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KBS 노동조합에서 탈퇴해 새 KBS지부를 설립한 엄경철 노조위원장.
 KBS 노동조합에서 탈퇴해 새 KBS지부를 설립한 엄경철 노조위원장.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우리가 새롭게 노조를 만들려는 것은 지난 1년간 KBS가 퇴행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 지난 1년간 KBS가 공영방송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는데 노조가 이를 전혀 견제하지 못했다. 싸움 한번 제대로 하지 못하고 줄줄이 후퇴했다. 우리는 노조가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반성적 차원에서 시작한 것이다."

엄경철(43)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준비위원장의 말이다. KBS 안에 2개의 노조가 생기는 것을 우려하는 시각에 엄 위원장은 당위성을 피력했다. KBS가 공영방송 역할을 게을리 하지 않도록 내부에서부터 견제하는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김인규 사장 취임 직후 쏟아지는 여러 정책들이 과연 공영방송의 옷에 걸맞은 것들인지 분석하고 있다.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김 사장의 아이디어 속에 진정성이 있는지 가늠하고 꼼꼼히 따져보는 일도 계획하고 있다. 엄 위원장은 새롭게 나온 'KBS의 NHK모델론'이 아마도 김 사장과의 첫 번째 전선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엄 위원장은 지난 17일 <오마이뉴스>와 인터뷰에서 "NHK 방식에 대해 내부적으로 분석 중"이라며 "뉴스의 형식변화보다는 그 형식에 무엇을 담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방점을 찍었다. 현재 1분20~30초짜리 뉴스를 백화점식으로 나열하는 것에 대한 비판은 많았고, 형식변화는 예전부터 요구되던 바라는 것이다.

문제는 김 사장이 무엇을 담기 위해 이 변화를 꾀하는가 하는 점이다. 내용 없이 형식변화만 강조한다면 우려할 만한 일이라는 것이 엄 위원장의 걱정이다.

엄 위원장은 "김 사장이 요구하는대로 앵커와 편집팀이 7~8개 아이템 주제를 선정해 메인뉴스를 끌고 가게 되면 그들의 영향력이 커진다"며 "뜻이 맞는 구성원이 세워지면 김 사장 자신의 의지를 실현하는 좋은 구도가 생기게 되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1분20초짜리 뉴스에는 분명 기자 자율성이 존재하는데 그게 바뀌면 기자 자율성은 대폭 축소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NHK 모델이 우려스러운 까닭

당연히 사회적 논쟁이 되고 있는 세종시, 4대강, 미디어법 등에 대해서도 심층보도하지 않고 피할 수 있다. 물론 중요현안에 대해 심층적 접근을 하고, 논쟁을 통해 국민에게 담론의 장을 열어주는 구실을 한다면 좋겠지만 무조건 형식 변화만 하겠다는 것은 대단히 우려스러운 조치라고 걱정했다.

특히 엄 위원장은 수신료 인상문제에 대해서도 신중론을 폈다. 엄 위원장은 "이론적 정당성만 따지자면, 공영방송은 수신료만으로 운영되는 게 맞다"면서도 "그러나 과도한 수신료 부담은 국민적 저항을 낳는다"고 말했다.

지난 1년간 KBS가 변한 길이 국민에게 신뢰받는 공영방송의 길이었나 반성이 필요하다는 엄 위원장은 "신뢰도 1위의 KBS가 올해 2위로 추락했다"며 "수신료 인상이 국민에게 박수 받는 일인가 따져볼 일"이라고 일침을 놓았다.

수신료가 전체 자원의 75%를 차지하고 있는 BBC도 수신료 비중이 너무 높으니까 국민적 저항이 높아지고 있다면서 공영방송의 수신료가 한없이 오르는 것이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내년 1월로 예정된 '김인규표 프로그램 개편'과 관련해서 "한국전쟁 60주년 드라마 <전우> <기업열전> 이런 것은 공영방송이 가야할 진실추구나 상업방송과의 차별성, 소수자 보호 등이 구현된 프로라고 보기 어렵다"면서 "전쟁을 들어 다시 반공주의를 주장할까 걱정된다, 국민들이 박수를 칠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KBS본부 준비위원회는 지난 16일 총회를 열고 언론노조에 정식 가입했다. 엄 위원장에 따르면, 현재까지 약 600명이 넘는 조합원들이 기존 노조를 탈퇴해 새 노조에 가입했으며 조만간 1천명에 달하는 규모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엄 위원장은 94년 12월 입사했으며 만 16년차 기자다. KBS뉴스 앵커를 지냈으며, 99년에는 한국언론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605명 기존 노조서 탈퇴... 추가 탈퇴·가입 이어져"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 후보 시절 언론특보를 지낸 김인규 한국디지털미디어산업협회 회장의 KBS사장 취임을 앞두고 지난 11월23일 오후 여의도 KBS 본관 로비에 KBS노조가 내건 '낙하산 사장' 임명 반대 현수막과 포스터가 붙어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 후보 시절 언론특보를 지낸 김인규 한국디지털미디어산업협회 회장의 KBS사장 취임을 앞두고 지난 11월23일 오후 여의도 KBS 본관 로비에 KBS노조가 내건 '낙하산 사장' 임명 반대 현수막과 포스터가 붙어 있다.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다음은 엄 위원장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 지난 16일 조합원 총회를 거쳤다. 총회결과를 설명해달라.
"총회의 주요 안건은 전국언론노조 가입을 위한 의결이었다. 언론노조 KBS지부 운영규정을 투표로 의결했다. 50명 조합원이 대상이었는데, 이 가운데 34명이 참석해서 33명 찬성으로 가결됐다. 이어 지부장 선출과 감사 선출이 이뤄졌다. 감사는 홍소연 아나운서가 선출됐다.

KBS 구성원 가운데는 노조가 조합비를 거둬 불투명하게 쓰는 거 아니냐는 의혹을 가진 사람들도 있다. 특히 남자들의 술 문화에 반감이 있다. 이에 대한 견제장치, 또는 달라지는 모습을 보여준다는 상징적 차원에서 여성감사를 뽑았다. 그밖에 왜 우리가 이 길을 가야 하는가에 대한 공감대를 나눴다. 향후 활동계획이나 법적 분쟁 문제 등이 주로 오갔다."

- KBS 새 노조 설립을 바라보는 사내 시선은 어떤가. 
"605명의 조합원이 기존 노조에 탈퇴서를 냈다. 그 밖의 상당수 조합원들은 어제(16일) 대의원대회 결과에 실망하는 분위기다. 김인규 사장 퇴진을 위한 총파업 부결을 낳은 노조위원장이 압도적으로 재신임 됐기 때문이다.

출석 대의원 69.2%가 압도적으로 찬성했다. 이를 지켜본 조합원들은 더 이상 미련이 없다고 생각하는 분위기다. 본사에서 추가 탈퇴와 가입이 이어지고 있다. 지역도 PD와 기자 중심으로 탈퇴 및 가입으로 모아지고 있다. 경영 등 다른 직군들도 동참하는 흐름이 생겨나고 있다."

"경영진 독주 견제할 수 있는 모든 방법 동원될 것"

- 임무가 막중한 것 같다. 주로 어디에 방점을 찍고 활동할 계획인가.
"우리가 새롭게 노조를 만들려는 것은 지난 1년간 KBS가 퇴행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 지난 1년간 KBS가 공영방송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는데 노조가 이를 전혀 견제하지 못했다. 싸움 한번 제대로 하지 못하고 줄줄이 후퇴했다. 국민들로부터 비판 받는 프로나 보도가 있었지만 노조는 아무런 역할을 하지 않았다. 노조가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반성적 차원에서 우리는 시작한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보도와 시사프로에서 KBS가 공영방송의 책무를 제대로 하고 있는가를 견제하는 것을 주요 목표로 삼고 있다."

- 활동이 쉽지 않을 것 같다.
"현재는 노조 전임자도 없고 짬짬이 모여 회의하고 일하고 있는 상황이라 일의 속도를 내는 게 쉽지 않다. 또 조합원 가운데는 기존 노조와 노조 문화 전반에 대한 환멸이나 냉소를 가지고 있는 이들이 있다. '너희는 뭐가 다르냐, 잘할 수 있어?' 이런 우려나 걱정이 있다. 가능하면 새로운 노조문화를 만들고 젊은 조합원들이 즐겁게 또 선명하게 싸우는 방법을 고민 중에 있다. 온라인, 오프라인, 트위터 등을 통해 경영진의 독주를 견제할 활동을 벌일 것이다. 공영방송의 가치와 역할에 대한 건강한 논란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논쟁의 공간을 열어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자체 TF를 띄워 연말까지 새 노조 활동의 청사진을 짤 계획이다."

- 사내 두 개 노조가 생긴다는 것에 대한 거부감도 있을 것 같다.
"노조가 갈라진 것에 대한 조합원들의 우려와 걱정이 있는 게 사실이다. 우리도 걱정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 이렇게 갈 수밖에 없는 당위가 있다. 만일 현 강동구 노조체제를 신임해같이 간다면 그게 더 위험할 수 있다고 본다. 이유는 이렇다. 국민들이 보기에 '도대체 KBS 구성원들은 무엇을 하느냐'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아무 것도 비판하지 않고 주저앉는 꼴이라는 비난이 강해질 거라고 본다.

따라서 어설프게 통합하느니 차라리 나뉘는 게 훨씬 건강할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굳이 내부적으로 다투지는 않기로 했다. 비난하면 기대가 실망으로 바뀐다. 긍정성과 정당성을 갖고 조합원들에게 호소하면 현재의 노조도 그런 길을 가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긍정적 방향으로 선의의 경쟁 차원에서 좀 더 나은 시너지가 나올 것이라고 본다."

내용 눈감고 형식만 변화하겠다?

KBS 노동조합에서 탈퇴해 새 KBS지부를 설립한 엄경철 노조위원장.
 KBS 노동조합에서 탈퇴해 새 KBS지부를 설립한 엄경철 노조위원장.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 김인규 KBS 사장이 여러 개혁정책을 내놨다. NHK형태로 메인뉴스의 포맷을 대폭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어떤 입장인가.
"NHK 방식에 대해 내부적으로 분석 중이다. 뉴스의 형식변화보다는 그 형식에 무엇을 담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본다. 형식은 부차적이다. 물론 현재 1분20~30초짜리 뉴스를 백화점식으로 나열하는 것에 대한 비판은 많았다. 형식변화도 예전부터 요구가 있어왔다. '김 사장이 무엇을 담기 위해 이 변화를 꾀하는가'하는 점이 핵심이라고 본다. 이런 내용을 담기 위해서는 이런 형식이 필요하다, 이런 논의가 없다. 형식변화만 강조하고 있어서 걱정이다.

앵커와 편집팀이 7~8개의 아이템 주제를 선정해 메인뉴스를 끌고 가게 되면 그들의 영향력이 커진다. 어떤 주제를 선택하느냐, 어떤 뉴스를 다루느냐는 전적으로 앵커와 편집팀의 결정에 좌우되기 때문이다. 김 사장 입장에서 보자면 뜻이 맞는 구성원이 세워지면, 자신의 의지를 실현하는 좋은 구도가 생기게 되는 것이다. 1분20초짜리 뉴스에는 분명 기자 자율성이 존재한다. 그러나 이게 바뀌면 기자 자율성은 대폭 축소될 수밖에 없다.

당연히 사회적 논쟁이 되고 있는 세종시, 4대강, 미디어법 등에 대해 1분20초짜리 뉴스에서 다 담기는 어렵다. 심층적 접근을 통해 논쟁을 보여주고 국민에게 담론의 장을 열어주는 구실을 하겠다면 동의하지만, 그것 없이 무조건 형식만 변화하겠다는 것은 대단히 우려스러운 조치라고 생각한다."

- 정권의 홍보도구로 전락하지 않겠나 하는 우려도 나온다.
"섣불리 재단하고 싶지는 않다. 김 사장 스스로 제대로 된 공영방송을 하겠다고 말했다. 그 포부를 믿고 싶다. 그렇게 가면 좋겠다. 김 사장이 생각하는 공영방송의 길과 철학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많은 기자 피디그룹이 생각하는 길과 김 사장이 생각하는 공영방송이 다른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

공영방송은 수신료로 운영된다. 인상은 불가피하다. 수신료 청구 대상은 서민 약자다. 공영방송이 추구해야 할 길은 권력과 자본으로부터의 독립과 소수자와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다. 우리 사회에서 공영방송의 길은 약자의 편에서 강자에 맞서고, 시장 등 다양한 영역에서 공평한 룰이 적용되는지 조명하고 감시하는 것이라고 본다. 그런데 그런 시도 없이 상징적인 말의 수사를 통해 공영방송으로 가겠다는 것은 믿을 수 없다."

- 김 사장이 유독 NHK모델을 선호하는 이유가 특별히 있나.
"김 사장이 사내에서도 또 회사를 떠난 뒤에도 공영방송을 연구하고 고민해왔다고 하는데, 어디서도 그가 NHK모델을 강조하는 것을 듣지 못했다. NHK는 잘 아는 것처럼 일본 국회에서 예산통제를 많이 받고 있어서 민감한 현안에 대해서는 침묵하거나 배제하는 방식으로 민주주의에 역주행 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모델이다. 그런데 그걸 꺼내 지금 KBS를 그렇게 만들겠다는데 우려할 수밖에 없다.

전 세계에서 인정받는 공영방송 모델은 BBC 모델이다. 탐사보도를 통해 정부와 충돌도 일으키면서 공영방송 역할을 하고 있다. 사내에서는 NHK 모델에 대해 논란이 되고 있다.  이 문제는 김 사장과의 첫 번째 전선이 될 걸로 보인다."

피디저널리즘 죽이기

- 김인규 사장은 이른바 기자와 PD가 결합된 형태로 보도직군, 이렇게 신입사원을 채용하겠다고 밝혔다.
"기자와 피디 구분 없이 저널리스트 직군으로 뽑겠다는 건대, 이미 서양에서는 기자와 피디를 구분하지 않고 뽑는다. 우리도 한 14년 전에 뉴스피디 개념이 있었다. 뉴스에 필요한 피디를 따로 뽑았다. 기자가 취재도 하고 편집도 하다보니까 취재가 약해지니 기자는 취재에 전념하고, 뉴스피디가 제작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당시 한국문화에서 조금 빠른 시도여서 제대로 정착되지 않았다. 그걸 다시 하겠다는 건대, 어떤 형식의 방송조직문화를 만들려고 하는지 아직 정확한 청사진이 나오지 않아서 잘 모르겠다. 구체적으로 나오면 그때 문제지적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다만, 이번 시도에 대해 피디직군에서는 피디저널리즘을 약화하거나 축소하려는 시도 아니냐고 우려하고 있다. 김 사장이나 보도국 간부가 갖는 생각은 피디는 균형감각 없이 취재해서 일방으로 흐른다, 기자와 같은 균형성 객관성 훈련을 받지 않은 상태에서 일방적인 방향을 설정하니 공영방송 프로가 비판을 부른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공정방송이란 말은 모호하다. 진실을 추구하다보면 누구에게는 분리하고 어떤 쪽에는 덜 불리할 수 있다. 오히려 기계적 균형을 통한 현실인정이 문제다. 피디저널리즘은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탐색해 진실을 알리겠다는 거다. 따라서 김 사장의 정책에 비판과 우려가 존재한다."

- 김인규 사장은 취임 초부터 수신료 인상을 중점적으로 표방했다.
"이론적 정당성만 따지자면, 공영방송은 수신료만으로 운영되는 게 맞다. 그래야 자본과 권력으로부터 독립성을 갖고 일할 수 있다. 그러나 공영방송은 현실적 제도다. 수신료 부담이 늘어나면 국민적 저항이 생긴다. 너무 많은 돈을 부담하면서까지 공영방송을 봐야 하나 의문이 생길 수 있다.

핵심은 공영방송을 제대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1년간 KBS가 변한 길이 국민에게 신뢰받는 공영방송의 길이었나 반성이 필요하다. 신뢰도 1위의 KBS가 올해 2위로 추락했다. 이때 수신료 인상을 추진하면 국민적 저항이 수반된다. 수신료 인상이 국민에게 박수받는 일인가 따져볼 일이다."

"지난 1년간 KBS 변화에 대한 반성이 필요하다"

KBS 김인규 신임 사장이 지난 11월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KBS 본관에서 열릴 취임식에 참석하기 위해 KBS 본관 앞마당에 도착하고 있다.
 KBS 김인규 신임 사장이 지난 11월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KBS 본관에서 열릴 취임식에 참석하기 위해 KBS 본관 앞마당에 도착하고 있다.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 KBS 수신료 인상은 새로 도입되는 종합편성채널 광고와 연관돼 있다는 비판이 있다. 
"그런 우려가 있는 게 사실이다. 공영방송은 수신료로 운영되는 게 가장 정당하고 옳은 모델이라는 이론적 정당성은 있다. 그러나 KBS 수신료 올려 종편에 광고 떼 주는 방식이라면 당연히 비판받아야 한다. 이 사이에서 KBS는 훨씬 더 많은 비판을 받게 될 거라고 본다.

BBC 수신료는 1년에 30만 원 선이다. 수신료가 전체 자원의 75%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BBC도 수신료 비중이 너무 높으니까 국민적 저항이 높아지고 있다. 따라서 공영방송의 수신료가 한없이 오른다고 해서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니다.

광고의 탄력성이 없으면 과중한 수신료 부담에 대한 국민적 저항이 있을 수 있다. 또 수신료 인상은 결국 정치권력이 지배한다. 매번 수신료 인상할 때마다 국회에서 동의를 받아야 하는데, 그러면 그때마다 공영방송이 제대로 가고 있다 아니다 논쟁이 일어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일정정도 광고비중이 있는 게 훨씬 더 자율성 있다고 보고 있다."

- 김 사장은 내년 1월 대규모 프로그램 개편이 예정돼 있다고 했다. 어떤 프로그램부터 손볼 것이라고 보나.
"과거 정연주 사장 시절 많은 프로가 도입됐다. 논쟁도 불러일으켰다. 보수언론과 보수정치집단이 지속적으로 문제제기했던 프로도 있었다. 그런데도 국민은 신뢰도 1위를 KBS에 줬다. 그게 뭘 말하는 걸까. 프로그램 논란은 정치적 성향에 따라 문제제기할 수 있다. 문제는 국민의 신뢰를 받았던 프로그램이 없어지거나 약해지거나 변했다는 점이다.

김 사장이 새롭게 개편하려는 방향이 뭔지, 한국전쟁 60주년 드라마 <전우> <기업열전> 이런 것은 공영방송이 가야할 진실추구나 상업방송과의 차별성, 소수자 보호 등이 구현된 프로라고 보기 어렵다. <기업열전>할 거면 <노동열전>도 해야 한다. 그게 정당한 것 아닌가. 전쟁의 교훈을 되살리는 것을 비판할 수는 없다. 그러나 혹여 전쟁을 들어 다시 반공주의를 주장할까 걱정되는 게다. 과연 그런 게 국민에게 호소력이 있겠나, 국민이 과연 박수칠까?"


태그:#엄경철 KBS본부 준비위원장, #김인규 KBS 사장, #종합편성채널, #전우, #기업열전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