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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9년 1월 19일 오후 서울 용산로 신용산역 부근 재개발지역 5층 건물에서 철거민들이 농성에 돌입한 가운데, 옆 건물 옥상에 올라간 철거용역업체 직원이 경찰의 보호를 받으며 농성 중인 철거민들을 향해 물을 뿌리고 있다.
 지난 2009년 1월 19일 오후 서울 용산로 신용산역 부근 재개발지역 5층 건물에서 철거민들이 농성에 돌입한 가운데, 옆 건물 옥상에 올라간 철거용역업체 직원이 경찰의 보호를 받으며 농성 중인 철거민들을 향해 물을 뿌리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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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참사는 100% 경찰과 용역의 합동작전이다. 경찰이 암묵적으로 용역업체를 묵인한다. 먼저 경찰 쪽에서 (진압을) 알려주고 업체도 (철거를) 미리 알려준다. "

10년째 철거업체를 운영해온 이동수(가명)씨의 말이다.

18일 저녁 <오마이뉴스>와 통화에서 그는 "철거업체는 계약한 기간 내에 거주자를 다 내보내야 한다, 보상을 못 받은 세입자들은 나가기가 어렵고 마찰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고 업계 상황을 전했다.

철거업체 처지에서는 완력을 써서라도 세입자들을 내쫓아야 다음 사업에서 오더(주문)를 따낼 수 있다. 계약이 그렇게 되어 있다. 그래서 직접 혹은 용역업체를 통해 깡패도 동원한다. 세입자들이 용역업체 직원들을 '용역깡패'라고 부르는 게 근거없는 억측은 아니었다.

"돈이 걸려서 양심의 가책 안 느낀다"

그러나 '용역깡패'라는 표현은 반만 맞고 반은 틀리다. 깡패들이 개입된 용역업체들이 실제로 많지만, 정작 이들은 전면에 나서지 않는다. 법적으로 문제가 생길까봐 주로 뒤에서 작업을 한다.

세입자들을 찾아가 시비를 걸거나 가게나 집 앞에 흉물스러운 낙서를 하고 오물을 뿌리는 등 깡패짓을 하는 사람들은 따로 있다. 일당 8만~15만 원을 받은 체육계열 대학생이나 지역 주민들이다. 이를 업계 용어로는 '앞전 뛴다'고 말한다.

특히 최근 들어 경제상황이 안 좋아지면서 대학생 '알바'가 늘었다고 한다. 건설사가 천문학적 이득을 챙기는 과정에서 경제적 약자들이 서로 싸우는 셈이다. 철거민들에게선 모 대학 체육학과 학생들이 함께 아르바이트로 '앞전을 뛰다가' 철거하려던 집에서 과 선배를 만났다는 소문도 들을 수 있었다.

대부분의 철거민들은 "경찰도 용역업체와 한통속이고, 용역깡패 폭력을 신고해봤자 아무 소용이 없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철거업체 사장 이씨는 철거민들 말이 맞다고 말했다. 용역들의 '횡포'는 합법적인 행정집행이기 때문에 처벌할 방법도 없고, 오히려 자신들의 일을 대신해주기 때문에 경찰은 방관한다는 것이 이씨의 설명이다.

철거민이 다섯 명이나 죽었는데, 그렇게 세입자들을 내쫓는 게 인간으로서 괴롭지 않을까. 이씨는 "괴로운 것은 개인적 문제이고, 돈이 걸려서 양심의 가책을 안 느낀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대체 얼마나 많이 걸려 있기에?

이동수씨는 "건설 현장마다 이권 개입이 안 된 곳이 없다고, 특히 재개발 지역에는 권력의 힘도 들어가 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이씨는 "이명박 대통령부터 (건설사에서 일하던 시절) 철거에 앞장 섰고, 그런 사람이 집권을 했으니 당연히 참사가 일어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철거업체 사장 이동수씨 인터뷰 일문일답.

용산참사가 발생하기 전날인 2009년 1월 19일 오후, 참사가 발생한 용산구 한강로 2가 5층 건물 바로 옆 1층에 철거용역들이 붉은 색 스프레이로 '이사 가라', '철거' 등 위협적인 낙서와 해골 그림을 그려 놓았다.
 용산참사가 발생하기 전날인 2009년 1월 19일 오후, 참사가 발생한 용산구 한강로 2가 5층 건물 바로 옆 1층에 철거용역들이 붉은 색 스프레이로 '이사 가라', '철거' 등 위협적인 낙서와 해골 그림을 그려 놓았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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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기간까지 못 내쫓으면 다음 오더 어려워"

- 철거업체 사장으로서 재개발정책을 평가한다면?
"철거하게 되면 건물주들과는 보상을 미리 끝낸다. 사실 시공사나 시행사가 (건물주에게는) 넉넉하게 보상금을 주는 것으로 계약을 체결한다. 지역이나 업체마다 다르겠지만, 내가 보기엔 보상액을 적당히 주는 것 같다. 그런데 건물주들이 돈을 몽땅 받아간다. 세입자에 대해선 적절한 보상을 안 해주고 팽개쳐둔다. 그게 가장 큰 문제 같다."

- 세입자 철거 과정은 어떻게 진행되나.
"철거업체는 계약을 체결했으니 기간 내에 다 내보내야 한다. 철거하는 기간이 언제까지라고 하면, 그때까진 일을 봐야 한다. 민원도 처리하고. 제대도 안 하면 그 다음에 철거권 등의 오더를 확보 못한다.

건물주 분들은 돈을 챙겼으니까 얼마든지 나갈 수 있는데 세입자, 특히 상가세입자 분들은 나가기가 어렵다. 세입자와 마찰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협상 단계가 있어서 처음엔 대화로 풀다가 나중엔 완력이 들어간다. 철거업체가 합법적으로 일하려고 자신은 전면에 안 나서고 용역업체를 투입한다. 여기(용역업체)에 건달도 많이 낀다. 철거업체가 직접 건달 데리고 하는 경우도 있다."

- 철거민들은 경찰이 용역업체를 무조건 감싼다고 말한다. 오해인가, 사실인가?
"애초부터 용역업체가 경찰에 신고하고 철거에 들어간다. 합법적인 절차로 행정집행을 하기 때문에 경찰은 처벌할 방법이 없다. 자신들이 할 일을 경비용역들이 해주는 것이니까 오히려 방관한다. 법적으로 문제가 있다. 용산에서 있었던 일(용역업체 직원의 폭력)은 어디든 발생한다."

- 용산 유가족들은 "참사 당시 망루가 있던 남일당에서 용역업체 직원들이 건물에서 불을 피우고 경찰과 함께 물대포를 쏘았다"면서 경찰-용역의 합동작전 의혹을 제기한다.
"100%다. 용산은 딱 합동작전이다. 원래 경찰이 암묵적으로 묵인하거나, 경찰 쪽에서 미리 (진압을) 알려주고 업체도 (철거를) 미리 알려준다." 

- 용역업체에서 세입자들을 내쫓을 때 가이드라인이나 매뉴얼이 있나.
"노무현 정부 때는 그냥 맞으라고 했다. 일부러 시비 걸면서 손대지 말고 맞으라고. 그런데 실제로 상황이 터지면 서로 흥분한 상태니까 쉽게는 (자제가) 안 된다. 지금 같은 경우 오더가 (때리지 말라는 것도 없이) 막무가내인 것 같다."

- 흔히 '용역깡패'라고 표현한다. 실제로 용역회사들은 어떻게 운영되나.
"건달이 운영하거나 다른 사장이 건달을 끼고 하는 회사들이 많이 있다. 그러나 실제 철거할 때는 문제가 생길까봐 깡패는 투입하지 않는다. 이 사람들은 뒤에서 작업하면서 행동을 지시한다.

앞에 나서서 행동하는 걸 '앞전 뛴다'고 하는데, 체육학과 같은 운동하는 대학생들을 아르바이트로 많이 고용한다. 일부러 지역 갈등을 노려서 세입자들도 고용한다. 요즘에는 아무래도 경제가 안 좋아져서 대학생 '알바'가 늘었다. 일당이 8만 원에서 많게는 15만 원까지 가는데, 지역이나 업체에 따라 300명을 투입하기도 하고 500명을 투입하기도 한다. 인원에 따라 용역업체 비용이 정해진다."

"노무현 정부 때는 무조건 맞기, 요즘엔 막무가내"

- 용산참사 같은 일을 겪으면, 철거나 용역업체 일을 하는 게 심리적으로 힘들지 않나.
"괴로운 것은 개인적인 문제이고 돈이 걸려서 많은 양심의 가책은 안 느낀다. 모순된 자본주의 세상이다 보니까. 대학생들도 생각 있으면 그렇게 일 못하겠지. 아무 생각 없이 일하는 어린 학생들 보면 갑갑하다. 이게 다 돈 때문이다."

- 재개발 과정마다 비리 소문이 없는 곳이 없다.
"건설 현장마다 이권 개입이 안 된 곳이 없다. 그래서 깡패들은 물론이고 고엽제 피해자 단체, 장애인 단체들도 얽힌다. 특히 재개발 지역은 어마어마하다. 정확하게는 몰라도 권력의 힘도 들어가 있다. 이명박 대통령부터가 현대건설에 있으면서 철거를 했던 사람 아닌가? 그런 사람이 집권을 하니 당연히 참사가 일어날 수밖에 없다."


태그:#용산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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