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23일 코레일(한국철도공사)에서 운영하는 수도권 전철 중앙선이 기존 국수역에서 양평군의 용문역까지 연장된다. 즉 지금까지 용문역에서 서울을 가려면 일반 열차를 타야 했지만, 이제는 전철을 탈 수 있다는 뜻이다. 요금이 더 저렴해지고, 노인은 무료로 이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버스와 무료환승 혜택도 누릴 수 있다.

이와 같은 중앙선 전철 용문 연장을 마지막으로 하여, 종전에 인천, 수원, 의정부가 종착역이던 수도권 전철망이, 남쪽으로는 신창, 북쪽으로는 소요산, 동쪽으로는 용문까지 연장되는 1차 확장이 마무리된다. 수도권의 지속적인 확장에 따라서, 수도권 전철도 이에 맞게 확장된 것이다. 그 외 대각선 방향으로서는, 지난 7월 문산까지 개통되었고, 향후에는 춘천, 여주까지도 수도권 전철이 들어갈 예정이다.

중앙선 전철 용문연장 노선도 (현재 국수까지 개통되어 있다)
 중앙선 전철 용문연장 노선도 (현재 국수까지 개통되어 있다)
ⓒ 한국철도시설공단

관련사진보기


이렇게 수도권 전철이 연장되는 것은 지역주민들에게 교통편의를 제공하고, 지역발전의 계기가 된다는 점에서 매우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전철의 운행체계에 대해서는 생각해볼 점이 있다.

예를 들어 지난 2008년 12월 개통된 신창행 전철의 경우, 서울지하철 1호선에서 사용하는 전동차와 동일한 전동차를 사용하기 때문에, 10량 1편성의 긴 열차를 사용하고 있다. 이는 전체 길이가 200m에 이르고, 혼잡도 100%에서 총 1600명이 탈 수 있는 매우 큰 열차이다.

하지만 아산시 신창면에 있는 신창역은 서울 기준으로 매우 외곽이기 때문에 승객이 그다지 많지 않다. 따라서 이렇게 큰 열차를 승객으로 채우기가 쉽지 않다. 결국 승객을 조금이라도 더 채우는 방법은, 열차가 승객을 좀 더 오랫동안 기다려서 조금이라도 더 많은 승객을 태운 후에 출발하는 것이다. 실제로 현재 신창역에는 1시간에 2대 꼴인, 약 30분 시격으로 열차가 운행되고 있다.

2008년 12월 15일 개통된 1호선 전철 신창역
 2008년 12월 15일 개통된 1호선 전철 신창역
ⓒ 한우진

관련사진보기


하지만 이렇게 열차가 뜸하게 운행되면 여러 문제가 생긴다. 출발시각을 모르고 역에 도착한 승객은 최악의 경우 30분을 기다려야 열차를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불편을 막기 위해서는 미리 열차시각표를 확인하고 열차를 이용해야 하는데 이것도 나름대로 불편하다.

일반열차에 비해 전철이 편리한 것은 미리 시각표를 확인할 필요 없이 아무 때나 역에 가면 열차를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인데, 이렇게 열차가 뜸하게 운행되면 전철의 장점이 사라지는 것이다. 결국 승객들은 전철을 외면하고 버스나 자가용을 이용하게 되며, 이는 전철의 승객을 줄이므로 전철의 운전시격이 또다시 늘어나게 되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이러한 현상은 이번에 개통될 중앙선 전철 용문 연장에서도 동일하게 발생할 듯하다. 실제로 전철을 운영하는 코레일에 따르면, 평시에 30분 시격으로 운행할 계획이라고 한다. 일반열차가 운행되던 시절에 비하면 분명히 나아졌지만, 역시 아무 때나 이용할 수 있는 편리한 전철과는 거리가 있다.

이러한 상황이 생기는 원인은 대도시권과 외곽권의 승객 수가 분명히 다른데도 불구하고, 동일한 모양의 열차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8~10량이 1편성을 이루는 장편성 전동차는 대도시권의 많은 승객을 한꺼번에 싣어나르기에는 적합하지만, 한가한 외곽의 적은 승객을 수송하기에는 부적합하다.

오히려 이런 외곽권의 경우, 2~4량의 소규모 전동차를 자주 운행하는게 효율적이다. 8량 1편성 전동차로 30분에 한번씩 운행하는 것에 비해 4량 1편성 전동차로 15분에 한번씩 운행하는 것은 수송력은 동일하지만, 승객들이 기다리는 시간이 절반으로 줄어들므로 훨씬 편리해진다. 대기시간 감소로 인하여 추가적인 승객 증가도 기대해볼 수 있다.

경의선 전철에 운행중인 8량 1편성 장편성 전동차
 경의선 전철에 운행중인 8량 1편성 장편성 전동차
ⓒ 코레일

관련사진보기


다만 이렇게 열차를 자주 운행하면 기관사 인건비가 늘어난다는 문제는 있다. 이는 승무원 운용의 효율화를 통해 꾸준히 개선해나가야 할 것이다. 아울러 대도시권의 열차와 외곽의 열차 모습이 다를 때, 두 열차가 함께 운행(직통운행)되지 못하여 서로 환승을 해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 수 있다.

이 문제는 열차의 분리통합운전을 통하여 해결이 가능하다. 즉 기존의 10량 열차를 4+6량 열차로 운행하고, 중간역에서 이를 분리하여 앞의 4량만 외곽으로 향하는 것이다. 그러면 승객은 갈아타지 않고 계속 이동이 가능하며, 외곽에는 4량만 운행되어 낮은 수요에 맞는 낮은 수송력만 공급하는 효율적 수송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승객 특성에 맞는 최적의 차량을 운행하여 효율적인 수송을 하는 것은 대중교통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다. 수도권전철이 확장되어 전철 운행 구간이 길어지는 것은 지역 발전과 승객 편의 개선 측면에서 매우 긍정적이지만, 도시 내부 혼잡한 곳에서 사용하는 차량을 승객이 적은 외곽에서도 똑같이 사용하는 것은 아쉽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커서 비효율적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승객 특성에 맞지 않는 장편성의 열차가 운전시격을 벌려, 승객의 열차 이용을 어렵게 하고 있다는 점은 매우 큰 문제라고 할 수 있다.

KTX광명역 셔틀전철 개통식
 KTX광명역 셔틀전철 개통식
ⓒ 코레일

관련사진보기


광역전철 운영을 담당하는 코레일에서는 이미 영등포~KTX광명역을 운행하는 셔틀전동차에 4량짜리 단편성 열차를 투입하여 효율적인 수송을 실현한 바가 있다. 이 구간은 열차도 적고 수요도 적다 보니 단편성 열차가 적절하기 때문이다. 승객이 적은 외곽 지역도 마찬가지 개념이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승객이 적은만큼 그에 맞는 단편성의 차량을 자주 운행하는게 더 효과적일 수 있다.

물론 본격적인 단편성 운용을 위해서는 부수적인 준비가 더 필요하겠지만, 비효율적인 운행을 방치하고 있는 것보다는 나을 것이다. 저탄소 녹색성장을 위해서는 철도를 새로 건설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있는 철도를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것도 중요하다. 앞으로 지속적으로 수도권 전철의 확장이 시행되는 만큼 열차 운용 기술도 발전하여, 보다 효율적인 전동차 운행이 실현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덧붙이는 글 | 한우진 시민기자는 교통평론가, 미래철도DB 운영자(frdb.railplus.kr), 코레일 명예기자입니다



태그:#코레일, #중앙선, #용문, #용산, #전철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글쓰기에 관심많은 시민기자입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