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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는 홈드라마를 권장했다. 온 가족이 함께 모일 수 있는 시간대에 드라마는 특히 가족이 중심이 되는 드라마들이 채워졌다. 마치 그래야만 하는 당위성이 있는 것처럼. 하지만 그래서일까, 우리는 가족의 이야기를 통해서 훈훈한 감동을 느끼기도 했다.

그러한 측면에서 일일드라마는 시청자들에게 감동을, 방송사에게는 시청률을 선물해왔다. 주말드라마와는 별개로 매일 평일에 시청자를 찾아 우리 주변사람들의 다양한 가족이야기를 들려주며 눈물과 웃음, 감동을 선사했다. 그래서 드라마의 꽃이 일일드라마라고 말하는 이들도 많다.

또한 일일드라마가 시청률 1위를 달릴 경우 방송사에 막대한 광고수입을 주어 미니시리즈 혹은 주말드라마보다 중요한 입지를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이유들로 방송사에서는 일일드라마를 지속적으로 제작해왔다.

헌데, 여전히 일일드라마는 방송사에 막대한 광고수입을 벌어주고 있지만 시청자에게는 짜증을 불러 오는 존재 혹은 감동 없는 드라마가 되어가고 있다. 정확히 말하자면 막장드라마의 근원지로서 인기를 끌고는 있지만 공감하지 못하는 드라마가 양산되고 있다.

일일드라마, 이상한 가족을 만들어내다

유쾌한 가족드라마를 표방하고 있지만 시청률을 위해서 막장요소를 끌어오고 있는 일일드라마.
 유쾌한 가족드라마를 표방하고 있지만 시청률을 위해서 막장요소를 끌어오고 있는 일일드라마.
ⓒ kbs,i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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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드라마를 지향하는 일일드라마는 대게 가족이 드라마의 중심축으로 등장해왔다. 그 안에 한국사회에 뿌리 깊은 가족제도인 대가족제도에 대한 찬양이 두드러졌다. 그래서 늘 할머니 혹은 할아버지가 집안의 중심으로서 버팀목이 되며 현대사회에서 보기 드물게 가족 간의 유대관계가 매우 돈독하다.  

이른바 'TV에선 나올 법한 가족'의 모습이 탄생하게 된 배경이다. 아주 교훈적으로 흘러가는 가족의 이야기가 시청자로 하여금 해체되는 가족을 뒤돌아보게 만드는 긍정적인 작용을 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소재 자체의 한계 때문일까, 가족중심의 이야기가 두드러지다 보니 요즘 현대 사회에서는 너무나 고루한 이야기이다.

이에 일일드라마는 자식들의 사랑과 결혼의 이야기의 소재를 끌어들여 좀 더 젊은 시청자들에게 어필하고자 했다. 이 소재는 현재까지 일일드라마를 이끌어 가는 주요 소재로 사용되고 있지만 역시 시청자들에게는 식상한 소재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일일드라마는 대개 두 가족 혹은 세 가족이 등장하고, 자식들의 사랑과 결혼 이야기가 여기에 집안끼리의 문제로 남녀의 사랑과 결혼이 순탄치 않는 스토리 전개가 거의 공식화이다.

즉 이러한 단순한 스토리 반복은 시청자들은 싫증을 유발했다. 이에 대안책으로 출생의 비밀 코드가 삽입되어 좀 더 복잡다단한 갈등구조로 시청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하지만 역시 시청자들은 반복되는 내용이 지루해졌고, 또한 제작진들은 가족의 이야기가 중심축이되, 좀 더 복잡한 갈등구조를 풀어냈다.

하지만 이러한 한정된 소재는 이상한 가족 혹은 기형적인 가족의 모습을 만들어 냈다. 애초부터 TV에서나 나올법한 지나치게 단란한 가족의 모습도 불편하지만 과연 저 사람들이 가족이 맞을까, 의심하게 만드는 가족의 모습을 만들어 내 소재의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다함께 차차차> <살맛납니다>의 가족은 막장가족

<다함께 차차차>와 <살맛납니다>에서는 도통 유쾌한 가족 이야기는 만날 수가 없다.
 <다함께 차차차>와 <살맛납니다>에서는 도통 유쾌한 가족 이야기는 만날 수가 없다.
ⓒ kbs, i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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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의 중심축을 대변하는 드라마가 <다함께 차차차>와 <살맛납니다>는 훈훈한 가족애를 보여주기 위해 기획되었다. 그래서 극 초반에는 시청자들에게 호응을 얻었다. 특히 <다함께 차차차>는 상대 방송사 드라마 <밥줘>와 다르게 막장드라마가 아닌 훈훈한 가족드라마로서 인기를 끌었다.

<다함께 차차차>는 남편을 떠나보내고 시어머니를 모시고 살아가는 큰 동서와 작은 동서의 집안을 이야기 중심축으로 유복하지는 않지만 서민가정의 따뜻함이 시청자들에게 어필했다.

반면 <살맛납니다>도 평범한 서민가정을 중심축으로 넉넉지 않지만 가족의 사랑이 넘치는 모습을 보여주며 모처럼 만나는 유쾌한 가족의 이야기로 시청자들은 호응을 기꺼이 보내주었다.

하지만 유쾌한 가족드라마를 표방하던 <다함께 차차차>와 <살맛납니다>는 점점 막장드라마의 모습으로 변신하며 시청자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주고 있다. 물론 <살맛납니다>는 원치 않게 아이를 임신하고 결혼하는 과정에서 막장 시아버지 인식(임채무)의 행동이 시청자들에게 불쾌감을 주는 것이다.

그래서 아직까지 막장드라마로 치부할 수는 없지만 훈훈한 가족의 이야기를 느낄 겨를도 없이 시아버지 인식의 행동으로 드라마를 시청하면서 짜증을 먼저 느끼게 된다. 시아버지 인식은 자신의 아들 유진(이태성)을 정략결혼을 통해 자신의 꿈을 이루고자 한다.

하지만 유진과 민수 사이에 아이가 생겨 정략결혼이 물거품이 되려하자 민수를 찾아가 멱살을 잡고 5천만 원 돈뭉치를 건네고, 민수의 부모에게 협박을 하는 등 도저히 정상적인 사람으로 생각할 수 없는 행동을 일삼았다.

뿐만 아니라 의사라는 직업을 가졌음에도 자신의 아들을 위해서 낙태를 권유하고, 급기야 임신한 예비며느리에게 무릎을 꿇고 자신의 집에 들어와 살게 해달라고 빌라고 시키는 등 시아버지 인식의 모습은 그야말로 막장 캐릭터가 아닐 수 없다. 사실상 전체적으로 막장스토리 전개되고 있지 않지만 인식의 행동으로 시청자들은 거부반응을 일으킬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다함께 차차차>는 어떠한가. 초반 <밥줘>와 상대적으로 훈훈한 가족드라마로 평가를 받았지만 주인공 남녀의 결혼문제가 불거지면서 출생의 비밀과, 기억상실증에 걸린 남편과 두 아내 이야기까지 막장 혹은 식상한 소재들이 총집합하며 유쾌한 드라마가 실종되어 버렸다.

결국 막장으로 치닫는 이야기에 지친 시청자들을 달래며 시선을 모았지만 시청률 상승이 이어지자 드라마의 엿가락 전개와 억지스러운 갈등, 작위적인 설정 등을 가미하며 막장 드라마로 변시했다.

특히 사촌의 남자를 빼앗다시피 결혼한 한진경(박한별)의 억지스런 캐릭터가 비판의 도마에 올랐고, 강신욱 회장(홍요섭)의 기억상실과 관련한 사건들이 지루한 전개를 이어가며 한진우(오만석)과 강나윤(조안)의 결혼 문제, 강신욱 회장의 전 부인 하윤저(심혜진)과의 이야기 등 얽히고설키며 드라마가 점점 산으로 가고 있는 분위기이다.

애초부터 가족드라마라는 소재 자체가 한계가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이미 수많은 작품 속에서 가족의 이야기를 다루면서 식상한 소재를 이끌고 가다 보니 <다함께 차차차>와 <살맛납니다>처럼 막장요소를 넣지 않고서는 이야기가 전개되지 않는 수준이 되버린 것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제작진은 알아야 한다. <엄마가 뿔났다>는 전형적인 홈드라마였지만 자극적인 소재도, 전개도 없었다. 중산층 가족을 중심으로 젊은 남녀들의 사랑과 결혼이야기를 설득력 있게 그려냈었다. 즉, 단순하게 시청률을 올리기 위해서 극단적인 설정, 소재 등으로 시청자를 불편하게 하는 것은 안일한 제작태도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부디 일일드라마에서도 훈훈한 가족이야기를 통해 잊고 살아가는 가족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일깨웠으면 한다.

덧붙이는 글 | 다음 블로그에 송고합니다.



태그:#일일드라마, #다함께 차차차, #살맛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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