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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하필 남한강의 자갈과 모래를 이용한 그림을 그릴까? 그리고 그런 재료를 이용해 그림을 그린다면 어떤 그림이 될까? 참으로 궁금하기 짝이 없다. 여주군 대신면 보통리에 거주하는 이영학씨(남·49) 민족미술협의회 회원이면서 여주 민예총 미술분과위원회인 <여미울>의 회원이다.

 

강가 갈대숲의 고라니야 까투리야

그 옆의 버들 숲아

물 위에 두둥실 떠 있는 청둥오리야

 

그림에 붙어있는 설명이다. 그리고 그 끝에는 '내 심장에 붉은 깃발을 꽂아 달라'고 절규를 하고 있다. 지역신문인에 매주 그림을 그려 자신의 생각을 전하는 이영학씨. 그 그림은 순전히 남한강에서 재료를 구한 강돌인 자갈과 모래가 전부다. 그 재료를 갖고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고 있다. <깡>, <사람>, <어쩌나> 등의 제목으로 그려대는 그림 속에는 이영학씨의 고뇌가 배어있다.

 

자연은 왜 건드린데요?

 

골재, 모래와 자갈.

아니 수 억 년 흘러내려 쌓이고 쌓인

우리 조상들의 살과 뼈와 퇴적물.

그것을 마구 퍼 먹고 있다.

 

자연은 사람이란다. 그 안에 사람이 살아갈 수 있는 것을 표현한 그림은 파격적이다. 모래 위에 강돌을 놓아 사람의 형상을 표현했다. 강돌이 발가락이 되고 뼈마디가 되었다. 그리고 그 강돌과 모래가 우리 생명의 원천임을 부르짖는다.

 

"우리는 자연입니다. 인간이 자연을 벗어나 살 수 없듯이, 자연도 인간과 함께 살기를 원합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무슨 짓을 하고 있습니까? 마구잡이로 보를 막고, 그곳에서 강동과 모래를 채취합니다. 그것들은 수억 년 오랜 세월을 강바닥을 지켜 온 것들입니다. 그 안에 생명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것을 다 헤쳐 버리면, 그리고 그 돌과 모래를 채취하면서 치어나 알들은 온전히 남아있겠습니까? 이것은 자연에 대한 도전이요, 인간의 오만입니다. 용사 받을 수 없는 짓이죠."

 

강에서 태어나고, 강을 떠나지 못하고 살아가고 있다. 여주군 대신면 보통리 허름한 옛집을 구해 작업실로 사용하는 이영학씨는 스스로 자연을 닮은 인간이기를 강조한다.

 

"우리는 죄인입니다. 모두가 다 죄인입니다. 자연을 망쳐놓은 사람들도 죄인이고, 그것을 막지 못한 우리들도 죄인입니다. 우리는 모두 다 후손들에게 죄인입니다."

 

 

작품에서 드러난 작가의 절규   

  

이영학은 많은 개인전은 하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전국을 다니면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작품은 모두 강과 자연, 그리고 인간의 존엄성에 관한 것들이다. 그렇게 자신의 속내를 작품 속에 드러내고 있다.

1996 개인전 '드러냄'(나무화랑)을 시작으로 2008 개인전 '엄마야 누나야'(여주군민회관), 경기통일미술전(안산문화예술의전당), 조국의 산하전(여주,·인천,·파주,·부산) 2009 용산참사'망루전'(평화박물관), 용산참사현장 개인전(레아호프), 생명의 강 展(광주 5.18 기념문화관) 등의 전시가 모두 인간의 존엄성과 자연에 관한 것들이다. 지난해부터 이포보 작업현장 가까운 곳인 남한강에서 강돌과 모래를 가져다가 작업을 시작했다.

 

강을 진정코 막아 그 속살을 퍼낸다면

강이 아니여 깡이여 깡!

깡깡 어는 깡, 가만히 있지 않을 깡

수 천 수만의 세월의 역사를 깡그리 없앨 수도 있는 깡

 

작가는 강돌로 모래위에 '깡'이란 글씨를 썼다. 그 깡은 '강'이 망가지면 '깡'이 된다는 것이다. 깡그리 생명을 없앨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런 자신의 고뇌를 표현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바로 그 생명을 잃을지도 모르는 강에서 만나야만 한단다.

 

 

"저는 그저 자연을 사랑하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자연만이 우리 인간을 살릴 수 있는 것이란 생각입니다. 그 자연을 이렇게 깡그리 다 훼손시킨다면, 자연이 우리를 놓아두겠습니까. 그 업보는 그들 스스로의 자손들이 감당을 해야 할 것입니다"

 

지난 해 여주민예총 주관행사인 '민족예술제'에서 4대강을 주제로 한 퍼포먼스를 펼치기도 했다. 강을 떠나지 못하는 이영학씨. 그는 오늘도 남한강의 강돌과 모래를 재료삼아 마음을 그려내고 있다.


태그:#4대강, #강돌, #모래, #이영학, #남한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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