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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연말에 사연 많은 16년 지기와 아쉬운 이별을 하였습니다. 누구냐고요?

 

살아(?) 있었다면 오늘 16번째 생일을 맞는 제 자동차 이야기입니다. 그 친구 생일은 1994년 1월 14일입니다. 지난 연말 폐차장으로 보내지지 않았다면 오늘이 바로 만 16년째가 되는 날입니다. 지난 16년 동안 이 차를 타는 동안 워낙 많은 일을 함께 겪었기 때문에 친구나 가족 못지 않게 정이 많이 들었습니다. 막상 마지막으로 헤어지는 날은 참 서운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2009년 연말까지 한시적으로 시행된 노후차 세제 감면 혜택 때문에 얼마 남지 않은 제 수명을 끝까지 누리지 못하고 제 곁을 떠나보냈습니다. 어차피 오랫동안 더 탈 수 있는 차는 아니었지만, 노후차 세제 혜택 때문에 몇 달 더 타고 다닐 수 있는 차를 억지로 폐차장으로 보냈다는 생각 때문에 더 서운한 마음이 컸습니다.

 

아마 제가 직접 폐차장까지 차를 몰고 갔었다면 눈물을 참지 못했을지도 모릅니다. 어쩌다보니 단골 카센타 사장님이 필요한 부품을 골라내고 폐차를 대행해주셔서 폐차장까지 함께 가지는 않았습니다.

 

16년을 함께 지냈던 자동차와 헤어지는 것이 서운하여 나름대로 여러가지 궁리를 안 해 본 것은 아니었습니다. 자동차를 아버님 명의로 바꾸고 저절로 수명을 다 할 때까지 차 2대를  함께 타고 다니는 방안을 생각해보았지요. 그러나 새로 산 차를 두고 헌 차를 타고 다니는 것도 웃기고, 세금과 보험료를 고스란히 물어야 하는 부담이 적지 않았습니다.

 

두 번째는 가까운 누군가에게 차를 그냥 주는 방법을 생각해보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워낙 낡은 차였기 때문에 선뜻 가져가겠다는 사람을 만날 수 없었습니다. 후배 중에 한 명이 타겠다고 나섰지만, 타임벨트 교체 시기가 임박하였고 라이닝을 비롯한 여러 가지 소모품을 교체해야 한다는 카센타 사장님의 충고를 듣고는 '폐차' 결정을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괜히 낡은 차 타고 다니다가 후배가 사고라도 당하면 서로에게 난감한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세 번째는 수출하는 방법을 생각해보았습니다. 국내의 낡은 차들이 저개발 국가로 수출되어 사용되고 폐차시 고철값보다는 많은 돈을 받을 수 있다는 충고를 하는 분들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중고차 수출도 연식이 너무 오래된 차는 곤란하다고 하더군요. 결국 제 차는 저개발 국가에 가서 수명을 이어갈 수도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위에 보시는 사진은 폐차장으로 떠나기 직전 단골 카센타에서 마지막으로 헤어지기 전에 찍은 사진입니다. 만 16년을 탄 차 치고는 외형도 깨끗한 편이고 주행거리도 19만3917 킬로에 불과합니다.

 

1994년에 차를 구입하여 처음 10년 정도는 평균 주행거리가 연간 1만5000킬로 정도 되었지만, 6~7년 전에 이사를 하여 출퇴근 거리가 5분여로 줄어들면서 주행거리가 짧아졌기 때문입니다. 차를 세워두고 자전거를 타거나 걸어서 출퇴근을 하는 날도 많았고, 차가 낡으니 장거리 여행 때는 제 차를 기피하게 되어 연간 5000킬로미터도 타지 않을 때도 많았습니다.

 

그러나, 주행거리가 짧아도 세월이 흐르는 만큼 각종 부품은 노후화되어 2~3년 전부터 운행 중에 멈춰 버리는 일이 많았습니다. 10년이 지나고부터 적지 않은 수리 비용이 들어 신차 구입을 저울질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래도 새차를 구입하여 할부 비용을 부담하는 것보다는 낡은 차를 고쳐타는 것이 경제적부담이 덜하다는 판단을 하여 16년을 함께 지내게 된 것이지요. 아울러, 연비가 좋은 신차를 구입하는 것보다도 이미 생산된 낡은 차를 오래 타는 것이 지구환경에 미치는 부담이 더 적다는 생각도 하였습니다.

 

시내 주행 중에 멈추는 것은 보험회사의 긴급 출동 서비스를 통해 어렵지 않게 해결하였지요. 그러나 3년 전 여름에는 광주를 가다가 고속도로에서 멈췄을 때나, 2년 전 경주를 다녀오다 고속도로에서 멈췄을 때는 심각하게 폐차를 고민하였습니다.

 

광주를 가다가 고속도로에서 멈춘 날은 '곡성' 근처로 견인을 하면서 수리비가 10만원 이상만 나오면 '폐차'를 하겠다고 함께 타고 가던 일행들에게 공언을 한 적도 있습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날 수리비가 7만원 밖에 나오지 않아 몇 년을 더 같이 지냈지요.

 

경주를 다녀오다 고속도로에서 멈춘 다음부터는 시내 주행용으로만 주로 이용하였지요. 김해, 진주보다 먼 거리는 절대 운행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키면서 탔지요. 신차를 구입한 1994년부터 폐차가 된 2009년 12월 30일까지 저 혼자 이 차를 운전하였기 때문에 저는 작은 이상이 있어도 쉽게 알아챌 수 있었습니다.

 

헤어질 날이 임박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폐차를 하지 않으면 1년 정도는 탈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느낌을 쉽게 떨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막상 헤어지고나니 여간 서운하지가 않습니다. 

 

 

16년 정든 차, 20년 못 채운 이유

 

기아자동차의 성공 신화를 이끌었던 차이고 당시 기술로는 동급 차 중에서 가장 '단단하게 잘 만든 차'로 명성이 높았습니다. 10년이 넘은 차를 타고 다니면서 주변 사람들에게도 '프라이드' 참 튼튼한 차라는 이야기 많이 들었답니다.

 

웬만하면 폐차 안 시키고 20년을 채워보리라는 생각도 여러 번 해보았습니다. 그래서 만16년이 될 때까지 꿋꿋하게 타고 다녔지요. 제가 낡은 프라이드를 폐차한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2009년 연말까지 한시적으로 시행된 노후차 세제감면 혜택을 놓칠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외에도 16년 정들었던 프라이드를 폐차할 수 밖에 없었던 중요한 이유가 있는데, 바로 차가 너무 많이 낡았다는 사실입니다. 사실 가끔 제차를 함께 타는 사람들도 잘 모르는 여러가지 노화 현상이 있었습니다. 실제로 안전을 위협 할 만한 부분도 없지 않았습니다.

 

사실, 겉보기에 제 차는 멀쩡해보이고 관리도 잘 한 편입니다. 그래서, 10년쯤 차를 탔을 때부터 제가 새로 차를 구입하면 이 차를 타겠다는 후배가 있었습니다. 원래 이 후배에게 차를 물려줄 생각을 하였으나 저만 알고 있는 제 차의 '노화현상' 때문에 결국 폐차 결정을 하였습니다. 남들은 잘 모르는 16년 된 프라이드의 '노화현상'은 이렇습니다.

 

운전석, 트렁크에는 비가 샌다

 

첫째, 비가 오면 비가 샜습니다. 아주 심각한 현상은 아니지만 비가 온 다음 날 운전석 바닥에 물이 질척질척하게 고일 정도로 비가 샜습니다. 이 사실을 알고 농담 삼아 '우산 쓰고 타야겠네' 하시는 분도 있었답니다. 아무튼 신문 3~4일치를 바닥에 하루, 이틀 정도 깔아두어야 물기가 제거되곤하였습니다.

 

비가 새는 곳은 운전석뿐만 아니었습니다. 벌써 4~5년 전부터 트렁크에 비가 새기 시작하였습니다. 단골 카센터에 수리를 부탁해 보았지만, 트렁크에 비 새는 것을 고치기가 쉽지 않다고 하더군요. 폭우라도 쏟아진 다음에는 트렁크에 물이 출렁출렁 할 만큼 고여있는 날도 있었습니다. 트렁크 바닥에 있는 예비 타이어 휠이 모두 녹슬어버리더군요.

 

트렁크에 물을 빼내느라고 자세히 보니 바닥에 고무 마개 같은 것이 있더군요. 이 고무마개를 빼냈더니 바닥으로 구멍이 뚫려 물을 쉽게 뺄 수 있었습니다. 그때부터는 아예 바닥에 있는 고무마개 3개를 모두 빼두었습니다. 비가 오면 트렁크에 물이 들어와도 이 구멍을 통해 모두 밖으로 빠져나갈 수 있도록 말 입니다.

 

비가 오는 날 불편한 것은 그것만이 아니었습니다. 비가 오는 날 조수석에 앉은 사람이 창문을 내리면 낭패를 볼 수있습니다. 제가 타던 프라이드는 앞 유리만 전동식인데, 비가 오면 어떤 날은 유리창이 올라가지 않고, 어떤 날은 스위치를 올리면서 손으로 유리창을 함께 밀어주어야 올라갔었답니다.

 

신호대기시 브레이크를 밟으면 그냥 쑥~ 밀려내려간다

 

중요한 노화현상이 몇 가지 더 있는데, 그 중에 하나는 가끔 기어가 들어가지 않는다는 것 입니다. 어떤 날은 1단 기어가 또 어떤 날은 후진 기어가 들어가지 않는 것 입니다. 처음 이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한 날은 벽을 향하여 앞쪽으로 주차를 해두었는데, 후진 기어가 들어가지 않아 차를 뺄 수가 없는 것이었습니다.

 

교차로에서 신호대기 후에 출발하기 위하여 1단 기어를 넣는데 기어가 들어가지 않아 당황했던 적도 있습니다. 그러나 비슷한 현상이 자주 나타나면서 대처할 수 있는 요령도 터득이 되더군요. 기어가 들어가지 않으면 신속하게 왼발로 클러치를 여러번 밟았다 떼면 기어가 제자리를 찾아 들어갔습니다. 요령을 터득한 후에도 가끔씩 교차로에서 기어가 들어가지 않으면, 잠시도 기다려주지 않고 빵빵 거리는 뒤차들 때문에 당황스러웠던 기억이 많이 있습니다.

 

브레이크 장치에도 이상이 있었습니다. 이것도 제가 차를 폐차 시킨 중요한 이유 중에 하나입니다. 평소에 브레이크를 밟으면 제동은 이상없이 되었지만, 2년쯤 전부터 교차로에 신호대기 하면서 브레이크를 밟고 있으면 힘없이 스르르 밀려내려 가 브레이크 패달이 바닥에 닿아 버리는 겁니다.

 

석전 사거리 같은 언덕길 교차로에서 신호대기를 할 때는 반드시 주차 브레이크를 당기고 기다리지 않으면 안 될 만큼 브레이크 패달의 압력이 빠져나가 버리는 현상이 반복되었습니다. 제가 타고 다니는 동안 주행중에 제동을 할 때는 브레이크에 이상이 없었지만, 이런 현상이 계속 되어 불안하기는 하였습니다. 카센타 사장님께서는 수리는 가능하지만 비용이 상당하다는 말로 은근히 폐차를 종용하셨지요.

 

사실, 브레이크 장치에 이상이 있었기 때문에 차를 후배에게 줄 수 없었습니다. 그 외에도 타임벨트, 라이닝을 비롯한 여러가지 소모품 교환주기가 임박하였기 때문에 적어도 40~50만원 정도 들여서 정비하지 않으면 안전하게 탈 수 없는 차라는 '진단'을 받았답니다. 16년된 제차가 보험가액이 30만원으로 잡혀있었는데, 50만원을 들여서 수리하고 타야 한다니까 모두들 포기하더군요.

 

동전으로도 열리는 첨단(?) 자동차

 

마지막으로 재미있는 '노화현상'이 하나 더 있습니다. 제 차는 열쇠로 문을 잠궈도 그냥 열수가 있습니다. 3~4년 전부터 다른 차 열쇠를 넣어서 돌려도 문이 열리기 시작하였습니다.  얼마간 지난 후에는 차 열쇠가 아니어도 적당한 쇠붙이를 끼워서 돌리면 문이 열리고 나중에는 동전으로도 문이 열렸습니다.

 

아주 최근에는 제가 차 안에 키를 두고 내렸는데, 빳빳한 명함을 적당한 크기로 접어서 열쇠구멍에 넣었는데도 문이 철크덕 하면서 열리더군요. 그렇지만 남들은 제 차 문이 이렇게 열리는지 몰랐기 때문에 도둑을 맞은 일은 없습니다.

 

이런 여러가지 노화현상 때문에 제가 계속 탔다면 더 탈 수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공짜로도 타라고 권하기 어려웠습니다. 제 차의 이런 노화현상을 자세히 알고 있는 주변 사람들은 하루 빨리 차를 바꾸라고 권하셨답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제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자동차, #프라이드, #기아, #노후차,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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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YMCA 사무총장으로 일하며 대안교육, 주민자치, 시민운동, 소비자운동, 자연의학, 공동체 운동에 관심 많음.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활동하며 2월 22일상(2007), 뉴스게릴라상(2008)수상, 시민기자 명예의 숲 으뜸상(2009. 10), 시민기자 명예의 숲 오름상(2013..2)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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