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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가 떨리고 악이 바쳐 악소리가 난다'는 의미의 악산(惡山)으로 통하는 치악산(雉岳山)을 다녀왔다. 강원도 원주시 소초면(所草面)과 영월군 수주면(水周面)의 경계에 있는 치악산은 차령산맥의 줄기로 '치(雉)'자의 한자풀이 뜻은 '꿩 치'인데 '다스리다' 또는 '평정하다'는 의미도 있다고 한다.

해서 악(岳)이 '큰 산'을 뜻하면서도 '악모(岳母)' '악부(岳父)'에서 처(妻)부모(父母)를 의미하기도 하니 혹 이런 악과 맞붙어 '처부모를 평정한 산'이란 의미가 있을 수 있다는 판단이다. 그냥 치악산을 향하면서 괜히 풀이해 보았으나, 주위에서 '믿거나 말거나'의 전설이 있음직도 하다.

치악산에 대한 평가는 두 가지로 극과 극이다. '단풍과 눈(雪)풍경이 아름다운 산'이라는 평가가 있는 반면 '별 볼 것 없이 오르기에 힘들기만 한 악산'이란 평가가 그것이다. 

어쨌거나, 내년이면 수요일에만 산행한다는 듯해서 '길 산악회'로 명칭을 바꾼다는 '수요산악회'(cafe.daum.net/wednesdaydaejeon)에서 "2009년 마지막 겨울눈산행지로 강원도 원주 치악산을 택하였다"고 하여 일찌감치 신청하고 지난 20일 아침에 "치악산으로 눈 구경 간다"는 공지까지 했다.

그러나 오창휴게소에서 아침밥을 넉넉하게 먹이고 난 후 '낭자'(아이디) 총무는 "뻥친 것을 사과한다"며 "관리사무소에 전화해 확인해보니 치악산에 아직은 눈이 쌓이지 않았다"고 이실직고한다. 즉 이번 산행에 "눈 구경은 없다"는 것. 그러나 힘든 일 마다않고 해내는 '낭자' 총무가 설사 '뻥'쳤다손 치더라도 이의를 제기할 회원은 없다.

입석사 입구까지 콘크리트길이다
 입석사 입구까지 콘크리트길이다
ⓒ 송인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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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이 산악회임원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또는 졸면서 가다보니 치악산이 대전에서 그리 먼 거리가 아닌 듯하다. 시작을 계획한 '황골'에 도착, 단체사진 찍고 산행시작한 시간이 11시경이다.

치악산이 처음이기에 처녀지를 밟는 설렘도 잠시 '황골 탐방안내소'를 지나면서부터 "왜 아스팔트길이냐?"는 원망이 터지기 시작했다. 산행 초입부터 아스팔트로 덮힌 길이 못마땅하다는 것. 아스팔트길 또는 '공구리(콘크리트)'길은 입석사까지 계속돼 회원들의 입방아에 올랐다. 엄청 "빡시다"는 말도 나와 한 수 배웠다. '빡시다'는 경상도말로 '힘들다'는 의미란다. 모두 그리 힘들지 않았을 길이 아스팔트화된 탓이다.

입석대
 입석대
ⓒ 송인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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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석대에 이름 등의 글씨가 써 있다
 입석대에 이름 등의 글씨가 써 있다
ⓒ 송인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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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 흥양리 마애불좌상
 원주 흥양리 마애불좌상
ⓒ 송인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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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정도 오르니 좌측으로 커다란 바위가 나타난다. 바로 입석대다. 입석사(立石寺)는 해발850m에 위치하는 입석대 아래에 위치하고 있다. 폭30m 높이 10-17m 크기의 입석대에 이름 등의 같은 글씨가 새겨져 있으나 이유는 모르겠다.  입석대 바위 옆에 서면 원주시내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또 입석대에서 약 30m안으로 산쪽으로 들어가면 마애불좌상이 있다. 원래 명칭은 원주 흥양리 마애불좌상(原州興陽里磨崖佛坐像)이다.

1998년 9월 5일 강원도유형문화재 제117호로 지정되었다. 바위 아래쪽에 3.1m 정도의 깎인 면이 있는데, 그 중앙에 마애불을 조각하였다. 대좌 아래 좌측에 9자 정도의 명문(銘文)이 남아 있는데, 뒷부분의 '경오삼일(庚午三日)'은 분명하게 보이지만 앞부분의 4자 정도는 바람에 많이 깎여 판독이 어렵다. 이 불상은 형식으로 보아 고려 전기에 제작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해지고 있다.

입석사에서부터는 엄청 가파른 길을 타야한다.
 입석사에서부터는 엄청 가파른 길을 타야한다.
ⓒ 송인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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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서 본 비로봉
 멀리서 본 비로봉
ⓒ 송인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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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속에서 점심을 먹고 한컷
 눈속에서 점심을 먹고 한컷
ⓒ 수요산악회 '나무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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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석사에서 비로봉을 1.9Km 남긴 고개까지는 엄청 가파르다. 숨이 턱에 찰 정도다. 고개를 얼마 안 남긴 상태에서 '나무꾼(아이디)' 회장은 능선에 올라가면 바람이 차니 옷을 두툼하게 껴입을 것을 권한다.

산행시의 첫째 계명은 "말을 잘 듣자"다. 고개 이후부터는 능선길이지만 바람이 세 엄청 춥다. 칼바람이다. 두 눈만 남기고 몽땅 싸야 동상에 안 걸린다. 더군다나 눈까지 오기 시작한다. 눈 맞으며 점심을 때웠다. 다시 시작한 눈꽃 산행. 어느 정도 가니 비로봉이 보이기 시작한다.

눈이 내리고 있어 멀리 보이지 않는다.
 눈이 내리고 있어 멀리 보이지 않는다.
ⓒ 송인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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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봉정상석을 배경으로 한컷
 비로봉정상석을 배경으로 한컷
ⓒ 수요산악회 '나무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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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악산의 가장 높은 봉우리로 해발 1288m인 엎어 놓은 시루 모양을 하고 있는 비로봉(飛蘆峰일명 시루봉)에 올랐다. 비로봉에서는 경기도, 강원도, 충청도 세 곳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그러나 눈이 오고 있어 시계가 흐릿하다. 비로봉에는 돌탑 세 개가 있는데 중앙에 있는 탑이 신선탑, 남쪽의 탑이 용왕탑, 북쪽의 탑이 칠성탑이라고 한다.

아이젠은 겨울산행의 필수품이다
 아이젠은 겨울산행의 필수품이다
ⓒ 송인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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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마니'부회장이 미끄러지는 모습을 극적으로 사진촬영했다
 '돈마니'부회장이 미끄러지는 모습을 극적으로 사진촬영했다
ⓒ 수요산악회 '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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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그랬다. "겨울의 비로봉은 鼻(코 비) 撈(잡을 로)라 해서 한겨울 매서운 바람이 코를 베어간다는 전설이 있다"는 것. '믿거나 말거나'다. 얼른 내려와야 했다. 너무 추웠다. 땅이 얼었다. 준비해간 아이젠을 착용했다. 아이젠은 겨울산행시의 필수품이다.

날은 춥고 길은 미끄럽고 비로봉에서 구룡사로 가는 하산 길 약 1Km는 난코스다. 첫째도 조심, 둘째도 조심해야 한다. 발을 헛디딜까봐, 미끄러지지 않기 위해 발에 힘을 주고 걸었다. 아! 글쎄 바로 앞에 가던 '돈마니(아이디)' 부회장이 미끄러졌다. 다행히 조금 미끄러지고 말았다. 마음을 비운 탓에 극적으로 살아난 거다. 겨울산행은 특히 미끄러지지 않도록 안전산행에 유의해야 한다.

사랑나무
 사랑나무
ⓒ 송인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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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산길에 기찬 나무를 하나 발견했다. 사랑이 지나쳐서인지 한 나무가 옆의 나무를 감싸 안았다. 멀리서 보면 돌고래, 멧돼지, 다람쥐 같은 형상이다. '사랑나무'로 명명하기로 했다. 이후 '사랑나무'를 본 탓인지 기쁜 마음으로 즐겁게 하산했다.

사다리병창길
 사다리병창길
ⓒ 송인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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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곡물이 졸졸졸 흐르고 있다
 계곡물이 졸졸졸 흐르고 있다
ⓒ 송인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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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악산을 평가한다면 지루할 정도로 인위적인 계단이 많다는 것. 하산 거의 마지막에 나타난 '사다리병창길'도 너무 지루했다. '사다리병창길'은 약 1000여개의 계단으로 구성되어 있다. 아마도 '치가 떨리고 악에 바친다'는 말이 여기에서 유래되지 않았나 싶을 정도로 비로봉으로 통하는 가장 난코스라고 한다. 지루해 혼났다. 

산행을 마친 지 이틀이 지난 지금도 다리가 뻐근해 오르내리기가 힘들다. 미끄러지지 않으려 발에 힘주고 걸은 탓이다. 하지만 "겨울산행 제대로 했다"는 나름대로의 평가다. 그 어렵다는 치악산 정상에 올랐다는 데 만족한다.

덧붙이는 글 | 뉴스타운과 제이비에스에 게재됩니다.



태그:#치악산, #수요산악회, #길산악회 , #비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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