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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사꾼은 장사로 해처먹는겨. 서민덜 땅 뺏어 기업체덜헌티 땅 장사혀?"

 

조치원역 근처 어느 막걸리집에서 만난 세종시 예정지인 고정리 출향인 A모(53세)씨는 술이 얼콰하니 분노를 내뱉고 있었다. 나이 50이 겨우 넘었는데 요즘 저녘 무렵에 이처럼 막걸리집이나 돌아다니며 술먹는 게 일이라고 했다. 

 

 

"셋방살이 하고 있어 시방, 그게 뭐여. 정치여. 난 지금 나이 50인디 실업자라구!"  

 

옆에서 같은 동네 후배라는 40대 초반 아저씨는 요즘 건설현장에 잡부로 나간다고 했다.

 

"그래 기업도시 들어오믄 그 땅에다 내집 짓구 개 기를겨,. 그러믄 개판 되는 거지 뭐. 내가 살던 땅에 개 믹여 개판 맹들겨. 세종시한다구 땅 뺏어가더니 내 땅 찾아 개판 만들겨. 개새끼덜....."

 

격분한 A씨는 눈시울을 붉혔다. 그리고 대통령을 잘못 뽑아서 그렇다며 말을 이어갔다.

 

"세종시 안할려믄 땅 돌려줘야지. 그땅 뺏어야 혀. 내가 기업도시 하라구 땅줬어? 그땅 사서 개판 만들어야 혀! 행복도시한다구 땅 내준 거지. 우리땅 가지구 지네들이 기업도시 내주는 것, 장사꾼놈 짓이여.이명박은 장사꾼이여. 장사꾼은 장사나 해처먹어야 혀. 장사꾼이 정치를 하믄 나라 말아먹구 있어."

고향 떠나  조치원읍에서 임시로 세종시가 건설되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두 사람은 가끔식 촛불집회에 나와 울분을 토한다고 했다. 11일 정부가 세종시 백지화 계획을 발표하고 나서 연기군에서는 모든 군민들이 분노하고 있었다.  


"4대강? 물고기 키워 팔아먹지두 못할텐데. 무슨 짓이여. 강에다 투자하느니 없는 애들 학비 대주는 게 낫어. 인재 키우는 게 낫어. 인재 키우믄 미래라두 있지. 4대강 해서 그거 붕어 좀 팔아 먹을라나? "

 


설마 색다른 게 있겠지, 뭐라도 생색이라도 내겠지, 아니면 이명박 정부와 정운찬 총리가 충청인들한테 미안한 마음이 있어 뭐라도 발표하겠지, 하던 마음이 배신감으로 변해 분노로 나타났다.

 

11일 정운찬 총리의 백지화 발표 이후 연기군민들은 평소보다도 더 많이 모여 정운찬 총리를 두고 "매향노, 정운찬 총리를 규탄한다, 거짓말쟁이 사기꾼 이명박 대통령을 탄핵하자! " 등 격렬한 구호를 외치며 촛불집회를 진행했다.  

 


연기어린이집에서 나온 꼬마가 낭송한 호소문에서는 "세종시 전망대 올라 보셨지요? 그림 같던 마을 모두 부서지고 꿈같고 행복스러운 행정복합도시 만들어 지구촌 사람들 관광오도록 만들어 주시면 얼마나 좋을까요?"라고 운을 뗀후 "대통령님  하신 말씀 지켜주세요! 경치좋은 터전에 공장만 지으려고 수백년 된 조상 묘를 눈물을 뿌리며 이전하는 원주민 마음을 생각이라도 해보셨는지요?"라고 애띤 목소리로 호소했다. 

 

하루도 빠지지 않고 촛불집회에 나온다는 조치원읍내 A모씨는 "유인물을 스스로 복사해 충북, 대전, 광주 등 곳곳에 다니며 나눠주고 있다"며 "세종시는 반드시 원안대로 추진하도록 연기군민들이 끝까지 투쟁하자. 올해는 호랑이를 타고 기상하자. 행정만 빼고 엉뚱한 것만 꺾꽂이 하고 있다"고 정부를 비판했다.


조치원읍내에는 침산동에 사는 B모씨가 맞춤법이 틀린 꼬불꼬불한 글씨로 팻말을  만들어 곳곳에 붙어놓아 화제가 되고 있다. 이처럼 연기군에는 군민들이 솔선수범해서 행정도시 사수 투쟁에 나서고 있다.  

 

조치원읍에 기차를 타러 왔다는 서울 사는 황모씨(서울 안암터 거주)는 "충청인의 긍지를 가지고 안되면 되겠끔 남자 새끼가 약속을 안지키냐? 남자는 남자답게 해야지. 안되면 죽여버리자고..."고 외쳤다. 

 

이처럼 연기군에서는 이명박 정부와 정운찬 총리에 대한 분노가 하늘을 찌르고 있었다. 특히 예정지 주민들은 이제 행정도시는 물건너갔다며 자신들이 내준 땅을 돌려 받겠다는 소리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세종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행복도시, #세종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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