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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계안 서울시장 출마 "오세훈, 니 돈이면 그렇게 쓰겠니?"
ⓒ 박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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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체 : 21일 오후 6시 10분]
 
"서울걷기를 하면서 만난 많은 시민들이 '이게 아니다'라고 말하며 지금의 서울에 대해 실망을 보였다. 결국 지금은 '이계안'이다."
 
그가 "이게 아니다"를 외친 이유
 

21일 오후 2시경 여의도 국회 정론관. 서울시장 출마 선언을 하고 단상에서 내려온 이계안(57) 전 의원은 뒤늦게 기자회견장에 도착한 민주당 강창일 의원과 반갑게 악수를 나누며 우스갯소리를 건넸다. "이계안이다"를 발음 그대로 쓰면 "이게 아니다"가 된다.
 
간단한 언어유희지만, 선거운동 구호로는 손색이 없었다. 이 전 의원은 기자들에게 자신을 소개할 때도 "이게 아니다"라고 강조하고 다닌다.
 
이날 기자회견으로 이 전 의원은 지난 3년여간 절치부심 준비해 온 서울시장 경선 레이스의 출발선에 섰다.
 
기자회견장에 선 그는 지난 2006년 서울시장 후보 당내 경선에서 강금실 전 법무부장관에게 밀려 본선에도 올라가지 못한 쓰라린 경험에 대한 설욕 준비를 확실히 끝낸 듯 보였다.
 
지난 7월 미국에서 돌아온 뒤 6개월 동안 서울 전역을 걸으며 '민심 탐방'에 나섰던 공력도 돋보였다. 이 전 의원은 기자회견을 마친 뒤 곧바로 서울 교남동에 위치한 뉴타운지역·재래시장·서대문역사공원 일대에서 '걷기 행보'를 계속하며 시민들을 만나겠다고 했다.
 
"서울은 가난한 농촌 출신인 나에게 꿈을 주고 꿈을 이룰 수 있는 희망과 기회의 자랑스런 땅이었지만 지금의 서울은 이게 아니다. … 우리 아이들의 행복을 위해 낡은 것을 버리고 새로운 것을 선택하자. 낡고 무능하고 염치없는 한나라당 8년을 처절하게 심판하자."
 
당내 경선-야권 후보 단일화 관문 통과가 관건
 
그러나 '재수생' 이 전 의원이 가장 먼저 부딪혀야 할 관문은 한나라당이 아닌, 당내 경선과 야권에서 대두되고 있는 '후보 단일화 요구'다.
 
당장 당내에서는 김성순 의원이 이 전 의원에 앞서 출마를 선언했고 신계륜 전 의원도 출마 의사를 내비치고 있다. 비록 불출마를 선언하긴 했지만 한명숙 전 국무총리도 여전히 유력한 서울시장 후보로 꼽히고 있다. 당 바깥에서는 국민참여당의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과 진보신당 노회찬 대표 등 '인기 정치인'들도 있다.
 
인지도만 따지자면 이 전 의원이 밀리는 형국이다. 여론조사기관 '더 피플'이 지난 9일부터 12일까지 진행한 내년 지방선거 출마 후보군 지지율 조사에 따르면 이 전 의원의 지지율은 2.1%에 불과했다. 출마 후보들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라 변동 가능성도 높지만 같은 조사에서 나타난 경쟁자들의 지지율에 비해 낮은 편이다(한명숙 24.8% 노회찬 8.7% 김성순 5.6% 신계륜 1.7%).
 
그러나 기자회견장에 나타난 이 전 의원의 '지원군'은 만만찮아 보였다. 이 전 의원의 곁에는 김희선·이목희 전 열린우리당 의원과 천정배·이용섭·김영환·최규식·조배숙·김효석 의원 등 10여 명이 넘는 전·현직 의원들이 함께 있었다. 출발에 앞서 세를 과시하는데 부족함이 없는 듯 했다.
 

그는 "(기자회견장에) 더 많은 분들이 오실 것이라 믿었는데, 20여 분 정도 오신 것 같다"며 "국회 사정이 급박한 만큼 친하신 분들이 (예결위)농성장에 붙잡혀 있다"고 말했다. 자신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는 것이다. 그만큼 자신감이 있다는 뜻이다.
 
그는 또 야권에서 대두되고 있는 후보단일화 요구에 대해 "야권 후보 단일화는 필요하겠지만 여당 후보 한명에 야당 후보가 많아지면 질 것이라는 생각은 패배주의"라며 "서울시를 걸어보면 알겠지만, 서울시민들은 누가 야당후보로 나와도 한나라당의 8년 집권 연장을 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MB 분위기가 무르익었다는 주장이다.
 
이어 그는 "입장은 다르더라도 (어떤 사안에 대해)함께 반대하는 사람과는 언제라도 같이 할 수 있다는 대전제를 갖고 의원 생활을 했다"며 야권의 후보 단일화 요구도 받아들일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닮은 듯 다른 MB-이계안... "사회자 약자가 당당할 수 있는 서울 만들어야"
 

한편, 이 전 의원은 이날 자신을 '따뜻한 마음을 가진 전문경영인'으로 설명했다. 평사원으로 시작해 현대자동차 사장·현대카드 회장을 거쳐 서울시장까지 도전하는 그의 모습은 이명박 대통령과 닮은 면이 있었지만, 확연히 달랐다.
 
그 약속들이 문성현 전 민주노동당 대표와 '88만원 세대' 저자인 우석훈씨가 그의 책 <누가 칼레의 시민이 될 것인가> 서평에서 "노사 간에 대화와 타협을 할 줄 아는 몇 안 되는 소중한 사람", "아무것도 지불하지 않는 한국의 지배층, 그 속에서 처음으로 적정한 비용을 지불하자고 제안한 첫번째 한국인"이라고 높게 평가한 이유였다.
 
이 전 의원은 자신의 공약 중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유독 강조했다. 그는 "젊은이들이 애 낳기가 두려워 출산파업을 하고 있다"며 "서울 합계 출산율 1.01명을 2.1명으로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사교육·일자리·집값·노후불안 등에 대한 종합적인 처방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전 의원은 또 "이명박 전 시장과 오세훈 현 시장이 희망이 있다고 약속한 뉴타운은 이미 낡은 것이 되었다"며 "집주인과 세입자가 함께 살 수 있는 새로운 방법으로 서울을 다시 세워야 한다, 공공임대 주택을 충분히 지어 보금자리가 안정된 편안한 서울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특히 1년 가까이 장례도 못 치르고 있는 용산 참사 유가족들도 서울을 걸으며 만나 대화를 나눴다고 밝히며 현재 '돈'으로 유가족과 협상하려는 정부와 서울시의 태도도 강하게 비판했다.
 
"사람이 돌아가시면 돈을 주고 받기 이전에 해야 할 인간으로서의 도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껏 장례도 못 치르고 있지 않나. 옳다, 그르다 따지기 이전에 그와 같은 도리부터 챙겨야 한다."
 
이처럼 이 전 의원은 "사회적 약자도 당당할 수 있는 열린 서울을 만들자"고 강조하면서도 자신의 전문경영인 출신을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그는 "저, 이계안은 1998년 외환위기 속에서 당시 법정 관리 중이던 기아자동차를 인수해 지금의 현대·기아차가 되는 발판을 마련한 전문경영인 출신"라면서 오세훈 서울시장의 서울 경영 능력을 혹독하게 비판했다.
 
"서울시 부채가 2년 만에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그런데도 가든파이브 같이 실패한 정책까지 선전하는 홍보비는 늘어만 간다. 용산의 눈물이 마르지도 않았는데 연일 광화문에서는 잔치판을 벌려가며 허드레 물 쓰듯 돈을 써댄다. 제가 존경하는 정주영 회장은 무능한 경영자들에게 자주 하던 말이 있다. 오세훈 시장에게 그 말 그대로 묻는다. '니 돈이면 그렇게 쓰겠니?'" 

태그:#이계안, #서울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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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입사. 사회부(2007~2009.11)·현안이슈팀(2016.1~2016.6)·기획취재팀(2017.1~2017.6)·기동팀(2017.11~2018.5)·정치부(2009.12~2014.12, 2016.7~2016.12, 2017.6~2017.11, 2018.5~2024.6)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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