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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외형적으로 드러나기에는 사실적이고, 지시적이다. 그리고 1839년에 사진이 발명 된 것도 카메라 옵스큐라를 이용하여 실재를 극명하게 모방하여 생산한 이미지를 영구히 정착시키기 위한 노력에서 비롯되었다. 하지만 사진을 찍는 프로세스 자체가 이미 찍는 이의 주관이 능동적으로 개입되어 특정한 현실과 사물을 해석하는 특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사진이 현실 그 자체이자 거울이라고 인식한 것은 왜곡된 편견이었다.

 

현실을 사실적으로 재현하고 객관적으로 기록하여 전달하고자 한 모더니즘 사진가들의 사진작품도 절대적으로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결과물이라기보다는 작가의 미적인 주관과 이데올로기가 적극적으로 개입되어 생산된 결과물이다. 외부세계의 특정한 장면과 사물을 사진기로 재현하여 작가의 사유세계를 표출한 것이 모더니즘 사진가들의 사진작품이다. 그러한 여러 대표적인 예들 중에 하나가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의 사적인 시각에 의존한 다큐멘터리 사진과 마이너 화이트의 신비주의적인 형식주의 사진이다.

 

 

이번에 충무로에 있는 갤러리 M에서 개인전을 갖는 김성희는 다양한 형태로 존재하고 있는 '문'을 표현대상으로 삼았는데, 작품의 외관 자체는 사실적이다. 하지만 작품의 내부구조는 단순하지 않고 작가의 개인적인 경험과 심리적인 요소가 복잡하게 얽혀서 작품의 원초적인 뿌리를 이루고 있다.

 

작가는 정사각형 포맷의 중형카메라를 선택하여 흑백필름으로 문을 찍었는데, 시각적으로 반듯하게 정리되어 있는 결과물도 있고, 외형적으로 어수선하고 산만하게 화면이 구성되어 있는 이미지도 있다. 그런데 최종 결과물의 전체적인 느낌은 언어적인 논리로 해석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이성과 논리의 틀을 벗어나 있기 때문에 비언어적이고 사진영상 그 자체로서 존재하면서 의미를 발생시키고 있다.

 

김성희는 언어로 표현하기에는 벅찰 정도로 다양한 방식으로 존재하면서 그 기능을 다하고 있는 문을 찍었는데, 자신의 의식 혹은 무의식속에 내재되어 있는 논리적인 내러티브나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적인 요소를 시각화하는 매개체로서 작품 속에서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작가가 찍은 문은 그 주변의 여러 환경적인 요소와 사진적인 프로세스에 의해서 발생한 어두운 톤이 잘 조화를 이루어서 의식이나 이성적인 사고와는 그 간극이 느껴지는 최종 결과물로 변환되었다. 작품 한 장 한 장의 전체적인 느낌이 정적이면서도 철학적인 사유가 느껴진다. 미적인 것과는 무관하게 보이는 대상을 소재로 선택하였지만, 사색적으로 다가오는 최종 생산물이 작가의 표현의지에 의해서 생산된 것이다.

 

사진의 가장 기본적인 형태는 사물의 외피를 사실적으로 모방한 결과물이지만, 작가의 의식이나 무의식이 작동하여 언어나 문자로 표현할 수 없는 그 어떤 느낌과 감정을 형상화하는데도 탁월한 능력을 발휘한다. 김성희가 이번에 발표하는 작품들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 할 수 있다.

 

현란한 수사법을 선택하여 요란한 외형으로 '문'을 재현한 것은 아니지만, 가장 사진적인표현방식으로 표현대상을 재구성하여 작가의 사적인 감정과 조형감각이 효과적으로 드러나는 결과물이 생산된 것이다. 정사각형 포맷의 화면이 보여주는 시각적인 특성과 흑백사진의 단순하면서도 중후한 멋이 표현대상 자체의 비언어적인 분위기와 다양한 형태로 상호영향을 주고받아 보는 이들에게 작가 자신의 표현의도를 전달한다. 이처럼 작가가 보여주는 최종 결과물은 논리, 언어, 객관적인 재현과는 전혀 무관한 무의식의 특정한 요소와 작가의 조형감각이 작동하여 생성된 것이다. 그래서 보는 이들은 작가의 비논리적인 감정적 사고와 사진 프로세스가 얽혀서 발생하는 또 다른 구조의 사진이미지에 압도당하고 동화되는 지점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전시명      :  개인전 '門'
작가          :  김성희
전시기간  :  2009.12.17 ∼ 2009.12.23 


태그:#문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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