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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정치의 닻이 올랐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숱한 물밑접촉 끝에 시민사회는 정치권으로부터 이번 6월 지방선거에서 공동대응 방안을 적극 모색한다는 합의를 이끌어냈다. 만만치 않은 고비가 군데군데 도사리고 있지만 일단 연합정치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평가할 수 있다.

 

6월 지방선거를 141일 앞둔 12일 오전, 정당과 시민사회단체 대표들은 그간 말로만 무성했던 '5+4회의'의 실체를 드러냈다. 민주당,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창조한국당, 국민참여당(준) 등 5개 야당과 희망과 대안, 2010연대, 민주통합국민행동, 시민주권모임 등 4개 시민사회단체가 공동으로 연합정치를 모색하는 큰 판을 연 것이다.

 

야권과 시민사회가 손을 잡고, 집권 3년차에 돌입하는 MB정권을 심판하겠다고 나섬에 따라 이번 선거는 이명박 대통령에게도 그리 녹록치 않은 선거가 될 공산이 크다. 가뜩이나 세종시 원안 백지화 문제로 충청권 바닥민심이 '심판론'으로 각이 잡힌 가운데, 야권과 시민사회가 손을 잡고 공동으로 선거대응에 나서겠다고 한 만큼 여권도 긴장할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됐다.

 

무엇보다 이들은 조만간 본격적인 정치협상회의를 열고 이번 선거에서 필요한 진보 정책과 후보단일화 등 선거연합의 구체적 원칙과 방법 등을 모색할 방침이다. 이를 핵심적으로 추진할 연대기구 논의도 촉발될 것으로 점쳐진다.

 

문제는 앞으로 어떤 방향에서 어떻게 논의를 끌고 갈 것이냐 하는 점이다. 일단 출발은 했지만 경우에 따라 배가 중간에 난파할 수 있기 때문에 최대한 이 점을 방지하는 차원에서 논의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자칫 깨지기 쉽고 투명하게 공개한다는 차원에서 '유리알 논의'의 출발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하다.

 

희망과 대안은 이날 오후 오전 합의를 구체화 하는 토론회를 열었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논의를 모아간다는 차원에서 백가쟁명 식 토론회가 진행됐다. 일종의 아이디어 올림픽 같은 토론이었다.

 

민주대연합론에서 진보대연합론까지 다양한 가능성이 검토됐다. 

 

[김호기 교수] 반MB 이상의 연대여야 한다

 

이날 토론의 토론자로 나선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일단 '반MB연합 이상의 연대'여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반MB연합은 개혁이든 진보든 누구에게든 '연대의 최소조건'이지 '충분조건'은 될 수 없다고 밝혔다. 자칫 시민들에게 '반대를 위한 연대'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뭔가를 성취하는 연대로 규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MB연대 플러스 알파'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연합은 3중의 연합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후보연합 ▲가치연합 ▲정책연합이 그 삼중연합의 핵심이다. 김 교수는 "시민들에게 왜 지금 연합해야 하는가에 대해 분명한 응답을 해야 한다"면서 "개혁이든 진보든 누구든 우리 사회의 현재를 진단하고 미래를 전망하는 가치의 연대를 실현하는 것으로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희망과 대안이 정책대안으로 내세운 세종시와 4대강 반대는 네거티브 전략으로 유효하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네거티브에 의존해서는 안 되고 포지티브 전략을 반드시 동반해야 한다고 밝혔다. 일자리와 주거, 교육과 노후 등 시민불안을 해소할 수 있는 구체적인 정책을 내세워 호소해야 한다는 게다. 그리고 이것은 진보후보든 그 누구든 최종후보가 되어 당선되면 꼭 추진해야 할 정책연대여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무엇보다 김 교수는 "현재 추진되는 연합정치론이 하향적 연합정치론으로 비춰져서는 안 된다"며 "풀뿌리민주주의와 참여민주주의를 어떻게 결합할 것인지 반드시 그 방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선거바람은 아래로부터 불어야 진짜 바람"

 

만일 진보개혁진영이 연합정치에서 풀뿌리에 대한 명확한 대안을 만들지 못한다면 한나라당과 마찬가지로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시민단체 리더들이 모여서 연합정치만 논의할 것이 아니라 시민적 시선에서 공감대나 설득력을 크게 얻어야 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연합정치나 선거연합의 새로운 바람은 아래로부터 불어야 진짜 바람"이라며 "안산 상록을의 재판을 만들어서는 곤란한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시민사회가 다양한 연합정치 모델을 만들어놨는데 정작 연합정치가 실현되지 않았을 때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방법도 마련해야 한다는 게다.

 

그는 "제대로 된 연합의 의미를 가지려면 실현될 수 있는 강제성을 고민해봐야 한다"며 "후보와 정책, 가치의 삼중연합이 완료되면 협약식을 갖고 시민들에게 공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서울시를 비롯 모든 시정과 도정, 군정에서도 '패키지 딜'이 가능하다고 점쳤다. 지방자치단체장을 비롯한 광역의원, 광역단체장, 기초단체장 기초의원 등까지 모든 패키지 딜이 가능하다는 게다. 모든 시정이나 도정, 군정 단위의 셰도우캐비닛도 가능하다고 피력했다. 합의된 정책을 실현할 수 있는 단위까지 약속받고 권력을 잡게 되면 신성하게 맺은 약속을 이행할 의무를 줘야 한다는 것이다.

 

과거 3당합당 하듯이 사인하고 몰래 캐비닛에 감추듯 하지 말고 모든 협약식 등은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면서 그것이 보수와 다른 진보의 길이라고 주장했다. 약속이행의무를 저버리는 이에 대해서는 4년 뒤나 5년 뒤에 약속위반에 대한 심판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했다.

 

특히 연합정치에서 소외될 가능성이 큰 소수세력에 대한 배려도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저명한 정당론 연구자 '립셋 & 로칸'의 '결빙테제'를 들어 "새로운 정당의 등장은 대단히 어려운 현실적 조건을 갖고 있기 때문에 후보적합도 퍼센트만이 아니라 잠재적 미래 가능성을 고려해서 적극적으로 배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제선 이사] 국민생활 불안이슈를 정책의제로

 

김제선 대전 풀뿌리사람들 상임이사는 "연합정치를 원하는 동력에 대한 설계부터 돼야 할 것 같다"며 "아직 국민적 힘으로 세력이 형성되지 않았는데 어떻게 연합정치를 실현할 수 있을까 궁금하다"고 말했다.

 

그는 "연합정치를 이끌기 위해서는 세력과 힘을 결집해나가야 하는데 현재 지역사회에서는 그 논의가 구체적으로 실현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연합정치 논의 전에 시민정치운동을 표방했는데 어떻게 구체화 되는 건지 논의가 부족하다고 꼬집기도 했다.

 

김 이사는 "시민운동의 정치중립을 깬다고 했는데 투표참여운동 하면 깨지는 것이냐, 지지후보 검증하고 선정해서 당선운동 하는 것이냐, 후보로 출마하자는 거냐, 낙선운동하자는 거냐" 등등을 거론한 뒤 "세력과 힘에 기반해 연합이 추진돼야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무엇보다 김 이사도 김호기 교수의 지적처럼 정책연대에서는 반드시 국민생활 불안을 극복할 수 있는 것이 다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소기준을 맞추기보다는 꼭 필요한 대안을 요구하고 강제하는 접근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이사는 "우리가 연합정치를 하는 것은 필요한 정책을 위해 하는 것이지 연합정치를 하려고 정책을 짜맞추기 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김 이사는 "MB식 정치에 환멸을 느끼는 사람들이 직접 투표장으로 나오도록, 투표할 이유를 줘야 한다"며 "투표를 통해 바꿔야 할 정책들을 일일이 연령대별로 호명해서 알려줘야 한다"고 밝혔다.

 

[송재봉 처장] 연합정치의 룰을 분명히 적용해야

 

송재봉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처장은 "중앙정부뿐만 아니라 지방자치 의제를 넘어서는 지역균형발전이라는 중요한 가치가 근본적으로 훼손되고 있다"며 "중앙의 의제를 왜 지역이 함께 고민해야 하는가의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지적했다.

 

송 처장은 "선거연합의 필요성에 공감한다"며 "MB정부의 권력독주, 독선을 제어하지 않고는 지역의 발전도 기대할 수 없다는 점에서 출발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는 "선거연합을 통한 공동대응이 불가피한 게 아닌가 싶다"며 "가치와 정책에 기반한 선거연합이라는 것이 굉장히 좋은 제안하기는 한데 과연 어떤 가치, 지방선거에서 무엇이 진보적 가치인가가 보다 선명하게 제시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송 처장은 '연합정치의 룰'을 분명하고도 엄격하게 적용해야 한다고 밝히고 낮은 투표율을 극복하고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근본적으로 고민이 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유권자의 투표참여율이 MB정권 심판론을 가를 중요한 잣대가 될 수 있다는 게다.

 

특히 그는 "충청권 지역은 '세종시 블랙홀'에 빠져 있다"면서 "4대강과 세종시를 국민적 반대전선으로 형성하겠다는 것을 중요의제로 강화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손석춘 원장] 민주당이 당선가능성 운운하며 엉뚱한 후보 밀면?

 

손석춘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원장은 "야권의 자기혁신을 통한 국민신뢰가 중요한 과제"라며 "이명박정부가 폭정을 하고 있는데도 지지율 추락하지 않는 것은 야권이 대안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명박정권을 실제로 견제할 수 있는 진보세력을 형성하기 위해서는 민주대연합과 진보대연합을 뛰어넘을 수 있겠나 반문하기도 했다. 손 원장은 "반MB나 반신자유주의를 건너뛰고 두루뭉술 넘어간다면 우리가 이루려는 선거연합도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고 질타했다.

 

그는 "한나라당이 전국에서 독점하고 있듯이 호남은 민주당이 독점적 정치구조를 형성하고 있다"며 "광주에서는 민주당이 한나라당과 차이가 없다"고 전했다. 물론 연합정치 논의에서 민주대연합과 진보대연합을 관념적으로 논쟁해서는 안 되겠지만, 이 문제는 정면으로 부딪쳐 풀고 가야지, 덮어놓는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니라고 지적했다.

 

손 원장은 "진보대연합 없이 민주대연합이 가능할까 회의적"이라며 "민주당이 만일 이번 지방선거에서 당선가능성이 있다면서 엉뚱한 후보를 들이밀면 어떻게 할 것이냐"고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그는 "안산 재보궐선거처럼 후보단일화를 요구해도 민주당이 그냥 무시하고 당선될 수 있다고 할 수 있다"며 "이런 식으로 연대가 진행된다면 진보개혁진영은 2012년 더 중요한 선거에서 한나라당 정권 재탄생을 목격해야 한다는 우울한 전망을 안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포괄적 대단결과 시민이 참여하는 연합

 

한편, 이날 토론 발제를 맡은 박순성 참여연대 운영위원장(동국대 교수)은 "지방자치가 실시된 지 20년이 됐지만 지역단위 의회와 행정권력은 고착화되고 지방자치는 주민들의 삶으로부터 유리돼 있다"며 "지방자치의 혁신과 민주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2010 지방선거는 지방자치 차원의 정치.경제,사회적 의제를 둘러싼 경쟁구도보다는 오히려 중앙정치 차원의 권력독주 견제 대 국정운영 안정이라는 대결구도가 형성될 것"이라며 "민주주의 국가에서 한 정당이 의회권력을 독점하고 있다는 것은 북한에 못지않은 나라"라고 비판했다. 지방자치단체가 일당독식 구도인 것은 반드시 개선해야 할 점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또 "정치권-시민사회 협력을 통한 지방선거 승리는 장기적으로 한국정치사회 내 중도-진보 영역에서도 새로운 세력균형을 가져올 것"이라며 "시민이 주체가 되는 선거연합은 지방자치 차원에서 풀뿌리민주주의를 활성화하고 일당 권력독점 구조를 변화시키는데 기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날 희망과 대안은 선거연합의 5대 목표를 제시했다. ▲3대 위기(민주주의.서민생활.남북관계)를 가져온 정권에 대한 견제와 야권의 자기혁신을 통한 국민신뢰회복 ▲2대 국책사업(4대강.세종시)에 대한 국민적 반대 전선의 형성 ▲한국 사회경제정책의 편향성을 극복할 국민적 공감대 형성(친기득권.친부자.친재벌.친자본 및 반서민.반노동.반환경.반복지 사회경제정책) ▲인간을 위한 교육혁신과 협력교육 실천 ▲지방자치 혁신과 풀뿌리민주주의 강화 등이다.

 

희망과 대안은 이날 토론에서 지방선거 선거연합을 위한 제언을 하기도 했는데, "국민에게 5가지 희망(▲일자리 ▲서민경제 ▲서민주거안정과 복지 ▲교육)을 만들어주는 선거연합을 실현하자"면서 "국민생활우선정치를 함께 실현하자"고 주장했다.

 

또한 이들은 "정권견제와 3대 위기 극복을 넘어서는 한국 사회발전의 중장기 전망을 공유하자"면서 "공동의 가치와 정책을 어떻게 만들고 전파할 것인지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들은 '연합정치의 3대 원칙'을 제안했다. 그 내용은 ▲선거승리를 위한 포괄적 대단결 ▲진보개혁 가치와 정책에 근거한 연대 ▲시민이 참여하는 연합 등이다.

 

이들은 "각 정당의 상이한 처지와 지역마다 다른 특성이 충분히 감안된 유연하고 합리적인 연합방안이 나와야 한다"며 "교육감선거 등 정당이 직접 참여하지 않는 선거에서도 연합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들은 "전부 아니면 전무식 논의는 지양돼야 한다"며 "연합의 성과가 승자에게만 귀속되는 독식형 연합이 아니라 공동의 승리가 될 수 있도록 양보와 희생의 정신을 기초로 한 연합방식이 모색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 민주주의 후퇴를 저지하고 서민생활 안정을 도모하며 남북관계 개선을 통해 한반도 문제 해결의 주인노릇을 하겠다는 정책기조와 가치관에 대한 동의가 최소한 전제돼야 한다는 당위를 설파하기도 했다.


태그:#5+4 회의, #희망과 대안, #세종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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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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