던 기막힌 코미디영화들을 바란다는 것은 분명 무리가 있어보인다. 한때 시대를 풍미했던 코미디영화의 대가가 이렇게까지 몰락하는 것을 바라보는 것 역시 마음이 편치 않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http://www.moviejo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10.01.22 18:51 ⓒ 2010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http://www.moviejo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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