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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유시장에서 미아역 쪽으로 걸어가다 보면 골목길에 예쁜 찻집 하나가 보인다. 사람들이 북적이는 곳이 아니지만 이웃이 함께 만날 수 있는 곳이 있다니 반가운 일이다. 커피와 쿠키의 향긋한 향이 가득한 이곳은 마을 한 가운데 있다는 것 말고도 '아삭'이라는 이름만큼 상큼 발랄한 이야기로 가득 차 있다.

“사회적으로 소외되어 있는 발달장애청소년들에게 지역사회 지지망을 바탕으로 일자리나 사회 서비스를 제공하여 삶의 질을 향상함으로서 사회의 구성원으로 당당히 살아갈 수 있도록 양성시키는 사회적 기업”
▲ 아담한 유기농 찻집 ‘아삭’ “사회적으로 소외되어 있는 발달장애청소년들에게 지역사회 지지망을 바탕으로 일자리나 사회 서비스를 제공하여 삶의 질을 향상함으로서 사회의 구성원으로 당당히 살아갈 수 있도록 양성시키는 사회적 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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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와 쿠키를 주문했다. 공정무역 커피와 유기농 수제쿠키가 나왔다. 가격이 3000원 정도라 부담도 없다. 커피를 시켜놓고, 주위를 차근차근 둘러보았다. 사진과 그림들이 걸려있는데, 어떤 의미가 담겨있는 듯했지만 예술에는 문외한인 나에겐 그저 예쁘기만 했다. 그 밖에 천연비누·화장품·수공예품 들도 전시되어 있었다.

아담한 유기농 찻집 '아삭'

'아삭'이라고 씌어져 있는 작은 책자가 눈에 띄었다. 이곳에 이야기가 담긴 곳이겠지 생각하고 열어 보았다.

마을 골목길을 걷다가 유난히 예쁘고 아담한 모습의 아삭 유기농 찻집이 들어왔다.
▲ 유기농 찻집 아삭의 모습 마을 골목길을 걷다가 유난히 예쁘고 아담한 모습의 아삭 유기농 찻집이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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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으로 소외되어 있는 발달장애청소년들에게 지역사회 지지망을 바탕으로 일자리나 사회 서비스를 제공하여 삶의 질을 향상함으로서 사회의 구성원으로 당당히 살아갈 수 있도록 양성시키는 사회적 기업"

예쁜 찻집 '아삭'에 이렇게 깊은 뜻이 있다니 자못 놀란다. 역사를 들여다보니 한두 해 준비한 게 아니었다. 아삭 이야기는 1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발달장애청소년들을 위해 10여 년간 배움터와 직업학교, 문화동아리 등을 운영해온 '청소년과 사람사랑'이라는 단체가 꾸준히 활동하면서 기획한 것이다. 2004년 발달장애청소년들이 직업체험학교를 거쳐, 2007년에는 모의 창업 바자회와 모의 인터넷쇼핑몰 운영을 해오다 2009년 예쁜 찻집 '아삭'으로 한 단계 진화한 셈이다.

발달장애청소년들의 희망 터전

함께 일하고 있는 최솔(21), 김여진(19)씨를 만나 잠시 인터뷰를 했다. 두 친구 모두 발달장애청소년이다. 최씨는 08년 2월 청소년과 사람사랑에서 운영하고 있는 '나눔학교'를 졸업하고, 현재 아삭에서 정식 직원으로 일하고 있다. 김씨는 2010년 2월 졸업예정인 학생으로 아삭에서 인턴으로 활동 중이며, 졸업 후에 정식 취업할 예정이다.

최씨는 08년 2월 청소년과 사람사랑에서 운영하고 있는 '나눔학교'를 졸업하고, 현재 아삭에서 정식 직원으로 일하고 있다. 김씨는 2010년 2월 졸업예정인 학생이었고, 아삭에서 인턴으로 활동 중이며, 졸업 후에 정식 취업할 예정이다.
▲ 아삭에서 활동 중인 최솔(21), 김여진(19)씨 최씨는 08년 2월 청소년과 사람사랑에서 운영하고 있는 '나눔학교'를 졸업하고, 현재 아삭에서 정식 직원으로 일하고 있다. 김씨는 2010년 2월 졸업예정인 학생이었고, 아삭에서 인턴으로 활동 중이며, 졸업 후에 정식 취업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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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내 주위에 장애인이 없고, 특별히 관심이 가질 않아 이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알 턱이 없었다. 그저 매체를 통해 보고 들으면서 형성된 이미지만 있을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실수하지 않을까, 혹 소통하기 어렵지 않을까 내심 걱정도 되었다. 쓸데없는 걱정이었다. 아삭에 대해 간단한 소개를 부탁했다.

"아삭은 커피나 쿠키를 즐길 수 있는 카페고요, 유기농 먹을거리나 천연비누, 화장품, 수공예품 등 건강한 물품들을 온라인(www.a-sak.co.kr)으로 함께 판매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예약을 하시면, 전시회나 세미나도 할 수 있어요."

두 친구의 말이다. 재밌는 사실도 발견했다. 이들 모두 우리 마을로 가는 151번을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미아역 부근에서 보이는 '혜림문고'와 '미리내안경점', '미아 스튜디오'에서 직업체험을 했다는 것이다. 왠지 더 친근했다. 이들이 졸업한 '나눔학교'는 지역사업체 100여 곳과 연결되어 있다고 한다. 그곳에서 도서를 관리하는 법, 사진촬영과 필름 인화하는 법, 손님을 맞는 일상까지 다양한 일을 접해본 후 직업을 결정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놀랍다.

예약만 하면, 전시회와 세미나를 열 수 있다고 한다.
▲ 유기농 찻집 아삭의 내부 예약만 하면, 전시회와 세미나를 열 수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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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직업교육을 받고 바리스타로

최씨는 아삭에서 바리스타(높은 수준의 커피에 대한 경험과 지식을 가지고, 다양한 커피를 만들어 내는 사람)로 일한다. 홍대 전문 커피숍에서 직접 배웠다고 한다. 쿠키도 직접 손으로 만든 것이라 일반 커피숍에 있는 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김씨도 최씨처럼 바리스타가 되고 싶어 열심히 배우고 있다고 한다. 김씨의 원래 미용사를 하려 했지만 부모님의 반대로 포기하고, 제과제빵과 코디네이터를 거쳐 바리스타를 선택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 친구가 꼭 부탁한 말은 "엄마, 아빠가 항상 건강하셨으면 좋겠어요!"였다.
청소년과 사람사랑
청소년과 사람사랑은 발달장애청소년을 대상으로 복지사업을 펼치고 있는 재단법인이다. 장애청소년을 위한 대안학교 '사람사랑 나눔학교'를 운영하고 있고, 부모들을 위한 '부모 아카데미'를 수시로 개최하고 있다. 대외적으론 발달장애 관련 국제학술포럼을 개최해 관련 단체들과 그간 쌓아온 경험도 나누고 있다. 앞서 소개한 예쁜 찻집이자 인터넷 쇼핑몰인 '아삭'도 이 단체가 설립했다. 또한 발달장애청소년들로 '푸른음악세상'이라는 음악 공연단도 배출해 냈다.

'사람사랑 나눔학교'는 장애청소년들이 주체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교육, 문화, 직업 등 총체적인 활동을 지원한다. 10년 전 작은 방과후 배움터부터 시작된 이 학교는 오랜 기간 경험을 바탕으로 장애아동․ 청소년의 생애주기에 맞춘 교육과정을 개발해 운영하고 있으며, 지역에도 뿌리 내리면서 지역사업체 100여 곳과 함께 장애청소년들의 직업체험교육을 하고 있다.
내친김에 아삭을 만든 청소년과 사람사랑이란 곳에도 방문했다. 아삭 이야기를 듣고, 한껏 궁금해 졌기 때문이다. 강소영 과장님을 만나 듣게 된 청소년과 사람사랑은 오랜 기간 우직하게 너무도 많은 일을 하고 있었다.

마음이 청명해지고, 기분이 좋아지고 겸허해지도록 하는 만남이 있다. '희망'과 마주할 때 그렇다. 우리사회 장애인이 처한 척박한 현실을 고려한다면 이런 찻집이 얼마나 값지고 고마운지 모른다. 집에 돌아오는 추운 길에 '등대지기' 노래가 계속 머릿속에 맴돌며 마음을 따뜻하게 녹여주었다.

"생각하라 저 등대를 지키는 사람의 거룩하고 아름다운 사랑의 마음을~"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인수동 마을신문 www.welife.org에도 실렸습니다.



태그:#아삭, #유기농, #찻집, #청소년과 사람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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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홍천군 서석면에 살고 있습니다. 마을에서 일어나는 작고 소소한 일들, '밝은누리'가 움틀 수 있도록 생명평화를 묵묵히 이루는 이들의 값진 삶을 기사로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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