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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도 예산심의가 국회와 지방의회에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국가적으로는 4대강 사업예산이 쟁점이지만, 지역에서도 시민단체들을 중심으로 복지, 환경, 교육 등 시민들의 삶과 밀접한 지방자치단체 예산심의에 대한 감시활동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내년에는 지방선거가 있기 때문에 선심성 예산들이 편성될 우려가 높은 상황입니다. 이에 <오마이뉴스>는 지역풀뿌리단체들이 참여하고 있는 '2010 예산참여 풀뿌리 행동'과 공동으로 현재 지방의회에서 심의되고 있는 지방자치단체 예산의 쟁점에 대해 몇차례 다루고자 합니다. [편집자말]
2009년 명승부로 우리들을 즐겁게 해주었던 기아 타이거즈와 SK 와이번스의 한국시리즈 는 한국의 보수들이 정치적 선전선동용으로 자주 거론하는 "잃어버린 10년" 동안 정말 맥없이 잃어버렸던 타이거즈의 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그럼 한국시리즈 후, 그 많던 야구팬들의 관심은 어디로 날아갔을까? 바로 '스토브리그'로 향하게 될 것이다.

프로야구 시즌오프 기간 동안, 내년도 팀 강화를 위해 구단과 선수들과의 연봉협상을 물 밑에서 활발하게 벌이는 스토브리그는 야구팬들에게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매년 프로야구 스토브리그의 시작과 엇비슷하게 내년도 대한민국의 나라 살림을 좌우하는 중요한 예산 관련 결정, 즉 예산 스토브리그가 이뤄진다.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야당 의원들이 수자원 공사가 부담하는 4대강 예산 전액 삭감과 국토 해양부 소관의 4대강 예산을 1조원 수준으로 삭감 등을 요구하며 회의에 불참하고 있다.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야당 의원들이 수자원 공사가 부담하는 4대강 예산 전액 삭감과 국토 해양부 소관의 4대강 예산을 1조원 수준으로 삭감 등을 요구하며 회의에 불참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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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스토브리그 못지 않게 중요한 예산 스토브리그

2010년 대한민국의 정부 총지출은 약 292조 원 정도로 예상되고 있다. 292조 원은 과연 어느 정도의 돈일까? 대한민국 국민 수를 4700만 명이라고 할 때 개인당 621만2766원, 4인 가족 기준으로 2485만1064원씩 나누어 줄 수 있는 돈이니 정말 어마어마한 금액이다.

2009년 예산의 스토브리그를 간단하게 총평하면, 황당하고 어이없게 정리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 이유는 초대형 괴물 '4대강 사업'이 가지는 엄청난 논란과 상상할 수 없는 파급력 때문이었다.

그런데 모든 관심이 '4대강 사업'에 쏠려 있을 때에도 관심 있는 사람은 매년 꼭꼭 챙겨보는 예산이 있는데, 그것이 바로 사회단체보조금이다. 중앙정부 예산에서 2010년 사회단체보조금은 역시 바르게살기 중앙운동회와 한국자유총연맹이 각각 10억 원, 새마을운동중앙회가 30억4000만 원으로 3강을 구성하고, 대한민국의 모든 유형과 형태의 단체들이 40억 원을 비영리공익사업 공모를 통해 지원금으로 받게 되는 구조다. 물론 이들 단체들의 지역조직들은 이와는 별개로 지방자치단체에서 예산 지원을 받는다.

사회단체보조금 스토브리그에서 주목할 지점은 3강인 바르게살기 중앙운동회, 한국자유총연맹, 새마을운동중앙회다. 이들 3개 단체 예산은 초대형 괴물 '4대강 사업' 영향으로 예산이 축소되거나 감소되는 전반적 경향과는 반대로 한 푼 삭감 없이 통과됐다.

대한민국의 단체들 대부분이 비영리공익사업 공모에 낼 사업계획서 제출을 위해 매년 몇 달에서 며칠 날밤을 지새우고 있다는 사실과 비교해보면, 50억 4000만 원을 간단하게 확보하는 3강의 여유로움은 놀라울 정도다.

초대형 괴물 '4대강 사업'도 안 건드린 '새마을운동 예산'

이중 30억 4000만 원으로 바르게살기중앙운동회와 한국자유총연맹을 가볍게 따돌린 새마을운동중앙회를 보자. 새마을운동중앙회와 지역의 새마을운동 단체들은 2008년부터 지역의 바르게살기와 한국자유총연맹 관련 단체들과 차별되는 하나의 흐름을 만들었는데 바로 새마을운동 관련 지원 조례를 만드는 것이었다.

그 결과 2008년부터 지역에 새마을운동 관련 지원 조례를 만들기 위한 흐름이 생겨났는데(2009년 5월, 기준 15개 자치단체가 제정함), 2009년 경남 산청군의회에 제출된 '산청군 새마을운동 지원에 관한 조례'를 보면 지금 지역에서 만들어지려고 하는 새마을운동 관련 지원 조례들의 내용이 어떨지 알 수 있다.

조례안에 나와 있는 새마을운동 관련 지원 내용은 이렇다. 새마을운동조직의 운영 경비 지원, 새마을사업에 소요되는 경비 지원, 새마을지도자 봉사활동 중 재해 또는 사망에 대비한 보험 가입과 교육위탁에 따른 교육비 및 여비 지원, 국내외 선진지 견학 지원, 새마을지도자 사기 진작을 위한 각종 행사 지원, 기타 지역사회 발전을 위한 각종 새마을사업에 대한 편의 제공 등.

새마을회장이 매년 사업계획서를 작성해 단체장에게 제출할 수 있으며, 단체장은 사업의 타당성 여부 등을 검토해 예산의 범위 안에서 사업비를 지원할 수 있다. 특이한 것은 '군청, 각 주민센터, 기타 군청 산하공공기관'에 새마을 기를 게양할 수 있다는 언급이 있다는 것이다.

2008년부터 시작된 지역의 새마을운동 지원 조례 만들기는 2009년 사회단체보조금 예산 스토브리그에서 초대형 괴물 '4대강 사업'의 폭풍을 이겨내고 꿋꿋하게 관심을 받을 수 있게 만들었다. 

2010년 지방선거와 맞물려 선심성 예산 증액의 징후들이 몇몇 지역의 2010년 예산 모니터링에서 제기됐는데, 예산 증액의 근거로 활용된 것이 바로 지역의 새마을운동 지원 관련 조례들이다.

지방선거 앞둔 선심성 예산 아닌가?

이미 전국적으로 지역의 새마을운동단체들은 매년 수 천만 원에서 수억까지 사회단체 보조금을 지원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새롭게 추가지원을 보장하는 조례를 개정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조례가 제정되면 더 많은 특혜성 지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충남도 새마을운동조직 지원조례안
 충남도 새마을운동조직 지원조례안
ⓒ 심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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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2010년 A시의 예산편성에서 새마을운동단체 지원금 예산은 8억원에 달했다. 2007년부터 2009년까지 3년간 이 시의 평균 새마을운동단체 지원금 규모가 약 5억 원 수준이었다는 것을 고려해도 급격한 증가라고 할 수 있다.

지금 추진되고 있는 지역의 새마을운동단체 지원 조례가 가지고 있는 예산편성의 특혜성의 문제는 수원시의회 사상 최초로 상임위원회에서 원안가결된 의원발의 조례안이 본회의를 통과 하지 못한 수원시의회 사상 초유의 사건에서도 잘 알 수 있다.

수원시의회의 경우 새마을운동단체 지원 조례에 대해 일부 의원들이 반대나 보류 의견을 개진해 2차례에 걸친 정회 끝에 만장일치로 보류 결정을 내렸다.

일부 의원들이 반대와 보류 입장을 밝힌 이유는 단순하다. 수원시의 새마을운동단체 지원 조례가 바르게살기 수원시협의회와 한국자유총연맹 수원시지회와의 형평성을 생각할 때 너무 파격적으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지역에서 추진되고 있는 새마을운동단체 지원 조례안은 바르게살기와 한국자유총연맹 관련 단체들의 입장에서도 받아들이기 힘들 정도로 형평성을 훼손하고 있다는 것이다.

바르게살기와 한국자유총연맹이 이렇게 민감하게 받아들일 정도이면 지역의 다른 시민사회단체들의 입장에서는 오죽하겠는가? 몇몇 지역들에서 들려오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전체적인 지역의 상황이 아니라고 항변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형평성과 합리성을 훼손하는 지역의 새마을운동 지원 조례가 만들어진다면, 특정한 이해를 바탕으로, 합리적 원칙과 평가 없이 예산을 증액할 수 있는 무분별한 근거들이 생겨나게 된다는 데 있다.

2009년 9월 풀뿌리좋은정치네트워크 대전워크숍.
 2009년 9월 풀뿌리좋은정치네트워크 대전워크숍.
ⓒ 풀뿌리좋은정치네트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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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지방선거의 교훈...예산은 절대 중립적이지 않다

또한, 2009년 사회단체보조금 예산 스토브리그의 강자 새마을운동중앙회와 지역의 새마을운동 지원 조례 만들기를 우려 섞인 시선으로 볼 수밖에 없는 이유는 예산은 절대 중립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2006년 6월 13일자 새마을운동신문을 보면, 2006년 5월 31일 지방선거에서 새마을 가족 465명 당선이라는 기사를 확인할 수 있다. 이 기사에 따르면 전체 당선자의 약 12%인 465명의 새마을 운동 관련자들이 기초단체장 및 광역·기초의원에 당선됐다고 한다.

2009년 11월 기준으로 새마을운동 관련 단체는 새마을운동중앙회 소속 17개 시도 지부와 232개 시군구 지회를 기본으로 새마을지도자중앙협의회, 새마을부녀회중앙연합회, 직장공장새마을운동중앙협의회, 새마을운동중앙회, 새마을교통봉사대, 새마을후원회가 유관단체로 활동 중이며, 지도자 17만8294명에 회원 189만5392명으로 총 207만 3686명이 활동하고 있다.

2006년 5월 지방선거에 새마을운동 관련 출마자의 수는 970명 정도였다고 한다. 아마 예상이지만, 2010년 6월 지방선거에도 이와 비슷한 숫자의 새마을운동 관련자들이 각 지역의 지방선거에 출마할 것이다. 2009년 사회단체보조금 예산 스토브리그에서의 새마을운동 관련 예산들이 예사롭지 않게 느껴지는 대목이다.

예산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우리의 일상과 삶의 질을 변화시킬 수 있는 지도라고 할 수 있다. 우리 지역이 더욱 강해질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고 우리 입맛에 맞는 예산 스토브리그를 만들기 위해 우리들이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예산 스토브리그에 대한 관심과 참여가 많아질수록 예산이 쓰여야 할 곳에 정확하게 쓰인다는 단순한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예산 스토브리그는 프로야구 한국시리즈가 끝나갈 무렵 시작된다.

덧붙이는 글 | 기사를 쓴 최승우 기자는 2010 예산참여 풀뿌리행동 기획팀장입니다.



태그:#자치단체 예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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