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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수원시(시장 김용서)가 대규모 관변행사에 '봉사활동 점수'를 준비며 중·고등학생들을 500여명이나 동원했다.
▲ "제2녹색새마을운동 선포식" 경기도 수원시(시장 김용서)가 대규모 관변행사에 '봉사활동 점수'를 준비며 중·고등학생들을 500여명이나 동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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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일 전국동시 지방자치단체 선거가 4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경기도 수원시(시장 김용서)가 대규모 관변행사를 벌이며 중·고등학생들까지 대거 동원해 빈축을 사고 있다.

수원시는 20일 오후 장안구 조원동에 위치한 수원체육관에서 이른바 '제2녹색새마을운동 희망 선포식'이 열렸다. 이날 행사는 시가 주최하고 수원시녹색생활실천민간단체협의회(아래 단체협의회) 주관으로 진행됐다.

"발대식 종료 후 출석체크를 반드시 해야만 실적 인정 가능"

문제는 수원시가 수원시종합자원봉사센터(봉사센터)를 통해 '자원봉사활동 4시간'을 준다며 중·고등학생 500여 명을 선포식에 참여시킨 것이다. 봉사센터는 지난 6일 자체 홈페이지에 '녹색환경발대식 및 교육 참가 청소년 모집'이란 공지를 내고, 참가자를 모집했다.

봉사센터가 학생들에게 나눠준 '안내문'에는 "새로운 국가비전인 '저탄소 녹색성장' 사업을 홍보하며 청소년의 참여로 녹색생활실천 시민운동으로 확산하여 행복한 녹색 희망도시 추진"이라고 적혀 있다.

또한 발대식과 환경교육을 참가하고 생활 속 실천을 한 뒤, 봉사센터 홈페이지에 발대식 소감 작성을 해야 한다. "발대식 종료 후 출석체크를 반드시 해야만 실적 인정 가능"이란 문구도 보인다.

장안구에 사는 ㄱ여고 1학년 ㅇ아무개양은 "자원봉사활동 점수를 준다고 해서 친구들하고 같이 왔다"면서 "이런 식의 행사인 줄 몰랐는데 들러리라는 느낌이고 녹색생활 얘길 왜 그렇게 요란스럽게 하는 건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ㅇ중학교 2학교 ㅂ아무개군은 "선생님이 봉사활동 점수 4시간 주니까 가보라고 해서 왔다"고 했으며, 몇몇 초등학생들도 '봉사활동' 점수에 현혹된 학부모의 '독려'로 참가한 것이 확인됐다.

녹색새마을운동 선서식과 실천수칙 낭독이 끝나자 김용서 시장과 김문수 도지사를 비롯한 어른들 대부분은 행사장을 빠져 나갔다. 중고생들만 "발대식 종료 후 출석체크를 반드시 해야만 실적 인정 가능"하다는 안내문때문에 남아 재활용품 악기 공연을 보고 있다.
▲ 학생들만 남아 재활용품 악기 공연 관람 녹색새마을운동 선서식과 실천수칙 낭독이 끝나자 김용서 시장과 김문수 도지사를 비롯한 어른들 대부분은 행사장을 빠져 나갔다. 중고생들만 "발대식 종료 후 출석체크를 반드시 해야만 실적 인정 가능"하다는 안내문때문에 남아 재활용품 악기 공연을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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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대식 종료 후 출석체크를 반드시 해야만 실적 인정 가능"이란 안내문에 따라 행상가 끝난 뒤 출석을 확인하기 위해 줄을 선 중고등학생들.
▲ 봉사활동 인정 위한 출석 체크 "발대식 종료 후 출석체크를 반드시 해야만 실적 인정 가능"이란 안내문에 따라 행상가 끝난 뒤 출석을 확인하기 위해 줄을 선 중고등학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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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사점수를 미끼로 학생 동원한 행태는 전시행정의 표본"

한 초등학생은 '오늘 행사 내용이 뭔지 알겠느냐'는 질문에 "잘 모른다"면서 "엄마가 신청해 줘서 왔다"고 답했다.

아이와 함께 선포식에 온 주부 김아무개씨(팔달구 거주)는 "사실 봉사활동 인정받는 것도 학부모에겐 큰 일이다"면서 "행사 내용 같은 게 별로 마음에 안 들었지만 신청한 것"이라고 토로했다.

이러한 행사 진행과 관련해 장동빈 수원환경운동연합 정책실장은 "이명박 정부에 편승해 수원시가 추진중인 이른바 저탄소 녹색성장은 온실가스를 줄여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노력이라기보다, 성장 중심 정책을 유지하려는 것"이라며 "봉사점수를 미끼로 학생들을 동원한 행태는 전시행정의 표본"이라고 질타했다.

박진 다산인권센터 활동가도 "관변행사를 벌이며 봉사활동을 인정한 준다는 식으로 학생들까지 동원한 것은 상당히 불순하고 정치적인 행위"라면서 "지금이 어떤 시대인데 학생들을 대상화하는 그런 구태의연한 행태를 계속하는 지 답답하다"고 비판했다.

"녹색성장 알리기 위해 준비한 것, 그런식으로 비춰져 안타깝다"

이에 대해 봉사센터 담당자는 "발대식 참가 자체로 봉사 점수를 주는 것이 아니라 녹색환경 교육을 받고, 지침에 따라 스스로 절전이나 대중교통 생활속 실천을 한 뒤, 소감문을 홈페이지에 올리면 4시간이 인정된다"며 "봉사 점수를 받기 위한 학생도 있지만 상당수 학생들은 녹색성장에 관심을 갖고 참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수원시 자치행정과 관계자는 "선포식을 기준으로 학생들을 모집한 것은 맞고, 엄마들이 신청해 준 경우가 많긴 하다"면서  "학생들에게 녹색성장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준비한 오리엔테이션으로 생각하시면 될 텐데, 그런 식으로 비춰져서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선포식엔 김용서 수원시장과 김문수 경기도지사, 수원시의회 의장과 단체협의회 회원을 비롯해 중고생 500여명까지 포함해 약 4천여명 정도가 참석했다.

행사를 주관한 단체협의회는 지난해(2009년) 12월23일 결성됐으며, 새마을운동협의회, 바르게살기운동협의회, 자유총연맹을 비롯해 통장협의회, 주민자치위원회, 청년회의소, 재향군인회 같은 단체들이 참여하고 있다.

이날 행사엔 수원시청은 물론 장안구와 팔달구, 권선구, 영통구 4개 구청은 물론 각 동사무소 직원, 공익근무요원들까지 상당수 참여했다. 단체협의회 관련 회원들은 광역버스(아래 사진)는 물론 시내버스와 마을버스, 교회버스, 사찰버스, 삼성전자, 삼성전기 버스까지 동원돼 수송을 맡았다.

또한 행사장 주변 차량 정체에 대비해 경찰까지 출동해 교통 안내를 할 정도로 수백대의 차량이 몰려들었다.

이날 행사엔 수원시내 각 구와 동별로 조직 동원된 단체원들의 이동 수단으로 다양한 차량이 등장했다. 수운역과 사당역을 오가는 시외버스가 행사 끝날무렵 수원운동장 앞에서 서둔동 방면에서 온 사람들을 태우고 있다.
▲ 행사 참여전용 버스로 변신한 시외버스 이날 행사엔 수원시내 각 구와 동별로 조직 동원된 단체원들의 이동 수단으로 다양한 차량이 등장했다. 수운역과 사당역을 오가는 시외버스가 행사 끝날무렵 수원운동장 앞에서 서둔동 방면에서 온 사람들을 태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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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수원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수원시, #새마을운동, #녹색새마을운동, #녹색성장, #자워봉사 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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