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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가족과 함께 가볍게 산행할 곳을 찾았다. 높지도 않으면서 산행기분이 나는 산. 고흥 두방산(489m)으로 길을 나선다. 국도 2호선 벌교에서 빠져나와 고흥으로 가는 뱀재를 넘어서면 첨산이 보인다. 조금 더 가니 두방산 이정표가 보인다.

 

주차장에서 두방산 정상까지 1.85㎞. 구불구불 논두렁을 따라 난 길을 걷는다. 오른편으로 뾰족 솟은 첨산이 마치 피라미드 같다. 시멘트 포장길을 걷다가 산길로 접어든다. 산길은 겨울길이다. 낙엽이 뒹굴다 지쳐 부스럭거리기도 싫은 듯 길옆으로 비켜서있다.

 

완만하게 오르던 산길은 경사가 급해진다. 산 높이가 489m라지만 해수면과 별 차이가 없는 곳에서 산행이 시작되다보니 산길은 급하게 올라가기도 한다.

 

산길 가로 보춘화가 생생함을 자랑한다. 이병기의 시조 <난초>가 생각난다. '빼어난 가는 잎새 굳은 듯 보드랍고' 겨울, 낙엽이 빛을 바랜 산속에 조금도 굽힘이 없이 자태를 자랑하는 난(蘭). 꽃이라도 피었으면 더 좋을 텐데. 가끔가다 그 푸르름은 겨울을 보내는 토끼의 겨울식량이 되기도 한다.

 

작은 산이지만 전망 좋은 곳

 

산길은 다시 완만해지더니 푸르른 신이대 숲을 지난다. 온산에 이곳만 푸르를까? 아니나 다를까 조금 올라서니 귀절암 동굴이 나온다. 작은 리본에 써 놓은 안내 글. 해조암 옛 절터(약 300년간 자리하였다)라고 알려준다. 동굴은 아직도 무속인들의 기도처로 쓰는지 자리가 깔리고 초를 켠 흔적이 있다. 날이 따뜻하면 하룻밤 자고 가는 것도 좋겠다.

 

산길은 능선과 만나고 능선 뒤로 전망 좋은 바위가 있다. 깎아지른 바위위에 서니 반듯반듯하게 네모진 논들과 올망졸망한 마을들이 내려다보인다. 마을을 지나 바다가 보이고 바다 위로 섬들이 떠있다. 보성 장도, 그 너머로 여수 여자도도 보인다. 애들은 따뜻한 햇살을 받으며 작은 돌로 성쌓기 놀이를 한다. 바다에서는 모래성. 산위에서는 돌멩이성?

 

이정표는 병풍산 1.82㎞라고 알려준다. 더 이상 가지 않고 용흥사로 내려온다. 내려오는 길에서 만난 이정표에는 꼬치가 매달려 있다. 그 많은 곳 중에서 사람들이 보고 가는 이정표 끝에 자리를 잡았을까? 겨울 잘 보내고 봄에 나비로 깨어나기를 바란다. 진달래 꽃눈은 벌써 봄을 꿈꾼다. 노랗게 속살을 비치고 있다.

 

벌교 꼬막 정식... 맛이 조금 다른데

 

산을 내려와 식당으로 향했다. 예전에 짱뚱어 전골이 맛있어서 찾아갔는데, 짱뚱어 전골을 안 한단다. 전골은 싱싱한 걸로 넣어야 하는데, 겨울이라 짱뚱어가 나오지 않아 전골을 하지 않는단다. 별수 없이 꼬막정식을 시켰다.

 

먼저 삶은 꼬막과 꼬막전이 나온다. 참 찰지고 맛있다. 삶은 꼬막은 속살이 물기를 잔뜩 머금고 있어야 더욱 맛있다. 삶은 꼬막을 한참 까먹고 있다 보면 본 메뉴인 꼬막무침이 나온다. 미나리와 함께 매콤달콤 맛있게 무쳐 나왔다.

 

"어! 맛이 조금 다른데?"

 

벌교에서 나는 꼬막은 참꼬막과 새꼬막이 있는데, 무침에 새꼬막으로 무쳐서 내었다. 그게 무슨 문제가 돼냐고? 맛이 다르다. 값도 다르다. 참꼬막이 훨씬 비싸다. 꼬막 크기와 모양은 비슷한데 참고막이 골이 더 깊다. 어떤 사람들은 새꼬막이 맛있다는 사람도 있다. 쫄깃쫄깃한 맛이 좋다고도 한다.

 

식당아저씨에게 물었다.

 

"왜 새꼬막으로 무쳤데요?"

"꼬막이 너무 비싸…. 부르는 게 값이여. 물량을 댈 수가 없어."

 

무척 미안해하신다. 요즘 벌교 꼬막이 인기를 얻으니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나 보다. 꼬막 정식 맛도 인기 따라 변해간다.


태그:#두방산, #고흥, #꼬막, #꼬막 정식, #벌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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