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모두들 위기의 시대라고 말한다. 1997년 IMF 외환위기 이후 신자유주의가 본격적으로 도입되면서 국민소득 2만 달러 시대에 돌입했다고 했지만, 그 이면에는 양극화·청년실업·지역경제 붕괴 등 암울한 현실이 존재하고 있다. 이 위기의 시대를 넘어서기 위해 국내외에서 '사회적 경제(=Social Economy)'라고 하는 새로운 미래를 꿈꾸는 사람들이 있다.

어느덧 우리에게 '사회적 기업(=Social Enterprise)'·'협동조합' 등의 말로 성큼 다가온 '사회적 경제'를 실천하는 이들이 바로 그들이다. 위기의 시대를 넘어서고자 하는 국내외 사회적 경제의 현 주소와 그들이 그리는 새로운 미래의 모습을 살펴봤다. 이번 연재가 마지막 차례다. - 기자 주

인천경제, '고용불안'과 '고용 없는 성장'

자본주의 경제시스템에서는 생산이나 소비와 같은 경제활동이 활발한 호황과 경제활동이 침체하는 불황이 번갈아 발생한다. 한국경제뿐만 아니라 세계경제는 현재 불황의 늪을 지나고 있다.

호황과 불황 간 격차가 심각한 경제구조를 경기 변동에 취약한 '불안정한 경제구조'라고 하는데, 한국경제는 수출에 의존하다보니 대외의존 경제구조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가입국가 중 단연 두드러진다. 그중에서도 인천경제는 대외의존구조가 한국에서 가장 심각해 경기 변동에 매우 취약하다.

일반적으로 경기순환(=경기변동)은 '호황-후퇴-불화-회복-호황'의 흐름을 갖는다. 인천경제는 대외의존구조가 높다보니 호황과 불황 간 격차(서울 0.9, 부산 1.2, 인천 3.64 /인천대 양준호 교수 연구)가 매우 크다. 호황일 땐 과잉투자(+과잉생산, 이로인해 대량재고 등 발생)가 발생하고 불황일 땐 엄청난 실업이 발생한다. 1997년 IMF 경제위기 당시 인천의 실업률은 최고를 기록했다.

한 사회가 안정적인 경제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는 것은 자본주의 경제시스템을 보더라도 경기변동 폭이 안정돼있어야 한다. 호황일 때 과잉투자가 아닌 적절한 투자를 단행하고, 불황국면일 때 오히려 수요를 진작시켜 경기를 안정화하는 방안이 필요한 것. 그러나 역설적으로 인천경제는 경기변동 흐름과 투자와 소비의 흐름이 일치한 패턴을 보였다.

송도 갯벌타워에서 내려다 본 인천경제자유구역 송도지구의 전경. 인천은 지금 기업들이 떠나는 도시가 돼가고 있다. 오랫동안 인천경제 성장을 주도한 제조업을 중심으로 전출이 집중돼있어 부족한 산업 용지를 확충하고 산업단지 구조를 고도화하자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가운데  선도 산업 기지 역할을 해야 할 경제자유구역은 부동산 개발에만 치우쳐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 인천경제자유구역 송도 갯벌타워에서 내려다 본 인천경제자유구역 송도지구의 전경. 인천은 지금 기업들이 떠나는 도시가 돼가고 있다. 오랫동안 인천경제 성장을 주도한 제조업을 중심으로 전출이 집중돼있어 부족한 산업 용지를 확충하고 산업단지 구조를 고도화하자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가운데 선도 산업 기지 역할을 해야 할 경제자유구역은 부동산 개발에만 치우쳐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 경제자유구역

관련사진보기


인천대학교 경제학과 양준호 교수가 1998년부터 2007년까지 인천경제의 GRDP(지역내 총생산·일반적으로 GRDP는 경기변동 흐름과 일치한다)와 투자, 소비의 패턴을 연구한 결과를 살펴보면, 인천경제는 호황일 때 과잉투자가 일어났고, 불황일 때 저투자와 고용불안정(=대량실업)이 현저히 드러났다.

역사적으로 자본주의가 황금기를 구가했던 때는 2차 세계대전 이후인 1945년부터 석유파동 전인 1970년대 초반까지다. 경기변동이 최소 2~3년 주기에서 10년 주기를 갖는다고 했을 때 30년을 지속한 황금기에도 호황만 있었던 게 아니라 불황도 있었다. 그런데 황금기를 구가할 수 있었던 것을 무엇일까?

거기에 바로 '수요'라고 하는 경제학의 비밀이 있다. 경제학의 기본 개념이라고 하는 수요와 공급의 법칙을 떠올리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즉, 2차 대전을 겪고 난 후 20세기 중반 자본주의가 황금기를 구가할 수 있었던 데는 바로 수요를 진작한 '케인즈주의'의 힘이 있었다.

이와 관련해 양준호 교수는 "국내수요는 '소비+투자'로 이뤄진다. 여기서 경기변동의 안정성을 확보한다는 것은 소비와 투자의 진작이다. 자본주의의 황금기는 바로 소비와 투자의 안정성을 확보했다는 것인데, 그중에서도 바로 소비를 진작한 것"이라며 "소비는 고용과 임금으로부터 발생한다. 즉, 고용이 안정돼있고 임금이 탄탄해야 소비가 진작되는 것인데 황금기는 바로 그랬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인천경제의 경기순환 흐름에 비춰볼 때 임금과 고용이 매우 탄력적이다. 즉, 임금과 고용지표 그래프가 경기순환 그래프와 동일한 흐름을 갖고 있어 호황일 때 임금과 고용이 안정돼있고 불황일 땐 현저히 파괴된다는 얘기"라며 "지속가능한 경제구조는 경기 변동 폭이 작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역으로 불황일 때 고용과 임금의 안정성을 보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양준호 교수가 10년간 인천경제의 경기변동 흐름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눈에 띄게 지속성장을 구가하고 있는 분야가 있다. 호황국면과 불황국면에 상관없이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경기순환 패턴을 보인 분야, 바로 인천경제의 GRDP를 주도한 건설업과 운수업, 자동차산업이다.

이들 산업은 호황일 때 비교적 과잉투자가 없었고, 불황일 때도 안정적인 고용과 임금구조를 갖고 있었다. 그중에서도 단연 두드러지는 분야는 단연 건설업과 운수업이다. 운수업의 경우 인천항과 인천공항과 연계된 산업의 지속성에 있었으며, 건설업은 경제자유구역과 재개발·재건축 등 개발사업 호재에 기인했다.

안타까운 것은 인천경제의 GRDP를 주도한 이들 분야가 고용 없는 성장을 했다는 점이다. 경제의 안정성은 고용과 임금의 안정성에 기반 하는데, 선도 산업을 자처한 이들 분야에서 고용 없는 성장이 지속된 것.

양준호 교수는 "수요는 소비와 투자로 이뤄진다. 건설업(부동산)이 지속 성장을 했다는 것은 바로 투자가 많았다는 것이다. 반면 고용 없는 성장은 투자는 있었으나 소비 분야의 고용에 변화가 없었다는 것"이라며 "이는 인천경제의 심각성을 여실히 반증하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인천경제, 금융공공성 후퇴로 투자도 실종

인천경제를 더욱 안타깝게 하는 것은 금융의 공공성이 후퇴하고 이로 인해 투자마저 실종 됐다는 점이다. 여기에는 인천경제의 산업구조 상 막대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제조업이 금융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고, '원-하청'관계에 있는 대기업의 투자 부진이 중소기업의 매출 부진 원인으로 작용했다.
인천대학교 양준호 교수는 인천이 지속가능한 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인천경제(거시경제)의 안정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를 위한 방법으로 고용안정과 임금안정으로 소비의 안정을 꾀하고, 투자의 안정을 위해서는 사회적 투자를 실천하는 것을 제시했다.
▲ 양준호 교수 인천대학교 양준호 교수는 인천이 지속가능한 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인천경제(거시경제)의 안정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를 위한 방법으로 고용안정과 임금안정으로 소비의 안정을 꾀하고, 투자의 안정을 위해서는 사회적 투자를 실천하는 것을 제시했다.
ⓒ 김갑봉

관련사진보기

양준호 교수가 미국 민스키(H. Minsky) 교수가 기업들의 재무안정성을 파악하기 위해 개발한 이론(금융불안정성 이론, 자산과 유동부채, 이자와의 관계를 분석해 지수화)을 빌려 한국은행 인천본부의 발표 자료(1998~2007년)를 토대로 인천기업의 24개 산업별 분야의 재무안정성을 분석한 결과, 인천기업의 재무안정성은 금융의 양극화가 심각하게 드러났다.

재무안정성 각 단계는 세 단계로 나뉘는데, 가장 안전한 단계는 정상금융이다. 인천경제는 정상금융에 속하는 게 1차금속·조립금속, 기계 및 장비, 자동차(가장 정상), 운수업(가장 정상 2위), 화학, 고무ㆍ플라스틱, 음식료품 분야일 뿐 나머지는 대부분 중간금융과 폰지금융 단계에 있다.

문제는 중간금융 단계와 폰지금융 단계다. 중간금융은 위험하긴 하지만 투자해서 갚을 수 있는 상태이고, 폰지금융은 빚을 내서 빚을 갚는 단계다. 안타까운 것은 중간금융 단계에 있는 산업분야가 과잉투자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투자를 했으나 주로 매출부진에 의한 자금난에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즉, 금융의 공공성이 후퇴하면서 금융이 이들 산업을 외면했다는 것.

이와 관련, 양준호 교수는 "섬유산업, 의료정밀, 광학기기, 석유정제, 전기기계ㆍ전기변환장치 등의 중소기업 분야 금뮹의 소외가 문제다. 경기순환 구조를 보면 금융은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관계지향형 금융(relation banking: 호황일 때 투자를 자제하고 불황일 때 연구개발을 촉진하는 금융기법)을 해야 한다. 그런데 릴레이션 뱅킹은 건설과 운수, 자동차산업에 적용됐다"며 "매출이 부진하니 수익성이 낮고, 그러니 금융권이 (중소기업의 자금난을) 외면한 거다. 금융상황의 양극화가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고 지적했다.

그래서 그는 지속가능한 경제시스템을 마련하기 위해 거시경제(=인천경제)의 안정성을 확보해야한다고 했다. 양 교수는 "인천경제의 안정성은 소비(=고용과 임금)의 안정성과 투자의 안정화에 있다. 투자의 안정화는 곧 경기순환에 비탄력적인 즉, 릴레이션 뱅킹에 있다"며 "고용과 임금의 안정 그리고 투자의 안정을 위해 사회적 경제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 사회적 기업은 불황이라고 해고하지 않으며, 대안금융(=대안지역금융)은 릴레이션 뱅킹을 실현하는 금융"이라고 덧붙였다.

인천경제, 사회적경제의 밀알과 네트워크를 심자

사회적 경제나 사회적 기업이 최근 화두로 등장하면서 곳곳에서 관련한 얘기를 들을 수 있다. 그러나 정작 사회적 기업이나, 의료생활협동조합, 신용협동조합,  자활 등의 사회적 경제 영역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은 진보나 개혁을 자처한 이들로부터 소외받고 있다는 느낌을 여전히 받고 있다.

인천만 해도 14개 사회적 기업이 네트워크를 구성해 모임을 갖고 자신들의 미래를 열어가고 있다. 그나마 최근 인천시에서 사회적 기업과 관련한 조례를 만든다고 하니 제도권에서도 움직임은 있는 셈이다. 하지만 사회적 경제에 대한 관심은 여전히 부족하다.

한국사회에서 오래된 사회적 경제주체로 신용협동조합을 들 수 있는데, 신협에 대한 관심은 아직까지 서늘하다. 오히려 신협의 모델을 본받아 이를 적극 활용했던 이는 다름 아닌 보수우파 박정희 전 대통령이었다. 박 전 대통령은 신협의 정관을 그대로 옮겨와 새마을금고를 만들었다. 물론 두 기관 모두 지금은 지역금융의 알토란같은 역할을 하고 있지만 역사는 그랬다.

원주의료생활협동조합 최혁진 전무이사는 원주시협동조합운동협의회를 탄생시킨 장본인 중 한 사람이다. 그는 사회적 기업이 잘 성장하기 위해서는 제도적 뒷받침도 중요하지만 사회적 기업의 토양인 협동조합이 탄탄하게 자리잡고 있어야 사회적 기업이 튼실하게 뿌리를 내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 최혁진 전무이사 원주의료생활협동조합 최혁진 전무이사는 원주시협동조합운동협의회를 탄생시킨 장본인 중 한 사람이다. 그는 사회적 기업이 잘 성장하기 위해서는 제도적 뒷받침도 중요하지만 사회적 기업의 토양인 협동조합이 탄탄하게 자리잡고 있어야 사회적 기업이 튼실하게 뿌리를 내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 김갑봉

관련사진보기

이와 관련, 원주의료생활협동조합 최혁진 전무이사는 "진보진영은 정말 그동안 이 영역에 관심 없었다. 물론 이명박 정부의 사회적 기업 육성은 철저하게 고용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는 한계를 안고 있고 지원 또한 이제는 경상비용의 얼마(40%)를 충당 못하면 지원하지 않는다고 할 정도로 제 입맛에 사회적 경제를 길들이려 한다"며 "그래서 문제다. 이 영역을 우파 입맛(=시장)에 길들이려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에 맞서 '진보-개혁'진영의 토대를 강화하기 위한 네트워크를 가동할 때가 된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는 또 "신자유주의는 단순하게 공장 안의 노동자만을 공격하지 않는다. 다양한 영역에 광범위하게 나타난다"며 "그래서 사회경제시스템의 재편이 필요하다. 우리사회에 다양한 사회적 경제 주체들이 있다. 신협, 농협, 생협, 의료생협 등 협동조합, 사회적 기업, 자활, NPO(=시민단체) 등 다양한 영역이 있다. 우선 이들과 호혜적 시스템와 네트워크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사회적 기업은 협동조합 토대가 탄탄해야 성장할 수 있다. 협동조합은 사회적 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토대 "라고 말했다.

잠시 캐나다 퀘벡주의 90년대 중반 실업대란 사태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엄청난 실업문제가 발생하자, 퀘벡주는 우리로 치면 퀘벡주정부, 퀘벡상공회의소, 퀘백노총, 실업극복운동본부, 협동조합 등의 사회적 경제 단체가 모여 지역 차원의 정상회의를 열었다. 여기서 합의를 도출해 사회적 경제로 이 문제를 해결하기로 했다.

그 결과, 현재 퀘벡주엔 사회적 기업만 7000개가 있다. 특히, 눈에 띄는 대목은 바로 퀘벡주의 '공제보험기금'운동이다. 노동조합과 협동조합이 힘을 모아 우선 공제보험기금을 만들었다. 이 기금에는 지역의 자영업자도 가입할 수 있게 했다. 현재 자산은 7조~8조원 규모에 달한다. 기금은 노동자와 자영업자의 실업급여로도 쓰이고 사회적 투자에도 사용되고 있다.

사회적 경제가 모든 사회적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하지만 인천대 양준호 교수의 지적처럼 인천이 안고 있는 고용불안과 사회적 투자의 실종을 해결하는 데 있어 사회적 경제는 분명 필요한 작업이다. 그나마 최근 인천의 각 사회적 경제 주체 간 네트워크 구성과 사회적 기업 지원을 위한 조례 제정 움직임은 매우 반가운 일이다.

원주의료생협이 들어서 있는 원주시 밝음신용협동조합 건물. 원주시는 의료생협, 자활기관, 신용협동조합, 소비자생활협동조합, 생산자협동조합 등 13개 사회적 경제 주체들이 네트워크이자 협의체 인 원주시협동조합운동협의회를 구성해 원주시에 사회적 경제의 밀알을 키워가고 있다.
▲ 원주시협동조합운동협의회 원주의료생협이 들어서 있는 원주시 밝음신용협동조합 건물. 원주시는 의료생협, 자활기관, 신용협동조합, 소비자생활협동조합, 생산자협동조합 등 13개 사회적 경제 주체들이 네트워크이자 협의체 인 원주시협동조합운동협의회를 구성해 원주시에 사회적 경제의 밀알을 키워가고 있다.
ⓒ 김갑봉

관련사진보기

제도적 뒷받침도 중요하지만, 중요한 것은 사회적 경제를 바라보는 인식의 전환이다. 생협과 신협의 폭이 넓어지고, 유통재벌에 신음하는 상인들이 협동조합을 결성하는 일은 지역의 호혜적 경제시스템을 구성하는 긍정적인 출발이다. 노동조합과 여러 협동조합이 협력적이고 지속적인 관계를 구축하고, 도시의 노동자와 자영업자, NPO와 노동자, 자영업자의 협력도 마찬가지 과제다. 또한, 인천지역 차원의 대안금융(=지역은행)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퀘벡주의 '연대금융'도 처음부터 있었던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나아가 프랑스처럼 대학에서 사회적 경제 관련 전문 학사과정과 박사과정을 지역 대학교에 신설해 예비인력을 양성하는 과정도 놓치지 말아야 할 과제다. 즉, 사회적 경제 공공부문(지자체)과 연구부문(대학교), 산업(사회적 경제 주체) 간 협력적인 네트워크가 필요한 셈이다.

인천 경제의 지속가능하고 호혜적인 경제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인천의 미래를 걱정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지혜를 모아야한다. 도시의 일하는 서민들과 자영업자, 노동자들이 지금보다 더 잘살 수 있는 미래를 위해 '인천 판 네트워크'가 필요한 시점이다.

[인터뷰] 벨기에 리에쥬 대학 엄형식 연구원
춘천에서 오랫동안 자활기관에 몸담으며 사회적 경제를 실천했던 엄형식 연구원은 현재 벨기에 리에쥬 대학에서 사회적 경제 전공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 엄형식 연구원 춘천에서 오랫동안 자활기관에 몸담으며 사회적 경제를 실천했던 엄형식 연구원은 현재 벨기에 리에쥬 대학에서 사회적 경제 전공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 김갑봉

관련사진보기

-유럽의 사회적 경제 모델이 한국사회에서 적용 가능한가?
"유럽사회가 한국사회와 다른 것은 보는 눈과 태도가 다르다는 점뿐이다. 사회적 경제에서 일하는 (유럽) 사람들에겐 비전이 있다. 당장 눈앞의 힘든 것만 보면 못하지만 멀리 보면 거기에 꿈이 있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자본주의의 문제를 넘어서는 새로운 비전을 만들겠다는 야망을 가지고 계속 실패해도 그 꿈이 있었기 때문에 사회적 기업이 가능했다."

-한국사회에 접목할 만한 모델로 생각하고 있는 것은?
"유럽에서도 자기 안에 갇혀 있는 사회적 경제, 사회적 기업이 많다. 자기 안에만 갇혀있지 말고 다른 시각, 지역사회란 시각에서 다시 보고 지역 시민사회의 저력을 일궈내고 그 속에서 사회적 경제의 역할을 찾고 훈련해야한다.
한국도 그것밖에 없다고 본다. 개인역량 강화시켜 성공하려면 일반기업 창업해도 되지 않나? 사회적 기업이 왜 사회적이냐면, 지역사회의 사회적 수요에 대해서 국가는 너무 크고 경직돼있으며, 시장은 돈이 안 되면 안 한다. 즉, 국가보다 효율적이며 시장보다는 공공성을 확보할 수 있는 게 사회적 경제(기업)영역이다."

-다른 방식을 고민하는 주체들이 먼저 시작해야할 것은?
"지역사회가 작다고 해도 복지하는 사람들 있고 고용 관련된 기관도 있다. 많이 있다. 그것을 지역사회 눈에서 다시 볼 필요가 있다. 삶이라는 건 복합적인 거다. 고용, 먹는 문제, 환경의 문제 모두가 복합적이지 않나? 그래서 지역사회라는 관점에서 봤을 때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고용의 문제이지만 먹을거리 문제와 연계할 수 있고 복지의 문제지만 환경과 연계할 수 있다. 바로 협력적인 네트워크의 시작이다."

-사회적 경제가 지역사회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것인가?
"예전에 한 때 유럽에서 동네 빵집이 없어지기 시작했다. 슈퍼에서 빵을 파니까. 그래서 유럽 정부들이 보조금을 줬다. 왜냐면 빵집이 있으면 아침마다 빵 사려고 사람들이 줄을 서지 않나, 사람들이 얼굴을 마주보지 않나? 즉, 빵집이 예전에 우리의 쌀집 같은 기능을 했다. 빵집이 없어지니 사람들이 대문 밖으로 안 나오고… 유럽은 지금도 청소년의 범죄비행이 엄청나다.

빵집이 있고 없고가 차이가 있다는 거다. 청소년비행에 영향을 준다는 걸 사람들이 안 거다. 그렇지 않겠느냐? 저 아이가 누구네 집 아이인지 알면 그 아이도 함부로 못한다. 그런 효과, 지역사회에 사회적 기업이 많아지면 현금의 효과도 있겠지만 지역사회에 신뢰가 생긴다는 거다. 실제 신뢰가 돈을 만든다는 이론도 있다. 거래 비용도 줄이고, 그렇게 되면 기업하기 좋지 않나? 그것이 돈이 되는 거다. 그것이 측정이 안 되니 사람들이 생각을 안 하는 거지만, 그런 것 때문에 사회적 효과를 지표로 만들고 그런 것을 측정하기 위한 노력을 유럽은 많이 한다."

-사회적 경제 시스템은 어떤 시스템인가?
"벨기레 리에쥬 대학 드푸르니 교수님이 가장 잘 쓰는 표현이 경제의 다원성이다. 경제라는 말이 그리스의 아리스토텔레스가 쓴 말에서 나왔는데 한국말로 쓰면 '살림'이다. 사람들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을 살림, 경제라고 한다. 경제가 돈, 시장을 의미하게 된 것은 19세기 들어와서야 그런 것이고 그 전에 경제라고 하면 먹고 사는 문제였다.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류 역사에는 시장도 있었고, 국가도 존재했다. 경제라는 것이 GDP만을 얘기하는 것인가? 국가가 다 할 수 없고, 시장은 문제가 많다는 것을 우리는 보고 있다. 경제는 다양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사회적 경제를 말하는 사람들에게) 사회주의자냐고 물어보면, 그것은 아니지만 '국가(=공공)는 중요하다는 것이다'고 답하고, 그렇다면 시장을 없애자는 것이냐 물어보면, 어떤 것은 시장이 더 효율적이라고 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부평신문(www.bpnews.kr)에도 실려있습니다.



태그:#사회적 경제, #지속가능경제, #거시경제 안정성, #협동조합, #인천경제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