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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옆 '청운실버센터'를 지나 자하문으로 가는 오르막 길 초입에는 '경복고등학교'가 있다. 명문 사립학교를 지나면 오르막 우측에는 북악산을 지키는 군인들의 모습과 막사가 간간이 보인다.
     
초소가 간간히 보인다
▲ 북악산 초소가 간간히 보인다
ⓒ 김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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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장을 하여 일반 가옥처럼 보이는 주택들 사이로 군인들이 휴일이지만, 근무를 서고 있는 모습이 살짝살짝 보인다. 산 아래 동네와 청와대를 보면서 저들을 무슨 생각을 하면서 이 겨울을 보내고 있을까? 궁금하다.

길을 따라 오르면서 담장 너머를 보면, 멀리 남산도 보이고, 종로의 시가지도 일부 보인다. 추운 날씨지만 시계는 상당히 좋아 멀리 보이는 것이 좋다. 바로 아래에 청운동의 고급빌라들이 장난감처럼 작게 보인다.
           
노산 이은상의 추모 글이 있다
▲ 최규식 경무관 동상 노산 이은상의 추모 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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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덕을 오르다보면 자하문 직전 우측에 1, 21 사태로 순국한 최규식 경무관의 동상이 보인다. 동상 아래에 인물을 알리는 표지석과 내력에 대한 글들도 보인다. 노산 이은상이 추모 글을 쓴 것인지 그의 이름이 보인다.

노산 이은상은 독재부역 경력과 친일의혹이 많은 사람으로 박정희에게 영남대의 족벌화(?)을 지도한 인물로 알려져 있는데, 그의 글이 이런 곳에 있다니 약간 놀라웠다. 설립 당시 청와대의 주인이었던 박정희와의 친분 때문이었을까?
           
표지석
▲ 청계천 발원지 표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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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상 인근에는 이곳이 청계천의 발원지 중에 하나라고 하는 작은 표지석이 보인다. 옥인아파트 뒤편에도 있는 이 표지석은 북악산과 인왕산의 사이에서 청계천이 발원함을 알려주는 표식인 것 같다. 냇물의 발원지는 이곳인데, 이상하게 복원된 거대한 어항은 시작점도 잘 알지 못하게 되어 있어 서글프기만 하다.

자하문 방향으로 계속가면 부암동과 석파정, 환기미술관 등이 나온다. 우리들은 길을 좌측으로 들어 청운공원으로 간다. 공원 앞에 큰 현수막이 보인다. 최근 종로구청 등이 주관하여 이곳을 '윤동주 시인의 언덕' 이라고 이름을 정했다고 한다.
          
윤동주
▲ 윤동주 시인의 언덕 윤동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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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주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윤동주 시인이 연희전문을 다니던 시절, 인근에서 하숙을 했다고 한다. 학교를 가거나 산책을 하면서 시상을 떠올릴 때 자주 이곳을 거닐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래서 윤동주 시인을 기린다는 의미에서 작명을 한 것 같다.

약간 뜬금없는 것도 사실이다. 잠시 시인이 하숙을 한 곳이 명소가 되는 억지라. 아무튼 나도 이곳을 오르며 윤동주와 그의 고종사촌 송몽규를 강제로 떠올리며 시심을 다진다.
         
아주 작은 공원이다
▲ 청운공원 아주 작은 공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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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운공원에는 부채춤을 추는 조형물과 함께 인근의 돌들을 모아서 만들 지구본 모양의 조각 작품이 있다. 길을 건너 산언덕에는 작은 정자도 있는 것으로 보아 지역주민들이 운동을 하거나 산책을 하기에 좋은 곳이라는 생각이 든다.

청운공원에서 잠시 쉰 다음, 아래로 향한다. 청운동의 맨 위에서 아래를 보면 정말 멋진 집들이 많다. 단독도 있고 빌라도 있는데, 모두가 너무 좋고 멋진 집들이다. '부자들이 사는 동네라 이렇게 멋지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인근에 현대그룹의 창업자인 고 정주영 회장의 옛집이 있다고 하는데, 정확한 위치를 몰라서 그냥 지나간다. 종로에서 나고 자라 늘 종로 토박이를 자처하는 KBS 현상윤PD가 청운동에 살고 있지만, 일요일 오전에 남의 집 위치를 물어보려고 전화를 하는 실례를 범하기 싫어 다음에 찾아보기로 하고 간다.
                 
홍보물 홍수다
▲ 경기상고 홍보물 홍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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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좌우측의 멋진 집들을 보다가 보니 시나브로 큰길에 닿는다. 우측으로 가면 자하문 터널이고, 바로 좌측에 '경기상고'가 있다. 신입생 모집 중인지, 경기상고 앞에서 온갖 홍보물들이 넘쳐나고 있다.

경기상고 출신도 아닌 것 같은 정주영 회장과 이병철 회장의 사진도 있어 웃음이 난다. 그런 큰 장사꾼, 기업인들을 키우겠다는 의지가 좋기는 하지만, 억지가 있는 것 같아 웃고 만다.

년 초 갓 입학한 신입생 김연아를 두고 '고려대가 낳은 김연아'라고 광고를 하던 고려대의 모습에 비하면 차라리 애교가 넘치기는 하다.  

자하문 터널 위쪽에 '말일성도 예수그리스도의 교회'가 보이고, 길 건너에는 영연방국가로 남아시아 보르네오섬 북서 해안에 있는 술탄왕국으로 석유자원과 천연가스로 인해 세계 최고의 부자나라 중에 하나인 브루나이의 대사관 건물이 보인다. 돈이 많은 나라가 대사관도 비싼 땅에 위치도 좋은 곳에 멋지게 터를 잡고 있는 듯하다.
              
송강 정철의 생가터
▲ 청운초등학교 송강 정철의 생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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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부터 아래로 길을 잡으면 가사문학의 대가인 '송강 정철'의 생가 터에 지어진 청운초등학교다. 인근에 국립맹학교와 농학교가 있어 장애학생과 일반학생의 통합교육이 이루어지는 학교로 작지만 멋진 곳이라고 한다.

사실 나는 가사문학의 대가라고 하는 정철을 생각하면, 잡스러운 것들이 밀려온다. 대문학가였던 그는 늘 '육신의 눈보다 마음의 눈을 뜨고 학문을 하라!' 고 말했고, 충직한 신하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작년 봄 전라도에 갔을 때, 그가 전라 관찰사로 재임하던 시절 얼마나 혹정을 펼쳤던지, 그것도 아니면 온갖 사화로 전라도 사람들을 탄압했던지, 사람들은 전라도에 필요 없는 3가지 가운데 하나가 '정철'이라는 인물이라는 말을 들었다.

그에 대한 한(恨)이 얼마나 많았던지 지금도 전라도의 할머니들은 떡갈비를 만들기 위해 고기를 다지면서 '정철 정철 정철'이라는 소리를 하면서 고기를 다지는 풍습이 남아 있다. 칼로 자근자근 다지고 싶다는 뜻인 것 같다.  

고려가 망하고 개성의 백성들이 태조 이성계의 목을 조르는 마음으로 만들어 먹었다는 '조랭이 떡국'이 생각나기도 했다. 또한 정철은 후손들에게 유언으로 '절대 사대문 밖에 나가서 살지 마라'라고 유언을 남길 정도로 권력욕과 신분상승에 대한 의지가 강했던 인물이다.
            
타일벽화
▲ 국립맹학교 타일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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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운초등학교를 끼고 우측 골목을 들면 국립농학교. 맹학교 소망의 타일 벽화을 발견할 수 있다. 수화를 담은 모형의 타일과 시각장애인을 위한 다양한 모양의 타일도 보여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인 편견을 극복하기 위한 조그만 노력들이 보이는 것 같아 강한 인상이 남는 곳이다.
       
신흥무관학교를 설립한 우당 선생의 기념관
▲ 우당기념관 신흥무관학교를 설립한 우당 선생의 기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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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학교의 정문 앞에서 '우당기념관'이 있다. 휴일이라 문이 닫혀 있었다. 독립운동가 우당 이회영의 삶과 정신을 기리기 위하여 건립한 기념관이다.

신흥무관학교를 설립하였으며, 아나키스트 운동을 주도하다 일경에 붙잡혀 심한 고문 끝에 순국한 이회영의 삶과 정신을 기리기 위하여 건립된 기념관이다. 당초 1990년 동숭동에 우당기념관이 건립되었다가, 2001년 현재의 기념관을 신축, 이전한 것이다.
                 
이곳을 철거하여 공원을 만든다고 한다. 이 겨울에 철거를 한다고 하니 웃긴다. 재건축을 하는 것도 아니고 이 겨울에 철거하여 내년 6월 선거 전에 공원을 완성하려고 하는 의도가 의심스럽기만 하다.
▲ 옥인아파트 이곳을 철거하여 공원을 만든다고 한다. 이 겨울에 철거를 한다고 하니 웃긴다. 재건축을 하는 것도 아니고 이 겨울에 철거하여 내년 6월 선거 전에 공원을 완성하려고 하는 의도가 의심스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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닫힌 우당기념관 앞에서 기념촬영을 한 다음, 보통사람의 상식적으로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 겨울철 철거로 가난한 서민들을 길거리로 내몰고 있는, 법 잘 아는 서민 변호사인 오세훈 서울시장의 잘 보이지 않는 뒷모습을 떠올리면서 아직 사람들이 살고 있는 옥인아파트로 향했다.

역사, 문화와 함께 하는 서울시 종로/중구 걷기 모임
네이버 카페    http://cafe.naver.com/daipapa


태그:#옥인동, #청운동, #옥인아파트 , #국립맹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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