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순천시 송광면 곡천삼거리에는 주암댐 건설로 인해 물속에 잠긴 마을들을 위한 망향각이 건립돼 있다. 지난 1991년 5월 댐 건설로 인해 26개 마을이 눈앞에서 사라진 것이다. 댐이라는 특성상 물이 마를 날이 거의 없기에 이제는 영원히 찾아갈 수 없는 마을이 된 셈이다.

 

그런데 눈에서 사라지고 영원히 찾아갈 수 없다고 꼭 불행한 것만은 아니다. 적어도 마음속에는 남아있기 때문이다. 그에 비하면 눈에는 남아있지만 찾아가면 안타깝게도 생각했던 그곳이 아니기에 마음에서 사라져버린 마을들이 있다.

 

필자는 앞으로 1년 동안 바이크로 전남 동부지역의 길을 따라가면서 '눈에는 보이지만 마음에서 사라져가는 마을'들을 찾아가 무엇이 그 마을의 가치인가를 주민들과 함께 찾아보고 발견해 보존하고 계승할 수 있도록 노력해 볼 생각이다.

 

 

그에 앞서 지난 1월 18일, 필자는 막걸리 한 병을 들고 망향각에서, 주암댐 수변에서, 다랑 논길에서, 새롭게 길을 내고 있는 곳에서 길신제를 지냈다. 시작점에서 마음을 가다듬고 길과 마을이 눈과 마음에서 사라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도 담고 싶었다.

 

그저 미신적 행위이며 요식적이기는 하지만 '길은 왜 새롭게 뚫리고 마을은 왜 변형되어야 하는가?'에 대해 필자 자신에게 되묻는 자문자답의 형식이었다. 새롭게 길이 뚫리면 소통의 폭이 더 넓어질까? 마을을 변형하면 그 만큼의 가치가 높아지는 것일까? 행여 길을 새로 내고 마을을 변형하면 그 보다 더 가치 있는 것들이 사라지는 것은 아닐까?

 

인간의 가장 행복한 삶과 가장 행복한 마을이란 태어나서 일생동안 그 마을을 벗어나지 않는 삶이며 그런 삶이 될 수 있도록 여건이 갖춰진 마을이라는 말이 있다. 

 

 

옛말이지만 통신과 교통이 발달한 현대사회에서는 어찌 보면 그것이 더욱 가능할 수도 있겠다는 발상을 하게 된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마을 공동체가 사람이 정착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여건을 마련하는 것이 급선무로 보인다.

 

필자가 잘 알고 또 돌아보고자 하는 전라도 지방, 특히 조계산을 중심으로 제석산 징광산으로 이어지다가 여자만으로 흐르는 땅줄기에 사는 사람들의 마을 공동체는 그나마 살아있다고 볼 수 있어 다소나마 희망을 발견하게 된다.

 

그 희망이란 인위적이며 특정 목적을 위해 길이 만들어지지 않았고 마을의 형태가 인간 삶의 그것과 동떨어지지 않았으며 공동체적 성격의 마을 운영에서 많이 벗어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럼 옛말에 있듯이 그 마을에서 태어나고 자라고 평생 마을 밖을 떠나지 않은 사람들은 얼마나 되며 그 사람들의 생활의 만족도는 얼마나 될까? 단정 짓기는 어려워도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 자리를 지키고 있고 몇 가지 것을 제외하고 특별한 생활의 불편을 호소하지는 않을 것으로 짐작된다.

 

그런 반면, 외지에서 그 마을에 들어 온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필자의 경험상 그들이 바라는 이상과 현실은 많은 괴리감이 있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그들이 찾아가는 미래는 분명 있게 마련이다.

 

그 미래가 바로 그 마을이 갖고 있는 고유한 마을의 가치를 발견하는 일이며 그것을 좀 더 증폭시키고 발전시켜 그 혜택을 마을 주민들이 함께 누려가자는 뜻일 것으로 풀이된다. 그 풀이에 동참하고 증폭시키고 발전시키려는 노력에 협조하는 것이 필자의 <바이크올레꾼, 길 따라 남도마을여행>이다.

 

 

많은 사람들이 인간다운 삶을 부르짖고 있고 많은 단체가 마을 가꾸기를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그것이 그저 하나의 커리큘럼으로 정예화 된 교육이나 더 나아가 마을을 인위적으로 바꾸고 주민들을 뜻에 맞게 끌고 가려는 것으로 변질된 느낌은 지울 수 없다.

 

가장 기초적인 마을과 마을 주민들을 살펴보고 깊이 있게 얘기해 보려는 단계가 생략된 주민 계도나 마을 만들기는 기형을 낳을 가능성이 있다. 필자는 이 연재를 하는 과정에서 뜻을 함께하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싶은 욕심이 있다.

 

비록 지금은 작게, 홀로, 글을 통해서 일을 진행하려는 초기 단계지만 <바이크올레꾼, 길 따라 남도마을여행>이라는 연재를 통해 그 의미가 전달되고 확산돼 뜻있는 이들의 동참을 기대해 보기도 한다.

덧붙이는 글 | 남도TV에도 실렸습니다


태그:#바이크올레꾼, #길신제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